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패배를 인간의 승리로

입력 2016.03.17 (10:51) 수정 2016.03.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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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계의 세기적 바둑 대결은 1 대 4, 충격적이지만 기계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바둑은 인간의 직관력과 창의력이 더 없이 빛나는 영역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둑계의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이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주리라 기대했다. 이세돌이 내리 3판을 진 뒤 4국에서는 이겨 인간 정신의 승리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알파고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과학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것으로 예측했다.

"인공지능 주도 시대 빨리 올 것"

인공지능이 문명 생활을 주도하는 시대, 현재 태동 단계에 있는 이른 바 4차 산업혁명이 꽃을 피우는 시대다. 최근 미국에서는 제조 기업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제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 기관'을 통한 '기계적 혁명'이었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을 이용한 대량 생산,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파워'를 통한 공장과 제품의 '지능화'로 대변된다.

☞ KBS ‘명견만리’ 4차 산업혁명 다시보기

4차 산업형 기업들은 수천만 원 단위의 적은 금액으로 각종 센서와 연동한 지능형 생산 설비를 갖춘 이른바 스마트 공장에서 원가와 불량율을 크게 낮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매출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 공장에서 생산된 지능형 제품은 인류의 문명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로봇의 일자리 대체를 가속화

문제는 지능형 생산 설비가 상용화되면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영국 BBC는 지난해 옥스포드 대학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직업 유형을 입력하면 2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을 수치로 계산해주는 사이트를 열었다. 이 사이트를 보면 영국 내 직업 35%는 향후 20년 안에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바로가기] ☞ 로봇이 당신의 직업을 가져가게 될까? (BBC 홈페이지)

재무회계관리사의 경우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98%, 366개 직업군 중 4번째로 높다. 영국 내 재무회계관리사 13만 2천 명이 곧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라질 위험이 큰 직업군 가운데 텔레마케터가 1위였고, 의사와 변호사도 위험 직업군 속에 포함됐다.



지난 1월 4차 산업혁명을 주 의제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직업의 미래’보고서에서 인공지능·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앞으로 5년 안에 선진 15개국에서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 감소 정도로만 예상됐던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가 이번 대결에서 인간이 완패하자 특정한 목표 의식이나 의지를 갖춘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극단적인 상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공상 과학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는 일찍이 이런 가능성을 우려했는지 1942년 소설 '런어라운드'에서 로봇이 지켜야 할 '3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①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위험에 빠진 인간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②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③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각차 뚜렷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어떤 세상을 불러오든 그 여파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체로 같다.

이번 대국을 관전한 과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알파고에게서 문제를 푸는 능력 외에 인간과 같은 자유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이번 대국을 '기계의 인간 지배' 가능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르칠 생각을 하고, 법·제도적 통제 장치를 마련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기업 논리만 염두에 두고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인류의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윤리적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통제하기 위한 윤리와 제도적 기준 마련할 때

인터넷이 도입됐을 때 실명제를 뒤늦게 시행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많았던 것을 거울 삼아 인공지능이 5∼10년 안에 일상화 할 가능성이 있다면 사회·문화적 파급 효과를 미리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면 로봇이나 인공지능 관련 과학기술 연구를 진행할 때 해당 기술이 인류에 미칠 인문사회학적 영향을 별도로 연구해 결과를 인공지능 관련 정책 결정이나 입법에 반영하고,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로봇 윤리 규범'으로 규제해야 한다.



인간과 기계의 세기적 대결은 인간의 패배로 끝났지만 이번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류의 번영' 방안을 찾는다면 이번 대결은 이세돌의 말대로 '이세돌의 패배이지 인간의 패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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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돌의 패배를 인간의 승리로
    • 입력 2016-03-17 10:51:30
    • 수정2016-03-17 11:31:16
    취재K
인간과 기계의 세기적 바둑 대결은 1 대 4, 충격적이지만 기계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바둑은 인간의 직관력과 창의력이 더 없이 빛나는 영역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둑계의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이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주리라 기대했다. 이세돌이 내리 3판을 진 뒤 4국에서는 이겨 인간 정신의 승리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알파고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과학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것으로 예측했다.

"인공지능 주도 시대 빨리 올 것"

인공지능이 문명 생활을 주도하는 시대, 현재 태동 단계에 있는 이른 바 4차 산업혁명이 꽃을 피우는 시대다. 최근 미국에서는 제조 기업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제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 기관'을 통한 '기계적 혁명'이었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을 이용한 대량 생산,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파워'를 통한 공장과 제품의 '지능화'로 대변된다.

☞ KBS ‘명견만리’ 4차 산업혁명 다시보기

4차 산업형 기업들은 수천만 원 단위의 적은 금액으로 각종 센서와 연동한 지능형 생산 설비를 갖춘 이른바 스마트 공장에서 원가와 불량율을 크게 낮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매출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 공장에서 생산된 지능형 제품은 인류의 문명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로봇의 일자리 대체를 가속화

문제는 지능형 생산 설비가 상용화되면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영국 BBC는 지난해 옥스포드 대학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직업 유형을 입력하면 2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을 수치로 계산해주는 사이트를 열었다. 이 사이트를 보면 영국 내 직업 35%는 향후 20년 안에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바로가기] ☞ 로봇이 당신의 직업을 가져가게 될까? (BBC 홈페이지)

재무회계관리사의 경우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98%, 366개 직업군 중 4번째로 높다. 영국 내 재무회계관리사 13만 2천 명이 곧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라질 위험이 큰 직업군 가운데 텔레마케터가 1위였고, 의사와 변호사도 위험 직업군 속에 포함됐다.



지난 1월 4차 산업혁명을 주 의제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직업의 미래’보고서에서 인공지능·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앞으로 5년 안에 선진 15개국에서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 감소 정도로만 예상됐던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가 이번 대결에서 인간이 완패하자 특정한 목표 의식이나 의지를 갖춘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극단적인 상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공상 과학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는 일찍이 이런 가능성을 우려했는지 1942년 소설 '런어라운드'에서 로봇이 지켜야 할 '3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①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위험에 빠진 인간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②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③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각차 뚜렷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어떤 세상을 불러오든 그 여파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체로 같다.

이번 대국을 관전한 과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알파고에게서 문제를 푸는 능력 외에 인간과 같은 자유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이번 대국을 '기계의 인간 지배' 가능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르칠 생각을 하고, 법·제도적 통제 장치를 마련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기업 논리만 염두에 두고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인류의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윤리적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통제하기 위한 윤리와 제도적 기준 마련할 때

인터넷이 도입됐을 때 실명제를 뒤늦게 시행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많았던 것을 거울 삼아 인공지능이 5∼10년 안에 일상화 할 가능성이 있다면 사회·문화적 파급 효과를 미리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면 로봇이나 인공지능 관련 과학기술 연구를 진행할 때 해당 기술이 인류에 미칠 인문사회학적 영향을 별도로 연구해 결과를 인공지능 관련 정책 결정이나 입법에 반영하고,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로봇 윤리 규범'으로 규제해야 한다.



인간과 기계의 세기적 대결은 인간의 패배로 끝났지만 이번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류의 번영' 방안을 찾는다면 이번 대결은 이세돌의 말대로 '이세돌의 패배이지 인간의 패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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