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한반도 지진 38년간 과소평가했다

입력 2016.04.18 (18:08) 수정 2016.04.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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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때 기상청은 핵실험 폭발의 규모를 4.3이라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각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규모를 5.1로 발표했고, 중국 지진센터는 4.9라고 밝혀 큰 차이가 났다.

당시 기상청은 북 핵실험을 분석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충분히 토의하지 못한 채 먼저 규모를 발표했는데, 지질자원연구원과 협의 후 규모를 최종 4.8로 상향 조정했다. 규모가 4.3에서 4.8로 0.5 커지면 폭발력의 강도는 6배 강해진다.

기상청 지진 규모, 지질자원연구원보다 작아

기상청이 발표하는 지진 규모에 대한 의심은 인공지진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연지진에 대해서도 지속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22일, 전북 익산에서 지진이 발생해 수도권과 부산 일부까지 진동이 전달됐을 때, 기상청은 지진 규모를 3.9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는 규모를 4.3으로 분석해 역시 기상청의 규모가 0.4 만큼 작았다.

익산 지진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에 대해 기상청과 지질자원연구원의 규모를 비교해 봤다. 14 차례의 지진 가운데 두 차례를 제외한 12 차례의 지진에서 기상청의 규모가 모두 작다. 평균 0.26 만큼 작게 분석했고, 0.6까지 차이가 난 경우도 두 차례나 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지진의 규모를 계산하는 규모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지진의 규모를 리히터 규모라고 말하는데, 미국이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Charles Richter)가 1935년에 제안한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리히터는 100km 떨어진 곳에서 지진계가 1mm 움직이면 이를 규모 3.0으로 정의하자고 제안했다. 이 기준에 따라 지진계에 전달된 흔들림의 크기를 계산해 규모를 결정하는데, 지진파가 통과해온 땅속 물질에 따라서 흔들림이 약해지거나 혹은 강해진다. 따라서 각 국가 혹은 기관별로 감쇠식을 별도로 만들어 적용한다. 기관별로 지진의 규모가 약간씩 차이가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상청과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 규모 차이 역시 서로 다른 규모식(규모식 내의 감쇠식)에서 발생한다. 지진 규모를 비교·분석한 신동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상청이 사용하는 감쇠식이 다른 기관이나 기존 연구에 비해 최대 0.5 정도를 적은 수치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 지진계산식, 0.5 작은 수치 적용”

실제로 감쇠식은 미국에서도 동부와 서부가 다르며, 일본과 한국도 서로 다른 것을 사용하고 있다. 각 지역의 지질 특성에 맞는 최적의 감쇠식을 찾아 적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상청은 미국에서 들여온 지진분석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사용하던 감쇠식을 그대로 쓰고 있다. 반면 지질자원연구원은 최신 연구와 한반도의 지질 특성을 반영해 감쇠식을 수정했기 때문에 기상청이 발표하는 규모와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지진 규모, ‘다름’과 ‘틀림’

기상청은 이제껏 한반도의 지진을 분석하는 규모식(감쇠식)이 다른 기관과 '다르기' 때문에 규모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속해서 규모를 평균 0.2에서 0.3 정도 작게 발표한다면 이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으로 이해된다.

또, 그 원인이 한반도 지질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과학적인 근거 역시 기상청의 자체 보고서('한반도 국지 지진규모식 검토 및 개선 방향 연구', 2014년, 전남대 신동훈 교수 등)에 적시돼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그동안 지질학계에서 지속 제기돼 왔고, 기상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은 2007년, 2014년에 자체 용역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규모식을 찾으려는 시도만 했을 뿐, 정작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한반도 지진 규모, 1978년부터 모두 재평가 필요

기상청이 디지털 방식으로 지진을 관측하고 미국의 지진분석시스템을 들여온 것은 1978년이다. 지난 38년 동안 지진 규모 분석에 한반도 규모식이 아니라 미국의 규모식으로 적용해왔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그동안 한반도에 지진에 대한 기상청의 분석과 발표가 모두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미래 지진뿐 아니라 과거 지진까지 모두 새로 분석해서 규모를 재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 자문을 하고 있는 신동훈 전남대 교수는 당연히 과거 지진까지 모두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진 규모를 낮게 봤다는 것은 학술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향후 지진 재해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은 지진이 반복된다는 신호는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진의 기본적인 원칙 때문이다. 또한 과거 지진을 바탕으로 국민안전처는 한반도 지진 위험지도를 만들고 있다. 더구나 이 지진 위험도에서 제시하는 숫자로 모든 건축물과 시설물의 설계기준이 정해진다. 지진의 규모를 지속 낮게 평가하면 큰 지진의 가능성이 묻힐 수 있고, 미래 지진에 대비하는 사회 시스템 전반에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규모의 5의지진에 버티도록 설계한 구조물이 규모 4.9의 지진에 무너졌을 경우, 그 책임은 누구에게있는 것일까?

기상청 신뢰 회복을 위해 개선 시급

지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앙(지진 발생 원점의 수직 지표면)과 규모다. 하지만 일반인은 이를 관측할 수 있는 장비가 없기 때문에 기상청이 발표하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가 통계인 지진의 규모가 지속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기상청은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서둘러 개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다행히 국가 지진위험지도는 5년 마다 갱신되고 있으며, 지진위험지도는 가까운 작은 지진보다는 먼 과거에 발생했더라도 큰 지진의 영향이 더 크게 방영되기 때문에 개선에 따른 큰 혼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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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상청, 한반도 지진 38년간 과소평가했다
    • 입력 2016-04-18 18:08:47
    • 수정2016-04-18 18:09:07
    취재K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때 기상청은 핵실험 폭발의 규모를 4.3이라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각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규모를 5.1로 발표했고, 중국 지진센터는 4.9라고 밝혀 큰 차이가 났다.

당시 기상청은 북 핵실험을 분석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충분히 토의하지 못한 채 먼저 규모를 발표했는데, 지질자원연구원과 협의 후 규모를 최종 4.8로 상향 조정했다. 규모가 4.3에서 4.8로 0.5 커지면 폭발력의 강도는 6배 강해진다.

기상청 지진 규모, 지질자원연구원보다 작아

기상청이 발표하는 지진 규모에 대한 의심은 인공지진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연지진에 대해서도 지속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22일, 전북 익산에서 지진이 발생해 수도권과 부산 일부까지 진동이 전달됐을 때, 기상청은 지진 규모를 3.9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는 규모를 4.3으로 분석해 역시 기상청의 규모가 0.4 만큼 작았다.

익산 지진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에 대해 기상청과 지질자원연구원의 규모를 비교해 봤다. 14 차례의 지진 가운데 두 차례를 제외한 12 차례의 지진에서 기상청의 규모가 모두 작다. 평균 0.26 만큼 작게 분석했고, 0.6까지 차이가 난 경우도 두 차례나 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지진의 규모를 계산하는 규모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지진의 규모를 리히터 규모라고 말하는데, 미국이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Charles Richter)가 1935년에 제안한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리히터는 100km 떨어진 곳에서 지진계가 1mm 움직이면 이를 규모 3.0으로 정의하자고 제안했다. 이 기준에 따라 지진계에 전달된 흔들림의 크기를 계산해 규모를 결정하는데, 지진파가 통과해온 땅속 물질에 따라서 흔들림이 약해지거나 혹은 강해진다. 따라서 각 국가 혹은 기관별로 감쇠식을 별도로 만들어 적용한다. 기관별로 지진의 규모가 약간씩 차이가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상청과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 규모 차이 역시 서로 다른 규모식(규모식 내의 감쇠식)에서 발생한다. 지진 규모를 비교·분석한 신동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상청이 사용하는 감쇠식이 다른 기관이나 기존 연구에 비해 최대 0.5 정도를 적은 수치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 지진계산식, 0.5 작은 수치 적용”

실제로 감쇠식은 미국에서도 동부와 서부가 다르며, 일본과 한국도 서로 다른 것을 사용하고 있다. 각 지역의 지질 특성에 맞는 최적의 감쇠식을 찾아 적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상청은 미국에서 들여온 지진분석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사용하던 감쇠식을 그대로 쓰고 있다. 반면 지질자원연구원은 최신 연구와 한반도의 지질 특성을 반영해 감쇠식을 수정했기 때문에 기상청이 발표하는 규모와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지진 규모, ‘다름’과 ‘틀림’

기상청은 이제껏 한반도의 지진을 분석하는 규모식(감쇠식)이 다른 기관과 '다르기' 때문에 규모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속해서 규모를 평균 0.2에서 0.3 정도 작게 발표한다면 이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으로 이해된다.

또, 그 원인이 한반도 지질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과학적인 근거 역시 기상청의 자체 보고서('한반도 국지 지진규모식 검토 및 개선 방향 연구', 2014년, 전남대 신동훈 교수 등)에 적시돼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그동안 지질학계에서 지속 제기돼 왔고, 기상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은 2007년, 2014년에 자체 용역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규모식을 찾으려는 시도만 했을 뿐, 정작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한반도 지진 규모, 1978년부터 모두 재평가 필요

기상청이 디지털 방식으로 지진을 관측하고 미국의 지진분석시스템을 들여온 것은 1978년이다. 지난 38년 동안 지진 규모 분석에 한반도 규모식이 아니라 미국의 규모식으로 적용해왔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그동안 한반도에 지진에 대한 기상청의 분석과 발표가 모두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미래 지진뿐 아니라 과거 지진까지 모두 새로 분석해서 규모를 재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 자문을 하고 있는 신동훈 전남대 교수는 당연히 과거 지진까지 모두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진 규모를 낮게 봤다는 것은 학술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향후 지진 재해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은 지진이 반복된다는 신호는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진의 기본적인 원칙 때문이다. 또한 과거 지진을 바탕으로 국민안전처는 한반도 지진 위험지도를 만들고 있다. 더구나 이 지진 위험도에서 제시하는 숫자로 모든 건축물과 시설물의 설계기준이 정해진다. 지진의 규모를 지속 낮게 평가하면 큰 지진의 가능성이 묻힐 수 있고, 미래 지진에 대비하는 사회 시스템 전반에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규모의 5의지진에 버티도록 설계한 구조물이 규모 4.9의 지진에 무너졌을 경우, 그 책임은 누구에게있는 것일까?

기상청 신뢰 회복을 위해 개선 시급

지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앙(지진 발생 원점의 수직 지표면)과 규모다. 하지만 일반인은 이를 관측할 수 있는 장비가 없기 때문에 기상청이 발표하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가 통계인 지진의 규모가 지속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기상청은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서둘러 개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다행히 국가 지진위험지도는 5년 마다 갱신되고 있으며, 지진위험지도는 가까운 작은 지진보다는 먼 과거에 발생했더라도 큰 지진의 영향이 더 크게 방영되기 때문에 개선에 따른 큰 혼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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