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에 숨긴 유명인사들의 돈…조사는?

입력 2016.04.05 (18:22) 수정 2016.04.0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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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권력의 마지막 목표는 재벌이 되는 것이라고 했던가?

막강한 권력을 차지하게 되면 권력자는 정당하든 아니든 부(富)를 축적하게 되고 마침내 이를 지키기 위해 비밀스러운 은닉처를 찾게 마련이다. 결국 아무도 찾지 못할 해외로까지 눈을 돌린다.

부정한 돈의 해외은닉은 권력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가든, 연예인이든, 스포츠 스타든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은 탈세와 도피의 유혹을 빠져나가기 힘들다. 돈에 대한 욕심은 때로 인간의 눈을 멀게 하는 법이다.

이번 모색 폰세카의 돈세탁 데이터 유출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귄릭손 아이슬란드 총리, 캐머런 영국 총리 같은 권력자들이 연루된 정황들이 드러났다. 또 거액의 재산을 기부한다던 영화배우 성룡과 축구 영웅 메시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한국에서는 부정부패로 처벌받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씨의 이름이 오른 것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 주변 대기업들과의 연관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데이터 안에 포함됐다는 195명의 한국인은 어떤 사람들일지도 궁금하다.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에서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세계 교통의 요충지 파나마 운하가 있는 파나마에 이번 사태의 진원지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가 있다. 파나마의 최대 법률회사인 모색 폰세카는 1986년 유르겐 모색이라는 독일인과 라몬 폰세카라는 파나마인이 함께 만든 법률회사다.

모색과 폰세카, 두 사람은 파나마에서 법학 학위를 따고 각자 기업을 운영하다 합병한 뒤 2001년 뉴질랜드령 니우에 섬에서 유령회사를 차려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모색 폰세카는 유력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 연예계 스타 등에게 비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 명성(?)을 쌓으면서 국제적인 탈세의 온상이 돼왔다.

악명높은 독재정권과 이들과 결탁한 기업이나 개인들도 이 회사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고객 가운데는 북한과 이란, 시리아와 헤즈볼라와 거래해서 제재를 받은 법인과 개인이 포함돼있다.

그런데 모색 폰세카의 거래명세와 고객의 명단을 담은 데이터의 양이 2.6 테라바이트에 이르고 유출문서의 양이 1,150만 건에 이를 정도로 방대해서 세계 어느 나라도 이번 폭로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폰세카는 자신들이 합법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며 이번 데이터 유출은 해커가 저지른 범죄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자료 유출과 보도는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모색 폰세카가 40년 동안 거래해온 유령회사들과 관련된 내용의 폭로는 맨 처음 독일 언론에 날아온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첫 제보는 독일의 일간지 '쥐드도이체차이퉁'에서 한 달에 걸쳐 이뤄졌다.첫 제보는 독일의 일간지 '쥐드도이체차이퉁'에서 한 달에 걸쳐 이뤄졌다.


독일 남부 뮌헨에 있는 일간지 '쥐드도이체차이퉁'이 시발점이다. 당연히 제보원은 엄격히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회원국 78개국에서 107개 언론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는 국제 전쟁이나 불법행위를 취재해 심층 보도하기 위해 1997년에 설립된 비영리 탐사 보도 기관이다.



[바로가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보도

당사자들은 변명과 반박으로 일관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공개에 대해 명단에 이름이 공개된 당사자들과 이를 알게 된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권력자들은 오리발 내밀기식 변명과 잡아 떼기 식 반박으로 일관하고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언급된 데 대해 자국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러시아 사회를 흔들려는 서방의 음모이자 선전전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번 자료 공개에서 지목받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약 20억 달러나 되는 돈을 세탁한 것으로 돼있다. 우리 돈 2조 2천억 원이나 되는 돈이 친구인 첼리스트를 통해 유령회사에서 복잡한 거래를 통해 이뤄졌는데도 러시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0년 작고한 부친 이언 캐머런이 등장해 비난이 일고 있지만, 총리실은 캐머런 가의 투자는 '개인적인 일'이라며 일축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해당 회사는 1998년 브라질 투자를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실제 투자한 적은 없으며 2008년 동업자들과 함께 회사를 해산했다고 말했다.

3개의 역외 계좌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잘못한 것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의원들은 탄핵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야권에서는 시그뮌뒤르 다비드 권뢰이그손 총리의 사퇴를 압박하며 내각 불신임 투표와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FC바르셀로나 소속 축구 선수인 리오넬 메시도 스페인 당국으로부터 탈세 수사를 받던 중 아버지와 함께 파나마에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부터 2009년 스페인에서 410만 유로(약 53억 6천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메시 부자는 범죄 행위를 부인하면서 정보를 공개한 언론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는 잘 이뤄질까?

'파나마 페이퍼스' 유출을 계기로 선진국에서는 조세회피와 금융부패에 대한 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고위급 인사나 권력자들 또는 금융권과 유명인들의 탈세에 대한 정밀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무당국은 탈세를 위해 해외로 도피한 자금과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를 관련자들의 명단을 확보해 세무조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조사는 정말 잘 이뤄질까?

하루하루 힘들게 일하며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선량한 국민들의 몸과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까?

국민 모두가 국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평하게 세금을 내고 부담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과연 민주주의는 제대로 지켜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연관 기사]
☞ ‘조세피난처 폭로’에 지구촌 거센 후폭풍 (2016.4.5)

☞ “한국인 195명 역외 탈세 의혹”…세무조사 방침 (20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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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나마에 숨긴 유명인사들의 돈…조사는?
    • 입력 2016-04-05 18:22:36
    • 수정2016-04-05 18:26:01
    취재K
부패한 권력의 마지막 목표는 재벌이 되는 것이라고 했던가?

막강한 권력을 차지하게 되면 권력자는 정당하든 아니든 부(富)를 축적하게 되고 마침내 이를 지키기 위해 비밀스러운 은닉처를 찾게 마련이다. 결국 아무도 찾지 못할 해외로까지 눈을 돌린다.

부정한 돈의 해외은닉은 권력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가든, 연예인이든, 스포츠 스타든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은 탈세와 도피의 유혹을 빠져나가기 힘들다. 돈에 대한 욕심은 때로 인간의 눈을 멀게 하는 법이다.

이번 모색 폰세카의 돈세탁 데이터 유출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귄릭손 아이슬란드 총리, 캐머런 영국 총리 같은 권력자들이 연루된 정황들이 드러났다. 또 거액의 재산을 기부한다던 영화배우 성룡과 축구 영웅 메시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한국에서는 부정부패로 처벌받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씨의 이름이 오른 것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 주변 대기업들과의 연관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데이터 안에 포함됐다는 195명의 한국인은 어떤 사람들일지도 궁금하다.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에서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세계 교통의 요충지 파나마 운하가 있는 파나마에 이번 사태의 진원지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가 있다. 파나마의 최대 법률회사인 모색 폰세카는 1986년 유르겐 모색이라는 독일인과 라몬 폰세카라는 파나마인이 함께 만든 법률회사다.

모색과 폰세카, 두 사람은 파나마에서 법학 학위를 따고 각자 기업을 운영하다 합병한 뒤 2001년 뉴질랜드령 니우에 섬에서 유령회사를 차려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모색 폰세카는 유력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 연예계 스타 등에게 비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 명성(?)을 쌓으면서 국제적인 탈세의 온상이 돼왔다.

악명높은 독재정권과 이들과 결탁한 기업이나 개인들도 이 회사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고객 가운데는 북한과 이란, 시리아와 헤즈볼라와 거래해서 제재를 받은 법인과 개인이 포함돼있다.

그런데 모색 폰세카의 거래명세와 고객의 명단을 담은 데이터의 양이 2.6 테라바이트에 이르고 유출문서의 양이 1,150만 건에 이를 정도로 방대해서 세계 어느 나라도 이번 폭로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폰세카는 자신들이 합법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며 이번 데이터 유출은 해커가 저지른 범죄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자료 유출과 보도는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모색 폰세카가 40년 동안 거래해온 유령회사들과 관련된 내용의 폭로는 맨 처음 독일 언론에 날아온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첫 제보는 독일의 일간지 '쥐드도이체차이퉁'에서 한 달에 걸쳐 이뤄졌다.

독일 남부 뮌헨에 있는 일간지 '쥐드도이체차이퉁'이 시발점이다. 당연히 제보원은 엄격히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회원국 78개국에서 107개 언론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는 국제 전쟁이나 불법행위를 취재해 심층 보도하기 위해 1997년에 설립된 비영리 탐사 보도 기관이다.



[바로가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보도

당사자들은 변명과 반박으로 일관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공개에 대해 명단에 이름이 공개된 당사자들과 이를 알게 된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권력자들은 오리발 내밀기식 변명과 잡아 떼기 식 반박으로 일관하고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언급된 데 대해 자국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러시아 사회를 흔들려는 서방의 음모이자 선전전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번 자료 공개에서 지목받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약 20억 달러나 되는 돈을 세탁한 것으로 돼있다. 우리 돈 2조 2천억 원이나 되는 돈이 친구인 첼리스트를 통해 유령회사에서 복잡한 거래를 통해 이뤄졌는데도 러시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0년 작고한 부친 이언 캐머런이 등장해 비난이 일고 있지만, 총리실은 캐머런 가의 투자는 '개인적인 일'이라며 일축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해당 회사는 1998년 브라질 투자를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실제 투자한 적은 없으며 2008년 동업자들과 함께 회사를 해산했다고 말했다.

3개의 역외 계좌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잘못한 것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의원들은 탄핵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야권에서는 시그뮌뒤르 다비드 권뢰이그손 총리의 사퇴를 압박하며 내각 불신임 투표와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FC바르셀로나 소속 축구 선수인 리오넬 메시도 스페인 당국으로부터 탈세 수사를 받던 중 아버지와 함께 파나마에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부터 2009년 스페인에서 410만 유로(약 53억 6천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메시 부자는 범죄 행위를 부인하면서 정보를 공개한 언론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는 잘 이뤄질까?

'파나마 페이퍼스' 유출을 계기로 선진국에서는 조세회피와 금융부패에 대한 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고위급 인사나 권력자들 또는 금융권과 유명인들의 탈세에 대한 정밀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무당국은 탈세를 위해 해외로 도피한 자금과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를 관련자들의 명단을 확보해 세무조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조사는 정말 잘 이뤄질까?

하루하루 힘들게 일하며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선량한 국민들의 몸과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까?

국민 모두가 국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평하게 세금을 내고 부담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과연 민주주의는 제대로 지켜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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