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러시아, 시리아에서 첨단무기 시험하다

입력 2016.03.21 (09:19) 수정 2016.03.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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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격 파병...전격 철군

시리아에서 돌아온 러시아 조종사가 환영받는 모습시리아에서 돌아온 러시아 조종사가 환영받는 모습


러시아가 지난 15일부터 시리아에서 주요 병력의 철군을 시작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밤 8시 반 넘어 철군을 명령했다. 지난해 9월 30일 시리아 파병도 전격적이었고, 철군 결정도 전격적이었다.

사실, 러시아는 2월 27일 미국과 시리아 내 휴전을 합의하면서 철군을 약속했다고 한다. 14일부터 제네바에서 시리아 평화회담이 재개되는 것을 보고 철군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시리아에 파병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중동문제에 정통한 서방 기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은 반군과 IS의 공세에 밀려 거의 붕괴 직전에 있었다고 한다. 당초 푸틴 대통령은 파병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리아군의 고위 인사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시리아 정부군이 패배할 경우 러시아도 중동에서 전략적 거점을 잃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파병을 호소했고, 쇼이구 국방장관 등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결국 파병을 결정했다고 한다.

■ 상징적 의미의 철군

라타키아 공군 기지의 전폭기들라타키아 공군 기지의 전폭기들


이번 철군에서 시리아에 주둔하던 병력의 60%가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상징적 의미의 철군이다. 주력 전투기와 전폭기,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인 S-400 등 강력한 억지력을 가진 40% 병력은 여전히 잔류한다. 휴전 협정 대상에서 제외된 IS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습은 계속되고, 무인기를 동원한 휴전협정 상황 감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파병 당시 40여 대였던 공군기는, 11월에 60여 대 정도였다가, 11월 24일 터키군에 의해 SU-24 전투기가 격추된 이후,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80~100대까지 증강됐다. 이번 철군으로 파병 당시 병력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첨단무기 시험장

지난 17일 시리아 참전군인들에 표창을 수여하는 푸틴 대통령지난 17일 시리아 참전군인들에 표창을 수여하는 푸틴 대통령


아프간전에서 철군한 이후 26년 만에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함의로는, 1) 러시아의 위상을 높이고(과거의 영광을 재현), 2) 서방제재 등으로 위축된 국민들의 자존심을 높였으며, 3) 중동에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 등이다.

러시아가 공습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우여곡절이 있긴 하지만 시리아 평화회담이 재개됐다. 또 다 죽어가던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 공습에 힘입어, IS가 장악했던 400여 개 마을, 10,000㎢를 탈환함으로써, 어느 정도 주도권을 회복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얻은 큰 수확 중의 하나는 각종 첨단 전략무기를 실전에서 마음껏 시험해 봤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푸틴 대통령도 17일 시리아 공습 작전에 참가했던 군인들을 표창하는 자리에서, 시리아 전쟁에서 러시아의 첨단무기들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고, 러시아군의 전투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러시아는 아프간 철군 이후 26년 동안 사실상 실전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첨단무기를 실전에서 테스트해 볼 기회가 없었다.

전함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전함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카스피해에 있던 러시아 전함이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 전함들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던 장면과 오버랩되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의 해상 발사 미사일은 1,500km를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했는데, 명중률이 85%에 달해 서방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서방에서는 이 미사일 중 일부가 민간 지역에 떨어져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영상자료를 제시하며 강력 부인했다. 다만, 기계 오작동 등으로 중간에 떨어지는 '낙탄'은 일부 있었다고 한다. 미사일의 궤적이 대부분 산악지역을 통과해서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함뿐만 아니라, 잠수함과 장거리 전략 폭격기들도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양한 투발 수단을 통해 전략 무기의 성능을 시험해 보고, 그 위력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러시아가 처한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미사일과 항공용 폭탄제조 회사는 3교대로 작업할 만큼 호황을 누렸다는 얘기들이 들릴 정도다. 17일 크렘린에서 훈장을 수여받는 자리에는 군인들 외에 방산업체들도 상당수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러시아군의 전투용 로봇러시아군의 전투용 로봇


또 러시아 사상 처음으로 실전에서 전투용 로봇이 사용됐다. 러시아의 저명한 군사전문가인 블라디미르 예브세예프는 시리아 전쟁에서 '로봇 시스템(Robotized System)'이 처음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예브세예프는, "기관총과 총류탄을 장착한 전투 로봇이 테러리스트 근거지에 100m 가까이 접근해 공격을 가한다. 그러면 테러리스트가 반격을 가한다. 이때 하늘에 떠 있던 정찰 무인기(drone)가 적들의 정확한 위치 좌표를 후방에 있는 박격포 기지에 전달하고, 더 강력한 포 공격이 실시된다. 이러한 모든 로봇 시스템의 원격 조종은 모스크바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 험난한 시리아 평화 정착

러시아는 당초 파병 목적을 달성했다며 시리아 병력 철군을 결정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라면 5년을 끌어온 시리아 내전이 종식되고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다행히 2월 27일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간에 휴전이 성립됐지만, 여전히 산발적인 교전이 발생하고 있다.

또 지난 14일부터 시리아 평화협상이 시작됐지만,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이 '연방제 자치정부 설립'을 선포하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어렵게 만든 시리아 평화 정착 과정에, 러시아의 철군 결정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연관 기사] ☞ 러시아, 시리아에서 철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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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러시아, 시리아에서 첨단무기 시험하다
    • 입력 2016-03-21 09:19:37
    • 수정2016-03-21 09:28:36
    취재후·사건후
■ 전격 파병...전격 철군 시리아에서 돌아온 러시아 조종사가 환영받는 모습 러시아가 지난 15일부터 시리아에서 주요 병력의 철군을 시작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밤 8시 반 넘어 철군을 명령했다. 지난해 9월 30일 시리아 파병도 전격적이었고, 철군 결정도 전격적이었다. 사실, 러시아는 2월 27일 미국과 시리아 내 휴전을 합의하면서 철군을 약속했다고 한다. 14일부터 제네바에서 시리아 평화회담이 재개되는 것을 보고 철군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시리아에 파병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중동문제에 정통한 서방 기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은 반군과 IS의 공세에 밀려 거의 붕괴 직전에 있었다고 한다. 당초 푸틴 대통령은 파병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리아군의 고위 인사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시리아 정부군이 패배할 경우 러시아도 중동에서 전략적 거점을 잃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파병을 호소했고, 쇼이구 국방장관 등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결국 파병을 결정했다고 한다. ■ 상징적 의미의 철군 라타키아 공군 기지의 전폭기들 이번 철군에서 시리아에 주둔하던 병력의 60%가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상징적 의미의 철군이다. 주력 전투기와 전폭기,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인 S-400 등 강력한 억지력을 가진 40% 병력은 여전히 잔류한다. 휴전 협정 대상에서 제외된 IS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습은 계속되고, 무인기를 동원한 휴전협정 상황 감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파병 당시 40여 대였던 공군기는, 11월에 60여 대 정도였다가, 11월 24일 터키군에 의해 SU-24 전투기가 격추된 이후,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80~100대까지 증강됐다. 이번 철군으로 파병 당시 병력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첨단무기 시험장 지난 17일 시리아 참전군인들에 표창을 수여하는 푸틴 대통령 아프간전에서 철군한 이후 26년 만에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함의로는, 1) 러시아의 위상을 높이고(과거의 영광을 재현), 2) 서방제재 등으로 위축된 국민들의 자존심을 높였으며, 3) 중동에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 등이다. 러시아가 공습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우여곡절이 있긴 하지만 시리아 평화회담이 재개됐다. 또 다 죽어가던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 공습에 힘입어, IS가 장악했던 400여 개 마을, 10,000㎢를 탈환함으로써, 어느 정도 주도권을 회복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얻은 큰 수확 중의 하나는 각종 첨단 전략무기를 실전에서 마음껏 시험해 봤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푸틴 대통령도 17일 시리아 공습 작전에 참가했던 군인들을 표창하는 자리에서, 시리아 전쟁에서 러시아의 첨단무기들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고, 러시아군의 전투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러시아는 아프간 철군 이후 26년 동안 사실상 실전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첨단무기를 실전에서 테스트해 볼 기회가 없었다. 전함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카스피해에 있던 러시아 전함이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 전함들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던 장면과 오버랩되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의 해상 발사 미사일은 1,500km를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했는데, 명중률이 85%에 달해 서방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서방에서는 이 미사일 중 일부가 민간 지역에 떨어져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영상자료를 제시하며 강력 부인했다. 다만, 기계 오작동 등으로 중간에 떨어지는 '낙탄'은 일부 있었다고 한다. 미사일의 궤적이 대부분 산악지역을 통과해서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함뿐만 아니라, 잠수함과 장거리 전략 폭격기들도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양한 투발 수단을 통해 전략 무기의 성능을 시험해 보고, 그 위력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러시아가 처한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미사일과 항공용 폭탄제조 회사는 3교대로 작업할 만큼 호황을 누렸다는 얘기들이 들릴 정도다. 17일 크렘린에서 훈장을 수여받는 자리에는 군인들 외에 방산업체들도 상당수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러시아군의 전투용 로봇 또 러시아 사상 처음으로 실전에서 전투용 로봇이 사용됐다. 러시아의 저명한 군사전문가인 블라디미르 예브세예프는 시리아 전쟁에서 '로봇 시스템(Robotized System)'이 처음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예브세예프는, "기관총과 총류탄을 장착한 전투 로봇이 테러리스트 근거지에 100m 가까이 접근해 공격을 가한다. 그러면 테러리스트가 반격을 가한다. 이때 하늘에 떠 있던 정찰 무인기(drone)가 적들의 정확한 위치 좌표를 후방에 있는 박격포 기지에 전달하고, 더 강력한 포 공격이 실시된다. 이러한 모든 로봇 시스템의 원격 조종은 모스크바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 험난한 시리아 평화 정착 러시아는 당초 파병 목적을 달성했다며 시리아 병력 철군을 결정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라면 5년을 끌어온 시리아 내전이 종식되고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다행히 2월 27일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간에 휴전이 성립됐지만, 여전히 산발적인 교전이 발생하고 있다. 또 지난 14일부터 시리아 평화협상이 시작됐지만,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이 '연방제 자치정부 설립'을 선포하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어렵게 만든 시리아 평화 정착 과정에, 러시아의 철군 결정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연관 기사] ☞ 러시아, 시리아에서 철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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