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13인의 집단 탈북…파장은?

입력 2016.04.16 (07:50) 수정 2016.04.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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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4월 16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를 집중 분석하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4.13총선과 함께 우리의 관심을 모았던 뉴스는 바로 중국에서 집단 귀순해온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얘기인데요.

사진으로 공개된 종업원들의 외모와 탈출 이유, 또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탈출 작전 등 하나하나가 모두 화제 거리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 엘리트 계층의 균열 조짐도 새롭게 조명을 받았는데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이번 집단 탈북 사건의 전말, 그리고 그 파장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중국 저장성 닝보시, 역사 문화거리에 위치한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북한 뒤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녹취> 류경식당 관계자 : "(거기 북한 식당이죠?) 죄송하지만 지금 내부 정비로 영업 중단 중입니다. 영업 안 합니다."

한참 만에 만난 중국인 식당 관계자가 영업 중단 이유를 털어놓습니다.

<녹취> 류경식당 관계자 : "(종업원들이 도망갔어요.) 도망갔어요? 언제요? (5일 저녁, 6일 새벽이요. 찍지 마세요.)"

이곳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은 스무 명 남짓, 이 가운데 13명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류경식당 관계자 : "(원래 여기 종업원이 몇 명이에요?) 18명에서 20명 돼요. (20명이요? 전부 도망갔나요?) 몰라요. 나도 책임자가 아니에요."

당초 연길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들은 지난해 말 경영난 때문에 이곳으로 옮겨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북 제재로 한국 손님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이곳에서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녹취> 후아오(주변 상점 사장) : "(북한 종업원 탈북 소식 들었어요?) 나도 그 사람들이 왜 도망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최근에 그 집이 장사가 안 됐어요."

특히, 탈출 전날에는 식당 안에서 서로 치고받는 큰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경비원 : "전날 싸움이 벌어졌어요. 주먹다짐을 하면서 싸웠어요. (누가 그러는데요?) 내부 사람이 말한 거예요."

중국 외교부는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지난 6일 합법적인 여권을 들고 정상 출국했다고 밝혔습니다.

류경식당의 북한 종업원들은 지난 5일 밤 식당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튿날 동남아 제3국을 거쳐 7일 항공기편으로 한국에 들어왔는데요.

한편의 첩보영화처럼, 귀순을 감행한 지 이틀 만에 모든 과정이 치밀하고 신속하게 진행됐습니다.

화려한 색감의 점퍼와 청바지를 입고 여행용 가방까지 들었습니다.

얼핏 보아도 여느 여행객과 다를 바 없는 이들은 집단 탈북을 감행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입니다.

탈북 종업원 13명 중 30대 남성 지배인과 여종업원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20대 초반의 여성들입니다.

특히 이들이 일한 중국의 북한 식당은 노래, 춤 실력 등과 함께 무엇보다 출신 성분이 좋아야만 갈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 (가명/북한 고위 간부 출신/음성변조) : "부모들 같은 경우에 일정한 영향력을 다 가진 대상들이라고 봐야겠죠. 중간층 정도에서 권력층에 복무를 하든가 아니면 경제적으로 뭐 외화벌이 부분에 복무를 한다든가 또 해외 무역 계통에 종사를 한다든가 이런 대상들의 자녀들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정부가 공개한, 종업원 7명의 탈북 동기와 심경입니다.

한 종업원은 대북 제재가 심화되면서 북한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서울 탈출을 결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북한에서 못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서 잘 살고 싶다.

많은 것을 배우고 노력해 대한민국의 딸로 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탈북의 직접적 계기는 북한 당국의 외화 상납 압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정준희(지난 8일/통일부 대변인) : "북한 당국으로부터 촉구되는 외화 상납 요구 등 압박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라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북의 창 제작진은, 과거 중국 북한 식당에서 지배인으로 일했던 탈북자 한 모 씨를 만났습니다.

한 씨의 첫 반응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북한 체제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녹취> 한00(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음성변조) : "13명이 입 맞추기는 정말 힘들어요. 어느 한 명이 꼭 거기 13명 중에 벌써 두 명이 입 맞춰도 어느 한 명이 배신하는데...근데 사실은 인질이라는 게 있거든요. 나올 때 볼모라 그러죠. 종업원들은 아빠, 엄마가 볼모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탈북을 한 번 감행한다 엄청 힘들어요."

우리 정부의 북한 식당 출입 자제 권고에 중국 정부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걸을 거란 설명입니다.

<녹취> 한00(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음성변조) : "온 세계가 지금 북한을 제재하고 있잖아요. 중국 정부에서도 이제 가지 말라고 공고를 내렸다고 하더라고요.‘밥 먹으러 가지마라. 그 식당으로’ 그러면 망하는 거예요. 제재를 해버리면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안가주면 장사가 안돼요. "

<녹취> 김만철(1987년 2월/일가족 11명 탈북) :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떠났습니다."

1987년, 북한 청진항에서 목선을 타고 입국한 김만철 씨 가족.

11살 막내아들부터, 장모와 처남에 이르기까지... 일가족 집단 탈북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1996년 말에는 김경호 씨 일가족 17명이.

<녹취> 최현실(1996년 12월/일가족 17명 탈북) : "힘들었어요. 자녀들이 있어가지고서 아버지를 업고 옆에 끼고 이렇게 하고 왔습니다."

2004년 7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탈북자 468명이 동남아에서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해외 대사관이나 국제학교에 집단으로 들어와 한국행을 요구하는 사건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우리는 탈북자들입니다. 한국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본격화된 집단 탈북.

하지만 이번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은 삼엄한 감시를 받은 외화벌이 일꾼들이 서로 논의해 한꺼번에 탈출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과거 탈북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이번 종업원 탈북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 단위보다는 직장에서의 일을 같이 했던 그룹들이 생사를 같이 하는 탈북이 이뤄지고 있다는데 대해서 종래에 가족 형에서 집단 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집단 탈북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생계형 탈북'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배고픔이나 가난이 아닌,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이 탈북 도미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집단 탈북 사건 직후 취재진이 찾은 중국 베이징의 북한 식당.

종업원에게 집단 탈북 소식을 아는지 묻자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녹취> 북한 식당 종업원 : "(종업원 13명이 남한으로 갔는데 그 얘기 못 들어보셨어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녹취> 북한 식당 종업원 : "((탈북한 종업원들이 근무하던 곳이) 어느 식당인지 모르세요?) 그걸 왜 찾으십니까? 그 식당을?"

탈북한 종업원들이 지난해 근무했던 연길의 북한식당에서는 종업원들이 취재진을 억류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대북 제재의 여파는 멀리 네팔에 있는 북한 식당에까지 미쳤습니다.

<녹취> "(계세요? 왜 이렇게 어두워요?) 예. 불이 나갔습니다. 몇 분이십니까?"

불이 꺼지고 손님도 없는 식당.

판매용 특산품이 있던 진열대는 텅 비어있습니다.

<녹취> 북한 식당 종업원 : "(장사 잘 돼요?) 지진 때문에도 그렇고 (남북 관계?) 말 못 할 것도 아니죠 뭐."

이 식당은 외화 상납금을 채우기 위해 김치를 만들어 주변 상점에 팔고 있습니다.

전 세계 12개국 130여개 북한 식당에서 북한이 송금해온 외화는 연간 천만 달러 수준.

하지만 대북 제재 이후 경영난으로 폐업이 이어지고, 절반 가량은 상납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윤병세(외교부 장관/지난 10일, KBS 일요진단) : "현재 북한이 처해있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 이번에 탈북하시는 분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자유를 찾아서 귀순한 것으로 보고 있고요. 이러한 상황이 좀 계속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녹취> 김영철(2013년 3월/당시 북한 정찰총국장) : "다종화 된 우리 식의 정밀 핵 타격 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입니다.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번지게 돼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각종 대남 도발의 배후로 지목돼온 북한군 정찰총국.

지난해 이곳에서 근무해 온 고위 간부 한 명이 망명했습니다.

우리 군의 대령에 해당하는 대좌 계급.
일반 부대에서는 장성급의 위상을 갖는 군 출신 탈북자 가운데 최고위급입니다.

<녹취>문상균(지난 11일/국방부 대변인) : "그런 사실(정찰총국 대좌 망명)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적사항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얘기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가족과 함께 입국한 이 간부는 현재 국내 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정찰총국이 행한 대남공작에 대해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아프리카와 동남아에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 그리고 김정은의 비자금 창구인 노동당 39호실 간부 등 외화벌이 일꾼 대여섯 명도 지난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인터뷰> 김성(가명/북한 고위 간부 출신/음성변조) : "일종의 체제에 가장 충성을 해야 할 충성 세대가 집단으로 체제를 거부하고 대한민국으로 넘어간 사례가 아닙니까? 김정은에게 주는 메시지도 상당히 강할 수밖에 없어요. 북한 권력층이라든가 북한 전반에 알려질 경우 아마 그 파급 영향이 어느 계기보다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김정은 시대에 잇따르는 이른바 ‘북한 엘리트 집단’의 탈북.

그 바탕에는 김정은이 보여준 공포 통치에 대한 두려움, 북한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회의적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고모부 장성택,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등 권력의 상층부들이 제거 숙청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엘리트들은 좌불안석에 빠질 수밖에 없고 김정은의 광기와 변덕으로 언제든 자신이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싸였습니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북한 상류층의 동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집단 탈북 나흘 만에 북한은 예상대로 전대미문의 유인 납치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종업원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특단의 징벌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 정권을 지탱해온 핵심 계층의 동요, 그리고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확인시켜준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김정은이 체제 유지를 위한 핵 미사일 도발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주민들의 불만은 내부에서부터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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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6 09:10:56
    • 수정2016-04-16 14:38:33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4월 16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를 집중 분석하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4.13총선과 함께 우리의 관심을 모았던 뉴스는 바로 중국에서 집단 귀순해온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얘기인데요.

사진으로 공개된 종업원들의 외모와 탈출 이유, 또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탈출 작전 등 하나하나가 모두 화제 거리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 엘리트 계층의 균열 조짐도 새롭게 조명을 받았는데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이번 집단 탈북 사건의 전말, 그리고 그 파장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중국 저장성 닝보시, 역사 문화거리에 위치한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북한 뒤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녹취> 류경식당 관계자 : "(거기 북한 식당이죠?) 죄송하지만 지금 내부 정비로 영업 중단 중입니다. 영업 안 합니다."

한참 만에 만난 중국인 식당 관계자가 영업 중단 이유를 털어놓습니다.

<녹취> 류경식당 관계자 : "(종업원들이 도망갔어요.) 도망갔어요? 언제요? (5일 저녁, 6일 새벽이요. 찍지 마세요.)"

이곳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은 스무 명 남짓, 이 가운데 13명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류경식당 관계자 : "(원래 여기 종업원이 몇 명이에요?) 18명에서 20명 돼요. (20명이요? 전부 도망갔나요?) 몰라요. 나도 책임자가 아니에요."

당초 연길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들은 지난해 말 경영난 때문에 이곳으로 옮겨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북 제재로 한국 손님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이곳에서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녹취> 후아오(주변 상점 사장) : "(북한 종업원 탈북 소식 들었어요?) 나도 그 사람들이 왜 도망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최근에 그 집이 장사가 안 됐어요."

특히, 탈출 전날에는 식당 안에서 서로 치고받는 큰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경비원 : "전날 싸움이 벌어졌어요. 주먹다짐을 하면서 싸웠어요. (누가 그러는데요?) 내부 사람이 말한 거예요."

중국 외교부는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지난 6일 합법적인 여권을 들고 정상 출국했다고 밝혔습니다.

류경식당의 북한 종업원들은 지난 5일 밤 식당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튿날 동남아 제3국을 거쳐 7일 항공기편으로 한국에 들어왔는데요.

한편의 첩보영화처럼, 귀순을 감행한 지 이틀 만에 모든 과정이 치밀하고 신속하게 진행됐습니다.

화려한 색감의 점퍼와 청바지를 입고 여행용 가방까지 들었습니다.

얼핏 보아도 여느 여행객과 다를 바 없는 이들은 집단 탈북을 감행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입니다.

탈북 종업원 13명 중 30대 남성 지배인과 여종업원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20대 초반의 여성들입니다.

특히 이들이 일한 중국의 북한 식당은 노래, 춤 실력 등과 함께 무엇보다 출신 성분이 좋아야만 갈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 (가명/북한 고위 간부 출신/음성변조) : "부모들 같은 경우에 일정한 영향력을 다 가진 대상들이라고 봐야겠죠. 중간층 정도에서 권력층에 복무를 하든가 아니면 경제적으로 뭐 외화벌이 부분에 복무를 한다든가 또 해외 무역 계통에 종사를 한다든가 이런 대상들의 자녀들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정부가 공개한, 종업원 7명의 탈북 동기와 심경입니다.

한 종업원은 대북 제재가 심화되면서 북한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서울 탈출을 결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북한에서 못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서 잘 살고 싶다.

많은 것을 배우고 노력해 대한민국의 딸로 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탈북의 직접적 계기는 북한 당국의 외화 상납 압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정준희(지난 8일/통일부 대변인) : "북한 당국으로부터 촉구되는 외화 상납 요구 등 압박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라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북의 창 제작진은, 과거 중국 북한 식당에서 지배인으로 일했던 탈북자 한 모 씨를 만났습니다.

한 씨의 첫 반응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북한 체제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녹취> 한00(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음성변조) : "13명이 입 맞추기는 정말 힘들어요. 어느 한 명이 꼭 거기 13명 중에 벌써 두 명이 입 맞춰도 어느 한 명이 배신하는데...근데 사실은 인질이라는 게 있거든요. 나올 때 볼모라 그러죠. 종업원들은 아빠, 엄마가 볼모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탈북을 한 번 감행한다 엄청 힘들어요."

우리 정부의 북한 식당 출입 자제 권고에 중국 정부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걸을 거란 설명입니다.

<녹취> 한00(중국 내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음성변조) : "온 세계가 지금 북한을 제재하고 있잖아요. 중국 정부에서도 이제 가지 말라고 공고를 내렸다고 하더라고요.‘밥 먹으러 가지마라. 그 식당으로’ 그러면 망하는 거예요. 제재를 해버리면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안가주면 장사가 안돼요. "

<녹취> 김만철(1987년 2월/일가족 11명 탈북) :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떠났습니다."

1987년, 북한 청진항에서 목선을 타고 입국한 김만철 씨 가족.

11살 막내아들부터, 장모와 처남에 이르기까지... 일가족 집단 탈북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1996년 말에는 김경호 씨 일가족 17명이.

<녹취> 최현실(1996년 12월/일가족 17명 탈북) : "힘들었어요. 자녀들이 있어가지고서 아버지를 업고 옆에 끼고 이렇게 하고 왔습니다."

2004년 7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탈북자 468명이 동남아에서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해외 대사관이나 국제학교에 집단으로 들어와 한국행을 요구하는 사건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우리는 탈북자들입니다. 한국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본격화된 집단 탈북.

하지만 이번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은 삼엄한 감시를 받은 외화벌이 일꾼들이 서로 논의해 한꺼번에 탈출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과거 탈북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이번 종업원 탈북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 단위보다는 직장에서의 일을 같이 했던 그룹들이 생사를 같이 하는 탈북이 이뤄지고 있다는데 대해서 종래에 가족 형에서 집단 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집단 탈북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생계형 탈북'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배고픔이나 가난이 아닌,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이 탈북 도미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집단 탈북 사건 직후 취재진이 찾은 중국 베이징의 북한 식당.

종업원에게 집단 탈북 소식을 아는지 묻자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녹취> 북한 식당 종업원 : "(종업원 13명이 남한으로 갔는데 그 얘기 못 들어보셨어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녹취> 북한 식당 종업원 : "((탈북한 종업원들이 근무하던 곳이) 어느 식당인지 모르세요?) 그걸 왜 찾으십니까? 그 식당을?"

탈북한 종업원들이 지난해 근무했던 연길의 북한식당에서는 종업원들이 취재진을 억류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대북 제재의 여파는 멀리 네팔에 있는 북한 식당에까지 미쳤습니다.

<녹취> "(계세요? 왜 이렇게 어두워요?) 예. 불이 나갔습니다. 몇 분이십니까?"

불이 꺼지고 손님도 없는 식당.

판매용 특산품이 있던 진열대는 텅 비어있습니다.

<녹취> 북한 식당 종업원 : "(장사 잘 돼요?) 지진 때문에도 그렇고 (남북 관계?) 말 못 할 것도 아니죠 뭐."

이 식당은 외화 상납금을 채우기 위해 김치를 만들어 주변 상점에 팔고 있습니다.

전 세계 12개국 130여개 북한 식당에서 북한이 송금해온 외화는 연간 천만 달러 수준.

하지만 대북 제재 이후 경영난으로 폐업이 이어지고, 절반 가량은 상납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윤병세(외교부 장관/지난 10일, KBS 일요진단) : "현재 북한이 처해있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 이번에 탈북하시는 분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자유를 찾아서 귀순한 것으로 보고 있고요. 이러한 상황이 좀 계속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녹취> 김영철(2013년 3월/당시 북한 정찰총국장) : "다종화 된 우리 식의 정밀 핵 타격 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입니다.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번지게 돼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각종 대남 도발의 배후로 지목돼온 북한군 정찰총국.

지난해 이곳에서 근무해 온 고위 간부 한 명이 망명했습니다.

우리 군의 대령에 해당하는 대좌 계급.
일반 부대에서는 장성급의 위상을 갖는 군 출신 탈북자 가운데 최고위급입니다.

<녹취>문상균(지난 11일/국방부 대변인) : "그런 사실(정찰총국 대좌 망명)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적사항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얘기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가족과 함께 입국한 이 간부는 현재 국내 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정찰총국이 행한 대남공작에 대해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아프리카와 동남아에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 그리고 김정은의 비자금 창구인 노동당 39호실 간부 등 외화벌이 일꾼 대여섯 명도 지난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인터뷰> 김성(가명/북한 고위 간부 출신/음성변조) : "일종의 체제에 가장 충성을 해야 할 충성 세대가 집단으로 체제를 거부하고 대한민국으로 넘어간 사례가 아닙니까? 김정은에게 주는 메시지도 상당히 강할 수밖에 없어요. 북한 권력층이라든가 북한 전반에 알려질 경우 아마 그 파급 영향이 어느 계기보다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김정은 시대에 잇따르는 이른바 ‘북한 엘리트 집단’의 탈북.

그 바탕에는 김정은이 보여준 공포 통치에 대한 두려움, 북한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회의적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고모부 장성택,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등 권력의 상층부들이 제거 숙청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엘리트들은 좌불안석에 빠질 수밖에 없고 김정은의 광기와 변덕으로 언제든 자신이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싸였습니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북한 상류층의 동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집단 탈북 나흘 만에 북한은 예상대로 전대미문의 유인 납치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종업원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특단의 징벌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 정권을 지탱해온 핵심 계층의 동요, 그리고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확인시켜준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김정은이 체제 유지를 위한 핵 미사일 도발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주민들의 불만은 내부에서부터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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