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늘부터 ‘전쟁 가능한 나라’

입력 2016.03.29 (18:30) 수정 2016.03.2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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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집중진단] ① 일본 새 안보법 시행…대집회 잇따라


[연관기사] ☞ [집중진단] ② 일 군국주의 부활 우려…동북아 군비 경쟁 촉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자위대 활동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일본 안보법이 29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일본 아베 정권이 지난 22일 안보법 시행 일정을 담은 정부령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차대전 이후 일본이 70여 년 간 유지해온 '전수(專守) 방위' (외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최소한의 방위력을 행사) 원칙의 근간이 바뀌게 됐다.

지난 19일, 일본 교토(京都)의 해상보안학교 졸업식에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지난 19일, 일본 교토(京都)의 해상보안학교 졸업식에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그간 현행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에 따라 제3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무력으로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014년 7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하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안보법 발효에 따라, 일본은 미국 등 제3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또 한반도 유사시를 포함해 일본의 안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위대가 지리적인 제한 없이 제3국의 군대를 후방지원할 수 있게 된다.

자위대 파병이나 후방지원이 가능해지는 조건인 '안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는 일본 정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법안 발효에도 불구하고 여론에서는 부정적 견해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교도통신이 지난 26~27일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서 안보법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9%에 달한 반면, '평가한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때문에 아베 정권은 집단 자위권 행사 시 미군에 탄약 등을 제공할 수 있는 미·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나 평화유지활동(PKO) 중인 자위대가 타국군 습격 때 '출동경호'를 할 수 있는 임무 부여 등 상당수 조치를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뒤로 미룰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미일 동맹 유대 강화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안보관련법 시행과 관련해 "미일 동맹의 유대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국회 참의원 예산위에 참석해 "(안보관련법 시행으로) 만일의 사태에 (미일 양국이) 서로 돕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또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관련한 미·일 간 정보공유가 더욱 활발해졌다"며 "폐지되면 미일동맹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아예 '헌법 9조'를 개헌할 뜻도 재차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어제(2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내 임기 중에 (헌법 개정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자민당이 내놓은 헌법개정 초안이 현행 헌법의 평화주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현행 헌법 9조 2항은 일본의 군대 보유 금지를 담고 있지만 자민당 헌법 개정 초안은 이를 개정해 국방군을 창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의 후폭풍은 거세다. 오키나와 등 일본 내 30여 개 지역에서는 안보법에 대한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의 나하(那覇)시 현청 앞에서는 25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안보법을 반대하고 헌법 9조를 지킬 것을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안보 관련 법률 시행을 앞둔 어제(28일) 일본 국회 의사당 인근에서 시민과 학생 등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안보 관련 법률 시행을 앞둔 어제(28일) 일본 국회 의사당 인근에서 시민과 학생 등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또 총리관저 인근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의 공원에서도 학부모들로 구성된 '안보관련법에 반대하는 엄마들 모임' 회원들이 모여 항의 집회를 열고 안보법 폐지를 요구했다. 전직 판사 등을 포함한 변호사들로 구성된 '안보법제 위헌소송 모임'은 "안보관련법은 타국의 공격이나 테러를 유발할 위험성이 높아 평화롭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국가를 상대로 하는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특히 안보법 시행으로 방위성이 일본 자위대의 전투 참가 등 무력행사 가능성이 늘 것이라는 분석을 했던 사실이 내부 자료를 통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NHK는 지난해 9월, 도쿄의 육상자위대 간부 등이 참석한 회의를 위해 작성된 방위성 내부 문서에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으로 미군 등과의 공동 작전이나 무력 행사를 수반한 임무 수행 가능성이 증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실렸다고 보도했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종전에 "안보법이 시행돼도 자위대원의 위험은 증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온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일본의 새 안보법이 시행되면서, 동북아 내의 군사적 긴장과 군비 경쟁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남중국해 등의 국제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이에 가세할 경우 동북아 국가들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것이라는 우려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후방 지원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힌 자위대가 미국의 후방지원 명목으로 우리 영토나 영해에 진출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는 우리의 사전 승인 없이는 한반도에 자위대 진출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위기상황에서 얼마나 지켜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日 안보정책 주시”·中 “우려스럽다”

일본의 새 안보법 발효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앞으로 일본의 안보정책 방향을 주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의 방위안보정책이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 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시아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는 '역사적 원인' 때문에 일본의 신안보법에 우려를 표명해왔다"며 "일본이 군사·안전 문제에서 역사적 교훈을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평화·발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따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일본의 안보법 시행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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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3-29 21: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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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집중진단] ① 일본 새 안보법 시행…대집회 잇따라 [연관기사] ☞ [집중진단] ② 일 군국주의 부활 우려…동북아 군비 경쟁 촉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자위대 활동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일본 안보법이 29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일본 아베 정권이 지난 22일 안보법 시행 일정을 담은 정부령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차대전 이후 일본이 70여 년 간 유지해온 '전수(專守) 방위' (외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최소한의 방위력을 행사) 원칙의 근간이 바뀌게 됐다.
지난 19일, 일본 교토(京都)의 해상보안학교 졸업식에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그간 현행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에 따라 제3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무력으로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014년 7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하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안보법 발효에 따라, 일본은 미국 등 제3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또 한반도 유사시를 포함해 일본의 안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위대가 지리적인 제한 없이 제3국의 군대를 후방지원할 수 있게 된다. 자위대 파병이나 후방지원이 가능해지는 조건인 '안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는 일본 정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법안 발효에도 불구하고 여론에서는 부정적 견해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교도통신이 지난 26~27일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서 안보법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9%에 달한 반면, '평가한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때문에 아베 정권은 집단 자위권 행사 시 미군에 탄약 등을 제공할 수 있는 미·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나 평화유지활동(PKO) 중인 자위대가 타국군 습격 때 '출동경호'를 할 수 있는 임무 부여 등 상당수 조치를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뒤로 미룰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미일 동맹 유대 강화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안보관련법 시행과 관련해 "미일 동맹의 유대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국회 참의원 예산위에 참석해 "(안보관련법 시행으로) 만일의 사태에 (미일 양국이) 서로 돕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또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관련한 미·일 간 정보공유가 더욱 활발해졌다"며 "폐지되면 미일동맹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아예 '헌법 9조'를 개헌할 뜻도 재차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어제(2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내 임기 중에 (헌법 개정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자민당이 내놓은 헌법개정 초안이 현행 헌법의 평화주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현행 헌법 9조 2항은 일본의 군대 보유 금지를 담고 있지만 자민당 헌법 개정 초안은 이를 개정해 국방군을 창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의 후폭풍은 거세다. 오키나와 등 일본 내 30여 개 지역에서는 안보법에 대한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의 나하(那覇)시 현청 앞에서는 25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안보법을 반대하고 헌법 9조를 지킬 것을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안보 관련 법률 시행을 앞둔 어제(28일) 일본 국회 의사당 인근에서 시민과 학생 등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또 총리관저 인근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의 공원에서도 학부모들로 구성된 '안보관련법에 반대하는 엄마들 모임' 회원들이 모여 항의 집회를 열고 안보법 폐지를 요구했다. 전직 판사 등을 포함한 변호사들로 구성된 '안보법제 위헌소송 모임'은 "안보관련법은 타국의 공격이나 테러를 유발할 위험성이 높아 평화롭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국가를 상대로 하는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특히 안보법 시행으로 방위성이 일본 자위대의 전투 참가 등 무력행사 가능성이 늘 것이라는 분석을 했던 사실이 내부 자료를 통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NHK는 지난해 9월, 도쿄의 육상자위대 간부 등이 참석한 회의를 위해 작성된 방위성 내부 문서에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으로 미군 등과의 공동 작전이나 무력 행사를 수반한 임무 수행 가능성이 증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실렸다고 보도했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종전에 "안보법이 시행돼도 자위대원의 위험은 증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온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일본의 새 안보법이 시행되면서, 동북아 내의 군사적 긴장과 군비 경쟁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남중국해 등의 국제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이에 가세할 경우 동북아 국가들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것이라는 우려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후방 지원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힌 자위대가 미국의 후방지원 명목으로 우리 영토나 영해에 진출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는 우리의 사전 승인 없이는 한반도에 자위대 진출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위기상황에서 얼마나 지켜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日 안보정책 주시”·中 “우려스럽다” 일본의 새 안보법 발효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앞으로 일본의 안보정책 방향을 주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의 방위안보정책이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 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시아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는 '역사적 원인' 때문에 일본의 신안보법에 우려를 표명해왔다"며 "일본이 군사·안전 문제에서 역사적 교훈을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평화·발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따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일본의 안보법 시행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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