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연정붕괴, 대통령 탄핵 ‘초읽기’

입력 2016.03.30 (18:20) 수정 2016.03.3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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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마지막 초읽깁니다."
"하나","둘","셋" …"아홉"

지난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수많은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봤던 장면이다.
'초읽기'를 당할 때 프로 바둑 기사들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기분'이라고 한다.

바둑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매우 생소하게 여겼을 이 장면이 바로 '초읽기'다. 그야말로 초를 세는 것으로, '규칙'을 정하기 나름이지만 보통 '열'을 세는 초읽기 기회는 세 번까지 준다. 세 번째 열을 셀 때까지 바둑을 두지 않으면 바둑은 시간패로 진다.

그래서 '초읽기'는 시간을 잰다는 의미에서 보통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될 경우 끝나게 될 마지막 수순으로 종종 여러 가지 사건이나 정치 일정의 끝내기 절차로 비유되곤 해왔다.

'초읽기' 들어간 대통령 탄핵

지금 브라질에서 바로 대통령을 몰아내는 탄핵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9일(현지 시각) 브라질 최대 정당이자 연정의 주요 축인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이 호세프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노동당(PTB)과의 연립정권 탈퇴를 선언했다.



연립정권을 탈퇴한 PMDB는 브라질 최대 정당이다. 하원 513석 가운데 69석, 상원 81석 가운데 18석을 차지한다. PMDB가 탄핵 절차의 개시와 가부를 결정할 상·하원에 의석수가 많은 만큼 호세프 대통령으로선 연정붕괴가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소속한 노동당은 연정붕괴에 즉각 반발했다. 노동당으로선 연립정부를 지탱해온 큰 축이 탈퇴한 것은 대통령 탄핵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초읽기'인 셈이다. 그리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려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노동당에 대한 쿠데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으로 몰릴 만큼 부패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분식회계로 국가재정을 흑자로 꾸며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표면적인 탄핵 사유의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로부터 검은돈을 받았다는 비리 의혹에 휘말린 룰라 전 대통령을 장관으로 임명해 검찰에 구속되지 않을 면책권을 주면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국제축구연맹(FIFA)에 면세권을 부여해 '먹튀 행각'을 도왔다는 의혹도 많은 국민의 분노를 샀다.

대통령 탄핵 시나리오

브라질 연방하원은 최근 의원 65명으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 적법한지를 따질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 내에서 탄핵 찬반세력의 구도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일단 쿠냐 하원의장은 심의 절차를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탄핵 추진에 합의가 이뤄지면 4월 중순에 하원의 전체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 전체 513석 중에 3분의 2인 342석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다시 상원에서 호세프 대통령을 재판에 부칠지 투표에 들어간다.

투표에서 상원의원 81명 중 과반이 찬성하면 대법원 재판이 시작됨과 동시에 호세프 대통령은 자격이 정지된다.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고 상원이 진행하는 재판은 180일 동안 지속할 수 있으며 테메르 부통령이 그 기간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활동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판이 일사천리로 이뤄져 6월 전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원에서 열리는 탄핵 확정 투표에서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테메르 부통령이 그 자리를 메운다.

탄핵에 몰리고 있는 브라질의 첫 여성대통령 지우마 호세프는 국가적 대사를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브라질이 곧 열릴 2016년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세계의 중심에 설 것이라며 지금 할 일이 많은데 자칫 탄핵절차가 국가대사를 망칠 수 있음을 에둘러 내비쳤다.



이번 탄핵 논의는 공개적으로 호세프 대통령을 반대해온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에 반해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과 헤난 칼례이루스 상원의장을 비롯한 대다수 상원의원은 호세프 대통령을 조용히 지지해왔다.

정치권의 부패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에서 정치인들이 외치는 '초읽기'로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절차는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탄핵안 발의가 첫 번째 초읽기라면 연립정부의 붕괴가 두 번째이고, 다음은 하원의 합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의 여론이 호세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초읽기 목소리일 것이다.

"하나!","둘!","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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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30 18:20:07
    • 수정2016-03-30 19:36:11
    취재K
"이세돌 9단, 마지막 초읽깁니다."
"하나","둘","셋" …"아홉"

지난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수많은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봤던 장면이다.
'초읽기'를 당할 때 프로 바둑 기사들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기분'이라고 한다.

바둑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매우 생소하게 여겼을 이 장면이 바로 '초읽기'다. 그야말로 초를 세는 것으로, '규칙'을 정하기 나름이지만 보통 '열'을 세는 초읽기 기회는 세 번까지 준다. 세 번째 열을 셀 때까지 바둑을 두지 않으면 바둑은 시간패로 진다.

그래서 '초읽기'는 시간을 잰다는 의미에서 보통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될 경우 끝나게 될 마지막 수순으로 종종 여러 가지 사건이나 정치 일정의 끝내기 절차로 비유되곤 해왔다.

'초읽기' 들어간 대통령 탄핵

지금 브라질에서 바로 대통령을 몰아내는 탄핵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9일(현지 시각) 브라질 최대 정당이자 연정의 주요 축인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이 호세프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노동당(PTB)과의 연립정권 탈퇴를 선언했다.



연립정권을 탈퇴한 PMDB는 브라질 최대 정당이다. 하원 513석 가운데 69석, 상원 81석 가운데 18석을 차지한다. PMDB가 탄핵 절차의 개시와 가부를 결정할 상·하원에 의석수가 많은 만큼 호세프 대통령으로선 연정붕괴가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소속한 노동당은 연정붕괴에 즉각 반발했다. 노동당으로선 연립정부를 지탱해온 큰 축이 탈퇴한 것은 대통령 탄핵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초읽기'인 셈이다. 그리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려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노동당에 대한 쿠데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으로 몰릴 만큼 부패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분식회계로 국가재정을 흑자로 꾸며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표면적인 탄핵 사유의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로부터 검은돈을 받았다는 비리 의혹에 휘말린 룰라 전 대통령을 장관으로 임명해 검찰에 구속되지 않을 면책권을 주면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국제축구연맹(FIFA)에 면세권을 부여해 '먹튀 행각'을 도왔다는 의혹도 많은 국민의 분노를 샀다.

대통령 탄핵 시나리오

브라질 연방하원은 최근 의원 65명으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 적법한지를 따질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 내에서 탄핵 찬반세력의 구도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일단 쿠냐 하원의장은 심의 절차를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탄핵 추진에 합의가 이뤄지면 4월 중순에 하원의 전체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 전체 513석 중에 3분의 2인 342석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다시 상원에서 호세프 대통령을 재판에 부칠지 투표에 들어간다.

투표에서 상원의원 81명 중 과반이 찬성하면 대법원 재판이 시작됨과 동시에 호세프 대통령은 자격이 정지된다.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고 상원이 진행하는 재판은 180일 동안 지속할 수 있으며 테메르 부통령이 그 기간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활동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판이 일사천리로 이뤄져 6월 전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원에서 열리는 탄핵 확정 투표에서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테메르 부통령이 그 자리를 메운다.

탄핵에 몰리고 있는 브라질의 첫 여성대통령 지우마 호세프는 국가적 대사를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브라질이 곧 열릴 2016년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세계의 중심에 설 것이라며 지금 할 일이 많은데 자칫 탄핵절차가 국가대사를 망칠 수 있음을 에둘러 내비쳤다.



이번 탄핵 논의는 공개적으로 호세프 대통령을 반대해온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에 반해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과 헤난 칼례이루스 상원의장을 비롯한 대다수 상원의원은 호세프 대통령을 조용히 지지해왔다.

정치권의 부패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에서 정치인들이 외치는 '초읽기'로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절차는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탄핵안 발의가 첫 번째 초읽기라면 연립정부의 붕괴가 두 번째이고, 다음은 하원의 합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의 여론이 호세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초읽기 목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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