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저절로 뜨는 신기방기 ‘잎새뜨기 생존술’

입력 2016.05.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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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7일, 필리핀 마닐라 남쪽에 있는 민도로섬의 산타크루즈 해변에선 난생처음 볼까 말까 한 특이한 광경이 벌어졌다. 100여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해안가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마치 떠다니는 잎사귀처럼 누운 채 한 시간여 동안 생존술을 펼친 것이다.

이들은 평상복 차림에 신발을 신은 채 편안하게 바다 위에 누워있었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았고 물안경도 쓰지 않았다. 어떤 소년은 양팔을 크게 벌려 큰 대자 모양을 하기도 하고, 다른 소녀는 손을 머리 위로 뻗고 잠을 자는 듯 떠 있었다.

그야말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워 한 시간여를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이른바 '잎새뜨기 생존술(Leaf Float Survival)'을 시연한 필리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익사하는 어린이들을 구하자(Save Children from Drowning!)'라는 캠페인의 자원자들이다.

이 필리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불과 이틀 전부터 세 시간 남짓 '잎새뜨기 생존술'을 한국인 강사들로부터 배운 게 전부였다. 수십 미터 깊이의 바다에서도 자신의 부력으로 몸을 띄우고 숨을 내쉬면서 누워있으면 적어도 한 시간 동안 구조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장면이었다.



100여 명의 필리핀 청소년들 사이에서 잎새뜨기 생존술을 가르친 한국인은 김철기 대한 파킨슨병 협회 체육 이사와 이 생존법을 개발한 안치권 코치 등 자원봉사자들이다.

생존술 코치들은 3~4인승의 작은 배 양쪽 끝에 100m 길이의 나일론 줄을 달았다. 그리고 2m 간격으로 손잡이 고리를 만들어 필리핀 청소년 100여 명을 나란히 줄세운 뒤 잎새뜨기의 누운 자세로 바다를 향해 수백 미터를 나갔다. 그리곤 배를 멈춘 뒤 바다 한가운데서 청소년들에게 줄을 놓은 채 누운 자세로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어린 청소년들 가운데 몇 명은 수심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감에 허우적거리기도 했지만, "숨을 들이쉬세요", "누우세요."라는 코치의 설명에 따라 안정을 찾고 한 시간여에 걸친 생존술을 터득하게 됐다. 그리고 모두가 안전하게 육지로 돌아왔다.



잎새뜨기 생존술은 안치권 코치가 창안한 생존술이라고 한다. 물에 빠졌을 때 체력소모를 줄이고 체온을 유지하면서 물에 떠서 구조를 기다리는 생존방법으로 개발한 것이다.

요령은 다음과 같다. 입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셔 몸의 부력을 최대한 크게 한다. 누운 자세로 온몸의 힘을 뺀 채 양팔을 부드럽게 머리 위 또는 옆으로 넓게 벌린다. 얼굴과 두 발끝이 수면에 뜨도록 한다. 특별한 수영 동작을 하지 말고 체온과 체력을 유지한다.

또 물에서 이동이 필요한 경우 누운 채로 팔다리 동작을 써서 이동할 수도 있다.

수난사고를 당했을 때 당황하여 무리하게 수영을 하거나 잘못된 동작으로 익사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영 동작을 최소화하면 에너지 소모가 적어 1~2시간을 버틸 수 있는 데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은 채 누워있으면 저체온증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체력이 부족한 어린이들과 중장년 이상의 어른이나 노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수영방법이다. 물놀이를 가거나 물에 빠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호흡을 하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잎새뜨기 생존술을 시연한 필리핀 어린이와 청소년들. 숨을 크게 들이마셔 몸의 부력을 최대한 크게 한 뒤 힘을 빼고 양팔을 넓게 벌린 자세로 체력을 유지하며 구조를 기다린다.잎새뜨기 생존술을 시연한 필리핀 어린이와 청소년들. 숨을 크게 들이마셔 몸의 부력을 최대한 크게 한 뒤 힘을 빼고 양팔을 넓게 벌린 자세로 체력을 유지하며 구조를 기다린다.


16시간 정도의 교육과 훈련을 마치면 이런 자세로 생존하는 방법을 남녀노소 누구나 익힐 수 있다고 한다. 물에 빠진 비상상황에서도 구조대가 올 때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잎새뜨기 생존술은 어른보다 어린이나 노인의 경우 물에 더 잘 뜨기 때문에 배우기 쉽다. 뼈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방의 비중이 부력으로 더 잘 작용하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잎새처럼' 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 위에 뜨기 위해서는 절대 비중이 1 이하여야 하는데 체질에 따라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한다. 특히 뼈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나 흑인의 경우 잘 뜨지 못한다고 한다.

잎새뜨기 생존술은 어른보다 뼈의 무게가 가벼운 어린이나 노인이 더 쉽게 배울 수 있다.잎새뜨기 생존술은 어른보다 뼈의 무게가 가벼운 어린이나 노인이 더 쉽게 배울 수 있다.


이 같은 생존술이 알려지면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먼저 생존술을 가르쳐야 할 안전사고 관련 공공기관이 잎새뜨기 교육과 코치 자격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의 소방공무원을 양성하는 수난구조훈련 분야의 최고 전문교육기관인 부산소방학교가 생존술 훈련 도입을 시작했다.

부산소방학교는 지난 3월 경남지역의 우수 구조대원 30명을 시작으로 잎새뜨기 생존술을 익히고 있다. 그리고 5월 2~3일에도 대원 12명이 수난상황에서의 대처방법으로 잎새뜨기 생존술을 체계적으로 익혔다.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사고 구조에 대한 '골든 타임'을 1시간으로 정했다. 바다에서 사고를 당해도 1시간만 버틸 수 있으면 헬리콥터가 출동해 구조하겠다는 것이 국민안전 처의 목표다. 따라서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잎새뜨기를 할 수 있다면 해양사고를 당해도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훨씬 커지는 셈이다.

부산소방학교에서 잎새뜨기 생존술을 훈련 중인 구조대원들부산소방학교에서 잎새뜨기 생존술을 훈련 중인 구조대원들


현재 잎새뜨기 생존술 창안자인 안치권 씨와 김철기 씨는 코치를 양성하며 이를 보급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잎새뜨기에 관한 특허심사를 진행 중이다. 잎새영법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단법인을 만들어 교육과 훈련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고 생존술 보급과 국제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잎새뜨기 생존술을 창안해 보급 중인 안치권(오른쪽), 김철기(왼쪽) 코치잎새뜨기 생존술을 창안해 보급 중인 안치권(오른쪽), 김철기(왼쪽) 코치


특히 잎새뜨기 생존술을 배운 뒤 보급에 힘쓰고 있는 김철기 코치는 파킨슨병 환자다. 본인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신체활동에 어려움이 많지만 더 많은 사람이 이 생존술을 익히도록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김 코치는 생존술을 널리 보급해서 물에 빠져 숨지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잎새뜨기 생존술을 배우면 세월호 같은 위기상황에서도 배에서 바다에 뛰어 내려서 구조대를 기다리면 됩니다. 가만히 누워서 호흡하는 법을 배우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제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에서라면 언제라도 대비가 필요하다. 어린이든, 노인이든, 누구나 물에 빠졌을 때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는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깊은 강물이나 먼바다에서 위급상황에 빠져 당장 구해줄 사람이 근처에 없을 때, '잎새처럼 떠 있는 것'이 체력 소모를 막으며 1~2시간을 버터 실제 구조를 받을 수 있는 훌륭한 생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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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에 저절로 뜨는 신기방기 ‘잎새뜨기 생존술’
    • 입력 2016-05-05 10:08:15
    취재K
지난 4월 7일, 필리핀 마닐라 남쪽에 있는 민도로섬의 산타크루즈 해변에선 난생처음 볼까 말까 한 특이한 광경이 벌어졌다. 100여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해안가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마치 떠다니는 잎사귀처럼 누운 채 한 시간여 동안 생존술을 펼친 것이다.

이들은 평상복 차림에 신발을 신은 채 편안하게 바다 위에 누워있었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았고 물안경도 쓰지 않았다. 어떤 소년은 양팔을 크게 벌려 큰 대자 모양을 하기도 하고, 다른 소녀는 손을 머리 위로 뻗고 잠을 자는 듯 떠 있었다.

그야말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워 한 시간여를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이른바 '잎새뜨기 생존술(Leaf Float Survival)'을 시연한 필리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익사하는 어린이들을 구하자(Save Children from Drowning!)'라는 캠페인의 자원자들이다.

이 필리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불과 이틀 전부터 세 시간 남짓 '잎새뜨기 생존술'을 한국인 강사들로부터 배운 게 전부였다. 수십 미터 깊이의 바다에서도 자신의 부력으로 몸을 띄우고 숨을 내쉬면서 누워있으면 적어도 한 시간 동안 구조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장면이었다.



100여 명의 필리핀 청소년들 사이에서 잎새뜨기 생존술을 가르친 한국인은 김철기 대한 파킨슨병 협회 체육 이사와 이 생존법을 개발한 안치권 코치 등 자원봉사자들이다.

생존술 코치들은 3~4인승의 작은 배 양쪽 끝에 100m 길이의 나일론 줄을 달았다. 그리고 2m 간격으로 손잡이 고리를 만들어 필리핀 청소년 100여 명을 나란히 줄세운 뒤 잎새뜨기의 누운 자세로 바다를 향해 수백 미터를 나갔다. 그리곤 배를 멈춘 뒤 바다 한가운데서 청소년들에게 줄을 놓은 채 누운 자세로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어린 청소년들 가운데 몇 명은 수심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감에 허우적거리기도 했지만, "숨을 들이쉬세요", "누우세요."라는 코치의 설명에 따라 안정을 찾고 한 시간여에 걸친 생존술을 터득하게 됐다. 그리고 모두가 안전하게 육지로 돌아왔다.



잎새뜨기 생존술은 안치권 코치가 창안한 생존술이라고 한다. 물에 빠졌을 때 체력소모를 줄이고 체온을 유지하면서 물에 떠서 구조를 기다리는 생존방법으로 개발한 것이다.

요령은 다음과 같다. 입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셔 몸의 부력을 최대한 크게 한다. 누운 자세로 온몸의 힘을 뺀 채 양팔을 부드럽게 머리 위 또는 옆으로 넓게 벌린다. 얼굴과 두 발끝이 수면에 뜨도록 한다. 특별한 수영 동작을 하지 말고 체온과 체력을 유지한다.

또 물에서 이동이 필요한 경우 누운 채로 팔다리 동작을 써서 이동할 수도 있다.

수난사고를 당했을 때 당황하여 무리하게 수영을 하거나 잘못된 동작으로 익사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영 동작을 최소화하면 에너지 소모가 적어 1~2시간을 버틸 수 있는 데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은 채 누워있으면 저체온증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체력이 부족한 어린이들과 중장년 이상의 어른이나 노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수영방법이다. 물놀이를 가거나 물에 빠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호흡을 하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잎새뜨기 생존술을 시연한 필리핀 어린이와 청소년들. 숨을 크게 들이마셔 몸의 부력을 최대한 크게 한 뒤 힘을 빼고 양팔을 넓게 벌린 자세로 체력을 유지하며 구조를 기다린다.

16시간 정도의 교육과 훈련을 마치면 이런 자세로 생존하는 방법을 남녀노소 누구나 익힐 수 있다고 한다. 물에 빠진 비상상황에서도 구조대가 올 때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잎새뜨기 생존술은 어른보다 어린이나 노인의 경우 물에 더 잘 뜨기 때문에 배우기 쉽다. 뼈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방의 비중이 부력으로 더 잘 작용하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잎새처럼' 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 위에 뜨기 위해서는 절대 비중이 1 이하여야 하는데 체질에 따라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한다. 특히 뼈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나 흑인의 경우 잘 뜨지 못한다고 한다.

잎새뜨기 생존술은 어른보다 뼈의 무게가 가벼운 어린이나 노인이 더 쉽게 배울 수 있다.

이 같은 생존술이 알려지면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먼저 생존술을 가르쳐야 할 안전사고 관련 공공기관이 잎새뜨기 교육과 코치 자격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의 소방공무원을 양성하는 수난구조훈련 분야의 최고 전문교육기관인 부산소방학교가 생존술 훈련 도입을 시작했다.

부산소방학교는 지난 3월 경남지역의 우수 구조대원 30명을 시작으로 잎새뜨기 생존술을 익히고 있다. 그리고 5월 2~3일에도 대원 12명이 수난상황에서의 대처방법으로 잎새뜨기 생존술을 체계적으로 익혔다.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사고 구조에 대한 '골든 타임'을 1시간으로 정했다. 바다에서 사고를 당해도 1시간만 버틸 수 있으면 헬리콥터가 출동해 구조하겠다는 것이 국민안전 처의 목표다. 따라서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잎새뜨기를 할 수 있다면 해양사고를 당해도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훨씬 커지는 셈이다.

부산소방학교에서 잎새뜨기 생존술을 훈련 중인 구조대원들

현재 잎새뜨기 생존술 창안자인 안치권 씨와 김철기 씨는 코치를 양성하며 이를 보급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잎새뜨기에 관한 특허심사를 진행 중이다. 잎새영법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단법인을 만들어 교육과 훈련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고 생존술 보급과 국제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잎새뜨기 생존술을 창안해 보급 중인 안치권(오른쪽), 김철기(왼쪽) 코치

특히 잎새뜨기 생존술을 배운 뒤 보급에 힘쓰고 있는 김철기 코치는 파킨슨병 환자다. 본인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신체활동에 어려움이 많지만 더 많은 사람이 이 생존술을 익히도록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김 코치는 생존술을 널리 보급해서 물에 빠져 숨지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잎새뜨기 생존술을 배우면 세월호 같은 위기상황에서도 배에서 바다에 뛰어 내려서 구조대를 기다리면 됩니다. 가만히 누워서 호흡하는 법을 배우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제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에서라면 언제라도 대비가 필요하다. 어린이든, 노인이든, 누구나 물에 빠졌을 때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는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깊은 강물이나 먼바다에서 위급상황에 빠져 당장 구해줄 사람이 근처에 없을 때, '잎새처럼 떠 있는 것'이 체력 소모를 막으며 1~2시간을 버터 실제 구조를 받을 수 있는 훌륭한 생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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