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감독 서장훈] ③ 만년후보 흑역사 대방출

입력 2016.05.06 (10:02) 수정 2016.06.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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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고 체육관을 찾은 서장훈은 불쑥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 오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내가 고등학교 때 중학교 때 딱 이런 체육관이었으니까.. 맨 처음 농구 시작할 때 남들보다 좀 늦게 시작했고 어떤 선수였느냐 하면..."



화면은 지난 18년 전인 1998년, 서장훈 현주엽이 함께 SK 농구단에서 뛰던 시절의 KBS 인터뷰로 돌아간다. 휘문고등학교 1년 선후배인 서장훈과 현주엽은 90년대 후반 한국 농구를 주름잡던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처음에 저희가 농구했을 때는 둘 다 후보였거든요. 학교에 농구하러 가는 게 아니고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러 가는 차원에서 다녔어요. 저나 주엽이나 그랬기 때문에.."



서장훈은 중학 시절 만년 후보 선수였다고 흑역사(?)를 털어놨다. 더구나 서장훈은 원래 야구 선수가 되려고 했었다. 후보 선수 서장훈(?), 야구 선수 서장훈(?) 골 밑을 지배하던 '공룡 센터'의 추억과 비교하면 너무나 낯선 이야기다.

"중학교 1학년 때 야구를 하러 집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진 엘리트 체육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들어갔다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학교를 다시 옮기는 과정에서 농구를 시작하게 된 거죠. 다른 애들보다 시작하게 된 것도 늦었고 신장이 뭐 그렇게 튈 정도로 크지도 않았고 수준이 가장 떨어지는 후보였기 때문에..."



말을 이어가던 서장훈은 갑자기 코트 사이드로 자리를 옮겼다.

"저는 정말 존재감 없는 그런 애였어요. 그래서 너무 웃겼던 게 주전 선수들 여기서 중앙에서 훈련하잖아요. 그럼 난 여기 사이드에서 그거 보면서 맨날 슛만 던졌어요."

초대형 히트를 기록했던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초보 시절 혼자 사이드에서 기초 훈련을 거듭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만화 속 주인공인 투덜이(?) 강백호와 방송에서 귀엽게(?) 짜증을 부리는 서장훈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졌다.



"그런데 여기서 훈련하는 애들은 공이 림 맞고 주전들 훈련하는 코트 가운데로 들어갈까 봐 엄청 불안해요. 그래서 슛 쏘고 잽싸게 공 잡으러 가야 했어요. 훈련에 방해 안 되게.. 전 1년 넘게 여기만 있었어요. 저기가 내 집이야."

서장훈의 중학 시절 경기 경험은 주로 1분이었다. 많은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 마지막 1분.. 어차피 이긴 경기니까 아무나 뛰어도 승패와 관계없을 때가 바로 서장훈이 코트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서장훈은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는 듯 허공을 쳐다보며 독백 같은 한 마디를 던졌다.

"농구는 늦게 시작했는데 농구를 더럽게 못 하는 후보 선수 서장훈..."



만년 후보 선수의 아픔을 딛고 국보급 센터로 거듭난 서장훈은 과연 등촌고 농구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가? 서장훈은 전국 학교 스포츠클럽 대회 우승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했다. 자신은 이기는 법이 아니라 농구를 통해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 KBS '우리들의 공교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공룡감독 서장훈] 시리즈
☞ ① 농구코트에 복귀한 이유는?
☞ ② 첫만남…아이들의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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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룡감독 서장훈] ③ 만년후보 흑역사 대방출
    • 입력 2016-05-06 10:02:56
    • 수정2016-06-20 15:35:15
    공룡감독
등촌고 체육관을 찾은 서장훈은 불쑥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 오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내가 고등학교 때 중학교 때 딱 이런 체육관이었으니까.. 맨 처음 농구 시작할 때 남들보다 좀 늦게 시작했고 어떤 선수였느냐 하면..." 화면은 지난 18년 전인 1998년, 서장훈 현주엽이 함께 SK 농구단에서 뛰던 시절의 KBS 인터뷰로 돌아간다. 휘문고등학교 1년 선후배인 서장훈과 현주엽은 90년대 후반 한국 농구를 주름잡던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처음에 저희가 농구했을 때는 둘 다 후보였거든요. 학교에 농구하러 가는 게 아니고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러 가는 차원에서 다녔어요. 저나 주엽이나 그랬기 때문에.." 서장훈은 중학 시절 만년 후보 선수였다고 흑역사(?)를 털어놨다. 더구나 서장훈은 원래 야구 선수가 되려고 했었다. 후보 선수 서장훈(?), 야구 선수 서장훈(?) 골 밑을 지배하던 '공룡 센터'의 추억과 비교하면 너무나 낯선 이야기다. "중학교 1학년 때 야구를 하러 집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진 엘리트 체육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들어갔다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학교를 다시 옮기는 과정에서 농구를 시작하게 된 거죠. 다른 애들보다 시작하게 된 것도 늦었고 신장이 뭐 그렇게 튈 정도로 크지도 않았고 수준이 가장 떨어지는 후보였기 때문에..." 말을 이어가던 서장훈은 갑자기 코트 사이드로 자리를 옮겼다. "저는 정말 존재감 없는 그런 애였어요. 그래서 너무 웃겼던 게 주전 선수들 여기서 중앙에서 훈련하잖아요. 그럼 난 여기 사이드에서 그거 보면서 맨날 슛만 던졌어요." 초대형 히트를 기록했던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초보 시절 혼자 사이드에서 기초 훈련을 거듭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만화 속 주인공인 투덜이(?) 강백호와 방송에서 귀엽게(?) 짜증을 부리는 서장훈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졌다. "그런데 여기서 훈련하는 애들은 공이 림 맞고 주전들 훈련하는 코트 가운데로 들어갈까 봐 엄청 불안해요. 그래서 슛 쏘고 잽싸게 공 잡으러 가야 했어요. 훈련에 방해 안 되게.. 전 1년 넘게 여기만 있었어요. 저기가 내 집이야." 서장훈의 중학 시절 경기 경험은 주로 1분이었다. 많은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 마지막 1분.. 어차피 이긴 경기니까 아무나 뛰어도 승패와 관계없을 때가 바로 서장훈이 코트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서장훈은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는 듯 허공을 쳐다보며 독백 같은 한 마디를 던졌다. "농구는 늦게 시작했는데 농구를 더럽게 못 하는 후보 선수 서장훈..." 만년 후보 선수의 아픔을 딛고 국보급 센터로 거듭난 서장훈은 과연 등촌고 농구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가? 서장훈은 전국 학교 스포츠클럽 대회 우승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했다. 자신은 이기는 법이 아니라 농구를 통해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 KBS '우리들의 공교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공룡감독 서장훈] 시리즈 ☞ ① 농구코트에 복귀한 이유는? ☞ ② 첫만남…아이들의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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