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시선] 예술 영화, 독립 영화 말고 다양성 영화?

입력 2016.04.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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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영화평론가

여러분 혹시 다양성 영화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어떤 영화가 ‘다양성 영화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보도는 한두 번쯤 접해보셨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다양성 영화라는 게 뭘까요? 우리나라에서 다양성 영화를 보는 것과 외국에서 다양성 영화라고 하는 그 개념이 조금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도대체 뭐가 다양성 영화인지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하는 다양성 영화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의 매표집계 데이터를 모아서 이른바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이라는 걸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통합전산망 페이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요. 특별한 메뉴가 보입니다. ‘다양성’이라고 쓰여 있죠. 이 메뉴를 클릭하면 다양성 영화, 일일 박스오피스(Box Office)와 주말 박스오피스라고 뜹니다. 아니 극장에 내걸리면 어차피 다 개봉작인데, 도대체 어떤 연유로 어떤 영화들을 따로 다양성 박스오피스로 분류해서 흥행성적을 발표하고 있는 걸까요?

극장에 내걸리는 국내외 예술 영화나 독립 영화 가운데 영화 진흥위원회가 다양성 영화로 인정한 영화들이 이렇게 따로 분류되는데요. 그런데 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라는 말을 놔두고 굳이 다양성 영화라는 말을 쓸까요? 물론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라는 표현이 대중에게 조금 거리감이 있으니까 다양성 영화로 부르자 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자, 그런데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과연 적절한가?’ 여기에 의문을 품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의 다양성 영화란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담은 영화'

실제로 다양성 영화라는 말은 외국에서 다른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는데요. 이런 영화가 도대체 뭔지를 가늠하는 좋은 예가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주의 피드먼트 다양성 위원회(Piedmont Appreciating Diversity Committee)라는 곳이 1997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이른바 다양성 영화 시리즈(Diversity Film Series)입니다. 나이, 계급, 장애, 교육, 성별과 인종, 종교 등에 의한 차별에 반대하고, 인류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문제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다양성 영화제(Los Angeles Diversity Film Festival)는 장애와 인종, 사회 다양성이 영화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영화 상영을 통해서 경험해보는 행사입니다.

이렇게 외국에서는요.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말 그대로 ‘인간의 다양한 문화와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를 담은 영화’를 일컫는 표현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일컫는 말로 변질한 거죠. 그 개념도 모호한 다양성 영화라는 말보다 차라리 독립영화, 예술영화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굳이 피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다양성 영화라는 말로 따로 분류해서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프로 스포츠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따로 있는 것처럼 영화 시장을 딱 잘라서 구분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분 혹시 게토(ghetto)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유럽에서 유대인들을 강제로 격리수용했던 곳을 말하는데요. 작은 영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것을 다양성 영화로 묶어놓은 것, 그들 영화를 게토로 강제수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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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시선] 예술 영화, 독립 영화 말고 다양성 영화?
    • 입력 2016-04-13 11:17:17
    까칠한 시선
최광희 영화평론가

여러분 혹시 다양성 영화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어떤 영화가 ‘다양성 영화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보도는 한두 번쯤 접해보셨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다양성 영화라는 게 뭘까요? 우리나라에서 다양성 영화를 보는 것과 외국에서 다양성 영화라고 하는 그 개념이 조금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도대체 뭐가 다양성 영화인지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하는 다양성 영화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의 매표집계 데이터를 모아서 이른바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이라는 걸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통합전산망 페이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요. 특별한 메뉴가 보입니다. ‘다양성’이라고 쓰여 있죠. 이 메뉴를 클릭하면 다양성 영화, 일일 박스오피스(Box Office)와 주말 박스오피스라고 뜹니다. 아니 극장에 내걸리면 어차피 다 개봉작인데, 도대체 어떤 연유로 어떤 영화들을 따로 다양성 박스오피스로 분류해서 흥행성적을 발표하고 있는 걸까요?

극장에 내걸리는 국내외 예술 영화나 독립 영화 가운데 영화 진흥위원회가 다양성 영화로 인정한 영화들이 이렇게 따로 분류되는데요. 그런데 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라는 말을 놔두고 굳이 다양성 영화라는 말을 쓸까요? 물론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라는 표현이 대중에게 조금 거리감이 있으니까 다양성 영화로 부르자 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자, 그런데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과연 적절한가?’ 여기에 의문을 품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의 다양성 영화란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담은 영화'

실제로 다양성 영화라는 말은 외국에서 다른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는데요. 이런 영화가 도대체 뭔지를 가늠하는 좋은 예가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주의 피드먼트 다양성 위원회(Piedmont Appreciating Diversity Committee)라는 곳이 1997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이른바 다양성 영화 시리즈(Diversity Film Series)입니다. 나이, 계급, 장애, 교육, 성별과 인종, 종교 등에 의한 차별에 반대하고, 인류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문제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다양성 영화제(Los Angeles Diversity Film Festival)는 장애와 인종, 사회 다양성이 영화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영화 상영을 통해서 경험해보는 행사입니다.

이렇게 외국에서는요.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말 그대로 ‘인간의 다양한 문화와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를 담은 영화’를 일컫는 표현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일컫는 말로 변질한 거죠. 그 개념도 모호한 다양성 영화라는 말보다 차라리 독립영화, 예술영화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굳이 피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다양성 영화라는 말로 따로 분류해서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프로 스포츠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따로 있는 것처럼 영화 시장을 딱 잘라서 구분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분 혹시 게토(ghetto)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유럽에서 유대인들을 강제로 격리수용했던 곳을 말하는데요. 작은 영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것을 다양성 영화로 묶어놓은 것, 그들 영화를 게토로 강제수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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