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가장 두려워하는 한 중국인
입력 2016.05.02 (06:57)
수정 2016.05.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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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중심에 있는 자금성에서 동쪽으로 인접해 있는 지역이 차오양 구다. 외국 대사관의 대부분이 자리 잡고 있고, 베이징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구다. '테슬라 킬러'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의 숨겨진 대주주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패러데이 퓨처가 설립된 건 2년 전인 2014년이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가 있고, 실리콘 밸리에 엔지니어링 사무실이 있다. 네바다 주에는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들여 300만 제곱피트(약 8만 4000평) 규모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2014년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모델S'와 '모델X'를 앞세워 시장에서 화제를 모을 때다. 테슬라에는 일론 머스크라는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있었지만, 패러데이 퓨처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시장에서 이 회사를 주목하지 않은 이유다.
◆테슬라 놀래킨 신생 업체

테슬라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깜짝 놀란 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다. 전시관을 꾸린 패러데이 퓨처는 전기 스포츠카인 'FF제로01'을 선보였다. 'FF제로01'은 콘셉트카 단계로 아직 양산할 수 있지는 않다. 패러데이 퓨처는 "2년내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선포했고,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에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 업체가 됐다.
시장은 패러데이 퓨처의 돈줄이 어딘지 주목했다. 매출액이 제로인 이 회사는 10억 달러 규모 생산 공장을 짓고 있고, 로스앤젤레스 본사 건물은 152억원 짜리다. 생산품이 하나도 없지만, 현재 직원은 700명을 웃돈다. 누군가는 이 회사에 돈을 그야말로 퍼붓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중국 전자통신(IT) 업체인 러에코(LeEco)가 등장한다. 러에코는 2004년 설립된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다. 러에코를 이끄는 인물이 중국 IT 거물 중 하나인 43살 자웨팅이다.
◆숨은 자금줄, 40대 IT 거물 자웨팅

자웨팅은 1973년 중국 산시 성 린펀 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돈을 벌겠다"며 마을을 뛰쳐나와 산시 성으로 들어갔다. 한 세금 회사에서 사업 밑천을 모은 후 컴퓨터 교육 업체를 만들었는데, 바로 러에코의 전신인 러티비(LeTV)다.
러에코는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린다.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내세워 금세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러에코 일일 방문자 수만 2억 5000만 명이다. 러에코 스트리밍 제공에만 머물지 않았다. 2011년에는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고, 2015년에는 자체 휴대폰을 출시했다. 이후 전기자전거, TV에 이어 전기차까지 손대고 있다.
그동안 러에코와 패러데이 퓨처는 동업자 관계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패러데이 퓨처의 전직 임원과 외신에 따르면 패러데이 퓨처의 자금줄은 바로 러에코로 알려졌다. 외부에는 동업자로 위장해 왔지만, 사실은 패러데이 퓨처가 러에코의 계열사인 셈이다.
패러데이 퓨처 회사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회사 CEO 소개가 없다. 다만 닉 샘슨 기술개발 부사장 등 각 사업 부문별 임원들의 명단만 나와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자웨팅이 패러데이 퓨처의 사실상 CEO라고 보고 있다.
패러데이 퓨처에 대한 투자 때문일까. 자웨팅의 개인 자산은 급격히 줄고 있다.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웨팅의 자산은 80억 달러(약 9조 2000억 원)이었지만, 올해 들어 50억 달러(약5조7000억원)로 급감했다. 자웨팅의 패러데이 퓨처가 개인 차원인지, 회사 차원인지 아직 밝혀진 건 없지만, 그의 자산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자웨팅 "비웃음 불구, 멈추지 않을 것"

최근 러에코는 베이징 오토쇼를 앞두고 가진 제품 설명회에서 자체 전기차 러씨(LeSEE)를 선보였다. 러씨는 테슬라의 '모델S'와 비슷한, 세단형 전기차다. 러씨는 콘셉트카로 자동운전이 가능하며, 자동차 핸들은 자동으로 접힌다. 외관이나 세부 기능은 모델S와 비슷하다.
시장이 러씨를 주목한 이유는 베일에 싸인 패러데이 퓨처가 뭘 만들고 있는지 알 기회기 때문이다. 러에코가 내놓은 전기차는 곧, 패러데이 퓨처가 내놓은 전기차이기도 했다. 로이터는 "패러데이 퓨처의 'FF제로01'보다 러씨가 훨씬 진일보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40대에 이미 글로벌 IT 거물이 된 자웨팅은 어떤 전기차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 그의 중국발 미국 업체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 패러데이 퓨처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중국인 관리자와 미국인 직원 간 문화 갈등이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올 1월에는 패러데이 퓨처 배터리 수석설계자가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러에코와 자웨팅이 언제까지 '밑 빠진 독 물 붓기' 식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웨팅도 이런 시선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러씨를 선보이는 설명회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에 의문점을 보입니다. 작은 IT 회사가 자동차를 만들고, BMW나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그러고는 우리를 비웃죠.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겁니다."
패러데이 퓨처는 2017년 말부터 보급형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모델3'가 시장에 나오는 시점이다. 두 회사의 한판 대결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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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16-05-02 15:11:41
중국 베이징의 중심에 있는 자금성에서 동쪽으로 인접해 있는 지역이 차오양 구다. 외국 대사관의 대부분이 자리 잡고 있고, 베이징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구다. '테슬라 킬러'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의 숨겨진 대주주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패러데이 퓨처가 설립된 건 2년 전인 2014년이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가 있고, 실리콘 밸리에 엔지니어링 사무실이 있다. 네바다 주에는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들여 300만 제곱피트(약 8만 4000평) 규모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2014년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모델S'와 '모델X'를 앞세워 시장에서 화제를 모을 때다. 테슬라에는 일론 머스크라는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있었지만, 패러데이 퓨처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시장에서 이 회사를 주목하지 않은 이유다.
◆테슬라 놀래킨 신생 업체

테슬라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깜짝 놀란 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다. 전시관을 꾸린 패러데이 퓨처는 전기 스포츠카인 'FF제로01'을 선보였다. 'FF제로01'은 콘셉트카 단계로 아직 양산할 수 있지는 않다. 패러데이 퓨처는 "2년내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선포했고,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에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 업체가 됐다.
시장은 패러데이 퓨처의 돈줄이 어딘지 주목했다. 매출액이 제로인 이 회사는 10억 달러 규모 생산 공장을 짓고 있고, 로스앤젤레스 본사 건물은 152억원 짜리다. 생산품이 하나도 없지만, 현재 직원은 700명을 웃돈다. 누군가는 이 회사에 돈을 그야말로 퍼붓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중국 전자통신(IT) 업체인 러에코(LeEco)가 등장한다. 러에코는 2004년 설립된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다. 러에코를 이끄는 인물이 중국 IT 거물 중 하나인 43살 자웨팅이다.
◆숨은 자금줄, 40대 IT 거물 자웨팅

자웨팅은 1973년 중국 산시 성 린펀 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돈을 벌겠다"며 마을을 뛰쳐나와 산시 성으로 들어갔다. 한 세금 회사에서 사업 밑천을 모은 후 컴퓨터 교육 업체를 만들었는데, 바로 러에코의 전신인 러티비(LeTV)다.
러에코는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린다.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내세워 금세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러에코 일일 방문자 수만 2억 5000만 명이다. 러에코 스트리밍 제공에만 머물지 않았다. 2011년에는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고, 2015년에는 자체 휴대폰을 출시했다. 이후 전기자전거, TV에 이어 전기차까지 손대고 있다.
그동안 러에코와 패러데이 퓨처는 동업자 관계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패러데이 퓨처의 전직 임원과 외신에 따르면 패러데이 퓨처의 자금줄은 바로 러에코로 알려졌다. 외부에는 동업자로 위장해 왔지만, 사실은 패러데이 퓨처가 러에코의 계열사인 셈이다.
패러데이 퓨처 회사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회사 CEO 소개가 없다. 다만 닉 샘슨 기술개발 부사장 등 각 사업 부문별 임원들의 명단만 나와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자웨팅이 패러데이 퓨처의 사실상 CEO라고 보고 있다.
패러데이 퓨처에 대한 투자 때문일까. 자웨팅의 개인 자산은 급격히 줄고 있다.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웨팅의 자산은 80억 달러(약 9조 2000억 원)이었지만, 올해 들어 50억 달러(약5조7000억원)로 급감했다. 자웨팅의 패러데이 퓨처가 개인 차원인지, 회사 차원인지 아직 밝혀진 건 없지만, 그의 자산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자웨팅 "비웃음 불구, 멈추지 않을 것"

최근 러에코는 베이징 오토쇼를 앞두고 가진 제품 설명회에서 자체 전기차 러씨(LeSEE)를 선보였다. 러씨는 테슬라의 '모델S'와 비슷한, 세단형 전기차다. 러씨는 콘셉트카로 자동운전이 가능하며, 자동차 핸들은 자동으로 접힌다. 외관이나 세부 기능은 모델S와 비슷하다.
시장이 러씨를 주목한 이유는 베일에 싸인 패러데이 퓨처가 뭘 만들고 있는지 알 기회기 때문이다. 러에코가 내놓은 전기차는 곧, 패러데이 퓨처가 내놓은 전기차이기도 했다. 로이터는 "패러데이 퓨처의 'FF제로01'보다 러씨가 훨씬 진일보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40대에 이미 글로벌 IT 거물이 된 자웨팅은 어떤 전기차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 그의 중국발 미국 업체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 패러데이 퓨처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중국인 관리자와 미국인 직원 간 문화 갈등이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올 1월에는 패러데이 퓨처 배터리 수석설계자가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러에코와 자웨팅이 언제까지 '밑 빠진 독 물 붓기' 식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웨팅도 이런 시선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러씨를 선보이는 설명회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에 의문점을 보입니다. 작은 IT 회사가 자동차를 만들고, BMW나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그러고는 우리를 비웃죠.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겁니다."
패러데이 퓨처는 2017년 말부터 보급형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모델3'가 시장에 나오는 시점이다. 두 회사의 한판 대결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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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arg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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