세기의 대결, 인공지능 어디까지?

입력 2016.03.13 (23:20) 수정 2016.03.14 (00: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

<인터뷰> 이세돌 9단(프로 바둑 기사) : "(인공지능이 인간의)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뷰>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 "지금까지 알파고는 학습을 통한 능력 향상에 한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박희준(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학습할 수 있는 필요한 규칙이 있다면 그것을 또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간과 같은거죠"

<녹취> 스티븐 호킹 : "완전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인터뷰> 안희재(서울 신촌동) : "주객이 전도돼서 기계가 주류를 이루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돼요."

<오프닝>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천재 기사 이세돌과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

현재까지 알파고 3승 1패로 알파고가 우세한 상태에서 마지막 대국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이 바둑 대결이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리는 건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하는 똑똑한 기계, 이른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명령을 단순 실행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학습해서 인간이 실행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결과를 내놓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될까요.

인공지능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인간과 기계, 천재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대결이 시작됐습니다.

탐색도 없이 치고받는 전투.

이세돌 9단이 변칙을 구사해봅니다.

<녹취> 박정상(9단/해설) : "이세돌 9단의 프로 인생에서 처음 사용하는 수입니다. 바둑 역사상 처음 나오는 수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알파고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변쪽에 큰 집을 파고들어 전세를 뒤집습니다.

<녹취> 박정상(9단/해설) : "이겼습니다"를 인공지능이 선언하고 있습니다. 지금 알파고는 "형세는 이미 끝났소"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입니다."

고개를 흔들며 고민하던 이세돌 9단, 결국 돌을 던집니다.

<인터뷰> 이세돌(9단/프로 바둑 기사) : "초반에는 아무래도 알파고가 힘들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걸 풀어가는 능력이 굉장히 놀라웠고요, 사람으로 치자면 수읽기에 자신이 없다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사 나왔거든요. 거기서 또 한 번 놀란 것 같습니다"

<인터뷰>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흥미진진한 게임이었고 결과에 대해서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이세돌 9단의 실수나 방심 때문이었을까?

이어진 2,3국에서도 알파고는 프로기사들 사이의 대국이라면 흔히 나오지 않을 변칙적인 수로 이세돌 9단을 흔들어 승패를 결정지었습니다.

<인터뷰> 이세돌(9단/프로 바둑 기사) : "아직은 뭐 완벽한 신의 경지에 오른 그런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요.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거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나 알파고도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4국 중반 전투에서 이세돌 9단의 묘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수를 잇따라 두면서 인간에게 첫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이세돌 이 1승은 그 전의 무엇과도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 있는 1승입니다. 응원과 격려로 한 판이라도 이겼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 "초반에는 알파고가 우세하다고 했는데 이세돌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에 기인해서 알파고 실수 나오는 국면 이어졌습니다. 오늘 결과가 기쁩니다. 한국에서 대국 펼친 이유는 알파고 한계 시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이세돌과 승패를 주고 받는 수준에 까지 이른 알파고의 능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알파고' 능력의 원천은 '딥러닝'이라는 학습방식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기존의 인공지능이 원리를 가르쳐주고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었다면 딥러닝은 수많은 문제를 풀게 해서 스스로 패턴이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자가 학습이라고 보면 돼요. 주어진 틀(정보와 규칙) 속에 갇혀있지 않고 기계 스스로 필요한 데이터가 있으면 그 데이터를 취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고 배운 것을 통해서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규칙들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서 진화하는 거죠"

알파고의 학습 방식은 크게 3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자신에게 입력된 16만 개의 기보를 파악해 바둑돌의 다음 위치를 예측하도록 합니다.

두번째로는 예측된 수에 대해 무작위로 수를 놓아보고 어떤 수를 놓았을 때 이기는 지를 추론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스스로 무수한 대국을 벌여 예측과 판단 능력을 강화합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대국 과정에서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규칙이 상대편에게서 보인다면 그것을 학습해내는 거죠. 이세돌 9단과의 다섯 번의 대국을 통해서도 굉장히 많은 실력을 쌓아나갈겁니다. 한 번의 대국을 치루면서도 알파고는 상대방의 수를 계속 배워나가는 거죠"

알파고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 10월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을 5대 0으로 꺾은 뒤 지난 5개월간 스스로 매일 3만번의 대국을 하면서 실력을 키웠습니다.

<인터뷰>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 "지난해 10월 알파고 버전과 이번 버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동안 훨씬 더 양질의 많은 학습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었는데 지가 학습 데이터이기 때문에 알파고가 더 향상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엄청난 연산처리 속도로 인해 가능한 학습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알파고 같은 딥러닝 인공지능은 오래 학습할수록 그리고 데이터가 많을수록 점점 똑똑해집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4주 동안에 100만번의 대국을 치를 수 있는 연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 프로 바둑 기사가 1년에 천 번 정도 대국을 치른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바둑기사 한 명이 천년동안 둘 수 있는 대국을 알파고 같은 경우에는 4주동안 둘 수 있는거죠"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18년 전, IBM의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가 도전 1년만에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겼고,

<녹취> 게리 카스파로프(전 세계 체스 챔피언) :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게임에서 져 본적이 없었기때문에..."

그로부터 14년 뒤 IBM의 '왓슨'이 퀴즈쇼에서 역대 최강 출연자들을 눌렀습니다.

이후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가진데다, 직관의 승부여서 인간을 넘기 힘들다고 평가됐던 바둑에서까지 최고수의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불과 4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곽노준(서울대 융합과학부 교수) :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지능을 모방하는 컴퓨터를 만든다는 것이거든요.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기계가 판단하도록하는 그런 것들이 인공지능의 최종적인 목표가 되겠습니다.

아직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면서 동시에 조절도 통제도 불가능한 인공지능이 만들어 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스티븐 호킹이나 빌 게이츠 등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희재(서울 신촌동) : "주객이 전도돼서 기계가 주류를 이루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돼요."

<인터뷰> 하지은(서울 대현동) : "너무 소름끼칠 것 같아요. 인간이 창조해낸 것에게서 다시 지배를 받는다는 게 좀 무서운 것 같아요"

과학자들은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지만 인류와 지능 수준이 비슷한 직관과 추리력 등을 갖춘 인공지능의 등장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시간의 문제죠. 저는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40년대 후반, 늦어도 2050년대까지는 ..."

<인터뷰> 곽노준(서울대 융합과학부 교수) : "저는 궁극적으로는 당연히 온다고 보고요. 제 생각에는 한 50년 안에는 반드시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알파고처럼 인공지능은 빠른 속도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일자리까지 대체하는 인공지능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지난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 '똘망'입니다.

지난해 세계재난로봇 경진대회에 출전해 자동차 운전, 벽 뚫기 등 8개 과제를 통과했습니다.

<인터뷰> 박재흥(서울대 융합과학부 교수) : "직접 운전해서 갑니다. 그래서 손으로 핸들을 돌리고 발로 패달이랑 브레이크를 밟고요. 그래서 도착을 한 다음에 내리고요. 혼자서 그 다음에 여기있는 문을 열고 지나갑니다."

'똘망'은 사람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도 지형지물을 인식하고 판단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곽노준(서울대 융합과학부 교수) : "손잡이에 대한 모양을 많이 보여줘서 이미 학습된 것을 가지고 새로운 영상이 들어왔을때 이것은 손잡이다라고 아는거죠. 학습만 충분히 돼있다면 이게 계단이다 혹은 벽돌같은거다 이런 것들은 판단할 수가 있는거죠"

딥러닝 인공지능은 전문 영역에도 깊숙히 들어와있습니다.

지능형 법률정보 시스템 '아이리스'.

키워드를 맞춰 나열하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연관어, 연상어까지 모두 직관적으로 인지해 관련 법령과 판례들을 보여줍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아이리스를 개발한 임영익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 임영익(변호사) : "베타버전이 올해나 내년에 선보일텐데 당장 변호사들의 업무형태가 바뀌게 될 겁니다. 왜냐면 지금까지는 굉장히 수동작업으로 자기의 전문지식을 활용해서 (법령자료를) 하나씩 찾던 작업을 기계가 도와주니까 시간적으로 절약이 되는거죠. 또 어느 법을 적용해야될지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야되거든요.(법률적용의) 에러확률을 줄이게 되는거죠"

이미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곳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 하우스텐보스.

이 호텔에서 숙소 안내와 룸서비스를 하고 짐을 운반.보관하는 건 사람이 아닌 70개가 넘는 로봇입니다.

<인터뷰> 오오에(호텔지배인) : "통상적인 호텔의 경우 인건비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로봇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인택시가 도로를 차지할 날이 그렇게 멀지 않았습니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가 지난 7일 처음으로 도로주행 허가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최서호(현대자동차 연구소) : "차량 기술 부분에서 50%를 더 개발하고 인프라 측면에서 한 30%정도 되어있다고 보고 70%를 더 채워주면 2030년이면 목적지만 입력해서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는 기술이 완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으로 인해 앞으로 5년 내에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지고, 향후 30년 내에 일자리의 절반을 인공지능 로봇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면 일자리가 줄어들어 문제가 될지, 아니면 인간의 삶이 더 풍요로와질지, 예측은 엇갈립니다.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주로 인간이 하기 힘든 분야에서 로봇이 유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계셨습니다. 무인자동차 분야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사용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응답과 유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엇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아마 관련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어서 향후 우리나라에 적용될 때 약간 논란이 예상되는 지점이 아닐까합니다"

기계가 스스로 공부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알파고.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기계와 차별화 될 수 있을 지, 알파고는 인류에게 새롭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세기의 대결, 인공지능 어디까지?
    • 입력 2016-03-13 23:41:35
    • 수정2016-03-14 00:15:24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이세돌 9단(프로 바둑 기사) : "(인공지능이 인간의)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뷰>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 "지금까지 알파고는 학습을 통한 능력 향상에 한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박희준(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학습할 수 있는 필요한 규칙이 있다면 그것을 또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간과 같은거죠"

<녹취> 스티븐 호킹 : "완전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인터뷰> 안희재(서울 신촌동) : "주객이 전도돼서 기계가 주류를 이루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돼요."

<오프닝>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천재 기사 이세돌과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

현재까지 알파고 3승 1패로 알파고가 우세한 상태에서 마지막 대국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이 바둑 대결이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리는 건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하는 똑똑한 기계, 이른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명령을 단순 실행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학습해서 인간이 실행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결과를 내놓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될까요.

인공지능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인간과 기계, 천재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대결이 시작됐습니다.

탐색도 없이 치고받는 전투.

이세돌 9단이 변칙을 구사해봅니다.

<녹취> 박정상(9단/해설) : "이세돌 9단의 프로 인생에서 처음 사용하는 수입니다. 바둑 역사상 처음 나오는 수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알파고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변쪽에 큰 집을 파고들어 전세를 뒤집습니다.

<녹취> 박정상(9단/해설) : "이겼습니다"를 인공지능이 선언하고 있습니다. 지금 알파고는 "형세는 이미 끝났소"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입니다."

고개를 흔들며 고민하던 이세돌 9단, 결국 돌을 던집니다.

<인터뷰> 이세돌(9단/프로 바둑 기사) : "초반에는 아무래도 알파고가 힘들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걸 풀어가는 능력이 굉장히 놀라웠고요, 사람으로 치자면 수읽기에 자신이 없다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사 나왔거든요. 거기서 또 한 번 놀란 것 같습니다"

<인터뷰>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흥미진진한 게임이었고 결과에 대해서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이세돌 9단의 실수나 방심 때문이었을까?

이어진 2,3국에서도 알파고는 프로기사들 사이의 대국이라면 흔히 나오지 않을 변칙적인 수로 이세돌 9단을 흔들어 승패를 결정지었습니다.

<인터뷰> 이세돌(9단/프로 바둑 기사) : "아직은 뭐 완벽한 신의 경지에 오른 그런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요.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거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나 알파고도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4국 중반 전투에서 이세돌 9단의 묘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수를 잇따라 두면서 인간에게 첫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이세돌 이 1승은 그 전의 무엇과도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 있는 1승입니다. 응원과 격려로 한 판이라도 이겼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 "초반에는 알파고가 우세하다고 했는데 이세돌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에 기인해서 알파고 실수 나오는 국면 이어졌습니다. 오늘 결과가 기쁩니다. 한국에서 대국 펼친 이유는 알파고 한계 시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이세돌과 승패를 주고 받는 수준에 까지 이른 알파고의 능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알파고' 능력의 원천은 '딥러닝'이라는 학습방식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기존의 인공지능이 원리를 가르쳐주고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었다면 딥러닝은 수많은 문제를 풀게 해서 스스로 패턴이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자가 학습이라고 보면 돼요. 주어진 틀(정보와 규칙) 속에 갇혀있지 않고 기계 스스로 필요한 데이터가 있으면 그 데이터를 취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고 배운 것을 통해서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규칙들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서 진화하는 거죠"

알파고의 학습 방식은 크게 3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자신에게 입력된 16만 개의 기보를 파악해 바둑돌의 다음 위치를 예측하도록 합니다.

두번째로는 예측된 수에 대해 무작위로 수를 놓아보고 어떤 수를 놓았을 때 이기는 지를 추론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스스로 무수한 대국을 벌여 예측과 판단 능력을 강화합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대국 과정에서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규칙이 상대편에게서 보인다면 그것을 학습해내는 거죠. 이세돌 9단과의 다섯 번의 대국을 통해서도 굉장히 많은 실력을 쌓아나갈겁니다. 한 번의 대국을 치루면서도 알파고는 상대방의 수를 계속 배워나가는 거죠"

알파고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 10월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을 5대 0으로 꺾은 뒤 지난 5개월간 스스로 매일 3만번의 대국을 하면서 실력을 키웠습니다.

<인터뷰>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 "지난해 10월 알파고 버전과 이번 버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동안 훨씬 더 양질의 많은 학습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었는데 지가 학습 데이터이기 때문에 알파고가 더 향상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엄청난 연산처리 속도로 인해 가능한 학습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알파고 같은 딥러닝 인공지능은 오래 학습할수록 그리고 데이터가 많을수록 점점 똑똑해집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4주 동안에 100만번의 대국을 치를 수 있는 연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 프로 바둑 기사가 1년에 천 번 정도 대국을 치른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바둑기사 한 명이 천년동안 둘 수 있는 대국을 알파고 같은 경우에는 4주동안 둘 수 있는거죠"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18년 전, IBM의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가 도전 1년만에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겼고,

<녹취> 게리 카스파로프(전 세계 체스 챔피언) :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게임에서 져 본적이 없었기때문에..."

그로부터 14년 뒤 IBM의 '왓슨'이 퀴즈쇼에서 역대 최강 출연자들을 눌렀습니다.

이후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가진데다, 직관의 승부여서 인간을 넘기 힘들다고 평가됐던 바둑에서까지 최고수의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불과 4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곽노준(서울대 융합과학부 교수) :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지능을 모방하는 컴퓨터를 만든다는 것이거든요.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기계가 판단하도록하는 그런 것들이 인공지능의 최종적인 목표가 되겠습니다.

아직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면서 동시에 조절도 통제도 불가능한 인공지능이 만들어 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스티븐 호킹이나 빌 게이츠 등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희재(서울 신촌동) : "주객이 전도돼서 기계가 주류를 이루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돼요."

<인터뷰> 하지은(서울 대현동) : "너무 소름끼칠 것 같아요. 인간이 창조해낸 것에게서 다시 지배를 받는다는 게 좀 무서운 것 같아요"

과학자들은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지만 인류와 지능 수준이 비슷한 직관과 추리력 등을 갖춘 인공지능의 등장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희준(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시간의 문제죠. 저는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40년대 후반, 늦어도 2050년대까지는 ..."

<인터뷰> 곽노준(서울대 융합과학부 교수) : "저는 궁극적으로는 당연히 온다고 보고요. 제 생각에는 한 50년 안에는 반드시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알파고처럼 인공지능은 빠른 속도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일자리까지 대체하는 인공지능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지난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 '똘망'입니다.

지난해 세계재난로봇 경진대회에 출전해 자동차 운전, 벽 뚫기 등 8개 과제를 통과했습니다.

<인터뷰> 박재흥(서울대 융합과학부 교수) : "직접 운전해서 갑니다. 그래서 손으로 핸들을 돌리고 발로 패달이랑 브레이크를 밟고요. 그래서 도착을 한 다음에 내리고요. 혼자서 그 다음에 여기있는 문을 열고 지나갑니다."

'똘망'은 사람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도 지형지물을 인식하고 판단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곽노준(서울대 융합과학부 교수) : "손잡이에 대한 모양을 많이 보여줘서 이미 학습된 것을 가지고 새로운 영상이 들어왔을때 이것은 손잡이다라고 아는거죠. 학습만 충분히 돼있다면 이게 계단이다 혹은 벽돌같은거다 이런 것들은 판단할 수가 있는거죠"

딥러닝 인공지능은 전문 영역에도 깊숙히 들어와있습니다.

지능형 법률정보 시스템 '아이리스'.

키워드를 맞춰 나열하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연관어, 연상어까지 모두 직관적으로 인지해 관련 법령과 판례들을 보여줍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아이리스를 개발한 임영익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 임영익(변호사) : "베타버전이 올해나 내년에 선보일텐데 당장 변호사들의 업무형태가 바뀌게 될 겁니다. 왜냐면 지금까지는 굉장히 수동작업으로 자기의 전문지식을 활용해서 (법령자료를) 하나씩 찾던 작업을 기계가 도와주니까 시간적으로 절약이 되는거죠. 또 어느 법을 적용해야될지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야되거든요.(법률적용의) 에러확률을 줄이게 되는거죠"

이미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곳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 하우스텐보스.

이 호텔에서 숙소 안내와 룸서비스를 하고 짐을 운반.보관하는 건 사람이 아닌 70개가 넘는 로봇입니다.

<인터뷰> 오오에(호텔지배인) : "통상적인 호텔의 경우 인건비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로봇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인택시가 도로를 차지할 날이 그렇게 멀지 않았습니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가 지난 7일 처음으로 도로주행 허가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최서호(현대자동차 연구소) : "차량 기술 부분에서 50%를 더 개발하고 인프라 측면에서 한 30%정도 되어있다고 보고 70%를 더 채워주면 2030년이면 목적지만 입력해서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는 기술이 완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으로 인해 앞으로 5년 내에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지고, 향후 30년 내에 일자리의 절반을 인공지능 로봇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면 일자리가 줄어들어 문제가 될지, 아니면 인간의 삶이 더 풍요로와질지, 예측은 엇갈립니다.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주로 인간이 하기 힘든 분야에서 로봇이 유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계셨습니다. 무인자동차 분야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사용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응답과 유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엇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아마 관련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어서 향후 우리나라에 적용될 때 약간 논란이 예상되는 지점이 아닐까합니다"

기계가 스스로 공부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알파고.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기계와 차별화 될 수 있을 지, 알파고는 인류에게 새롭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