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부비2] 한국형 히어로 시리즈의 탄생?…‘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입력 2016.05.10 (20:42)
수정 2016.05.1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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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아나운서: 영국에 명탐정 셜록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명탐정 홍길동이 있는 걸까요. 오늘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강승화: 줄거리부터 소개해주세요.
최광희: 줄거리는요. 홍길동이 탐정으로 나오죠. 활빈당이라고 하는 흥신소에서 일을 해요. 근데 이 흥신소는 단순히 심부름센터 같은 데가 아니라 악당들을 처분하는 그런 곳입니다. 그래서 사건 해결 확률 99%의 명민한 홍길동이 자신의 20년 전 원수를 찾아 나섭니다.
강승화: 또 원수가 있군요!
최광희: 예, 그 원수는 바로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인물입니다. 이제는 완전히 할아버지가 됐죠. 손녀 둘과 아주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홍길동이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정체 모를 세력에 의해서 납치가 된 겁니다. 그래서 탐정 홍길동이 두 손녀를 데리고 자신의 원수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요. 원수를 납치해간 세력이 광은회라고 하는 굉장히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래서 광은회와의 정면 격돌을 펼치게 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화면 색깔부터가 일단 일반적인 우리 영화 실사(實寫)하고는 달라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라는 거 자체가 만화와 소설의 중간 지점이잖아요. 그래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정도 되는 색깔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상당히 초현실적인 느낌이 나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굉장히 만화적입니다.
조성희 감독, 2년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을까
강승화: 조성희 감독의 전작이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이잖아요. 그게 665만 명이 동원되었고. 그 작품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면 역시 약간 만화 같은 연출이었거든요.
최광희: 그렇죠. 보통 일반적으로 상업영화 데뷔작에서 빅히트를 치면, 두 번째 작품은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고 해서 흥행에서 부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러냐면 첫 번째 작품에서 잘 되잖아요, 그러면 감독의 재량권이 커져요.
그 감독의 재량권이 커지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죠. 장점은 감독이 자기가 찍고 싶은 만큼 찍을 수 있다는 거고, 단점은 조절이 안 된다는 겁니다. 지나치게 자기 색깔을 밀어붙이고 작가주의적 색깔로 가버리면 상업 영화적인 부분과 균형이 맞지 않는 단점이 있어요.
이번 영화가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이 자칫 잘못하면 <탐정 홍길동> 같은 어정쩡한 영화로 이어질 수가 있다는 얘기죠. 이 영화가 왜 어정쩡하다고 말씀드리느냐면 일단 영화가 너무 설명적이에요. 지나치게 내레이션(Narration)이 많다는 거죠. 전체적으로 영화의 색감, 화면 연출이 전부 다 과잉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밀도가 또 거기에 맞춰서 따라와 준다면 그걸 용서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도 보면 툭툭 점프를 해요.
강승화: 연결되지 않고.
최광희: 네,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툭툭 점프를 해요. 홍길동이 묵는 여관도 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여관인데, 옛날 서부 영화에서 많이 봤음직한 그런 건물이 나오거든요. 그런 미술적인 측면에서 어떤 특정한 시공을 초월해버리려는 조성희 감독의 연출 의도가 읽히는데, 문제는 그게 차진 이야기와 같이 맞물리면서 가야 관객들에게 설득된다는 거죠. 납득이 된단 얘긴데 그게 납득이 안 돼요. 미장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스토리를 정교하게 다듬는데는 게을렀던 게 아닌가, 이런 판단을 해봅니다.
강승화: 감독의 욕심이 과했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최광희: 어떤 부분은 서부 영화 같고, 어떤 부분은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느낌이 나고, 후반부로 가면 또 엄청난 총기 난사 액션이 등장하거든요. 자신의 영화광적인 색깔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보겠다고 하는 연출의 야심이 읽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형 히어로 <탐정 홍길동>, 시리즈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최광희: 영화에 재미요소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딱 하나 재미 요소가 있는데, 그걸 홍길동이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홍길동을 따라다니는 꼬마들이 재미를 줘요. 특히나 ‘말순’ 역을 맡은 김하나양의 아역 연기가... 배짱 좋은 대사들을 툭툭 던지는데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대사를 던지면서 거기서 코미디가 유발되거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살포시 웃은 지점은 바로 ‘말순’이가 대사를 던질 때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밖엔 없었다는 거죠.
강승화: 이제훈 씨 연기는 어떤가요? 주연배우 홍길동인데.
최광희: 이제훈 씨는 원래 연기 잘하는 배우잖아요. 이제훈 씨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어요. 보면, 감독을 많이 타요. 누가 감독을 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연기력의 편차가 심한 경향성을 보이거든요. 예전에 독립영화 <파수꾼>이라는 작품에 나왔을 때는 굉장히 강렬했거든요. 이제훈 씨는 좀더 필모그래피를 늘려가면서 자기 연기 색깔을 찾아내서 보여주는, 그런 기량을 닦을 필요가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강승화: 이 영화의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볼게요. 엄지 평점은 안 봐도 알 것 같지만 한 번 보여주시죠. 하나둘 셋. 한 줄 평 부탁합니다.
최광희: 영화 제목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죠. 영화 제목을 패러디해보겠습니다.
‘탐정 홍길동: 곧 사라질 영화’.
강승화: (웃음) 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었습니다.
최광희 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강승화: 줄거리부터 소개해주세요.
최광희: 줄거리는요. 홍길동이 탐정으로 나오죠. 활빈당이라고 하는 흥신소에서 일을 해요. 근데 이 흥신소는 단순히 심부름센터 같은 데가 아니라 악당들을 처분하는 그런 곳입니다. 그래서 사건 해결 확률 99%의 명민한 홍길동이 자신의 20년 전 원수를 찾아 나섭니다.
강승화: 또 원수가 있군요!
최광희: 예, 그 원수는 바로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인물입니다. 이제는 완전히 할아버지가 됐죠. 손녀 둘과 아주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홍길동이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정체 모를 세력에 의해서 납치가 된 겁니다. 그래서 탐정 홍길동이 두 손녀를 데리고 자신의 원수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요. 원수를 납치해간 세력이 광은회라고 하는 굉장히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래서 광은회와의 정면 격돌을 펼치게 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화면 색깔부터가 일단 일반적인 우리 영화 실사(實寫)하고는 달라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라는 거 자체가 만화와 소설의 중간 지점이잖아요. 그래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정도 되는 색깔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상당히 초현실적인 느낌이 나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굉장히 만화적입니다.
조성희 감독, 2년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을까
강승화: 조성희 감독의 전작이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이잖아요. 그게 665만 명이 동원되었고. 그 작품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면 역시 약간 만화 같은 연출이었거든요.
최광희: 그렇죠. 보통 일반적으로 상업영화 데뷔작에서 빅히트를 치면, 두 번째 작품은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고 해서 흥행에서 부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러냐면 첫 번째 작품에서 잘 되잖아요, 그러면 감독의 재량권이 커져요.
그 감독의 재량권이 커지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죠. 장점은 감독이 자기가 찍고 싶은 만큼 찍을 수 있다는 거고, 단점은 조절이 안 된다는 겁니다. 지나치게 자기 색깔을 밀어붙이고 작가주의적 색깔로 가버리면 상업 영화적인 부분과 균형이 맞지 않는 단점이 있어요.
이번 영화가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이 자칫 잘못하면 <탐정 홍길동> 같은 어정쩡한 영화로 이어질 수가 있다는 얘기죠. 이 영화가 왜 어정쩡하다고 말씀드리느냐면 일단 영화가 너무 설명적이에요. 지나치게 내레이션(Narration)이 많다는 거죠. 전체적으로 영화의 색감, 화면 연출이 전부 다 과잉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밀도가 또 거기에 맞춰서 따라와 준다면 그걸 용서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도 보면 툭툭 점프를 해요.
강승화: 연결되지 않고.
최광희: 네,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툭툭 점프를 해요. 홍길동이 묵는 여관도 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여관인데, 옛날 서부 영화에서 많이 봤음직한 그런 건물이 나오거든요. 그런 미술적인 측면에서 어떤 특정한 시공을 초월해버리려는 조성희 감독의 연출 의도가 읽히는데, 문제는 그게 차진 이야기와 같이 맞물리면서 가야 관객들에게 설득된다는 거죠. 납득이 된단 얘긴데 그게 납득이 안 돼요. 미장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스토리를 정교하게 다듬는데는 게을렀던 게 아닌가, 이런 판단을 해봅니다.
강승화: 감독의 욕심이 과했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최광희: 어떤 부분은 서부 영화 같고, 어떤 부분은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느낌이 나고, 후반부로 가면 또 엄청난 총기 난사 액션이 등장하거든요. 자신의 영화광적인 색깔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보겠다고 하는 연출의 야심이 읽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형 히어로 <탐정 홍길동>, 시리즈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최광희: 영화에 재미요소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딱 하나 재미 요소가 있는데, 그걸 홍길동이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홍길동을 따라다니는 꼬마들이 재미를 줘요. 특히나 ‘말순’ 역을 맡은 김하나양의 아역 연기가... 배짱 좋은 대사들을 툭툭 던지는데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대사를 던지면서 거기서 코미디가 유발되거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살포시 웃은 지점은 바로 ‘말순’이가 대사를 던질 때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밖엔 없었다는 거죠.
강승화: 이제훈 씨 연기는 어떤가요? 주연배우 홍길동인데.
최광희: 이제훈 씨는 원래 연기 잘하는 배우잖아요. 이제훈 씨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어요. 보면, 감독을 많이 타요. 누가 감독을 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연기력의 편차가 심한 경향성을 보이거든요. 예전에 독립영화 <파수꾼>이라는 작품에 나왔을 때는 굉장히 강렬했거든요. 이제훈 씨는 좀더 필모그래피를 늘려가면서 자기 연기 색깔을 찾아내서 보여주는, 그런 기량을 닦을 필요가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강승화: 이 영화의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볼게요. 엄지 평점은 안 봐도 알 것 같지만 한 번 보여주시죠. 하나둘 셋. 한 줄 평 부탁합니다.
최광희: 영화 제목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죠. 영화 제목을 패러디해보겠습니다.
‘탐정 홍길동: 곧 사라질 영화’.
강승화: (웃음) 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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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5-10 20: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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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아나운서: 영국에 명탐정 셜록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명탐정 홍길동이 있는 걸까요. 오늘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강승화: 줄거리부터 소개해주세요.
최광희: 줄거리는요. 홍길동이 탐정으로 나오죠. 활빈당이라고 하는 흥신소에서 일을 해요. 근데 이 흥신소는 단순히 심부름센터 같은 데가 아니라 악당들을 처분하는 그런 곳입니다. 그래서 사건 해결 확률 99%의 명민한 홍길동이 자신의 20년 전 원수를 찾아 나섭니다.
강승화: 또 원수가 있군요!
최광희: 예, 그 원수는 바로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인물입니다. 이제는 완전히 할아버지가 됐죠. 손녀 둘과 아주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홍길동이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정체 모를 세력에 의해서 납치가 된 겁니다. 그래서 탐정 홍길동이 두 손녀를 데리고 자신의 원수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요. 원수를 납치해간 세력이 광은회라고 하는 굉장히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래서 광은회와의 정면 격돌을 펼치게 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화면 색깔부터가 일단 일반적인 우리 영화 실사(實寫)하고는 달라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라는 거 자체가 만화와 소설의 중간 지점이잖아요. 그래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정도 되는 색깔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상당히 초현실적인 느낌이 나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굉장히 만화적입니다.
조성희 감독, 2년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을까
강승화: 조성희 감독의 전작이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이잖아요. 그게 665만 명이 동원되었고. 그 작품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면 역시 약간 만화 같은 연출이었거든요.
최광희: 그렇죠. 보통 일반적으로 상업영화 데뷔작에서 빅히트를 치면, 두 번째 작품은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고 해서 흥행에서 부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러냐면 첫 번째 작품에서 잘 되잖아요, 그러면 감독의 재량권이 커져요.
그 감독의 재량권이 커지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죠. 장점은 감독이 자기가 찍고 싶은 만큼 찍을 수 있다는 거고, 단점은 조절이 안 된다는 겁니다. 지나치게 자기 색깔을 밀어붙이고 작가주의적 색깔로 가버리면 상업 영화적인 부분과 균형이 맞지 않는 단점이 있어요.
이번 영화가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이 자칫 잘못하면 <탐정 홍길동> 같은 어정쩡한 영화로 이어질 수가 있다는 얘기죠. 이 영화가 왜 어정쩡하다고 말씀드리느냐면 일단 영화가 너무 설명적이에요. 지나치게 내레이션(Narration)이 많다는 거죠. 전체적으로 영화의 색감, 화면 연출이 전부 다 과잉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밀도가 또 거기에 맞춰서 따라와 준다면 그걸 용서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도 보면 툭툭 점프를 해요.
강승화: 연결되지 않고.
최광희: 네,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툭툭 점프를 해요. 홍길동이 묵는 여관도 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여관인데, 옛날 서부 영화에서 많이 봤음직한 그런 건물이 나오거든요. 그런 미술적인 측면에서 어떤 특정한 시공을 초월해버리려는 조성희 감독의 연출 의도가 읽히는데, 문제는 그게 차진 이야기와 같이 맞물리면서 가야 관객들에게 설득된다는 거죠. 납득이 된단 얘긴데 그게 납득이 안 돼요. 미장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스토리를 정교하게 다듬는데는 게을렀던 게 아닌가, 이런 판단을 해봅니다.
강승화: 감독의 욕심이 과했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최광희: 어떤 부분은 서부 영화 같고, 어떤 부분은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느낌이 나고, 후반부로 가면 또 엄청난 총기 난사 액션이 등장하거든요. 자신의 영화광적인 색깔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보겠다고 하는 연출의 야심이 읽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형 히어로 <탐정 홍길동>, 시리즈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최광희: 영화에 재미요소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딱 하나 재미 요소가 있는데, 그걸 홍길동이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홍길동을 따라다니는 꼬마들이 재미를 줘요. 특히나 ‘말순’ 역을 맡은 김하나양의 아역 연기가... 배짱 좋은 대사들을 툭툭 던지는데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대사를 던지면서 거기서 코미디가 유발되거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살포시 웃은 지점은 바로 ‘말순’이가 대사를 던질 때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밖엔 없었다는 거죠.
강승화: 이제훈 씨 연기는 어떤가요? 주연배우 홍길동인데.
최광희: 이제훈 씨는 원래 연기 잘하는 배우잖아요. 이제훈 씨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어요. 보면, 감독을 많이 타요. 누가 감독을 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연기력의 편차가 심한 경향성을 보이거든요. 예전에 독립영화 <파수꾼>이라는 작품에 나왔을 때는 굉장히 강렬했거든요. 이제훈 씨는 좀더 필모그래피를 늘려가면서 자기 연기 색깔을 찾아내서 보여주는, 그런 기량을 닦을 필요가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강승화: 이 영화의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볼게요. 엄지 평점은 안 봐도 알 것 같지만 한 번 보여주시죠. 하나둘 셋. 한 줄 평 부탁합니다.
최광희: 영화 제목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죠. 영화 제목을 패러디해보겠습니다.
‘탐정 홍길동: 곧 사라질 영화’.
강승화: (웃음) 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었습니다.
최광희 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강승화: 줄거리부터 소개해주세요.
최광희: 줄거리는요. 홍길동이 탐정으로 나오죠. 활빈당이라고 하는 흥신소에서 일을 해요. 근데 이 흥신소는 단순히 심부름센터 같은 데가 아니라 악당들을 처분하는 그런 곳입니다. 그래서 사건 해결 확률 99%의 명민한 홍길동이 자신의 20년 전 원수를 찾아 나섭니다.
강승화: 또 원수가 있군요!
최광희: 예, 그 원수는 바로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인물입니다. 이제는 완전히 할아버지가 됐죠. 손녀 둘과 아주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홍길동이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정체 모를 세력에 의해서 납치가 된 겁니다. 그래서 탐정 홍길동이 두 손녀를 데리고 자신의 원수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요. 원수를 납치해간 세력이 광은회라고 하는 굉장히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래서 광은회와의 정면 격돌을 펼치게 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화면 색깔부터가 일단 일반적인 우리 영화 실사(實寫)하고는 달라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라는 거 자체가 만화와 소설의 중간 지점이잖아요. 그래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정도 되는 색깔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상당히 초현실적인 느낌이 나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굉장히 만화적입니다.
조성희 감독, 2년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을까
강승화: 조성희 감독의 전작이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이잖아요. 그게 665만 명이 동원되었고. 그 작품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면 역시 약간 만화 같은 연출이었거든요.
최광희: 그렇죠. 보통 일반적으로 상업영화 데뷔작에서 빅히트를 치면, 두 번째 작품은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고 해서 흥행에서 부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러냐면 첫 번째 작품에서 잘 되잖아요, 그러면 감독의 재량권이 커져요.
그 감독의 재량권이 커지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죠. 장점은 감독이 자기가 찍고 싶은 만큼 찍을 수 있다는 거고, 단점은 조절이 안 된다는 겁니다. 지나치게 자기 색깔을 밀어붙이고 작가주의적 색깔로 가버리면 상업 영화적인 부분과 균형이 맞지 않는 단점이 있어요.
이번 영화가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이 자칫 잘못하면 <탐정 홍길동> 같은 어정쩡한 영화로 이어질 수가 있다는 얘기죠. 이 영화가 왜 어정쩡하다고 말씀드리느냐면 일단 영화가 너무 설명적이에요. 지나치게 내레이션(Narration)이 많다는 거죠. 전체적으로 영화의 색감, 화면 연출이 전부 다 과잉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밀도가 또 거기에 맞춰서 따라와 준다면 그걸 용서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도 보면 툭툭 점프를 해요.
강승화: 연결되지 않고.
최광희: 네,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툭툭 점프를 해요. 홍길동이 묵는 여관도 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여관인데, 옛날 서부 영화에서 많이 봤음직한 그런 건물이 나오거든요. 그런 미술적인 측면에서 어떤 특정한 시공을 초월해버리려는 조성희 감독의 연출 의도가 읽히는데, 문제는 그게 차진 이야기와 같이 맞물리면서 가야 관객들에게 설득된다는 거죠. 납득이 된단 얘긴데 그게 납득이 안 돼요. 미장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스토리를 정교하게 다듬는데는 게을렀던 게 아닌가, 이런 판단을 해봅니다.
강승화: 감독의 욕심이 과했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최광희: 어떤 부분은 서부 영화 같고, 어떤 부분은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느낌이 나고, 후반부로 가면 또 엄청난 총기 난사 액션이 등장하거든요. 자신의 영화광적인 색깔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보겠다고 하는 연출의 야심이 읽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형 히어로 <탐정 홍길동>, 시리즈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최광희: 영화에 재미요소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딱 하나 재미 요소가 있는데, 그걸 홍길동이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홍길동을 따라다니는 꼬마들이 재미를 줘요. 특히나 ‘말순’ 역을 맡은 김하나양의 아역 연기가... 배짱 좋은 대사들을 툭툭 던지는데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대사를 던지면서 거기서 코미디가 유발되거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살포시 웃은 지점은 바로 ‘말순’이가 대사를 던질 때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밖엔 없었다는 거죠.
강승화: 이제훈 씨 연기는 어떤가요? 주연배우 홍길동인데.
최광희: 이제훈 씨는 원래 연기 잘하는 배우잖아요. 이제훈 씨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어요. 보면, 감독을 많이 타요. 누가 감독을 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연기력의 편차가 심한 경향성을 보이거든요. 예전에 독립영화 <파수꾼>이라는 작품에 나왔을 때는 굉장히 강렬했거든요. 이제훈 씨는 좀더 필모그래피를 늘려가면서 자기 연기 색깔을 찾아내서 보여주는, 그런 기량을 닦을 필요가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강승화: 이 영화의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볼게요. 엄지 평점은 안 봐도 알 것 같지만 한 번 보여주시죠. 하나둘 셋. 한 줄 평 부탁합니다.
최광희: 영화 제목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죠. 영화 제목을 패러디해보겠습니다.
‘탐정 홍길동: 곧 사라질 영화’.
강승화: (웃음) 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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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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