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대회서 핵 보유국 거듭 선언…의도는?

입력 2016.05.09 (08:10) 수정 2016.05.0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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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핵 보유국임을 거듭 선언하면서, 엉뚱하게도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알고보면, 이 말은 북한이 이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과 대등한 핵보유국이 된 만큼, 앞으로는 미 중 러 등은 핵무기를 그대로 보유하면서 북한만 핵무기를 포기하는 한반도 비핵화 요구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미중러 등이 모두 핵무기를 포기해 전세계가 비핵화되기 전에는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사실상 항구적 핵보유국을 선언한 셈인데, 이제 핵문제는 논외로 하고, 다른 분야에서 남북 관계 개선이나 미국 등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자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핵문제를 뺀 채 적극적인 대화공세, 평화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당장 우리 정부를 겨냥해 남북 군사회담과 심리전 중단, 주한 미군철수 등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원래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추구했는데요.

이번엔 우리와 대화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이면서 미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선보인겁니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핵보유국임을 주변국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전제 아래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린 포석이란 분석입니다.

북한은 그러면서 통일이 중요하다며 남북군사회담도 제안했지만 심리전 방송 중단 등 선결 조치를 내걸어서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화 공세를 하면서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이미 준비를 마친 추가 핵실험 카드는 당분간 테이블 아래에 숨겨 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리 없는 만큼, 북한의 대화 공세가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도 그저 선전 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대화 공세에 진전이 없으면 북한은 이를 빌미로 서해 NLL 등에서 저강도 도발을 하거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재개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장시간 쉬지 않고 사업 결산 보고를 읽어 내려가는 모습도 공개가 됐는데요.

당 대회가 사실상 3대 세습의 대관식이자 김정은에 대한 낯 뜨거운 충성 경쟁 무대임을 보여줬습니다.

김정은을 향한 각종 찬양과 충성 맹세는 물론이고 핵심 실세가 무릎을 꿇고 보고하는 장면까지 연출됐습니다.

이 소식은 고은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김정은의 마라톤 연설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일어나 만세를 부르는 3천여 명의 참가자들.

북한의 괴벨스로 불리는 87살의 김기남 비서가 첫 토론에 나섭니다.

<녹취> 김기남(당 비서)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립니다."

김정은은 물론 주석단 간부가 모두 일어나 박수 갈채를 쏟아내고...

<녹취> 김기남(당 비서) : "김정은 동지의 역사적인 보고를 전폭적으로 지지 찬동합니다."

대회장은 순식간에 만세 소리로 뒤덮입니다.

간부들의 릴레이 찬양이 이어지는 사이, 김정은의 최측근 조용원 부부장이 무릎을 꿇은 채 무언가를 보고합니다.

핵심실세 조연준 부부장이 '노동당은 김정은의 당'이라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합니다.

<녹취> 조연준(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 김정은 동지의 당으로 강화·발전시켜나가는데 적극적으로 이바지하겠다는 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당 대회 기간 방송에서 모습을 감췄던 아나운서 리춘희도 방청석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정군 간부 40명이 나선 토론회는 김정은의 안녕을 기원하는 '축원'으로 막을 내립니다.

<녹취> 김상민(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대장) :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 영도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부디 안녕하시기를 삼가 축원합니다."

36년간의 당 사업을 총결산한다는 토론회장이 낯뜨거운 충성 경연장으로 변질된 순간입니다.

KBS 뉴스 고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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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당대회서 핵 보유국 거듭 선언…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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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5-09 09: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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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핵 보유국임을 거듭 선언하면서, 엉뚱하게도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알고보면, 이 말은 북한이 이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과 대등한 핵보유국이 된 만큼, 앞으로는 미 중 러 등은 핵무기를 그대로 보유하면서 북한만 핵무기를 포기하는 한반도 비핵화 요구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미중러 등이 모두 핵무기를 포기해 전세계가 비핵화되기 전에는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사실상 항구적 핵보유국을 선언한 셈인데, 이제 핵문제는 논외로 하고, 다른 분야에서 남북 관계 개선이나 미국 등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자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핵문제를 뺀 채 적극적인 대화공세, 평화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당장 우리 정부를 겨냥해 남북 군사회담과 심리전 중단, 주한 미군철수 등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원래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추구했는데요.

이번엔 우리와 대화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이면서 미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선보인겁니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핵보유국임을 주변국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전제 아래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린 포석이란 분석입니다.

북한은 그러면서 통일이 중요하다며 남북군사회담도 제안했지만 심리전 방송 중단 등 선결 조치를 내걸어서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화 공세를 하면서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이미 준비를 마친 추가 핵실험 카드는 당분간 테이블 아래에 숨겨 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리 없는 만큼, 북한의 대화 공세가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도 그저 선전 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대화 공세에 진전이 없으면 북한은 이를 빌미로 서해 NLL 등에서 저강도 도발을 하거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재개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장시간 쉬지 않고 사업 결산 보고를 읽어 내려가는 모습도 공개가 됐는데요.

당 대회가 사실상 3대 세습의 대관식이자 김정은에 대한 낯 뜨거운 충성 경쟁 무대임을 보여줬습니다.

김정은을 향한 각종 찬양과 충성 맹세는 물론이고 핵심 실세가 무릎을 꿇고 보고하는 장면까지 연출됐습니다.

이 소식은 고은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김정은의 마라톤 연설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일어나 만세를 부르는 3천여 명의 참가자들.

북한의 괴벨스로 불리는 87살의 김기남 비서가 첫 토론에 나섭니다.

<녹취> 김기남(당 비서)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립니다."

김정은은 물론 주석단 간부가 모두 일어나 박수 갈채를 쏟아내고...

<녹취> 김기남(당 비서) : "김정은 동지의 역사적인 보고를 전폭적으로 지지 찬동합니다."

대회장은 순식간에 만세 소리로 뒤덮입니다.

간부들의 릴레이 찬양이 이어지는 사이, 김정은의 최측근 조용원 부부장이 무릎을 꿇은 채 무언가를 보고합니다.

핵심실세 조연준 부부장이 '노동당은 김정은의 당'이라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합니다.

<녹취> 조연준(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 김정은 동지의 당으로 강화·발전시켜나가는데 적극적으로 이바지하겠다는 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당 대회 기간 방송에서 모습을 감췄던 아나운서 리춘희도 방청석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정군 간부 40명이 나선 토론회는 김정은의 안녕을 기원하는 '축원'으로 막을 내립니다.

<녹취> 김상민(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대장) :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 영도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부디 안녕하시기를 삼가 축원합니다."

36년간의 당 사업을 총결산한다는 토론회장이 낯뜨거운 충성 경연장으로 변질된 순간입니다.

KBS 뉴스 고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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