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의 동화’는 ‘선업(善業)’ 덕분?

입력 2016.05.01 (19:16) 수정 2016.05.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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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가 만들어낸 기적이다."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음을 깨우쳐주고 있다."
"세계는 지금 동화 같은 이야기를 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의 올 시즌 여정을 두고 세계 언론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법하다. 레스터 시티는 인구 30만의 작은 지방도시를 연고로 한 구단이다.

창단한 지는 132년, 우승 근처에는 한 번도 가지 못했고 지난 시즌에는 2부 리그 강등을 가까스로 면했다. 루니와 호날두 같은 유명선수는 당연히 없다. 대신 낮에는 구장에서 밤에는 공장에서 일하던 '흙수저' 청년(제이미 바디)과 프랑스 빈민가 길거리에서 축구를 시작한 '미생' 소년(리야드 마레즈)이 뛰고 있다. 주전 선수 11명의 몸값을 다 합해도 손흥민의 이적료(420억 원)와 비슷한 가난한 구단이다.

레스터시티의 올 시즌 성적은 기적에 가깝다. 사진은 홈 구장인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레스터시티 선수들 (출처 레스터시티 홈페이지)레스터시티의 올 시즌 성적은 기적에 가깝다. 사진은 홈 구장인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레스터시티 선수들 (출처 레스터시티 홈페이지)


시즌 개막전 스포츠 배팅 업체들은 이 팀의 올해 우승 배당률을 5,000배로 제시했다. 기적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 '흙수저 구단'이 리그 선두를 질주해오다 마침내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편의 '동화'가 된 레스터시티의 시즌

이 동화 같은 선전의 비결을 두고 세계 언론은 저마다의 분석을 내놓는다.

"가히 추종을 불허할만한 팀워크 때문이다."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이 탁월했다."
"구성원의 열정을 이끌어낸 감독의 리더십과 팬들의 열정적 응원 때문이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영국의 텔레그라프와 미국의 CNN 방송 등은 다른 측면을 함께 주시한다. 기독교를 믿는 서양인들에게는 더더욱 믿기지 않을 신비로운 이야기다.

레스터시티와 승려 역할 다룬 텔레그라프 기사레스터시티와 승려 역할 다룬 텔레그라프 기사


먼저 영국의 텔레그라프는 '레스터 시티의 선업(善業)'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번 시즌 레스터시티의 놀라운 선전에는 태국 승려들의 지원이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결 고리는 레스터 시티의 억만장자 구단주 피차이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피차이가 고국인 태국의 승려 10여 명을 수시로 경기장에 불러들여 시합 전에 선수들에게 세례를 해주고, 홈구장에 별도로 마련된 기도실에서 '영적인 지원'을 지속해왔다는 것이다.

태국 승려들의 지원활동은 구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그동안에도 간간히 공개돼왔다.태국 승려들의 지원활동은 구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그동안에도 간간히 공개돼왔다.


원정 경기 때도 피차이가 후원하는 방콕의 한 사찰에서 역시 '지원' 기도가 이뤄졌다. 피차이의 전용기를 타고 10여 차례나 레스터시티를 다녀온 이 사찰의 주지 스님은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레스터의 선전은 마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단지 영적인 지원만을 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선수들이 훌륭한 체력을 유지하고 부상을 안 당하면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뿐 결국 선수들이 잘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레스터시티 선전은 태국 불교의 영적 지원 덕분?

레스터시티의 홈구장에서는 승려들이 잔디 밑에 종교적 상징물을 묻는 모습도 자주 발견된다. 또한 선수들과 팬들은 승려들이 만들어준 불교 부적을 소지하고 악귀를 쫓는 옷을 입어왔다고 텔레그라프는 전한다.

태국 스님이 레스터시티를 응원하기위해 만든 부적태국 스님이 레스터시티를 응원하기위해 만든 부적


이 모든 것은 독실한 불교 신자인 구단주가 선업(善業)을 행하는 일의 일환이라고 태국 사찰의 주지 스님은 말한다. 구단과 공동체에 대한 피차이씨의 선한 행위가 레스터시티의 힘으로 이어져 결국 팀의 선전으로 보답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CNN도 방콕 사찰을 현지 취재해 레스터의 기적에 숨겨진 불교의 힘을 조명하고 있다.

CNN방송도 태국 사찰을 현지 취재해 레스터시티의 선전과 불교와의 관계를 조명했다.CNN방송도 태국 사찰을 현지 취재해 레스터시티의 선전과 불교와의 관계를 조명했다.


CNN은 레스터시티에 태국 승려들이 있는 동안 구단이 단 한 시즌 만에 강등권에서 리그 선두로 올라서는 기적이 이뤄졌다면서 성과중심의 프리미어리그 세계에 호기심을 촉발했다고 전한다.

CNN도 방콕 사찰 스님의 말을 통해 'karma', 즉 불교의 업(業)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독실한 구단주가 여러 사찰을 짓고 국내외에서 불교에 귀의하는 승려들을 지원하는 등 선업(善業)을 쌓아 성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불교국가인 태국에서와는 달리 다양한 종교를 가진 레스터시티의 선수들은 태국 승려들의 노력에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은 승려들과의 첫 만남에서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구단주의 요청으로 개별 선수들이 모두 물로 세례를 받았으며 이후 사기가 높아지고 실력도 향상됐다는 것이다.

레스터시티 구단주인 태국인 피차이레스터시티 구단주인 태국인 피차이


일각에서는 레스터시티를 프리미어리그 승리로 이끌고 있는 선업(善業)이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만약 그들이 선업(善業)을 계속 유지한다면 힘이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는 스님의 말을 전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는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처드3세도 레스터시티를 도와?

'레스터의 동화'에 흥미를 더해주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셰익스피어 연극작품이 되기도 한 영국 왕 리처드 3세와 관련된 이야기다. 영국 레스터대 연구진은 지난 2012년 한 공용 주차장에서 발견된 유골과 치아에서 DNA를 뽑아내, 1485년 사망한 리처드 3세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레스터시티 시민들은 지난해 3월 레스터시티의 홈구장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대성당에서 성대한 장례식을 거쳐 그의 유해를 재매장했다.

레스터 시티의 공용 주차장에서 발견된 리처드 3세 유해가 재매장을 위해 운구되고 있다. (사진 로이터)레스터 시티의 공용 주차장에서 발견된 리처드 3세 유해가 재매장을 위해 운구되고 있다. (사진 로이터)


그 직후 레스터시티 구단의 성적이 급격히 달라졌다. 지난 시즌 당시 8게임에서 2무 8패로 2부리그로의 강등이 유력했던 팀이 리처드 3세의 재매장 이후 마지막 9게임에서 7승을 올려 강등을 피하게 된 것이다.

텔레그라프는 감독이 교체된 이번 시즌에도 레스터시티가 깜짝 놀랄만한 연승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며 '왕실의 도움'이라는 표현으로 관련 내용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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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1 19:16:37
    • 수정2016-05-01 1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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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가 만들어낸 기적이다."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음을 깨우쳐주고 있다."
"세계는 지금 동화 같은 이야기를 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의 올 시즌 여정을 두고 세계 언론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법하다. 레스터 시티는 인구 30만의 작은 지방도시를 연고로 한 구단이다.

창단한 지는 132년, 우승 근처에는 한 번도 가지 못했고 지난 시즌에는 2부 리그 강등을 가까스로 면했다. 루니와 호날두 같은 유명선수는 당연히 없다. 대신 낮에는 구장에서 밤에는 공장에서 일하던 '흙수저' 청년(제이미 바디)과 프랑스 빈민가 길거리에서 축구를 시작한 '미생' 소년(리야드 마레즈)이 뛰고 있다. 주전 선수 11명의 몸값을 다 합해도 손흥민의 이적료(420억 원)와 비슷한 가난한 구단이다.

레스터시티의 올 시즌 성적은 기적에 가깝다. 사진은 홈 구장인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레스터시티 선수들 (출처 레스터시티 홈페이지)

시즌 개막전 스포츠 배팅 업체들은 이 팀의 올해 우승 배당률을 5,000배로 제시했다. 기적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 '흙수저 구단'이 리그 선두를 질주해오다 마침내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편의 '동화'가 된 레스터시티의 시즌

이 동화 같은 선전의 비결을 두고 세계 언론은 저마다의 분석을 내놓는다.

"가히 추종을 불허할만한 팀워크 때문이다."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이 탁월했다."
"구성원의 열정을 이끌어낸 감독의 리더십과 팬들의 열정적 응원 때문이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영국의 텔레그라프와 미국의 CNN 방송 등은 다른 측면을 함께 주시한다. 기독교를 믿는 서양인들에게는 더더욱 믿기지 않을 신비로운 이야기다.

레스터시티와 승려 역할 다룬 텔레그라프 기사

먼저 영국의 텔레그라프는 '레스터 시티의 선업(善業)'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번 시즌 레스터시티의 놀라운 선전에는 태국 승려들의 지원이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결 고리는 레스터 시티의 억만장자 구단주 피차이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피차이가 고국인 태국의 승려 10여 명을 수시로 경기장에 불러들여 시합 전에 선수들에게 세례를 해주고, 홈구장에 별도로 마련된 기도실에서 '영적인 지원'을 지속해왔다는 것이다.

태국 승려들의 지원활동은 구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그동안에도 간간히 공개돼왔다.

원정 경기 때도 피차이가 후원하는 방콕의 한 사찰에서 역시 '지원' 기도가 이뤄졌다. 피차이의 전용기를 타고 10여 차례나 레스터시티를 다녀온 이 사찰의 주지 스님은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레스터의 선전은 마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단지 영적인 지원만을 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선수들이 훌륭한 체력을 유지하고 부상을 안 당하면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뿐 결국 선수들이 잘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레스터시티 선전은 태국 불교의 영적 지원 덕분?

레스터시티의 홈구장에서는 승려들이 잔디 밑에 종교적 상징물을 묻는 모습도 자주 발견된다. 또한 선수들과 팬들은 승려들이 만들어준 불교 부적을 소지하고 악귀를 쫓는 옷을 입어왔다고 텔레그라프는 전한다.

태국 스님이 레스터시티를 응원하기위해 만든 부적

이 모든 것은 독실한 불교 신자인 구단주가 선업(善業)을 행하는 일의 일환이라고 태국 사찰의 주지 스님은 말한다. 구단과 공동체에 대한 피차이씨의 선한 행위가 레스터시티의 힘으로 이어져 결국 팀의 선전으로 보답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CNN도 방콕 사찰을 현지 취재해 레스터의 기적에 숨겨진 불교의 힘을 조명하고 있다.

CNN방송도 태국 사찰을 현지 취재해 레스터시티의 선전과 불교와의 관계를 조명했다.

CNN은 레스터시티에 태국 승려들이 있는 동안 구단이 단 한 시즌 만에 강등권에서 리그 선두로 올라서는 기적이 이뤄졌다면서 성과중심의 프리미어리그 세계에 호기심을 촉발했다고 전한다.

CNN도 방콕 사찰 스님의 말을 통해 'karma', 즉 불교의 업(業)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독실한 구단주가 여러 사찰을 짓고 국내외에서 불교에 귀의하는 승려들을 지원하는 등 선업(善業)을 쌓아 성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불교국가인 태국에서와는 달리 다양한 종교를 가진 레스터시티의 선수들은 태국 승려들의 노력에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은 승려들과의 첫 만남에서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구단주의 요청으로 개별 선수들이 모두 물로 세례를 받았으며 이후 사기가 높아지고 실력도 향상됐다는 것이다.

레스터시티 구단주인 태국인 피차이

일각에서는 레스터시티를 프리미어리그 승리로 이끌고 있는 선업(善業)이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만약 그들이 선업(善業)을 계속 유지한다면 힘이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는 스님의 말을 전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는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처드3세도 레스터시티를 도와?

'레스터의 동화'에 흥미를 더해주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셰익스피어 연극작품이 되기도 한 영국 왕 리처드 3세와 관련된 이야기다. 영국 레스터대 연구진은 지난 2012년 한 공용 주차장에서 발견된 유골과 치아에서 DNA를 뽑아내, 1485년 사망한 리처드 3세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레스터시티 시민들은 지난해 3월 레스터시티의 홈구장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대성당에서 성대한 장례식을 거쳐 그의 유해를 재매장했다.

레스터 시티의 공용 주차장에서 발견된 리처드 3세 유해가 재매장을 위해 운구되고 있다. (사진 로이터)

그 직후 레스터시티 구단의 성적이 급격히 달라졌다. 지난 시즌 당시 8게임에서 2무 8패로 2부리그로의 강등이 유력했던 팀이 리처드 3세의 재매장 이후 마지막 9게임에서 7승을 올려 강등을 피하게 된 것이다.

텔레그라프는 감독이 교체된 이번 시즌에도 레스터시티가 깜짝 놀랄만한 연승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며 '왕실의 도움'이라는 표현으로 관련 내용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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