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면 충만해진다…‘정리 열풍’

입력 2016.04.22 (17:28) 수정 2016.04.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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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단순한 삶이 인기를 끌면서 '정리 열풍' 불고 있습니다. 이른바 '미니멀리스트' 되기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건을 집에 쌓아두고 살고 있습니다. 쌓아두는 삶, 버리고 비우는 삶 어느쪽이 더 충만할까요?

쌓아놓고 사는 이유…‘공허함’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빌라. 쇼핑을 좋아해 집안 정리가 어렵다는 한 30대 주부, 김지혜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한 눈에 봐도 꽉 차 있는 거실은 소파와 탁자, 운동 기구와 옷상자 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독서용으로 소파를 또 구입했고, 홈쇼핑을 보면서 산 운동 기구도 사실은 거의 쓰지 않고 있습니다.

김 씨는 "윗몸 일으키기 하는 기구는 복잡해 보여서 1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실내 줄넘기 기구는 딱 1번 사용했을 뿐이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부엌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미 50개 정도 버렸다고 하는데도 찻장엔 컵과 잔이 가득합니다. 이 가운데 평소에 사용하는 것은 3~4개 뿐입니다. 컵과 그릇이 충분히 많는데 또 사는 이유에 대해 김 씨는 “1년에 한두번 오는 손님 방문 때 쓰려고 샀다”고 답했습니다.



거실과 부엌은 옷방에 비하면 약과입니다. 옷방에는 1,000벌이 넘는 옷이 발디딜 틈도 없이 걸려 있습니다. 이중 주로 입는 건 30~40벌 정도, 웬만한 옷가게 보다옷이 더 많습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밖에)나가려면 찾을 수가 없고 있는데 몰라서 또 산 것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TV와 인터넷 등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모든 매체에는 우리의 물욕을 부추기는 광고가 넘쳐납니다. '파격 할인'이나 이런 저런 장점을 내세워 물건을 사라고 달콤하게 유혹합니다. 또 대형마트에 가면 가격 장점을 앞세워 물건을 꾸러미로 사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의 '비좁은 집'은물건들이 쌓이고 쌓여 더욱 더 비좁아집니다.



한번 물건이 집에 들어오면 좀처럼 버리기 힘듭니다.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인데',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이런 생각으로 쌓아놓은 물건이 사람 대신 집의 주인이 돼버리기 일쑤입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다 쓰지도 못할 만큼 물건을 구입해서 쌓아놓는 것일까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인 이나미 박사는 “나 자신 안에 뭔가 공허할 때 많이 물건으로 그 공허감을 채우려고 하는 게 있죠. 그래서 늘 못 버립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여러분의 집은 어떻습니까? 과거엔 더 많은 물건을 가지려고 애썼지만, 최근엔 자기 삶에 필요없는 물건을 과감히 줄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정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면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상의 삶의 변화가 생긴다고 합니다.

물건을 버리고 안정을 얻다



경기도 하남의 아파트에 사는 황윤정 씨가 좋은 사례입니다. 황 씨의 집에 들어서니 깔끔한 거실이 마치 견본 주택 같아보였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2년 동안 매일 조금씩 모두 1,500개 이상의 물건을 없앤 결과입니다.

깔끔한 집으로 어떻게 재탄생 되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집주인 황윤정씨의 정리는 단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처음에는 쓰레기들 버렸고 그리고는 새것이지만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옷도 그렇고 가격표도 떼지 않은 것들. 그런 것들 기부하고 나눠주고 하면서 없앴고요. 그리고 또 여러 개가 중복되는 거는 하나만 남기고 버렸고 또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거는 대체품으로 하고 버렸어요“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버린 뒤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마음의 안정을 얻은 것입니다. 정리의 혜택은 또 있었습니다. 황 씨는 “잡동사니를 치우니까 청소할 일도 없고 또 제가 좋아하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가치관 자체가 완전히 변하니까 물욕 자체가 없어졌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돈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물건을 사는데 돈과 시간을 쏟는 대신 경험 소비에 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황 씨는 "마음의 여유도 있고 돈도 좀 안 쓰게 되니까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요. 짧게라도 그냥 훌쩍 떠나다 오는 여행이요"라고 말했습니다. 황 씨는 앞으로 500개 이상의 물건을 더 버릴 계획입니다.

“집은 창고가 아니라 휴식 공간”



서세련(34, 요가 강사) 씨는 최근 집 크기를 줄여 23제곱미터의 원룸으로 이사했습니다. 냉장고 등 주방 기구는 갖춰져 있는 집이어서 침대 1개만을 샀을 뿐입니다. 책은 달랑 10여 권, 소파도 텔레비전도 없습니다. 서 씨는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했습니다.

"집은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집은 휴식의 공간이고요. 그리고 또 치유의 시간이고요. 그리고 제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그런 영감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미니멀리스트'란 삶에 꼭 필요한 물건만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단순한 삶을 지향합니다.



집안 말고도 냉장고 안도 깔끔합니다. 소식을 실천하고 그때그때 신선한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기 때문입니다. 서세련 씨 집에는 어떤 음식들이 있을까요?

"쌓아져 있는 거는 견과류하고 우유, 제가 먹는 건강식 음료고요. 그 외에는 이제 하루하루 먹을 것만 오늘 먹을 거, 과일, 과일도 지금 하나씩 두고.. 냉동실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바나나 말린 거 상할까 봐 냉동실에 넣어놨고요. 그러고는 없어요."



서 씨는 또래 여성에 비해 옷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직업상 요가복 외에는 필요 없는 것은 동생을 주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요즘엔 필요할 때 그때그때 돈을 주고 빌려 입기 때문에 액세서리, 신발, 옷까지 불편한 점은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최소한을 소유하는 삶'을 살자는 움직임은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2010년 억대 연봉을 받던 두 미국인 청년이 소비를 줄이고 자신들의 물건을 버리는 과정을 웹사이트에 올린 것이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한 정리 전문가가 TIME 선정 100대 인물에 오르는 등 정리가 큰 유행입니다.



우리나라엔 이들이 쓴 책이 지난해 말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정리 열풍이 상륙했습니다. 정리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 회원 수를 합치면 7만여 명. 매일 필요없는 물건 버리기 운동 등을 함께 하며 '버리는 삶'에 대한 의견과 노하우를 나누고 있습니다.

버리는 것도 기술…똑똑하게 버리는 방법

쌓아놓고 살지 않으려면 정리하고 버리는 습관이 필요한데, 똑똑하게 버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정리 컨설턴트를 이용하면 됩니다. 보통 10여 명의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물건을 정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고객을 도와주는 정리 전문 서비스입니다.

사람들이 왜 컨설턴트를 이용할까요? 김은영 정리 컨설턴트의 설명입니다.

“사람들이 보통 결정 장애가 조금씩 있거든요. 이것도 이제 버려야 하나? 쓸 것 같은데? 이렇게 결정 못 하는 걸 저희 같은 전문가가 가서 도와드리면 그게 이제 결정이 좀 쉬워져요.".

주방과 안방, 옷방 등에 '정리 컨설턴트'로 불리는 전문가들이 3~4명 배치돼 먼저 모든 물건을 빼냅니다. 쓰기 힘든 물건, 낡은 물건은 버릴 수 있도록 고객을 설득합니다. 버리는 것 말고도 남은 물건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 수납해 줍니다.

그러나 정리정돈을 돈 주고 남에게 맡긴다는 것이 아직 우리에겐 낯선 개념이지만 미국과 일본 등에선 일반화 된 직업이라고 합니다.

비용은 방의 크기와 혼잡한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방 1개당 15~30만 원 선. 이용자들이 늘면서 현재 100여 개의 업체가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리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집을 변신시킨 주부 송희경(경기 판교신도시 거주) 씨는 "정리한 뒤 이게 우리 집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모델하우스에 구경온 것 같은 느낌이에요"라며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정리의 달인이 되기 위한 비결입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직 쓸만한 물건과 헌 옷을 수거해가는 앱을 이용하면 헌 옷과 안 쓰는 전자기기 등을 현금이나 포인트로 바꿔 집안 정리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정리가 편해졌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리 앱 이용자 이향신 씨는 “버리기가 힘든데 이렇게 정리까지 해주고 돈까지 벌 수 있으니까 저희 입장에선 굉장히 기쁘죠”라고 말했습니다.

“버리고 비우면 더 충만해진다”



전문가를 이용하거나 앱을 사용하지 않고도 정리하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필요한 이웃들에게 기증하는 방법입니다. 소비하고 소유하는 데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비우는 데서 오히려 충만함을 얻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전미영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핍을 크게 경험했던 세대들은 일단 물질을 많이 소유하셔야 되고 가지고 있어야 안정감을 받는데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결핍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주는 피로감들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거죠”라고 설명했습니다.



복잡하고 경쟁하는 삶,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삶과는 다른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서세련(34, 요가강사)씨는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쓰고 정말 남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저의 행복이 무엇인지 정말로 알고 있거든요. 물건을 채워놓고 물질적인 것을 누린다고 해서 행복과 연결돼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지나치게 많이 사들인 옷을 정리하지 못해 고민하던 김지혜 씨는 쌓아놓았던 옷을 처분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다락방에 장터를 열고 싼값에 이웃에게 내놓았습니다. 김 씨는 “비우고 나니까 진짜 살아가는데는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가 없구나 깨달은 것 같아요. 비우면서 더 많이 채워지는, 마음에 남은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라고 정리의 기쁨을 표혀했습니다.

여러분도 버림이 주는 역설적인 충만함’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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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리면 충만해진다…‘정리 열풍’
    • 입력 2016-04-22 17:28:10
    • 수정2016-04-22 17:35:32
    취재K
최근 들어 단순한 삶이 인기를 끌면서 '정리 열풍' 불고 있습니다. 이른바 '미니멀리스트' 되기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건을 집에 쌓아두고 살고 있습니다. 쌓아두는 삶, 버리고 비우는 삶 어느쪽이 더 충만할까요?

쌓아놓고 사는 이유…‘공허함’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빌라. 쇼핑을 좋아해 집안 정리가 어렵다는 한 30대 주부, 김지혜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한 눈에 봐도 꽉 차 있는 거실은 소파와 탁자, 운동 기구와 옷상자 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독서용으로 소파를 또 구입했고, 홈쇼핑을 보면서 산 운동 기구도 사실은 거의 쓰지 않고 있습니다.

김 씨는 "윗몸 일으키기 하는 기구는 복잡해 보여서 1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실내 줄넘기 기구는 딱 1번 사용했을 뿐이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부엌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미 50개 정도 버렸다고 하는데도 찻장엔 컵과 잔이 가득합니다. 이 가운데 평소에 사용하는 것은 3~4개 뿐입니다. 컵과 그릇이 충분히 많는데 또 사는 이유에 대해 김 씨는 “1년에 한두번 오는 손님 방문 때 쓰려고 샀다”고 답했습니다.



거실과 부엌은 옷방에 비하면 약과입니다. 옷방에는 1,000벌이 넘는 옷이 발디딜 틈도 없이 걸려 있습니다. 이중 주로 입는 건 30~40벌 정도, 웬만한 옷가게 보다옷이 더 많습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밖에)나가려면 찾을 수가 없고 있는데 몰라서 또 산 것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TV와 인터넷 등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모든 매체에는 우리의 물욕을 부추기는 광고가 넘쳐납니다. '파격 할인'이나 이런 저런 장점을 내세워 물건을 사라고 달콤하게 유혹합니다. 또 대형마트에 가면 가격 장점을 앞세워 물건을 꾸러미로 사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의 '비좁은 집'은물건들이 쌓이고 쌓여 더욱 더 비좁아집니다.



한번 물건이 집에 들어오면 좀처럼 버리기 힘듭니다.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인데',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이런 생각으로 쌓아놓은 물건이 사람 대신 집의 주인이 돼버리기 일쑤입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다 쓰지도 못할 만큼 물건을 구입해서 쌓아놓는 것일까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인 이나미 박사는 “나 자신 안에 뭔가 공허할 때 많이 물건으로 그 공허감을 채우려고 하는 게 있죠. 그래서 늘 못 버립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여러분의 집은 어떻습니까? 과거엔 더 많은 물건을 가지려고 애썼지만, 최근엔 자기 삶에 필요없는 물건을 과감히 줄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정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면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상의 삶의 변화가 생긴다고 합니다.

물건을 버리고 안정을 얻다



경기도 하남의 아파트에 사는 황윤정 씨가 좋은 사례입니다. 황 씨의 집에 들어서니 깔끔한 거실이 마치 견본 주택 같아보였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2년 동안 매일 조금씩 모두 1,500개 이상의 물건을 없앤 결과입니다.

깔끔한 집으로 어떻게 재탄생 되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집주인 황윤정씨의 정리는 단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처음에는 쓰레기들 버렸고 그리고는 새것이지만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옷도 그렇고 가격표도 떼지 않은 것들. 그런 것들 기부하고 나눠주고 하면서 없앴고요. 그리고 또 여러 개가 중복되는 거는 하나만 남기고 버렸고 또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거는 대체품으로 하고 버렸어요“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버린 뒤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마음의 안정을 얻은 것입니다. 정리의 혜택은 또 있었습니다. 황 씨는 “잡동사니를 치우니까 청소할 일도 없고 또 제가 좋아하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가치관 자체가 완전히 변하니까 물욕 자체가 없어졌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돈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물건을 사는데 돈과 시간을 쏟는 대신 경험 소비에 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황 씨는 "마음의 여유도 있고 돈도 좀 안 쓰게 되니까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요. 짧게라도 그냥 훌쩍 떠나다 오는 여행이요"라고 말했습니다. 황 씨는 앞으로 500개 이상의 물건을 더 버릴 계획입니다.

“집은 창고가 아니라 휴식 공간”



서세련(34, 요가 강사) 씨는 최근 집 크기를 줄여 23제곱미터의 원룸으로 이사했습니다. 냉장고 등 주방 기구는 갖춰져 있는 집이어서 침대 1개만을 샀을 뿐입니다. 책은 달랑 10여 권, 소파도 텔레비전도 없습니다. 서 씨는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했습니다.

"집은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집은 휴식의 공간이고요. 그리고 또 치유의 시간이고요. 그리고 제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그런 영감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미니멀리스트'란 삶에 꼭 필요한 물건만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단순한 삶을 지향합니다.



집안 말고도 냉장고 안도 깔끔합니다. 소식을 실천하고 그때그때 신선한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기 때문입니다. 서세련 씨 집에는 어떤 음식들이 있을까요?

"쌓아져 있는 거는 견과류하고 우유, 제가 먹는 건강식 음료고요. 그 외에는 이제 하루하루 먹을 것만 오늘 먹을 거, 과일, 과일도 지금 하나씩 두고.. 냉동실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바나나 말린 거 상할까 봐 냉동실에 넣어놨고요. 그러고는 없어요."



서 씨는 또래 여성에 비해 옷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직업상 요가복 외에는 필요 없는 것은 동생을 주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요즘엔 필요할 때 그때그때 돈을 주고 빌려 입기 때문에 액세서리, 신발, 옷까지 불편한 점은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최소한을 소유하는 삶'을 살자는 움직임은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2010년 억대 연봉을 받던 두 미국인 청년이 소비를 줄이고 자신들의 물건을 버리는 과정을 웹사이트에 올린 것이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한 정리 전문가가 TIME 선정 100대 인물에 오르는 등 정리가 큰 유행입니다.



우리나라엔 이들이 쓴 책이 지난해 말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정리 열풍이 상륙했습니다. 정리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 회원 수를 합치면 7만여 명. 매일 필요없는 물건 버리기 운동 등을 함께 하며 '버리는 삶'에 대한 의견과 노하우를 나누고 있습니다.

버리는 것도 기술…똑똑하게 버리는 방법

쌓아놓고 살지 않으려면 정리하고 버리는 습관이 필요한데, 똑똑하게 버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정리 컨설턴트를 이용하면 됩니다. 보통 10여 명의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물건을 정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고객을 도와주는 정리 전문 서비스입니다.

사람들이 왜 컨설턴트를 이용할까요? 김은영 정리 컨설턴트의 설명입니다.

“사람들이 보통 결정 장애가 조금씩 있거든요. 이것도 이제 버려야 하나? 쓸 것 같은데? 이렇게 결정 못 하는 걸 저희 같은 전문가가 가서 도와드리면 그게 이제 결정이 좀 쉬워져요.".

주방과 안방, 옷방 등에 '정리 컨설턴트'로 불리는 전문가들이 3~4명 배치돼 먼저 모든 물건을 빼냅니다. 쓰기 힘든 물건, 낡은 물건은 버릴 수 있도록 고객을 설득합니다. 버리는 것 말고도 남은 물건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 수납해 줍니다.

그러나 정리정돈을 돈 주고 남에게 맡긴다는 것이 아직 우리에겐 낯선 개념이지만 미국과 일본 등에선 일반화 된 직업이라고 합니다.

비용은 방의 크기와 혼잡한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방 1개당 15~30만 원 선. 이용자들이 늘면서 현재 100여 개의 업체가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리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집을 변신시킨 주부 송희경(경기 판교신도시 거주) 씨는 "정리한 뒤 이게 우리 집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모델하우스에 구경온 것 같은 느낌이에요"라며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정리의 달인이 되기 위한 비결입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직 쓸만한 물건과 헌 옷을 수거해가는 앱을 이용하면 헌 옷과 안 쓰는 전자기기 등을 현금이나 포인트로 바꿔 집안 정리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정리가 편해졌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리 앱 이용자 이향신 씨는 “버리기가 힘든데 이렇게 정리까지 해주고 돈까지 벌 수 있으니까 저희 입장에선 굉장히 기쁘죠”라고 말했습니다.

“버리고 비우면 더 충만해진다”



전문가를 이용하거나 앱을 사용하지 않고도 정리하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필요한 이웃들에게 기증하는 방법입니다. 소비하고 소유하는 데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비우는 데서 오히려 충만함을 얻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전미영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핍을 크게 경험했던 세대들은 일단 물질을 많이 소유하셔야 되고 가지고 있어야 안정감을 받는데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결핍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주는 피로감들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거죠”라고 설명했습니다.



복잡하고 경쟁하는 삶,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삶과는 다른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서세련(34, 요가강사)씨는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쓰고 정말 남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저의 행복이 무엇인지 정말로 알고 있거든요. 물건을 채워놓고 물질적인 것을 누린다고 해서 행복과 연결돼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지나치게 많이 사들인 옷을 정리하지 못해 고민하던 김지혜 씨는 쌓아놓았던 옷을 처분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다락방에 장터를 열고 싼값에 이웃에게 내놓았습니다. 김 씨는 “비우고 나니까 진짜 살아가는데는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가 없구나 깨달은 것 같아요. 비우면서 더 많이 채워지는, 마음에 남은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라고 정리의 기쁨을 표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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