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전용’ VS ‘한자 혼용’ 논란

입력 2016.05.13 (08:11) 수정 2016.05.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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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금 보시는 건 1960년 대 초등학교 교과서입니다.

이렇게 한글과 한자가 함께 교과서에 쓰여 있습니다.

이미 배운 한자는 아예 한글 표기도 없이 적고 있습니다.

공문서도 마찬가지인데, 5·60년대 서울시청 건설과 문서를 봐도 한글보다 한자가 많아 보입니다.

이랬던 교과서와 공문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건 1970년대 '한글전용'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터입니다.

그 이후 수십년 동안 "한글 전용이 맞다", 아니다 "한자도 혼용해야 한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쪽은 국어기본법에서 '한글'을 '국어로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로 정의하고 있지만, 한자도 '고유문자'이기 때문에 함께 써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단어를 보면 60%에 가까운 단어는 한자어이고, 우리 고유어는 4분의 1인 25%를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말에 이미 많이 포함된 한자를 배우고 써야 한다는 주장인 겁니다.

반면,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단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한자어가 지나치게 많이 실렸을 뿐이고, 한자 혼용을 하지 않아도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쪽에서 한글 사용만을 규정한 '국어기본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요.

어제 첫 공개변론에서도 양쪽 주장은 팽팽히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을 홍진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11년 만에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국어기본법.

핵심 쟁점은 한글 전용정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느냐입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한글 전용정책이 어떤 언어를 쓸지 결정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심재기(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청구인 측) : "한자를 꼭 써야만 한자어의 뜻을 분명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두개가 서로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죠."

또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반대편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 사용을 장려하는 취지일 뿐 한자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또 한자 혼용정책은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정보 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권재일(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문체부 측) : "읽고 쓰는 자유를 위해서 한글 전용을 하는 것이 일상 생활, 글자 생활의 나아가야 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만을 고유어로 인정하는 것이 위헌인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맞서면서 한자 혼용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기자 멘트>

현재 초중고교 과정에서 한자는 필수 교육이 아니다 보니까 이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한자 교육이 부실화되면서 어휘력이 떨어지는 등 많은 폐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것이 우리말을 황폐화시킨다고 주장하는데요.

반면, 한자혼용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외래어까지 범람하는 상황에서 한자 혼용까지 하면 우리말, 한글이 설 자리가 더 없어진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한자를 가르치지 말자는 게 아니라며, 현재의 한글전용 정책 하에서도 필요한 교육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자 혼용이 사교육 증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부분도 논란의 대상인데요.

지난 2014년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안을 내놓았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한 적이 있습니다.

학부모들 가운데는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칫 정규 교과 과정에 대한 부담으로 사교육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 공개변론에서 또다시 확인된 것처럼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한동안 논란의 불씨를 붙였던 교과부의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안'은 일단 보류된 상황인데요.

앞으로 교과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갈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한자 병기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엇갈리고 있는 만큼 논란은 법정 밖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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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 전용’ VS ‘한자 혼용’ 논란
    • 입력 2016-05-13 08:14:42
    • 수정2016-05-13 09: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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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금 보시는 건 1960년 대 초등학교 교과서입니다.

이렇게 한글과 한자가 함께 교과서에 쓰여 있습니다.

이미 배운 한자는 아예 한글 표기도 없이 적고 있습니다.

공문서도 마찬가지인데, 5·60년대 서울시청 건설과 문서를 봐도 한글보다 한자가 많아 보입니다.

이랬던 교과서와 공문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건 1970년대 '한글전용'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터입니다.

그 이후 수십년 동안 "한글 전용이 맞다", 아니다 "한자도 혼용해야 한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쪽은 국어기본법에서 '한글'을 '국어로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로 정의하고 있지만, 한자도 '고유문자'이기 때문에 함께 써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단어를 보면 60%에 가까운 단어는 한자어이고, 우리 고유어는 4분의 1인 25%를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말에 이미 많이 포함된 한자를 배우고 써야 한다는 주장인 겁니다.

반면,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단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한자어가 지나치게 많이 실렸을 뿐이고, 한자 혼용을 하지 않아도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쪽에서 한글 사용만을 규정한 '국어기본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요.

어제 첫 공개변론에서도 양쪽 주장은 팽팽히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을 홍진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11년 만에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국어기본법.

핵심 쟁점은 한글 전용정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느냐입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한글 전용정책이 어떤 언어를 쓸지 결정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심재기(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청구인 측) : "한자를 꼭 써야만 한자어의 뜻을 분명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두개가 서로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죠."

또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반대편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 사용을 장려하는 취지일 뿐 한자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또 한자 혼용정책은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정보 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권재일(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문체부 측) : "읽고 쓰는 자유를 위해서 한글 전용을 하는 것이 일상 생활, 글자 생활의 나아가야 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만을 고유어로 인정하는 것이 위헌인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맞서면서 한자 혼용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기자 멘트>

현재 초중고교 과정에서 한자는 필수 교육이 아니다 보니까 이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한자 교육이 부실화되면서 어휘력이 떨어지는 등 많은 폐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것이 우리말을 황폐화시킨다고 주장하는데요.

반면, 한자혼용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외래어까지 범람하는 상황에서 한자 혼용까지 하면 우리말, 한글이 설 자리가 더 없어진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한자를 가르치지 말자는 게 아니라며, 현재의 한글전용 정책 하에서도 필요한 교육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자 혼용이 사교육 증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부분도 논란의 대상인데요.

지난 2014년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안을 내놓았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한 적이 있습니다.

학부모들 가운데는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칫 정규 교과 과정에 대한 부담으로 사교육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 공개변론에서 또다시 확인된 것처럼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한동안 논란의 불씨를 붙였던 교과부의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안'은 일단 보류된 상황인데요.

앞으로 교과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갈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한자 병기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엇갈리고 있는 만큼 논란은 법정 밖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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