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취업 도전하는 탈북 대학생들

입력 2016.04.09 (08:20) 수정 2016.04.0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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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전쟁,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닌데요.

특히 탈북 청년들은 사회적 편견은 물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까지 겹쳐 취업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탈북 청년들의 성공적인 취업을 돕는 소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하는데요.

함께 떠나보실까요? 홍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서울 여의도의 전국경제인연합회관.

평소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이곳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가 한창입니다.

학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 보이는데요.

<인터뷰> 박세용(취업 컨설턴트) : "면접관에게 뭔가 다른 느낌을 줘야 해요. 구직자들이 똑같이 말하는 안녕하십니까? 이런 대답은 재미가 없다."

짧은 시간에 인상적으로 자신을 소개하기, 자신감 있게 말하기 등.

면접 요령을 꼼꼼하게 듣는 이들은 다름 아닌 탈북 대학생들입니다.

<인터뷰> 신진성(탈북대학생/숭실대) : "남북한 두 체제의 다른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거기에 어디에 치우치는 어떤 그런 생각이 아니라 좀 더 융화시킬 수 있고."

좀처럼 남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힐 기회가 갖지 못했던 젊은이들.

그만큼 취업 면접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인터뷰> 허준(탈북대학생/서울대) : "저희 같은 탈북 대학생들은 취업 정보라던가 실습 이런 과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역량을 기르고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김정민(탈북대학생/한국폴리텍대학) : "취직이나 그런 면접관들 앞에서 떠는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서(교육을 받으러 왔습니다.)"

이어지는 강의는 비지니스 이미지 메이킹 수업.

면접의 성패를 좌우하는 게 바로 첫 인상이다 보니 옷매무새나 자세, 표정까지도 무척 중요한데요.

<인터뷰> 황정선(이미지 컨설턴트) : "남자의 넥타이를 매는 법칙은 어떻게 되어 있냐면, 여기에 있는 색깔 중의 하나가 와이셔츠에 들어있고요. 여기에 있는 색깔 중의 하나가 양복에 있으면 백 점짜리에요. (이 학생은)노리진 않았고, 그냥 얻어 걸렸어요."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일자리가 필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인데요.

20대 젊은이들의 평균 고용률에 비해 탈북 청년의 고용률은 4분의 3 수준, 월 평균 임금도 83%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선옥(전경련 기획본부장) : "탈북학생들이 시장경제체제를 이해하고 본인의 능력을 개발해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누군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전경련이 도와주기 위해서 이런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탈북민들 사이에 '취업이 탈북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취업은 탈북민들에게 높은 장벽인데요.

힘들게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정서와 문화 등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취업을 준비하는 탈북 청년들의 고민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만났던 김정민 학생이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정민(탈북 대학생/한국폴리텍대학) : "(어디 가는 길이세요?) 탈북민 중에 선배님이 은행에 취업을 하신 분이 계셔서 취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고 가고 있어요."

멘토가 돼줄 탈북민 선배는 지난해 유명 은행에 입사한 강원철 씨, 특채가 아닌 일반 대졸자 공채로 은행에 들어간 첫 번째 탈북민입니다.

<인터뷰> 강원철(탈북민/KEB하나은행 직원) : "(여기 들어올 때 어떤 게 도움이 됐는지 알고 싶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학교 때도 그렇고 대학원 다니면서도 북한 관련된 활동들 많이 하려고 했었어요. 회사 측에서는 그런 것들을 좋게 봤던 것 같아요."

원철 씨는 탈북과정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 2000년 열여덟 살이 돼서야 비로소 남한 땅을 밟을 수 있었는데요.

낮선 자본주의를 공부하겠다는 생각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서른셋 나이에 은행 취업에도 성공했습니다.

처음에 어색했던 동료들도 이젠 매사 적극적인 원철 씨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기만(KEB하나은행 차장) : "힘든 일 같은 경우도 자기가 솔선수범하려고 하고 그런 열정이 있어서 오히려 나중에 장기적으로는 더 잘 적응할 것 같습니다."

같은 처지였던 탈북민 선배가 당당히 대기업에 입사해 동료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는 모습.

취업 장벽에 곧 부딪혀야 하는 정민학생에게는 큰 희망이 됩니다.

면접 교육을 함께 받았던 학생 7명이 다시 모였습니다.

유명 컨설팅 회사의 인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실전 면접 자리인데요.

<인터뷰> 김정민(탈북 대학생/한국폴리텍대학) : "(3시까지 잠 못 자면서 준비했거든요.) 새벽 3시까지요?"

선발 인원은 단 2명.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드디어 면접시간.

<인터뷰> 허준(탈북 대학생/서울대) : "동의보감 허준은 우리 의학으로 조선의 백성을 구했다면, 저는 경제학으로 통일 한국의 백성을 구하고 싶은 남자 지원자 허준입니다."

저마다 갈고 닦았던 자신의 역량을 면접관 앞에서 펼쳐 보인 학생들...

<인터뷰> 박예성(가명/탈북 대학생/성신여대) :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직은."

<인터뷰> 김민철(가명/ 탈북 대학생/한국외대) : "많이 떨렸는데 그래도 면접관님들이 잘 봐주셔서 편하게 봤던 것 같아요."

이렇게 수많은 탈북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고,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부단히 노력중입니다.

비록, 시작은 다를지라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이들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높은 취업 장벽도 곧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턴으로 최종 합격한 두 학생이 회사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인터뷰> 김경준(딜로이트 안진 사회공헌위원장) : "환영합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앞으로 두 달간 인턴을 하며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나설 학생들,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데요.

<인터뷰> 김경준(딜로이트 안진 사회공헌위원장) : "앞으로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자산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잘해봅시다.(감사합니다.)"

사회생활이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그래도 잘 해낼 수 있겠죠?

<녹취> "인턴의 패기와 도전 정신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취업의 벽을 넘기 위해 도전에 나선 탈북 대학생들.

남들보다 좀 불리한 여건일 순 있지만, 한편으론 남다른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과 성공적으로 정착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기에 이들의 희망 찾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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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취업 도전하는 탈북 대학생들
    • 입력 2016-04-09 09:34:37
    • 수정2016-04-09 10:35:28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전쟁,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닌데요.

특히 탈북 청년들은 사회적 편견은 물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까지 겹쳐 취업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탈북 청년들의 성공적인 취업을 돕는 소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하는데요.

함께 떠나보실까요? 홍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서울 여의도의 전국경제인연합회관.

평소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이곳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가 한창입니다.

학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 보이는데요.

<인터뷰> 박세용(취업 컨설턴트) : "면접관에게 뭔가 다른 느낌을 줘야 해요. 구직자들이 똑같이 말하는 안녕하십니까? 이런 대답은 재미가 없다."

짧은 시간에 인상적으로 자신을 소개하기, 자신감 있게 말하기 등.

면접 요령을 꼼꼼하게 듣는 이들은 다름 아닌 탈북 대학생들입니다.

<인터뷰> 신진성(탈북대학생/숭실대) : "남북한 두 체제의 다른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거기에 어디에 치우치는 어떤 그런 생각이 아니라 좀 더 융화시킬 수 있고."

좀처럼 남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힐 기회가 갖지 못했던 젊은이들.

그만큼 취업 면접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인터뷰> 허준(탈북대학생/서울대) : "저희 같은 탈북 대학생들은 취업 정보라던가 실습 이런 과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역량을 기르고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김정민(탈북대학생/한국폴리텍대학) : "취직이나 그런 면접관들 앞에서 떠는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서(교육을 받으러 왔습니다.)"

이어지는 강의는 비지니스 이미지 메이킹 수업.

면접의 성패를 좌우하는 게 바로 첫 인상이다 보니 옷매무새나 자세, 표정까지도 무척 중요한데요.

<인터뷰> 황정선(이미지 컨설턴트) : "남자의 넥타이를 매는 법칙은 어떻게 되어 있냐면, 여기에 있는 색깔 중의 하나가 와이셔츠에 들어있고요. 여기에 있는 색깔 중의 하나가 양복에 있으면 백 점짜리에요. (이 학생은)노리진 않았고, 그냥 얻어 걸렸어요."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일자리가 필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인데요.

20대 젊은이들의 평균 고용률에 비해 탈북 청년의 고용률은 4분의 3 수준, 월 평균 임금도 83%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선옥(전경련 기획본부장) : "탈북학생들이 시장경제체제를 이해하고 본인의 능력을 개발해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누군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전경련이 도와주기 위해서 이런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탈북민들 사이에 '취업이 탈북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취업은 탈북민들에게 높은 장벽인데요.

힘들게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정서와 문화 등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취업을 준비하는 탈북 청년들의 고민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만났던 김정민 학생이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정민(탈북 대학생/한국폴리텍대학) : "(어디 가는 길이세요?) 탈북민 중에 선배님이 은행에 취업을 하신 분이 계셔서 취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고 가고 있어요."

멘토가 돼줄 탈북민 선배는 지난해 유명 은행에 입사한 강원철 씨, 특채가 아닌 일반 대졸자 공채로 은행에 들어간 첫 번째 탈북민입니다.

<인터뷰> 강원철(탈북민/KEB하나은행 직원) : "(여기 들어올 때 어떤 게 도움이 됐는지 알고 싶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학교 때도 그렇고 대학원 다니면서도 북한 관련된 활동들 많이 하려고 했었어요. 회사 측에서는 그런 것들을 좋게 봤던 것 같아요."

원철 씨는 탈북과정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 2000년 열여덟 살이 돼서야 비로소 남한 땅을 밟을 수 있었는데요.

낮선 자본주의를 공부하겠다는 생각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서른셋 나이에 은행 취업에도 성공했습니다.

처음에 어색했던 동료들도 이젠 매사 적극적인 원철 씨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기만(KEB하나은행 차장) : "힘든 일 같은 경우도 자기가 솔선수범하려고 하고 그런 열정이 있어서 오히려 나중에 장기적으로는 더 잘 적응할 것 같습니다."

같은 처지였던 탈북민 선배가 당당히 대기업에 입사해 동료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는 모습.

취업 장벽에 곧 부딪혀야 하는 정민학생에게는 큰 희망이 됩니다.

면접 교육을 함께 받았던 학생 7명이 다시 모였습니다.

유명 컨설팅 회사의 인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실전 면접 자리인데요.

<인터뷰> 김정민(탈북 대학생/한국폴리텍대학) : "(3시까지 잠 못 자면서 준비했거든요.) 새벽 3시까지요?"

선발 인원은 단 2명.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드디어 면접시간.

<인터뷰> 허준(탈북 대학생/서울대) : "동의보감 허준은 우리 의학으로 조선의 백성을 구했다면, 저는 경제학으로 통일 한국의 백성을 구하고 싶은 남자 지원자 허준입니다."

저마다 갈고 닦았던 자신의 역량을 면접관 앞에서 펼쳐 보인 학생들...

<인터뷰> 박예성(가명/탈북 대학생/성신여대) :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직은."

<인터뷰> 김민철(가명/ 탈북 대학생/한국외대) : "많이 떨렸는데 그래도 면접관님들이 잘 봐주셔서 편하게 봤던 것 같아요."

이렇게 수많은 탈북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고,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부단히 노력중입니다.

비록, 시작은 다를지라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이들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높은 취업 장벽도 곧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턴으로 최종 합격한 두 학생이 회사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인터뷰> 김경준(딜로이트 안진 사회공헌위원장) : "환영합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앞으로 두 달간 인턴을 하며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나설 학생들,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데요.

<인터뷰> 김경준(딜로이트 안진 사회공헌위원장) : "앞으로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자산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잘해봅시다.(감사합니다.)"

사회생활이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그래도 잘 해낼 수 있겠죠?

<녹취> "인턴의 패기와 도전 정신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취업의 벽을 넘기 위해 도전에 나선 탈북 대학생들.

남들보다 좀 불리한 여건일 순 있지만, 한편으론 남다른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과 성공적으로 정착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기에 이들의 희망 찾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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