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 영화방] 남루한 삶에 꽃이 피는 그 순간…‘스틸플라워’

입력 2016.04.14 (11:16) 수정 2016.04.15 (12: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강승화 아나운서: 고단한 현실 때문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신 분 계십니까. 그럼에도 저희가 살아가는 이유는 희망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동정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내용의 영화, <스틸 플라워(Steel flower)>에 대해서 오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박석영 감독 그리고 정하담 배우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강승화: <스틸 플라워>를 제가 보고 조사하다 보니까 어우. 상복이 많은 영화더라고요. 서울독립영화제, 피렌체 한국 영화제 대상을 받았고요. 그리고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상!

박석영 감독: 하담이가 탄 게 더 훌륭한 상이었던 거 같아요.

강승화: 어떤 상을?

정하담 배우: 저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탔어요.

박석영: 연기상이죠. 너무 감사한 상이었어요.

도시를 떠도는 소녀의 삶

강승화: 영화 얘기 좀 해볼게요. 영화를 딱 보면 일단 저 같은 경우는 관객으로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면 ‘하담’에 대한 배경 설명도 없이 그냥 영화가 시작되고, 모호한 설정이 많았는데 혹시 어떤 의도로 이렇게 영화를 시작하게 하셨는지요?

박석영: 이 친구가 현재적으로 보이는, 그냥 캐리어를 끌고 다니고 직장을 얻으려고 하는 그런 어떤 사람을 목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얘는 왜 연락할 사람이 하나도 없지?’ 이런 것들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우리의 기억이나 우리의 과거로 판단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저도 이 캐릭터가 역시 이런 것으로 판단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강승화: 사실은 제가 봐도 연기가 너무 힘들었을 거 같아요. 주인공 ‘하담’을 어떤 캐릭터로 생각하고 연기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정하담: 저는 처음에 연기할 때는요. 감독님이 보내주신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여자의 선택이나 이런 행동들이 다 이해가 됐어요. ‘정의로운 선택을 한다’, ‘자기를 지키려고 하는 성격이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처음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되게 많이 울었고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되게 컸어요.
그런데 카메라로 찍었을 때 그게 담겨 있지 않은 느낌이 약간 들었어요. 이 아이 뒷모습이나 옆모습에서 그게 느껴져야 하는 거잖아요. 이 아이의 마음과 굳건한 마음이나 좀 남들과 다른 사연을 가진 아이라는 게 느껴져야 되는데, 느껴지지 않는 느낌이 약간 들었어요. 그래서 걸음걸이라든지 이런 사소한 외양의 것들을 찾아 나가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남루한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강승화: 저는 참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탭댄스 신발을 가지고 와서 춤을 추잖아요. 탭댄스가 상징하는 바가 뭔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거든요.

정하담: 이 친구는 계속 일을 하고 필사적으로 사는 애였는데, 우연히 술 먹은 날 탭댄스 소리를 듣고 이끌렸는데 따라 하다 보니까 좋아하게 된 마음이 커진 거 같아요. 저는 이 친구한테 탭댄스가 어떤 굉장히 다른 의미라기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일이 생긴 거라고 이해했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강승화: 뭔가 희망 없이 살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이다. 일이었다... 영화에서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소중하시겠지만 그래도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을 해 주시죠.

박석영: 혼자 방 안에 있거나 물고기를 던지고 나서 지친 모습으로 거리에 앉아 있는 뒷모습, 촬영할 때는 몰랐어요. 편집을 할 때 그 장면을 이렇게 보면서 ‘아, 내가 참 찍고 싶었던 한 순간이 저런 것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그때 들었던 거 같아요. 매우 지친, 삶에 지친 한 인간의 뒷모습 같은 것이 저한테는 되게 마음을 치는 장면이긴 해요.

정하담: 횟집 사장이 하담한테 내일 돈 준다고 그러잖아요. 계속 내일 돈 준다고. 그때 제가 그걸 받아들이고 있는 그 느낌이, 저 때 당연히 안 믿기는데 믿으려고밖에 할 수 없는 이 처지. 믿는 거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 담겨 있는 거 같아서 그 장면이 좀 애착이 갔어요. 영화를 보면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은 박석영 감독, 이지적인 정하담 배우

강승화: 아무래도 정하담 배우를 박석영 감독께서 신뢰를 많이 하고 계신다는 느낌이 드는데, 두 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들꽃>에서도 함께 영화를 하셨는데 정하담 배우가 보는 박석영 감독은 어떤 분인가요?

정하담: 가지고 있는 게 많으신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좀 높으신 거 같아요. <스틸 플라워>의 ‘하담’이 “이유가 없다”는 얘길 하셨잖아요. 처음 만난 분들을 감독님이 대할 때 봐도, 조건 없이 좋아하려는 느낌이 들어요,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주변에 사람이 좀 많으신 거 같고 그런 점이 부럽기도 하고 좀 어른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강승화: 성인군자 타입이시군요.

정하담: 약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저는.

강승화: 감독님께서 보시는 정하담 배우는 어떤 배우인지요?

박석영: 연기를 지나치게 잘 해버리기 때문에 저는 <들꽃> 할 때도 그렇고 이 영화 때도 그렇고 해외 영화제를 가면 언제나 “얘(정하담)는 어디서 데리고 왔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들어요. 실제로 거리에서 사는 애를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그런 면에서 정말 너무 감사하고 행운이다, 함께 작업해서. 그리고 많은 감독님이 눈에 여겨보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고 앞으로 많은 작품에서 만나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강승화: 마지막으로 <스틸 플라워>를 보게 되실 관객에게 한 말씀씩 해주시죠.

정하담: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나오는 영화에요. 좋은 기억을 가지고 극장을 나가실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 영화예요.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석영: 한 소녀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는 그 가치와 힘을 목격하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지쳐가고 계시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와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승화: 관객 여러분 <스틸 플라워> 보시면서 햇살처럼 따뜻한 감동 마음껏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하담 배우, 박석영 감독과 나눈 <스틸 플라워> 전체 인터뷰 영상은 <무비부비2(다락 영화방)> 팟캐스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다락 영화방] 남루한 삶에 꽃이 피는 그 순간…‘스틸플라워’
    • 입력 2016-04-14 11:16:15
    • 수정2016-04-15 12:16:58
    다락 영화방
강승화 아나운서: 고단한 현실 때문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신 분 계십니까. 그럼에도 저희가 살아가는 이유는 희망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동정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내용의 영화, <스틸 플라워(Steel flower)>에 대해서 오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박석영 감독 그리고 정하담 배우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강승화: <스틸 플라워>를 제가 보고 조사하다 보니까 어우. 상복이 많은 영화더라고요. 서울독립영화제, 피렌체 한국 영화제 대상을 받았고요. 그리고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상!

박석영 감독: 하담이가 탄 게 더 훌륭한 상이었던 거 같아요.

강승화: 어떤 상을?

정하담 배우: 저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탔어요.

박석영: 연기상이죠. 너무 감사한 상이었어요.

도시를 떠도는 소녀의 삶

강승화: 영화 얘기 좀 해볼게요. 영화를 딱 보면 일단 저 같은 경우는 관객으로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면 ‘하담’에 대한 배경 설명도 없이 그냥 영화가 시작되고, 모호한 설정이 많았는데 혹시 어떤 의도로 이렇게 영화를 시작하게 하셨는지요?

박석영: 이 친구가 현재적으로 보이는, 그냥 캐리어를 끌고 다니고 직장을 얻으려고 하는 그런 어떤 사람을 목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얘는 왜 연락할 사람이 하나도 없지?’ 이런 것들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우리의 기억이나 우리의 과거로 판단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저도 이 캐릭터가 역시 이런 것으로 판단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강승화: 사실은 제가 봐도 연기가 너무 힘들었을 거 같아요. 주인공 ‘하담’을 어떤 캐릭터로 생각하고 연기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정하담: 저는 처음에 연기할 때는요. 감독님이 보내주신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여자의 선택이나 이런 행동들이 다 이해가 됐어요. ‘정의로운 선택을 한다’, ‘자기를 지키려고 하는 성격이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처음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되게 많이 울었고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되게 컸어요.
그런데 카메라로 찍었을 때 그게 담겨 있지 않은 느낌이 약간 들었어요. 이 아이 뒷모습이나 옆모습에서 그게 느껴져야 하는 거잖아요. 이 아이의 마음과 굳건한 마음이나 좀 남들과 다른 사연을 가진 아이라는 게 느껴져야 되는데, 느껴지지 않는 느낌이 약간 들었어요. 그래서 걸음걸이라든지 이런 사소한 외양의 것들을 찾아 나가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남루한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강승화: 저는 참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탭댄스 신발을 가지고 와서 춤을 추잖아요. 탭댄스가 상징하는 바가 뭔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거든요.

정하담: 이 친구는 계속 일을 하고 필사적으로 사는 애였는데, 우연히 술 먹은 날 탭댄스 소리를 듣고 이끌렸는데 따라 하다 보니까 좋아하게 된 마음이 커진 거 같아요. 저는 이 친구한테 탭댄스가 어떤 굉장히 다른 의미라기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일이 생긴 거라고 이해했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강승화: 뭔가 희망 없이 살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이다. 일이었다... 영화에서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소중하시겠지만 그래도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을 해 주시죠.

박석영: 혼자 방 안에 있거나 물고기를 던지고 나서 지친 모습으로 거리에 앉아 있는 뒷모습, 촬영할 때는 몰랐어요. 편집을 할 때 그 장면을 이렇게 보면서 ‘아, 내가 참 찍고 싶었던 한 순간이 저런 것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그때 들었던 거 같아요. 매우 지친, 삶에 지친 한 인간의 뒷모습 같은 것이 저한테는 되게 마음을 치는 장면이긴 해요.

정하담: 횟집 사장이 하담한테 내일 돈 준다고 그러잖아요. 계속 내일 돈 준다고. 그때 제가 그걸 받아들이고 있는 그 느낌이, 저 때 당연히 안 믿기는데 믿으려고밖에 할 수 없는 이 처지. 믿는 거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 담겨 있는 거 같아서 그 장면이 좀 애착이 갔어요. 영화를 보면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은 박석영 감독, 이지적인 정하담 배우

강승화: 아무래도 정하담 배우를 박석영 감독께서 신뢰를 많이 하고 계신다는 느낌이 드는데, 두 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들꽃>에서도 함께 영화를 하셨는데 정하담 배우가 보는 박석영 감독은 어떤 분인가요?

정하담: 가지고 있는 게 많으신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좀 높으신 거 같아요. <스틸 플라워>의 ‘하담’이 “이유가 없다”는 얘길 하셨잖아요. 처음 만난 분들을 감독님이 대할 때 봐도, 조건 없이 좋아하려는 느낌이 들어요,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주변에 사람이 좀 많으신 거 같고 그런 점이 부럽기도 하고 좀 어른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강승화: 성인군자 타입이시군요.

정하담: 약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저는.

강승화: 감독님께서 보시는 정하담 배우는 어떤 배우인지요?

박석영: 연기를 지나치게 잘 해버리기 때문에 저는 <들꽃> 할 때도 그렇고 이 영화 때도 그렇고 해외 영화제를 가면 언제나 “얘(정하담)는 어디서 데리고 왔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들어요. 실제로 거리에서 사는 애를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그런 면에서 정말 너무 감사하고 행운이다, 함께 작업해서. 그리고 많은 감독님이 눈에 여겨보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고 앞으로 많은 작품에서 만나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강승화: 마지막으로 <스틸 플라워>를 보게 되실 관객에게 한 말씀씩 해주시죠.

정하담: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나오는 영화에요. 좋은 기억을 가지고 극장을 나가실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 영화예요.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석영: 한 소녀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는 그 가치와 힘을 목격하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지쳐가고 계시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와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승화: 관객 여러분 <스틸 플라워> 보시면서 햇살처럼 따뜻한 감동 마음껏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하담 배우, 박석영 감독과 나눈 <스틸 플라워> 전체 인터뷰 영상은 <무비부비2(다락 영화방)> 팟캐스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