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빚이야 있든 말든…돈 내고 상 받는 공기업

입력 2016.03.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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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능률협회컨설팅이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1989년 민간주도로 설립된 경영컨설팅 전문기관인데 말 그대로 국내 대부분의 기업과 공공기관에 경영진단이나 평가도 하고 컨설팅도 하는 업체입니다.

경영 진단뿐 아니라 한국의 경영대상이나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등 많은 상을 해마다 민간과 공공기관에 수여합니다. 그런데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우리 공공기관들, 이 상 하나를 받기 위해 수천만 원이 넘는 예산을 꼬박꼬박 쓰고 있었습니다

한국가스공사한국가스공사


■ 부채비율 308%의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존경받는 기업

부채금액 31조 6천억 원, 부채 비율 308%, 한국가스공사입니다. 가스공사는 2013년과 2014년, 자원외교 문제가 터지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특히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가스공사 직원은 2013년과 2014년을 " 자원외교때문에 유가가 떨어지면서 해외 자산 투자했던 것들이 가치가 떨어져서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그런 형국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결국 2년 연속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인 E 등급을 받았습니다. E 등급은 30개 공기업 중에서 하위 10% 수준, 그야말로 아주 미흡하다는 평가입니다. 공공기관들은 D등급 이하를 받으면 정부 예산이 삭감되거나 기관장 해임건의 등의 조치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해 한국가스공사는 한국능률협회 컨설팅과 한국능률협회 인증원에서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위,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상을 받으면서 가스공사는 인증비, 심사비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능률협회컨설팅에 모두 5,500만 원을 건넸습니다.

한국철도공사와 2013년의 철도노조파업한국철도공사와 2013년의 철도노조파업


2013년, 한국철도공사는 민영화 논란으로 인한 사장의 조기 사임과 노조파업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었습니다. 철도공사 직원은 2013년을, 철도노조의 장기간 파업, 용산개발무산 등으로 인해 심각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3년 한국철도공사도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인 E 등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역시 990만 원의 비용을 내고 능률협회 인증원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 대상을 받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대상을 받은 철도공사는 노조 파업이나 용산 문제뿐 아니라 2013년 외국 철도 수주 사업에도 실패했습니다. 철도공사 직원조차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 대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해당 직원의 말입니다.



한국철도공사 역시 당시 부채비율 342%에 부채 금액만 14조 9천억 원, 빚에 쪼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경영상태가 양호하다고 알려진 공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인천국제공항


하루 평균 13만 명이 오가는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공항. 올해까지 11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 세계 최고 공항상,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고 공항 등 개항 이후 16년 동안 국내외에서 모두 200회 가까운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인천공항의 이 상들 중에 지난 2008년부터 무려 8년 연속으로 받은 상이 있습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받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입니다. 2008년과 2013년엔 정부 평가 C등급에 머물렀지만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역시 상을 받으면서 인증비,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1억 7천만 원을 썼습니다.

한국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김포와 부산, 제주 등 전국 14개의 공항을 운영·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도 2007년부터 7년 연속으로 받은 상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경영대상입니다. 한국공항공사도 2008년과 2013년엔 정부 평가가 C등급으로 하락했지만 상을 거르진 않았습니다. 한 번에 최고 3천만 원 모두 2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썼습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한국능률협회컨설팅


상을 주는 주체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라는 민간 업체입니다. 해마다 30여 개 기업에 한국의 경영대상을 주고 79개 산업별로 존경받는 기업을 인증합니다. 존경받는 기업에 속하는 79개 가운데 공공기관은 19개가 속합니다.

취재진은 공공기관들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입수해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정부의 기관 평가와 공공기관들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받은 상을 비교했습니다.

철도시설공단은 한국인 경영대상 9회 수상, 한국철도공사는 경영품질대상과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대상 등 5번, 한국수자원 공사는 올해까지 연속 5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까지 25개 공공기관에 모두 114번의 상이 오갔고 모두 31억 6천만 원이 넘는 예산이 쓰였습니다. 상을 하나 받을 때마다 수천만 원의 돈이 오간 겁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측은 취재진의 질의에 공공기관에서 건네받은 예산은 심사비, 인증비, 시상비, 홍보비 등으로 쓰인다고 답했습니다.

■ KMAC "예산 공정하게 사용"..."정부 평가와 다를 수 있어"

또 심사는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산업계 간부진 등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엄격하게 진행된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하위 10%를 기록한 기관이 상을 받는 것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정부 기관평가와 자사의 평가는 항목과 기준이 다르다며, 정부 평가결과를 참조할 순 있지만 심사기준에 반드시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존경받는 기업 수상 업무를 담당한 공기업 직원은 "(능률협회컨설팅에서)자체적으로 개발해서 자체적으로 평가해서 선정 기업을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 같아요" 심사 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공공기관 담당자는 수상 선정 과정에 대해 "원하는 대로 시상분야는 조정 가능하니까 참가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액수는 "참여의사를 확인하고 좀 논의를 한 다음에 그 이후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죠"라고 말했습니다.

비용을 깎았다는 공공기관까지 있었습니다.



공공기관들이 한국능률협회 컨설팅로부터 받는 상은 정부의 경영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순수 민간 업체의 평가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을 받거나 기관장들의 실적을 평가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공공기관 담당자들은 적지 않은 돈을 들이면서 애써 상을 받는 이유는 단지 홍보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 보지도 않을 용역 의뢰...500억 원 넘어

수상 실적만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공기업들은 해마다 크고 작은 외부 용역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맡겨왔습니다. 지난 10년간 공공기관들이 능률협회컨설팅에 맡긴 외부 용역과 비용을 따져 보면, 고객만족도 조사에 211억 원, 연구용역에 307억 원 등 모두 5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였습니다.

해마다 내용이 유사한 한국철도공사의 용역 서류해마다 내용이 유사한 한국철도공사의 용역 서류


한국철도공사가 2010년부터 2012까지 3년간 맡긴 용역 보고서입니다. 역과 열차에 대한 품질관리 모니터링 보고서인데 조사 배경과 목적은 물론이고 조사설계부터 결과 요약, 시사점까지 거의 그대롭니다. 바뀐 건 숫자 정도 뿐이었습니다.

용역금액만 8천3백만 원에서 최고 9천7백만 원까지 제각각입니다. 철도공사 직원조차 "너무 상투적이고 거의 컨트롤 C(복사) 컨트롤 V(붙여넣기)하는, 연도랑 최근의 어떤 도표 그 현황만 바꾸는데 이걸 갖고 과연 이 사람들이 한 걸까? 처음에 틀 하나 잡아놓으면 이 사람들은 몇 년 동안 놀고먹는 셈이 되는 거잖아요."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또 용역 결과가 실제 업무에 사용된 적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철도공사 측은 용역 보고서 내용의 부실 여부와 용역이 왜 필요했는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공사인천공항공사


■ 받은 상 다시 용역으로...2010년만 해외 홍보?

받은 상에 대한 보고서를 수천만 원 용역으로 다시 맡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2010년 인천공항공사가 2,100만 원을 들여 맡긴 연구용역이 있습니다. 같은 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받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대한 영문 보고서 제작 용역을 다시 능률협회컨설팅에 맡긴 건데 이 영문 보고서를 만드는 데 2,100만 원의 예산이 쓰였습니다.

인천공항 공사는 이 영문 보고서는 해외 공항 등에 인천공항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 썼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건 해외홍보는 그때 뿐, 다른 해에는 영문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은 그 이후에서 몇 차례 더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됐고, 해외 홍보가 2010년만 해야 하는 이유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 "수상 거절하기 힘들어...우리도 죽을 맛"

한국능률협회컨설팅뿐 아니라 많은 민간업체와 언론사에서 해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수많은 상을 줍니다. 공공기관들은 해마다 많은 상을 받고 수십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합니다.



공공기관에서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는데 한 마디로 거절하느라 힘들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차라리 정부에서 교통정리를 해 줘서 정말 권위 있는 상을, 경쟁을 통해 제대로 받아야 할 기관이 받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많게는 수백조 원에서 수조 원까지 빚에 허덕이고 있는 공공기관들. 2014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의 부채는 모두 520조 원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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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빚이야 있든 말든…돈 내고 상 받는 공기업
    • 입력 2016-03-28 09:02:27
    취재후·사건후
한국 능률협회컨설팅이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1989년 민간주도로 설립된 경영컨설팅 전문기관인데 말 그대로 국내 대부분의 기업과 공공기관에 경영진단이나 평가도 하고 컨설팅도 하는 업체입니다.

경영 진단뿐 아니라 한국의 경영대상이나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등 많은 상을 해마다 민간과 공공기관에 수여합니다. 그런데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우리 공공기관들, 이 상 하나를 받기 위해 수천만 원이 넘는 예산을 꼬박꼬박 쓰고 있었습니다

한국가스공사

■ 부채비율 308%의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존경받는 기업

부채금액 31조 6천억 원, 부채 비율 308%, 한국가스공사입니다. 가스공사는 2013년과 2014년, 자원외교 문제가 터지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특히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가스공사 직원은 2013년과 2014년을 " 자원외교때문에 유가가 떨어지면서 해외 자산 투자했던 것들이 가치가 떨어져서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그런 형국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결국 2년 연속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인 E 등급을 받았습니다. E 등급은 30개 공기업 중에서 하위 10% 수준, 그야말로 아주 미흡하다는 평가입니다. 공공기관들은 D등급 이하를 받으면 정부 예산이 삭감되거나 기관장 해임건의 등의 조치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해 한국가스공사는 한국능률협회 컨설팅과 한국능률협회 인증원에서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위,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상을 받으면서 가스공사는 인증비, 심사비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능률협회컨설팅에 모두 5,500만 원을 건넸습니다.

한국철도공사와 2013년의 철도노조파업

2013년, 한국철도공사는 민영화 논란으로 인한 사장의 조기 사임과 노조파업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었습니다. 철도공사 직원은 2013년을, 철도노조의 장기간 파업, 용산개발무산 등으로 인해 심각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3년 한국철도공사도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인 E 등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역시 990만 원의 비용을 내고 능률협회 인증원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 대상을 받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대상을 받은 철도공사는 노조 파업이나 용산 문제뿐 아니라 2013년 외국 철도 수주 사업에도 실패했습니다. 철도공사 직원조차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 대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해당 직원의 말입니다.



한국철도공사 역시 당시 부채비율 342%에 부채 금액만 14조 9천억 원, 빚에 쪼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경영상태가 양호하다고 알려진 공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하루 평균 13만 명이 오가는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공항. 올해까지 11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 세계 최고 공항상,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고 공항 등 개항 이후 16년 동안 국내외에서 모두 200회 가까운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인천공항의 이 상들 중에 지난 2008년부터 무려 8년 연속으로 받은 상이 있습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받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입니다. 2008년과 2013년엔 정부 평가 C등급에 머물렀지만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역시 상을 받으면서 인증비,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1억 7천만 원을 썼습니다.

한국공항공사

김포와 부산, 제주 등 전국 14개의 공항을 운영·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도 2007년부터 7년 연속으로 받은 상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경영대상입니다. 한국공항공사도 2008년과 2013년엔 정부 평가가 C등급으로 하락했지만 상을 거르진 않았습니다. 한 번에 최고 3천만 원 모두 2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썼습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상을 주는 주체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라는 민간 업체입니다. 해마다 30여 개 기업에 한국의 경영대상을 주고 79개 산업별로 존경받는 기업을 인증합니다. 존경받는 기업에 속하는 79개 가운데 공공기관은 19개가 속합니다.

취재진은 공공기관들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입수해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정부의 기관 평가와 공공기관들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받은 상을 비교했습니다.

철도시설공단은 한국인 경영대상 9회 수상, 한국철도공사는 경영품질대상과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대상 등 5번, 한국수자원 공사는 올해까지 연속 5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까지 25개 공공기관에 모두 114번의 상이 오갔고 모두 31억 6천만 원이 넘는 예산이 쓰였습니다. 상을 하나 받을 때마다 수천만 원의 돈이 오간 겁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측은 취재진의 질의에 공공기관에서 건네받은 예산은 심사비, 인증비, 시상비, 홍보비 등으로 쓰인다고 답했습니다.

■ KMAC "예산 공정하게 사용"..."정부 평가와 다를 수 있어"

또 심사는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산업계 간부진 등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엄격하게 진행된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하위 10%를 기록한 기관이 상을 받는 것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정부 기관평가와 자사의 평가는 항목과 기준이 다르다며, 정부 평가결과를 참조할 순 있지만 심사기준에 반드시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존경받는 기업 수상 업무를 담당한 공기업 직원은 "(능률협회컨설팅에서)자체적으로 개발해서 자체적으로 평가해서 선정 기업을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 같아요" 심사 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공공기관 담당자는 수상 선정 과정에 대해 "원하는 대로 시상분야는 조정 가능하니까 참가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액수는 "참여의사를 확인하고 좀 논의를 한 다음에 그 이후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죠"라고 말했습니다.

비용을 깎았다는 공공기관까지 있었습니다.



공공기관들이 한국능률협회 컨설팅로부터 받는 상은 정부의 경영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순수 민간 업체의 평가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을 받거나 기관장들의 실적을 평가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공공기관 담당자들은 적지 않은 돈을 들이면서 애써 상을 받는 이유는 단지 홍보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 보지도 않을 용역 의뢰...500억 원 넘어

수상 실적만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공기업들은 해마다 크고 작은 외부 용역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맡겨왔습니다. 지난 10년간 공공기관들이 능률협회컨설팅에 맡긴 외부 용역과 비용을 따져 보면, 고객만족도 조사에 211억 원, 연구용역에 307억 원 등 모두 5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였습니다.

해마다 내용이 유사한 한국철도공사의 용역 서류

한국철도공사가 2010년부터 2012까지 3년간 맡긴 용역 보고서입니다. 역과 열차에 대한 품질관리 모니터링 보고서인데 조사 배경과 목적은 물론이고 조사설계부터 결과 요약, 시사점까지 거의 그대롭니다. 바뀐 건 숫자 정도 뿐이었습니다.

용역금액만 8천3백만 원에서 최고 9천7백만 원까지 제각각입니다. 철도공사 직원조차 "너무 상투적이고 거의 컨트롤 C(복사) 컨트롤 V(붙여넣기)하는, 연도랑 최근의 어떤 도표 그 현황만 바꾸는데 이걸 갖고 과연 이 사람들이 한 걸까? 처음에 틀 하나 잡아놓으면 이 사람들은 몇 년 동안 놀고먹는 셈이 되는 거잖아요."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또 용역 결과가 실제 업무에 사용된 적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철도공사 측은 용역 보고서 내용의 부실 여부와 용역이 왜 필요했는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공사

■ 받은 상 다시 용역으로...2010년만 해외 홍보?

받은 상에 대한 보고서를 수천만 원 용역으로 다시 맡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2010년 인천공항공사가 2,100만 원을 들여 맡긴 연구용역이 있습니다. 같은 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받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대한 영문 보고서 제작 용역을 다시 능률협회컨설팅에 맡긴 건데 이 영문 보고서를 만드는 데 2,100만 원의 예산이 쓰였습니다.

인천공항 공사는 이 영문 보고서는 해외 공항 등에 인천공항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 썼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건 해외홍보는 그때 뿐, 다른 해에는 영문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은 그 이후에서 몇 차례 더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됐고, 해외 홍보가 2010년만 해야 하는 이유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 "수상 거절하기 힘들어...우리도 죽을 맛"

한국능률협회컨설팅뿐 아니라 많은 민간업체와 언론사에서 해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수많은 상을 줍니다. 공공기관들은 해마다 많은 상을 받고 수십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합니다.



공공기관에서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는데 한 마디로 거절하느라 힘들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차라리 정부에서 교통정리를 해 줘서 정말 권위 있는 상을, 경쟁을 통해 제대로 받아야 할 기관이 받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많게는 수백조 원에서 수조 원까지 빚에 허덕이고 있는 공공기관들. 2014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의 부채는 모두 520조 원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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