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놓겠다” 전 남친의 연인 프로필 훔친 20대 女 무죄

입력 2016.03.27 (09:04) 수정 2016.03.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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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회사원 김 모 씨(28, 여)는 이별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사랑을 속삭였던 전 남자친구가 새로운 여성 A 씨와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김 씨는 나쁜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둘 사이를 어떻게든 갈라놓겠다."

2014년 1월 5일, 김 씨는 뒤틀린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모바일 소개팅 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그런 뒤 자기 소개란에는 A 씨의 이름과 나이, 지역, 직업, 키 등을 고스란히 옮겨 입력했고, 심지어 카톡에 있던 A 씨의 사진까지 캡처해 프로필 사진에 붙여 저장했다.

다음날부터 소개팅 앱에 걸린 A 씨의 프로필과 사진을 보고 여러 남성이 채팅을 걸어오자 김 씨는 남자친구를 찾고 있다는 식으로 소개한 뒤, A 씨의 연락처를 남성들에게 뿌렸다. 소개팅 앱에서 A 씨 인 것처럼 행세해 남성들이 A 씨에게 전화를 걸도록 유도함으로써, 전 남자친구가 A 씨의 행실을 의심하게끔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김 씨의 작전은 들통 났고, 결국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김 씨가 A 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A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의 적시'로 인해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요건으로 갖춰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김 씨가 A 씨의 인적사항을 도용했을 뿐,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김 씨의 행위로 인해 A 씨가 정신적인 피해를 당한 사정은 인정되지만, 김 씨가 A 씨의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 외에 어떠한 거짓의 사실을 적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김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씨가 A 씨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소개팅 앱에서 남성들과 대화하고 전화번호를 준 행위는, A 씨가 소개팅 앱에서 남성들과 채팅을 하고 전화번호를 줬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항소했다. 즉, 김 씨의 '도용 행위'가 '사실 적시'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단이 옳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원심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에 규정된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죄형 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 김 씨의 '도용 행위'가 '사실의 적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김 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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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27 09:04:04
    • 수정2016-03-27 09:13:57
    사회
3년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회사원 김 모 씨(28, 여)는 이별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사랑을 속삭였던 전 남자친구가 새로운 여성 A 씨와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김 씨는 나쁜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둘 사이를 어떻게든 갈라놓겠다."

2014년 1월 5일, 김 씨는 뒤틀린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모바일 소개팅 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그런 뒤 자기 소개란에는 A 씨의 이름과 나이, 지역, 직업, 키 등을 고스란히 옮겨 입력했고, 심지어 카톡에 있던 A 씨의 사진까지 캡처해 프로필 사진에 붙여 저장했다.

다음날부터 소개팅 앱에 걸린 A 씨의 프로필과 사진을 보고 여러 남성이 채팅을 걸어오자 김 씨는 남자친구를 찾고 있다는 식으로 소개한 뒤, A 씨의 연락처를 남성들에게 뿌렸다. 소개팅 앱에서 A 씨 인 것처럼 행세해 남성들이 A 씨에게 전화를 걸도록 유도함으로써, 전 남자친구가 A 씨의 행실을 의심하게끔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김 씨의 작전은 들통 났고, 결국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김 씨가 A 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A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의 적시'로 인해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요건으로 갖춰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김 씨가 A 씨의 인적사항을 도용했을 뿐,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김 씨의 행위로 인해 A 씨가 정신적인 피해를 당한 사정은 인정되지만, 김 씨가 A 씨의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 외에 어떠한 거짓의 사실을 적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김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씨가 A 씨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소개팅 앱에서 남성들과 대화하고 전화번호를 준 행위는, A 씨가 소개팅 앱에서 남성들과 채팅을 하고 전화번호를 줬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항소했다. 즉, 김 씨의 '도용 행위'가 '사실 적시'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단이 옳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원심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에 규정된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죄형 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 김 씨의 '도용 행위'가 '사실의 적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김 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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