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아들에게 양육비 주라고?”

입력 2016.04.28 (15:56) 수정 2016.04.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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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도대체 자식이 몇 살까지 부양해야 하는 걸까?

반대로 자식은 언제까지 부모에 얹혀살아도 되는 걸까?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면서 이 사소한 듯한 질문이 심각한 질문이 되고 있다.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 이 문제를 놓고 법정 소송까지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의 한 중년 남성이 28살짜리 아들에게 계속 양육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글 쓰는 일로 겨우 생활을 유지하는 아버지는 이혼 합의 조건으로 아들을 양육하기로 했으나 이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이 남성은 "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찾으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아들은 더는 재정적 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고, 시간제 일자리라도 얻어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아들은 남들보다 몇 년이 더 걸려서야 문학전공 학부과정을 마쳤고, 현재는 실험 영화를 공부한다며 대학원 과정에 등록했다.

그러나 모데나 지방법원은 대학원 과정이 아들의 목표와 일치한다며 아버지가 아들의 대학원 학비까지 대야 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대학을 마친 장성한 아들은 경제적으로도 자립해야 한다는 이탈리아 아버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로가기] ☞ 텔레그래프 기사 원문

이탈리아에서는 18∼34세 청년 가운데 65%가 부모와 같이 산다고 한다. 20∼30대는 물론 40대까지 부모 집에 얹혀살다보니 '밤보치오니'(bamboccioni·큰 아기)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밤보치오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성인인 자녀가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양육비 소송은 1년에 8천 건에 이른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런 법정 분쟁은 2008년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여파로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이 40%까지 치솟으면서 시작됐다.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들의 비중은 이탈리아(65%)에 이어 독일(42%), 프랑스·영국(34%) 정도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장성한 자녀가 많은 이유는 경제적 요인 외에도 가족 공동체를 중시하는 이탈리아의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돈 문제로 부모를 고소하는 성인 자녀 문제가 심각해지자 결혼 전문 변호사 단체는 자녀들이 부모를 고소할 수 없도록 대법원이 나이 제한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탕기, 키퍼스, 트윅스터, 캥거루족...이처럼 성인이 된 뒤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얹혀사는 자식을 말하는 용어가 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01년 부모 집에 얹혀살며 속을 썩이는 28살짜리 아들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탕기'가 만들어졌다.

2006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탕기(Tanguy)’의 포스터2006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탕기(Tanguy)’의 포스터


이후 프랑스에서는 '탕기 세대'라는 말이 생겼다.

영국 역시 '부모 지갑에서 퇴직 연금을 빼먹는 자식들'이란 뜻으로 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의 약자인 '키퍼스'(Kippers) 세대가 있다.

'트윅스터'(Twixter)족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는 의미를 지닌 'betwixt and between'에서 유래된 용어로, betwixt는 이도 저도 아닌 사이에 낀 사람을 지칭하는 between의 고어다.

2005년 시사 주간지 타임(TIME)에선 아이도 어른도 아닌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의 세대가 세계 각국에서 출현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을 '트윅스터족'이라고 명명했다.

대학을 5년 이상이나 다니고 졸업 후에도 직장에 정착하지 못한 트윅스터족은 나이로는 분명 성인이지만 말투와 옷차림, 사교생활 등은 10대와 같고,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해 부모 집에 눌러 있으면서도 집에는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캥거루(Kangaroo)족(族)이라는 용어가 있다. 어미 배에 달린 주머니에서 자라는 캥거루처럼 어른이 돼서도 독립하지 못한다.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취직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30대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연관기사] ☞ “대졸자 51%, 부모 의존‘캥거루족’”

캥거루족은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아니라, 취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고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철없는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2000년을 전후해 젊은이들의 취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뒤, 2004년 무렵부터 한국에서 나타난 신조어다.

[연관기사] ☞ 취직 안돼도 그만 ‘캥거루 족’ 급증

 영화 ‘탕기’의 한 장면 영화 ‘탕기’의 한 장면


또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에 집착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맘모네(Mammone)',
독일에서는 집(둥지)에 눌러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네스트호커(Nesthocker)'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실직하거나 연봉이 깎여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오는 '부메랑 세대'도 서구 많은 나라의 골칫거리다.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라고 한다.

한때는 부부와 미혼 자녀로만 이뤄지는 핵가족(Nuclear Family, 核家族)이 근대산업사회를 대표하는 가족의 형태로 국제적으로 널리 확산하더니, 이젠 달라진 의미로 대가족(大家族) 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으로 힘들어진 경제사정이 불러온 현상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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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살 아들에게 양육비 주라고?”
    • 입력 2016-04-28 15:56:13
    • 수정2016-04-28 17:19:38
    취재K
부모는 도대체 자식이 몇 살까지 부양해야 하는 걸까?

반대로 자식은 언제까지 부모에 얹혀살아도 되는 걸까?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면서 이 사소한 듯한 질문이 심각한 질문이 되고 있다.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 이 문제를 놓고 법정 소송까지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의 한 중년 남성이 28살짜리 아들에게 계속 양육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글 쓰는 일로 겨우 생활을 유지하는 아버지는 이혼 합의 조건으로 아들을 양육하기로 했으나 이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이 남성은 "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찾으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아들은 더는 재정적 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고, 시간제 일자리라도 얻어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아들은 남들보다 몇 년이 더 걸려서야 문학전공 학부과정을 마쳤고, 현재는 실험 영화를 공부한다며 대학원 과정에 등록했다.

그러나 모데나 지방법원은 대학원 과정이 아들의 목표와 일치한다며 아버지가 아들의 대학원 학비까지 대야 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대학을 마친 장성한 아들은 경제적으로도 자립해야 한다는 이탈리아 아버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로가기] ☞ 텔레그래프 기사 원문

이탈리아에서는 18∼34세 청년 가운데 65%가 부모와 같이 산다고 한다. 20∼30대는 물론 40대까지 부모 집에 얹혀살다보니 '밤보치오니'(bamboccioni·큰 아기)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밤보치오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성인인 자녀가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양육비 소송은 1년에 8천 건에 이른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런 법정 분쟁은 2008년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여파로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이 40%까지 치솟으면서 시작됐다.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들의 비중은 이탈리아(65%)에 이어 독일(42%), 프랑스·영국(34%) 정도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장성한 자녀가 많은 이유는 경제적 요인 외에도 가족 공동체를 중시하는 이탈리아의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돈 문제로 부모를 고소하는 성인 자녀 문제가 심각해지자 결혼 전문 변호사 단체는 자녀들이 부모를 고소할 수 없도록 대법원이 나이 제한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탕기, 키퍼스, 트윅스터, 캥거루족...이처럼 성인이 된 뒤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얹혀사는 자식을 말하는 용어가 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01년 부모 집에 얹혀살며 속을 썩이는 28살짜리 아들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탕기'가 만들어졌다.

2006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탕기(Tanguy)’의 포스터

이후 프랑스에서는 '탕기 세대'라는 말이 생겼다.

영국 역시 '부모 지갑에서 퇴직 연금을 빼먹는 자식들'이란 뜻으로 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의 약자인 '키퍼스'(Kippers) 세대가 있다.

'트윅스터'(Twixter)족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는 의미를 지닌 'betwixt and between'에서 유래된 용어로, betwixt는 이도 저도 아닌 사이에 낀 사람을 지칭하는 between의 고어다.

2005년 시사 주간지 타임(TIME)에선 아이도 어른도 아닌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의 세대가 세계 각국에서 출현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을 '트윅스터족'이라고 명명했다.

대학을 5년 이상이나 다니고 졸업 후에도 직장에 정착하지 못한 트윅스터족은 나이로는 분명 성인이지만 말투와 옷차림, 사교생활 등은 10대와 같고,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해 부모 집에 눌러 있으면서도 집에는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캥거루(Kangaroo)족(族)이라는 용어가 있다. 어미 배에 달린 주머니에서 자라는 캥거루처럼 어른이 돼서도 독립하지 못한다.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취직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30대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연관기사] ☞ “대졸자 51%, 부모 의존‘캥거루족’”

캥거루족은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아니라, 취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고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철없는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2000년을 전후해 젊은이들의 취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뒤, 2004년 무렵부터 한국에서 나타난 신조어다.

[연관기사] ☞ 취직 안돼도 그만 ‘캥거루 족’ 급증

 영화 ‘탕기’의 한 장면

또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에 집착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맘모네(Mammone)',
독일에서는 집(둥지)에 눌러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네스트호커(Nesthocker)'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실직하거나 연봉이 깎여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오는 '부메랑 세대'도 서구 많은 나라의 골칫거리다.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라고 한다.

한때는 부부와 미혼 자녀로만 이뤄지는 핵가족(Nuclear Family, 核家族)이 근대산업사회를 대표하는 가족의 형태로 국제적으로 널리 확산하더니, 이젠 달라진 의미로 대가족(大家族) 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으로 힘들어진 경제사정이 불러온 현상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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