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연길 북한식당 억류 90분

입력 2016.04.14 (11:13) 수정 2016.04.1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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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가 억류됐던 중국 연길의 북한식당KBS 기자가 억류됐던 중국 연길의 북한식당


중국 저장성 링보의 북한음식점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식당 여종업원 13명이 넉 달 전 연길에서 일했다는 첩보를 가지고 2016년 4월 9일 저녁 9시 비행기로 베이징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로 향했다.

연길에는 모두 10여 개의 북한식당이 있고 대부분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4월 10일 오전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탈북한 13명이 연길시 천년백설회관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하기 위해 오전 11시 45분 천년백설회관 도착했다.

1. 감금 과정

건물 1층 문이 닫혀 있어 차에서 내린 뒤 건물 외부에서 같이 일하는 중국인 고용원과 외경을 촬영했다. 그런데 건물 2층에 있던 사람들이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이 가운데 3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누군데 왜 찍습네까?” 북한 사람이었다.
“네, KBS베이징 특파원인데 이곳에서 탈북자가 일했다고 해서 취재하러 왔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북한 사람이 “KBS xxx들 너희들 때문에 식당이 다 망하게 생겼는데 왜 왔느냐? 허락도 안 받고 찍어도 되냐?”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촬영을 하는데 특별히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건물이 아닌 식당 건물의 외관을 촬영하는 것은 허가가 필요 없지만 괜히 시비가 붙는 것이 싫어 "문 닫혀 있는 줄 알았다. 지금 인사 하고 허락받으려고 한다."라고 말하며 명함을 건넸다.

그러자 2명이 “이 xxx들 잘됐다 들어가자”며 팔짱을 꼈다. 그래서 “우리는 안된다. 너희들이 뭔데 들어가자는 거냐?”라고 저항했다.

그리고 북한 사람은 자신이 아는 중국 공안(경찰)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상한 사람이 와서 몰래 찍고 있으니 와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뭐가 몰래 찍은 거냐? 당당히 찍은 거 아니냐?”라고 항의했고 "이 xxx들 허락받고 찍었냐"는 등 하면서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2층에 있던 건달들이 내려왔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내가 선양총영사관에 전화하려 하자 휴대전화를 빼앗고 10여 명이 우르르 몰려 들어 2층 식당의 어느 방으로 강제로 끌고 갔다.

순식간이었다. 강력히 저항하고 몸싸움을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누군가가 안경을 쳐서 안경 코가 분실됐다.

2. 억류 시 상황

이들이 끌고 간 2층의 큰 방. 이들은 흥분돼 각종 욕설과 폭언을 10여 분 간 했다. 그리고는 빼앗은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북한 사람 4명, 중국인 2명이 있는 상황에서 난 그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후부터는 "누구의 사주를 받고 왔느냐?" "기자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 "동포끼리 좀 같이 살면 안 되느냐? 왜 식당에 와서 우리 영업을 방해하느냐?"는 등 각종 협박을 했다.

이들의 말에 처음에는 “이 식당 수익이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가고 이에 대해 우리가 문제 삼는 것 아니냐”며 응수했지만,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들에게 지쳐 나중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은 특별히 찍은 게 없자 카메라에 남아 있던 3월 18일 장백현 국경 지역에서 찍은 그림을 문제 삼으며 시비를 했고, 중국 당국의 허락을 받아 찍었고 이미 방송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일단 감금해 놓고 보니까 자신들의 행동이 중국 공안에게 알려지면 문제 될 것을 우려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감금 30분 후부터는 “같은 민족끼리 서로 돕고 살면 안 되느냐, 우리 약한 사람들 돈 좀 벌자는데 왜 이렇게 못살게 구느냐?” 며 나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태도가 바뀌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마실 물을 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감금된 지 1시간 10분이 지나 중국 공안이 왔다. 중국 공안은 북한 사람들을 나가게 하고 식당 방에서 우리를 10분 정도 조사한 뒤, 같이 안전하게 연길시 공안국으로 안내하면서 풀려나게 됐다.

풀려나고 안 사실이지만 중국의 북한식당은 중국인이 사장이고 북한 사람들은 위탁을 받아 영업하면서 수익을 나누는 구조인데, 중국인 사장이 왜 한국 기자를 감금했냐고 질책했고, 이들도 이후 영업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이때부터는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 중국 공안은 원래 북한식당에는 북한 남자 관리인이 1명인데, 4명이 있는 것을 보니, 여기서 무슨 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북한 사람들이 계속되는 제재 압박과 북한 음식점에 대한 보도에 대해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특히 탈북과 관련된 식당인데 너무 쉽게 취재하려 했다고 공안이 충고하기까지 했다.

선양총영사관은 중국 공안에게 해당 사안을 강력 항의하고, 공안은 중국인 업주에게 강력 경고하면서, 당장은 연길에 있는 북한 사람들이 연길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고 한다.

3. 풀려난 후

실랑이하던 10분, 감금됐던 1시간 10분, 그리고 중국 공안의 조사 10분 동안 내 머리에는 여러 생각이 흘렀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들이 왜 이러는가? 북한으로의 납치?’ 갖가지 생각이 들었다.

풀려난 뒤 베이징으로 돌아왔고, 다음날은 몸싸움 후유증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온종일 잤다. 후배는 ‘외상 후 장애’라고 한다.

그리고 출근한 후 당시 상황을 곰곰이 되씹어본다.

베이징 특파원 9개월 기간 동안 취재를 하면서 북한 사람들과 많이 접촉했다. 외교관, 조선중앙통신 기자, 그리고 무역상과 북한식당 종업원. 내 신분을 밝히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기에 이렇게 북한 사람에게 감금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내 신분을 밝히면 그쪽도 강압을 사용하지 않았고, 같은 민족인데 라는 생각이 더 많아 비교적 관대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발악하는 듯한 북한사람의 그 말 “KBS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이들은 외화벌이 창구로 이용당하는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는 KBS 보도가 자신들의 생존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보도를 통해 해외 북한 식당을 통한 외화벌이가 없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이 교체돼 더 살기 좋은 북한 사회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이 나중에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아프리카 난민촌, 저 북극까지 여러 위험 지역을 취재했었지만 이번 취재는 나의 20년 기자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북한 관련 취재를 너무 쉽게 생각했었구나 , 내가 너무 안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북한 사람들은 이른바 ‘독이 올라 있다’는 느낌이다. 당분간 중국 동북 3성 지역을 여행하시는 분들은 북한 사람들이 현재 상당히 예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각별히 주의하시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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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연길 북한식당 억류 90분
    • 입력 2016-04-14 11:13:35
    • 수정2016-04-14 14:29:22
    취재후·사건후
KBS 기자가 억류됐던 중국 연길의 북한식당 중국 저장성 링보의 북한음식점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식당 여종업원 13명이 넉 달 전 연길에서 일했다는 첩보를 가지고 2016년 4월 9일 저녁 9시 비행기로 베이징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로 향했다. 연길에는 모두 10여 개의 북한식당이 있고 대부분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4월 10일 오전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탈북한 13명이 연길시 천년백설회관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하기 위해 오전 11시 45분 천년백설회관 도착했다. 1. 감금 과정 건물 1층 문이 닫혀 있어 차에서 내린 뒤 건물 외부에서 같이 일하는 중국인 고용원과 외경을 촬영했다. 그런데 건물 2층에 있던 사람들이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이 가운데 3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누군데 왜 찍습네까?” 북한 사람이었다. “네, KBS베이징 특파원인데 이곳에서 탈북자가 일했다고 해서 취재하러 왔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북한 사람이 “KBS xxx들 너희들 때문에 식당이 다 망하게 생겼는데 왜 왔느냐? 허락도 안 받고 찍어도 되냐?”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촬영을 하는데 특별히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건물이 아닌 식당 건물의 외관을 촬영하는 것은 허가가 필요 없지만 괜히 시비가 붙는 것이 싫어 "문 닫혀 있는 줄 알았다. 지금 인사 하고 허락받으려고 한다."라고 말하며 명함을 건넸다. 그러자 2명이 “이 xxx들 잘됐다 들어가자”며 팔짱을 꼈다. 그래서 “우리는 안된다. 너희들이 뭔데 들어가자는 거냐?”라고 저항했다. 그리고 북한 사람은 자신이 아는 중국 공안(경찰)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상한 사람이 와서 몰래 찍고 있으니 와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뭐가 몰래 찍은 거냐? 당당히 찍은 거 아니냐?”라고 항의했고 "이 xxx들 허락받고 찍었냐"는 등 하면서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2층에 있던 건달들이 내려왔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내가 선양총영사관에 전화하려 하자 휴대전화를 빼앗고 10여 명이 우르르 몰려 들어 2층 식당의 어느 방으로 강제로 끌고 갔다. 순식간이었다. 강력히 저항하고 몸싸움을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누군가가 안경을 쳐서 안경 코가 분실됐다. 2. 억류 시 상황 이들이 끌고 간 2층의 큰 방. 이들은 흥분돼 각종 욕설과 폭언을 10여 분 간 했다. 그리고는 빼앗은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북한 사람 4명, 중국인 2명이 있는 상황에서 난 그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후부터는 "누구의 사주를 받고 왔느냐?" "기자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 "동포끼리 좀 같이 살면 안 되느냐? 왜 식당에 와서 우리 영업을 방해하느냐?"는 등 각종 협박을 했다. 이들의 말에 처음에는 “이 식당 수익이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가고 이에 대해 우리가 문제 삼는 것 아니냐”며 응수했지만,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들에게 지쳐 나중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은 특별히 찍은 게 없자 카메라에 남아 있던 3월 18일 장백현 국경 지역에서 찍은 그림을 문제 삼으며 시비를 했고, 중국 당국의 허락을 받아 찍었고 이미 방송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일단 감금해 놓고 보니까 자신들의 행동이 중국 공안에게 알려지면 문제 될 것을 우려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감금 30분 후부터는 “같은 민족끼리 서로 돕고 살면 안 되느냐, 우리 약한 사람들 돈 좀 벌자는데 왜 이렇게 못살게 구느냐?” 며 나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태도가 바뀌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마실 물을 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감금된 지 1시간 10분이 지나 중국 공안이 왔다. 중국 공안은 북한 사람들을 나가게 하고 식당 방에서 우리를 10분 정도 조사한 뒤, 같이 안전하게 연길시 공안국으로 안내하면서 풀려나게 됐다. 풀려나고 안 사실이지만 중국의 북한식당은 중국인이 사장이고 북한 사람들은 위탁을 받아 영업하면서 수익을 나누는 구조인데, 중국인 사장이 왜 한국 기자를 감금했냐고 질책했고, 이들도 이후 영업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이때부터는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 중국 공안은 원래 북한식당에는 북한 남자 관리인이 1명인데, 4명이 있는 것을 보니, 여기서 무슨 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북한 사람들이 계속되는 제재 압박과 북한 음식점에 대한 보도에 대해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특히 탈북과 관련된 식당인데 너무 쉽게 취재하려 했다고 공안이 충고하기까지 했다. 선양총영사관은 중국 공안에게 해당 사안을 강력 항의하고, 공안은 중국인 업주에게 강력 경고하면서, 당장은 연길에 있는 북한 사람들이 연길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고 한다. 3. 풀려난 후 실랑이하던 10분, 감금됐던 1시간 10분, 그리고 중국 공안의 조사 10분 동안 내 머리에는 여러 생각이 흘렀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들이 왜 이러는가? 북한으로의 납치?’ 갖가지 생각이 들었다. 풀려난 뒤 베이징으로 돌아왔고, 다음날은 몸싸움 후유증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온종일 잤다. 후배는 ‘외상 후 장애’라고 한다. 그리고 출근한 후 당시 상황을 곰곰이 되씹어본다. 베이징 특파원 9개월 기간 동안 취재를 하면서 북한 사람들과 많이 접촉했다. 외교관, 조선중앙통신 기자, 그리고 무역상과 북한식당 종업원. 내 신분을 밝히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기에 이렇게 북한 사람에게 감금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내 신분을 밝히면 그쪽도 강압을 사용하지 않았고, 같은 민족인데 라는 생각이 더 많아 비교적 관대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발악하는 듯한 북한사람의 그 말 “KBS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이들은 외화벌이 창구로 이용당하는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는 KBS 보도가 자신들의 생존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보도를 통해 해외 북한 식당을 통한 외화벌이가 없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이 교체돼 더 살기 좋은 북한 사회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이 나중에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아프리카 난민촌, 저 북극까지 여러 위험 지역을 취재했었지만 이번 취재는 나의 20년 기자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북한 관련 취재를 너무 쉽게 생각했었구나 , 내가 너무 안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북한 사람들은 이른바 ‘독이 올라 있다’는 느낌이다. 당분간 중국 동북 3성 지역을 여행하시는 분들은 북한 사람들이 현재 상당히 예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각별히 주의하시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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