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조세회피…안 막나, 못 막나?

입력 2016.04.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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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파나마. 일반인들은 가보기는 커녕 들어본 경우도 드문 곳입니다. 지난 4일 이 곳에서 사상 최대의 조세 회피가 이뤄졌다는 문건,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가 공개됐습니다.

진원지는 파마나 최대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 파나마에 본사를 두고 역외 조세 회피 사업을 해왔는데 21만 개가 넘는 페이퍼 컴퍼니, 이른바 유령 회사를 만들어 준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연루된 사람들만 전세계 국가 원수와 친인척 수십여 명, 한국인도 190명이 넘습니다. 얼마나 연루됐고 얼마나 빼돌렸는지 그들의 은밀한 조세 회피 수법을 들여다봤습니다.

아시아 대표 조세회피처 '라부안'



말레이시아의 연방직할령 라부안은 작은 섬마을 휴양도시처럼 보이지만 이름과 계좌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 수천 개가 등록된 아시아의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입니다.

라부안 국제금융센터 ,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주는 신탁회사 수십 곳이 입주해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페이퍼 컴퍼니 간판이 즐비합니다.

신탁회사 관계자는 "주식배당금은 세금 0%입니다. 아프리카, 필리핀 어느 곳에서 소득을 가져와도 소득세는 3%나, 3만 링깃만 받아요"라고 달콤하게 속삭였습니다.

이곳에 페이퍼 컴퍼니를 차린 뒤 세계 곳곳에 투자해 수백, 수천억 원을 벌어도 소득세는 최대 3만 링깃, 우리 돈 890여만 원만 내면 됩니다. 단 하루 만에 이런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신탁회사 관계자는 취재진이 다음 날까지 돈을 준다고 하자 "그럼 내일 저녁이나 모레 오전까지 회사를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누구나 페이퍼 컴퍼니 '뚝딱' 설립



라부안 외에도, 해외 소득에 대한 소득세가 없는 파나마, 아예 소득세, 상속세가 없는 바하마와 버뮤다 등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꼽힙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 국내 기업이나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까?

페이퍼 컴퍼니설립을 도와봤다는 회계사를 만나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안성열 회계사는 "우선 정관이 있어야 되고요. 그 다음에 임원이 있어야 되고 자본금이 있어야 되고 그 다음에 법인을 설립할 장소가 있어야 돼요. 이런 것들을 다 서류로만 꾸밉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안 회계사는 최소 설립 자본금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다른데 홍콩이면 1달러 또는 버진 아일랜드도 그 나라 화폐 단위로 최소 단위, 1달러 그 정도 하는 나라들도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신원확인 절차 없이 서류로 '끝'

해당 국가를 방문할 필요도, 주주의 신원 확인 철차도 없습니다. 변호사 또는 공증인이 그 서류를 꾸며서 그 지역에 설립 기관, 우리로 이야기하면 등기소에 제출하면 끝입니다.



실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것은 그 나라에 한번 가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중개사이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업무는 인터넷상에서 이뤄집니다. 비용은 최저 천 달러에서 5천 달러 정도, 여기까지는 모두 합법입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만들어 화제가 된 동영상에는 1조원을 숨기기 5단계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가디언은 법률사무소 자료가 유출되지 않는 한 누구도 이 돈을 추적할 수 없다며 1조원을 아무도 모르게 숨기는데 성공할 수 있다고 이번 사태를 비꼬았습니다.

페이퍼 컴퍼니는 비자금·탈세 온상

실제로 페이퍼 컴퍼니는 만드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해외 금융계좌도 신고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조세회피처에 만들어진 법인 가운데 상당수가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탈세를 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한국의 한 기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홍콩 등을 거쳐 중국에 투자했을 경우 중국에서 생긴 수익은 한국으로 바로 가지 않고 버진아일랜드와 홍콩을 거치게 됩니다. 발생한 수익은 세금이 싼 조세회피처 나라들에 나눠서 남길 수 있게 됩니다. 소득을 조세회피처에 있는 회사에 배당, 증여하는 방식으로 각종 세금을 피하기도 합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그곳에는 금융실명제가 없기 때문에 적절하게 부를 이전하고 또한 또 그 지역은상대적으로 상속세나 증여세가 없는 지역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 기업이 우리나라 부자가 조세피난처(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 만들어놓고 그곳에서 증여를 하고 세금을 안내고있다가 얼마뒤에 다시 한국에 그 돈을 가지고 오는 정말로 그 조세피난처(조세회피처)의 강점을 한국 기업이나 한국 납세자가 악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한국인 195명 등장

우리 시간으로 지난 4일 공개된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는 파나마 최대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역외법인 관련 자료입니다. 모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회원사들이 분석 공개한 것입니다.

1150만 건이 넘는 자료 가운데, 'Korea’로 검색되는 파일이 만 5000여 건. 한국 주소지를 기재한 한국인 이름이 195명 나왔습니다. 페이퍼 컴퍼니, 이른바 유령 회사를 세운 한국인이 195명 된다는 뜻입니다.

낯익은 이름 하나도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법인 등록을 한 노재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입니다. 직책은 이사, 유일하게 발행된 1달러짜리 주식 한 주를 소유했습니다. 전형적
인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노재헌 씨는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추징금 납부를 중단한 지난 2012년 5월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3곳을 설립했다.노재헌 씨는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추징금 납부를 중단한 지난 2012년 5월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3곳을 설립했다.


법인 관련 서류에서는 노재헌 씨의 친필 사인과 신분증 사본까지 나왔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면 이후 추징금을 내다 230억 원을 남겨두고 추징금 납부를 중단했던 시기인 지난 2012년 5월 18일, 재헌 씨는 버진 아일랜드에 법인 3곳을 세웠습니다. 페이퍼 컴퍼니 설립목적과 관련해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노재헌, 역외탈세 의심쩍다"

조수진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변호사는 "의심쩍은 정황이 한 두가지가 아니죠. 역외탈세라는 목적을 뺀다면 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을 하고 외국 이름을 쓰고 이렇게까지 숨기려고 했겠는가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심스러면 면이 한 두개 아니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3년 5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2개 법인의 이사직과 주식을, 한국인 추정 인물에게 1개 법인의 이사직을 넘겼습니다.

이에 대해 노재헌 씨 측은 "중국 사업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으나 초기부터 사업이 무산돼 계좌 개설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노 씨는 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불법적인 거래는 없었다"면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필요하면 당국의 조사도 받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세청은 국제 공조를 통해 자료가 일부 들어왔고 나머지 자료도 확보한 뒤 탈세 정황이 나오면 본격 조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푸틴 등 국가원수 12명 연루...국제사회 충격



전세계 언론사에서 찾아낸 명단은 더 충격적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국가원수 12명, 국가원수 친인척 61명, 고위 관료 128명 연루돼 있습니다. 사실을 부인하던 아이슬란드 귄뢰이그손 총리는 인구의 10분의 1인 3만여 명이 총리 퇴진을 요구하면서 이틀만에 사임했습니다. 역외 계좌 3개를 만든 사실이 드러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탄핵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측근을 통해 2조 3천억 원의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매형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아버지가 연루됐습니다. 축국 스타 메시, 홍콩 배우 재키 챈,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아들, 여기에 이란과 북한 등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33곳도 파나마 페이퍼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또는 '검은 돈'을 세탁하거나 숨기기 위해 역외 회사들을 악용했을 의혹이 제기되면서 '탈세 스캔들'은 그야말로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세금 꼬박꼬박 냈는데...허무하다"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를 지켜보는 직장인들은 씁슬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회사원 이경환 씨는 "직장인으로 생활하면서 매번 꼬박꼬박 세금을 잘 내고 있지만 매번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허무한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회사원 성재원 씨는 "탈세 혐의를 적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조세피난처와 조세 정보기관협정등을 체결할 준비는 있는지 혹은 그에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역외 탈세를 적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이재현 CJ회장은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2백억 원대 세금을 안 낸 혐의로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습니다. 조세회피처와 조세정보교환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으면 탈세 근거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 탈세를 막기위해서는 결국 국가간 공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조수진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변호사는 "더 나아가서는 역외탈세가 의심되는 지역을 존으로 설정을 해서 몇가지 지역을 찍어서 그 지역에 상당한 정도의 재산이 있는 법인을 설립한다든가 하는 분들은 정기적으로 세무 조사를 한다든가 한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조 움직임은 더딥니다. 지난 해 6월 체결한 한미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 한국과 미국이 서로 자국민의 금융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 협정은 비준안만 9개월째 국회에 계류중입니다. 발효는 1년 연기됐습니다. 그 사이 '검은 돈'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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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최대 조세회피…안 막나, 못 막나?
    • 입력 2016-04-19 16:29:58
    취재K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파나마. 일반인들은 가보기는 커녕 들어본 경우도 드문 곳입니다. 지난 4일 이 곳에서 사상 최대의 조세 회피가 이뤄졌다는 문건,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가 공개됐습니다.

진원지는 파마나 최대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 파나마에 본사를 두고 역외 조세 회피 사업을 해왔는데 21만 개가 넘는 페이퍼 컴퍼니, 이른바 유령 회사를 만들어 준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연루된 사람들만 전세계 국가 원수와 친인척 수십여 명, 한국인도 190명이 넘습니다. 얼마나 연루됐고 얼마나 빼돌렸는지 그들의 은밀한 조세 회피 수법을 들여다봤습니다.

아시아 대표 조세회피처 '라부안'



말레이시아의 연방직할령 라부안은 작은 섬마을 휴양도시처럼 보이지만 이름과 계좌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 수천 개가 등록된 아시아의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입니다.

라부안 국제금융센터 ,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주는 신탁회사 수십 곳이 입주해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페이퍼 컴퍼니 간판이 즐비합니다.

신탁회사 관계자는 "주식배당금은 세금 0%입니다. 아프리카, 필리핀 어느 곳에서 소득을 가져와도 소득세는 3%나, 3만 링깃만 받아요"라고 달콤하게 속삭였습니다.

이곳에 페이퍼 컴퍼니를 차린 뒤 세계 곳곳에 투자해 수백, 수천억 원을 벌어도 소득세는 최대 3만 링깃, 우리 돈 890여만 원만 내면 됩니다. 단 하루 만에 이런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신탁회사 관계자는 취재진이 다음 날까지 돈을 준다고 하자 "그럼 내일 저녁이나 모레 오전까지 회사를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누구나 페이퍼 컴퍼니 '뚝딱' 설립



라부안 외에도, 해외 소득에 대한 소득세가 없는 파나마, 아예 소득세, 상속세가 없는 바하마와 버뮤다 등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꼽힙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 국내 기업이나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까?

페이퍼 컴퍼니설립을 도와봤다는 회계사를 만나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안성열 회계사는 "우선 정관이 있어야 되고요. 그 다음에 임원이 있어야 되고 자본금이 있어야 되고 그 다음에 법인을 설립할 장소가 있어야 돼요. 이런 것들을 다 서류로만 꾸밉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안 회계사는 최소 설립 자본금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다른데 홍콩이면 1달러 또는 버진 아일랜드도 그 나라 화폐 단위로 최소 단위, 1달러 그 정도 하는 나라들도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신원확인 절차 없이 서류로 '끝'

해당 국가를 방문할 필요도, 주주의 신원 확인 철차도 없습니다. 변호사 또는 공증인이 그 서류를 꾸며서 그 지역에 설립 기관, 우리로 이야기하면 등기소에 제출하면 끝입니다.



실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것은 그 나라에 한번 가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중개사이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업무는 인터넷상에서 이뤄집니다. 비용은 최저 천 달러에서 5천 달러 정도, 여기까지는 모두 합법입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만들어 화제가 된 동영상에는 1조원을 숨기기 5단계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가디언은 법률사무소 자료가 유출되지 않는 한 누구도 이 돈을 추적할 수 없다며 1조원을 아무도 모르게 숨기는데 성공할 수 있다고 이번 사태를 비꼬았습니다.

페이퍼 컴퍼니는 비자금·탈세 온상

실제로 페이퍼 컴퍼니는 만드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해외 금융계좌도 신고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조세회피처에 만들어진 법인 가운데 상당수가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탈세를 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한국의 한 기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홍콩 등을 거쳐 중국에 투자했을 경우 중국에서 생긴 수익은 한국으로 바로 가지 않고 버진아일랜드와 홍콩을 거치게 됩니다. 발생한 수익은 세금이 싼 조세회피처 나라들에 나눠서 남길 수 있게 됩니다. 소득을 조세회피처에 있는 회사에 배당, 증여하는 방식으로 각종 세금을 피하기도 합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그곳에는 금융실명제가 없기 때문에 적절하게 부를 이전하고 또한 또 그 지역은상대적으로 상속세나 증여세가 없는 지역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 기업이 우리나라 부자가 조세피난처(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 만들어놓고 그곳에서 증여를 하고 세금을 안내고있다가 얼마뒤에 다시 한국에 그 돈을 가지고 오는 정말로 그 조세피난처(조세회피처)의 강점을 한국 기업이나 한국 납세자가 악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한국인 195명 등장

우리 시간으로 지난 4일 공개된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는 파나마 최대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역외법인 관련 자료입니다. 모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회원사들이 분석 공개한 것입니다.

1150만 건이 넘는 자료 가운데, 'Korea’로 검색되는 파일이 만 5000여 건. 한국 주소지를 기재한 한국인 이름이 195명 나왔습니다. 페이퍼 컴퍼니, 이른바 유령 회사를 세운 한국인이 195명 된다는 뜻입니다.

낯익은 이름 하나도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법인 등록을 한 노재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입니다. 직책은 이사, 유일하게 발행된 1달러짜리 주식 한 주를 소유했습니다. 전형적
인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노재헌 씨는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추징금 납부를 중단한 지난 2012년 5월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3곳을 설립했다.

법인 관련 서류에서는 노재헌 씨의 친필 사인과 신분증 사본까지 나왔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면 이후 추징금을 내다 230억 원을 남겨두고 추징금 납부를 중단했던 시기인 지난 2012년 5월 18일, 재헌 씨는 버진 아일랜드에 법인 3곳을 세웠습니다. 페이퍼 컴퍼니 설립목적과 관련해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노재헌, 역외탈세 의심쩍다"

조수진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변호사는 "의심쩍은 정황이 한 두가지가 아니죠. 역외탈세라는 목적을 뺀다면 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을 하고 외국 이름을 쓰고 이렇게까지 숨기려고 했겠는가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심스러면 면이 한 두개 아니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3년 5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2개 법인의 이사직과 주식을, 한국인 추정 인물에게 1개 법인의 이사직을 넘겼습니다.

이에 대해 노재헌 씨 측은 "중국 사업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으나 초기부터 사업이 무산돼 계좌 개설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노 씨는 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불법적인 거래는 없었다"면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필요하면 당국의 조사도 받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세청은 국제 공조를 통해 자료가 일부 들어왔고 나머지 자료도 확보한 뒤 탈세 정황이 나오면 본격 조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푸틴 등 국가원수 12명 연루...국제사회 충격



전세계 언론사에서 찾아낸 명단은 더 충격적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국가원수 12명, 국가원수 친인척 61명, 고위 관료 128명 연루돼 있습니다. 사실을 부인하던 아이슬란드 귄뢰이그손 총리는 인구의 10분의 1인 3만여 명이 총리 퇴진을 요구하면서 이틀만에 사임했습니다. 역외 계좌 3개를 만든 사실이 드러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탄핵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측근을 통해 2조 3천억 원의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매형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아버지가 연루됐습니다. 축국 스타 메시, 홍콩 배우 재키 챈,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아들, 여기에 이란과 북한 등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33곳도 파나마 페이퍼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또는 '검은 돈'을 세탁하거나 숨기기 위해 역외 회사들을 악용했을 의혹이 제기되면서 '탈세 스캔들'은 그야말로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세금 꼬박꼬박 냈는데...허무하다"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를 지켜보는 직장인들은 씁슬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회사원 이경환 씨는 "직장인으로 생활하면서 매번 꼬박꼬박 세금을 잘 내고 있지만 매번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허무한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회사원 성재원 씨는 "탈세 혐의를 적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조세피난처와 조세 정보기관협정등을 체결할 준비는 있는지 혹은 그에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역외 탈세를 적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이재현 CJ회장은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2백억 원대 세금을 안 낸 혐의로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습니다. 조세회피처와 조세정보교환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으면 탈세 근거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 탈세를 막기위해서는 결국 국가간 공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조수진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변호사는 "더 나아가서는 역외탈세가 의심되는 지역을 존으로 설정을 해서 몇가지 지역을 찍어서 그 지역에 상당한 정도의 재산이 있는 법인을 설립한다든가 하는 분들은 정기적으로 세무 조사를 한다든가 한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조 움직임은 더딥니다. 지난 해 6월 체결한 한미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 한국과 미국이 서로 자국민의 금융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 협정은 비준안만 9개월째 국회에 계류중입니다. 발효는 1년 연기됐습니다. 그 사이 '검은 돈'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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