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부비2] 의심이 만든 공포의 지옥…‘곡성’

입력 2016.05.17 (19: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강승화 아나운서: 그분의 영화가 돌아왔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가히 역대급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 영화 <곡성>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영화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강승화: 영화 줄거리 소개해주시죠.

최광희: 전라남도에 있는 한 시골 마을이 배경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는데요, 여기 주인공은 종구라고 하는 지구대 경찰인데 그 동네에서 자꾸 기괴한 사건이 벌어지죠. 일가족 살인 사건! 그런데 살해를 한 주범은 항상 가족 구성원 중의 한 명인데, 귀신이 들린 현상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일본 남자가 한 명 들어와서 살고 있는데, 이 남자가 좀 행적이 수상한 거예요. 그래서 그 남자를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계속해서 일가족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이런 와중에 종구의 딸까지도 귀신 들림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이제 무당을 부르죠. 그 무당이 바로 황정민 씨. 황정민 씨가 ‘저 일본 사람이 귀신이다’ 그래서 살굿을 지금부터 펼치겠다, 귀신을 쫓아내겠다. 과연 살굿을 통해서 귀신을 쫓아내고 종구의 딸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게 줄거리가 되겠습니다.

강승화: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로 충무로에 정말 충격을 줬었고 이후에 후속작인 <황해>가 흥행적인 면에서 조금 아쉬웠고요. 그리고 이번에 돌아온 작품이 <곡성>인데 어떻게 흥행을 할 수 있을까요?

최광희: 러닝타임이 길잖아요. 150분이 넘는데 러닝타임 내내 정말 한 번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강승화: 저도 그랬습니다.

인간 내면의 심연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호러 영화

최광희: 완전 몰입감 최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거 같아요. 걸작이다 졸작이다. 굉장히 극명하게 엇갈릴만한 영화를 늘 나홍진 감독은 선보여 왔습니다. <황해>라는 영화도 그랬고요. 근데 이번 영화는 이전 작품들과 좀 달라진 부분이 추격 액션이라고 하는 쾌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이번 영화는 앞선 영화 두 편이 현실적 개연성이라는 부분이 있었다면, ‘호러’라는 장르에 도전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영화가 좀 이상하다?’라고 느껴질 만한 구석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예요. 여기서 영화 수업 하나 들어갑니다. 영화라는 게 원래 두 가지 사조 또는 전통이 있어요. 하나는 ‘사실주의’ 전통이죠. 또 하나는 ‘표현주의’ 전통이고요. ‘사실주의’적 전통은 영화의 감독이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교를 최대한 자제하는 겁니다. 그다음에 ‘표현주의’는 말 그대로 표현을 중시하는 거예요. 인간의 내면이나 이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그것들을 조금 더 기괴하고 비사실적이고 비자연적으로 이렇게 표현하는 방식을 말하는 거예요. 이번 영화 <곡성>은 표현주의적인 차원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탑재하시고 그다음에 영화를 관람하시면 ‘이게 뭐지?’, ‘왜 이렇게 이상하지?’라고 하는 게 다 이해가 될 겁니다.

강승화: 그러면 최광희 평론가는 어떻게 해석을 하셨어요? 저는 이게 해석이 사실은 잘 안됐거든요. 이게 뭘 말하는 영화인지 잘 몰랐어요.

최광희: 재미는 있는데...

강승화: 재미는 있고 무서운데, 이게 무슨 소리지?

최광희: 이런 영화를 ‘뭔가가 있는데 뭔지는 잘 모르는 영화’ (웃음) 이 영화 속에서의 귀신이라고 하는 존재가 과연 뭘까,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저는 그게 불신이라고 봤어요. 불신과 의심. 불신과 의심이 공포를 만들고 그 공포가 창조해낸 피조물이 바로 귀신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홍진 감독이 우리에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의 강렬한 연기

강승화: 그럼 연기 얘기로 가볼까요? 우리 곽도원 씨가 첫 주연작이었어요.

최광희: 이번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는데 영화 속의 비중, 영화 속에 이 사람이 보여주는 복잡한 내면 심리 이런 것들을 다 소화해야 한다는 게 첫 주연작으로는 너무 큰 부담을 안은 거예요. 근데 그걸 아주 굉장히 잘 소화를 해냈습니다. 다른 어떤 조연 출신 주연보다도 곽도원 씨가 영화 속에서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보고요.
한 가지 의외이면서도 신선했던 것은 황정민 씨가 이 영화 속에서 조연으로 나온다는 거예요. 그동안의 황정민 씨의 연기 패턴이라든가 맡아온 캐릭터들 사이에서는...

강승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죠.

최광희: 전형성이 있었어요. 그 전형성을 나홍진 감독이 깨준 거죠. 이 영화 속에서 무당으로 나와서 막 굿을 하는데, 야 그것도 참 굉장히 신비로워 보이더라고요. 그 자체로 신비로워 보이고. 천우희 씨는 사실 굉장히 정체불명의 여성으로 등장해요. 나중에 영화 말미에 어떤 정체인지 드러나게 되는데 전체 출연 분량이 한 10분 정도밖에 안 되는, 이 영화 속에서 굉장히 작은 비중에 드문드문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강승화: 이 영화에 대한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보겠습니다. 엄지 평부터 보겠습니다. 하나, 둘, 셋! 한 줄 평 들어볼게요.

최광희: ‘나홍진의 아름다운 지옥도’

강승화: 아휴... 아휴 무서워. 알겠습니다. 여러분도 곡성 한 번 꼭 보시고 나홍진 감독의 지옥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곡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무비부비2] 의심이 만든 공포의 지옥…‘곡성’
    • 입력 2016-05-17 19:04:39
    무비부비2 메인
강승화 아나운서: 그분의 영화가 돌아왔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가히 역대급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 영화 <곡성>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영화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강승화: 영화 줄거리 소개해주시죠.

최광희: 전라남도에 있는 한 시골 마을이 배경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는데요, 여기 주인공은 종구라고 하는 지구대 경찰인데 그 동네에서 자꾸 기괴한 사건이 벌어지죠. 일가족 살인 사건! 그런데 살해를 한 주범은 항상 가족 구성원 중의 한 명인데, 귀신이 들린 현상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일본 남자가 한 명 들어와서 살고 있는데, 이 남자가 좀 행적이 수상한 거예요. 그래서 그 남자를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계속해서 일가족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이런 와중에 종구의 딸까지도 귀신 들림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이제 무당을 부르죠. 그 무당이 바로 황정민 씨. 황정민 씨가 ‘저 일본 사람이 귀신이다’ 그래서 살굿을 지금부터 펼치겠다, 귀신을 쫓아내겠다. 과연 살굿을 통해서 귀신을 쫓아내고 종구의 딸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게 줄거리가 되겠습니다.

강승화: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로 충무로에 정말 충격을 줬었고 이후에 후속작인 <황해>가 흥행적인 면에서 조금 아쉬웠고요. 그리고 이번에 돌아온 작품이 <곡성>인데 어떻게 흥행을 할 수 있을까요?

최광희: 러닝타임이 길잖아요. 150분이 넘는데 러닝타임 내내 정말 한 번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강승화: 저도 그랬습니다.

인간 내면의 심연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호러 영화

최광희: 완전 몰입감 최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거 같아요. 걸작이다 졸작이다. 굉장히 극명하게 엇갈릴만한 영화를 늘 나홍진 감독은 선보여 왔습니다. <황해>라는 영화도 그랬고요. 근데 이번 영화는 이전 작품들과 좀 달라진 부분이 추격 액션이라고 하는 쾌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이번 영화는 앞선 영화 두 편이 현실적 개연성이라는 부분이 있었다면, ‘호러’라는 장르에 도전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영화가 좀 이상하다?’라고 느껴질 만한 구석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예요. 여기서 영화 수업 하나 들어갑니다. 영화라는 게 원래 두 가지 사조 또는 전통이 있어요. 하나는 ‘사실주의’ 전통이죠. 또 하나는 ‘표현주의’ 전통이고요. ‘사실주의’적 전통은 영화의 감독이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교를 최대한 자제하는 겁니다. 그다음에 ‘표현주의’는 말 그대로 표현을 중시하는 거예요. 인간의 내면이나 이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그것들을 조금 더 기괴하고 비사실적이고 비자연적으로 이렇게 표현하는 방식을 말하는 거예요. 이번 영화 <곡성>은 표현주의적인 차원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탑재하시고 그다음에 영화를 관람하시면 ‘이게 뭐지?’, ‘왜 이렇게 이상하지?’라고 하는 게 다 이해가 될 겁니다.

강승화: 그러면 최광희 평론가는 어떻게 해석을 하셨어요? 저는 이게 해석이 사실은 잘 안됐거든요. 이게 뭘 말하는 영화인지 잘 몰랐어요.

최광희: 재미는 있는데...

강승화: 재미는 있고 무서운데, 이게 무슨 소리지?

최광희: 이런 영화를 ‘뭔가가 있는데 뭔지는 잘 모르는 영화’ (웃음) 이 영화 속에서의 귀신이라고 하는 존재가 과연 뭘까,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저는 그게 불신이라고 봤어요. 불신과 의심. 불신과 의심이 공포를 만들고 그 공포가 창조해낸 피조물이 바로 귀신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홍진 감독이 우리에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의 강렬한 연기

강승화: 그럼 연기 얘기로 가볼까요? 우리 곽도원 씨가 첫 주연작이었어요.

최광희: 이번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는데 영화 속의 비중, 영화 속에 이 사람이 보여주는 복잡한 내면 심리 이런 것들을 다 소화해야 한다는 게 첫 주연작으로는 너무 큰 부담을 안은 거예요. 근데 그걸 아주 굉장히 잘 소화를 해냈습니다. 다른 어떤 조연 출신 주연보다도 곽도원 씨가 영화 속에서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보고요.
한 가지 의외이면서도 신선했던 것은 황정민 씨가 이 영화 속에서 조연으로 나온다는 거예요. 그동안의 황정민 씨의 연기 패턴이라든가 맡아온 캐릭터들 사이에서는...

강승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죠.

최광희: 전형성이 있었어요. 그 전형성을 나홍진 감독이 깨준 거죠. 이 영화 속에서 무당으로 나와서 막 굿을 하는데, 야 그것도 참 굉장히 신비로워 보이더라고요. 그 자체로 신비로워 보이고. 천우희 씨는 사실 굉장히 정체불명의 여성으로 등장해요. 나중에 영화 말미에 어떤 정체인지 드러나게 되는데 전체 출연 분량이 한 10분 정도밖에 안 되는, 이 영화 속에서 굉장히 작은 비중에 드문드문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강승화: 이 영화에 대한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보겠습니다. 엄지 평부터 보겠습니다. 하나, 둘, 셋! 한 줄 평 들어볼게요.

최광희: ‘나홍진의 아름다운 지옥도’

강승화: 아휴... 아휴 무서워. 알겠습니다. 여러분도 곡성 한 번 꼭 보시고 나홍진 감독의 지옥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곡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