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 야생화] ① 고립된 작은 섬…야생화의 피난처

입력 2016.03.19 (09:00) 수정 2016.03.2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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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도. 면적이 고작 1.8㎢에 불과한 서해 작은 섬입니다. 주민도 80여 가구, 120여 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섬에 3월이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복수초. 낙엽 위로 샛노란 꽃을 탐스럽게 피운다. 대표적인 ‘봄의 전령’이다.복수초. 낙엽 위로 샛노란 꽃을 탐스럽게 피운다. 대표적인 ‘봄의 전령’이다.




3월이면 풍도 어디서나 노랗게 피어난 복수초를 볼 수 있습니다. 눈이 녹지 않은 이른 봄에 일찍 꽃을 피워 '봄의 전령'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복수초는 내륙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풍도의 복수초는 유독 꽃이 크고 풍성합니다.

왼쪽과 아래 흰색이 풍도 바람꽃. 노란색은 복수초왼쪽과 아래 흰색이 풍도 바람꽃. 노란색은 복수초


노란색 복수초와 함께 풍도바람꽃도 올라옵니다. 낙엽을 뚫고 나온 여린 꽃대에 흰색 꽃망울이 하나씩 열려 있습니다. 하늘하늘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고 해서 이름도 바람꽃, 복수초와 함께 삭막한 겨울 땅을 열어주는 대표적인 봄의 야생화입니다.

 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에서 언뜻 흰색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실은 꽃받침입니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진화했고 정작 꽃잎은 꽃술과 함께 안쪽에 연노란색으로 무리 지어 피어납니다.

풍도바람꽃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은 과거 변산바람꽃의 변이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2009년 변산바람꽃보다 꽃잎이 훨씬 크고 모양도 다르다는 점에서 변산바람꽃과 다른 신종으로 인정됐습니다. 2011년에 풍도바람꽃으로 정식 명명됐습니다. 풍도바람꽃은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인 셈입니다.

풍도대극풍도대극


풍도대극도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대표적 봄꽃입니다. 흙을 뚫고 나올 때는 붉은 보라색을 띠지만 꽃을 피울 때는 연둣빛으로 변해갑니다. 풍도대극은 붉은대극보다 잎이 좁고 유전적으로도 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풍도대극풍도대극


양지바른 산비탈을 오르다 보면 풍도대극이 수십 개씩 무리 지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붉은대극도 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풍도대극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모습은 경이롭기도 합니다.

양지바른 비탈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복수초양지바른 비탈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복수초


풍도대극이나 풍도바람꽃은 오직 풍도에만 있습니다. 복수초를 비롯해 다른 풍도의 야생화들도 다른 지역에 비해 꽃이 풍성합니다. 이처럼 봄꽃이 풍성한 것은 풍도의 독특한 환경이 아니면 설명이 어려운 현상입니다.

현호색현호색


무리지어 핀 풍도바람꽃무리지어 핀 풍도바람꽃


풍도는 서해의 외딴 섬으로 사람의 간섭이 적었습니다.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데다가 강수량도 충분합니다.

적당한 경사의 산비탈과 토양도 야생화가 번성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학자들은 서해 주변 다른 섬에도 과거에는 야생화가 있었지만, 환경이 변하는 과정에서 모두 멸종했고, 생육조건이 가장 우수한 풍도에만 고립돼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노루귀노루귀


줄기를 따라 솜털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노루귀는 봄꽃의 전형적인 생태를 보여줍니다.

줄기에 촘촘하게 난 솜털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노루귀.줄기에 촘촘하게 난 솜털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노루귀.




촘촘히 난 솜털은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가느다란 줄기는 낙엽을 헤치고 그 위로 꽃을 피울 정도의 키만 되면 충분합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꽃샘추위를 피해서 남들보다 먼저 꽃을 피우려는 최적의 선택인 것입니다.

현호색현호색


대부분 봄의 야생화는 이른 봄에 추위를 뚫고 나와 순간적으로 꽃을 피우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립니다. 무성한 풀과 나뭇잎이 올라와 땅과 하늘을 덮기 전, 그 짧은 틈을 타 번식을 위한 꽃을 피워냅니다.

낙엽을 밀어 올리고 싹을 내민 풍도바람꽃.낙엽을 밀어 올리고 싹을 내민 풍도바람꽃.


겨우내 땅속에서 묵묵히 견뎌내다가 이른 봄 순간의 공백에 최선의 경쟁력을 펼쳐 보이고 사라지는 겁니다. 대부분 봄꽃은 이 순간이 지나면 일 년 내내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봄의 야생화는 독특한 청초함과 아련함이 있다.봄의 야생화는 독특한 청초함과 아련함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봄의 야생화는 화려한 벚꽃, 개나리, 철쭉과 달리 독특한 청초함과 아련함이 있습니다. 여린 줄기, 그 줄기에 비해서는 눈에 띄게 탐스러운 꽃, 칙칙한 낙엽 위로 순간에 피고 지는 모습은 자연의 경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야생화를 촬영하는 사람들. 무분별한 훼손이 풍도 야생화의 위기를 가져온다.야생화를 촬영하는 사람들. 무분별한 훼손이 풍도 야생화의 위기를 가져온다.


이런 경이를 보기 위해 봄이면 하루에도 수백 명씩 사람들이 풍도를 찾습니다. 인천항에서 두 시간 반, 대부도 방아머리 항에서는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여객선이 있습니다. 일부는 단체로 낚싯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3월 중순부터 야생화의 절정, 하지만 사람들의 방문과 무분별한 촬영은 야생화의 위기를 가져옵니다.



*이 기사는 [2편 밟히고 꺾이고... 야생화의 수난]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사진 영상 제공: 최종인 시화호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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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도 야생화] ① 고립된 작은 섬…야생화의 피난처
    • 입력 2016-03-19 09:00:53
    • 수정2016-03-20 08:43:50
    취재K
풍도. 면적이 고작 1.8㎢에 불과한 서해 작은 섬입니다. 주민도 80여 가구, 120여 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섬에 3월이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복수초. 낙엽 위로 샛노란 꽃을 탐스럽게 피운다. 대표적인 ‘봄의 전령’이다.



3월이면 풍도 어디서나 노랗게 피어난 복수초를 볼 수 있습니다. 눈이 녹지 않은 이른 봄에 일찍 꽃을 피워 '봄의 전령'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복수초는 내륙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풍도의 복수초는 유독 꽃이 크고 풍성합니다.

왼쪽과 아래 흰색이 풍도 바람꽃. 노란색은 복수초

노란색 복수초와 함께 풍도바람꽃도 올라옵니다. 낙엽을 뚫고 나온 여린 꽃대에 흰색 꽃망울이 하나씩 열려 있습니다. 하늘하늘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고 해서 이름도 바람꽃, 복수초와 함께 삭막한 겨울 땅을 열어주는 대표적인 봄의 야생화입니다.

 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에서 언뜻 흰색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실은 꽃받침입니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진화했고 정작 꽃잎은 꽃술과 함께 안쪽에 연노란색으로 무리 지어 피어납니다.

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은 과거 변산바람꽃의 변이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2009년 변산바람꽃보다 꽃잎이 훨씬 크고 모양도 다르다는 점에서 변산바람꽃과 다른 신종으로 인정됐습니다. 2011년에 풍도바람꽃으로 정식 명명됐습니다. 풍도바람꽃은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인 셈입니다.

풍도대극

풍도대극도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대표적 봄꽃입니다. 흙을 뚫고 나올 때는 붉은 보라색을 띠지만 꽃을 피울 때는 연둣빛으로 변해갑니다. 풍도대극은 붉은대극보다 잎이 좁고 유전적으로도 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풍도대극

양지바른 산비탈을 오르다 보면 풍도대극이 수십 개씩 무리 지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붉은대극도 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풍도대극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모습은 경이롭기도 합니다.

양지바른 비탈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복수초

풍도대극이나 풍도바람꽃은 오직 풍도에만 있습니다. 복수초를 비롯해 다른 풍도의 야생화들도 다른 지역에 비해 꽃이 풍성합니다. 이처럼 봄꽃이 풍성한 것은 풍도의 독특한 환경이 아니면 설명이 어려운 현상입니다.

현호색

무리지어 핀 풍도바람꽃

풍도는 서해의 외딴 섬으로 사람의 간섭이 적었습니다.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데다가 강수량도 충분합니다.

적당한 경사의 산비탈과 토양도 야생화가 번성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학자들은 서해 주변 다른 섬에도 과거에는 야생화가 있었지만, 환경이 변하는 과정에서 모두 멸종했고, 생육조건이 가장 우수한 풍도에만 고립돼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노루귀

줄기를 따라 솜털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노루귀는 봄꽃의 전형적인 생태를 보여줍니다.

줄기에 촘촘하게 난 솜털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노루귀.



촘촘히 난 솜털은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가느다란 줄기는 낙엽을 헤치고 그 위로 꽃을 피울 정도의 키만 되면 충분합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꽃샘추위를 피해서 남들보다 먼저 꽃을 피우려는 최적의 선택인 것입니다.

현호색

대부분 봄의 야생화는 이른 봄에 추위를 뚫고 나와 순간적으로 꽃을 피우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립니다. 무성한 풀과 나뭇잎이 올라와 땅과 하늘을 덮기 전, 그 짧은 틈을 타 번식을 위한 꽃을 피워냅니다.

낙엽을 밀어 올리고 싹을 내민 풍도바람꽃.

겨우내 땅속에서 묵묵히 견뎌내다가 이른 봄 순간의 공백에 최선의 경쟁력을 펼쳐 보이고 사라지는 겁니다. 대부분 봄꽃은 이 순간이 지나면 일 년 내내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봄의 야생화는 독특한 청초함과 아련함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봄의 야생화는 화려한 벚꽃, 개나리, 철쭉과 달리 독특한 청초함과 아련함이 있습니다. 여린 줄기, 그 줄기에 비해서는 눈에 띄게 탐스러운 꽃, 칙칙한 낙엽 위로 순간에 피고 지는 모습은 자연의 경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야생화를 촬영하는 사람들. 무분별한 훼손이 풍도 야생화의 위기를 가져온다.

이런 경이를 보기 위해 봄이면 하루에도 수백 명씩 사람들이 풍도를 찾습니다. 인천항에서 두 시간 반, 대부도 방아머리 항에서는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여객선이 있습니다. 일부는 단체로 낚싯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3월 중순부터 야생화의 절정, 하지만 사람들의 방문과 무분별한 촬영은 야생화의 위기를 가져옵니다.



*이 기사는 [2편 밟히고 꺾이고... 야생화의 수난]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사진 영상 제공: 최종인 시화호 지킴이

□ 이 기사는 동영상이 포함돼 있지만, 포털의 정책 때문에 동영상이 표시되지 않습니다. 동영상이 포함된 기사를 보시려면 KBS 뉴스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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