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0% 가습기 살균제 노출”…유전자 변형도 우려

입력 2016.05.18 (18:05) 수정 2016.05.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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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특정 연령의 어린이 비율이 30% 정도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오늘(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환경 독성포럼'에서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환경 보건센터 교수는 지난해 전국의 만 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실태를 조사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만 7세 어린이 1,500여 명 가운데 75.8%인 1,192명이 가습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어린이 수는 411명으로 전체의 31.3%를 차지했다. 홍 교수는 보호자와 가족까지 포함한다면 전 국민의 30%가량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셈이라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피해자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고기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해 PHMG와 PGH의 독성을 시험한 결과 70분 내에 모든 개체가 사망했다 (사진제공 홍수종 교수) 물고기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해 PHMG와 PGH의 독성을 시험한 결과 70분 내에 모든 개체가 사망했다 (사진제공 홍수종 교수)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의 인체 영향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확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알려진 폐 손상 외에도 간이나 심장, 면역계, 생식계 등에 광범위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물고기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해 PHMG와 PGH의 독성을 시험한 결과 70분 내에 모든 개체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극심한 염증과 섬유화(장기의 일부가 딱딱하게 굳는 현상)가 관찰됐는데, 지방간을 일으키는 현상도 나타나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가 폐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미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간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세포 독성과 노화, 동맥경화의 징후가 관측됐다.

특히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한 PHMG이 특정 유전자군의 변형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됐다. PHMG는 기관지에서 폐포로 들어가는 입구의 상피세포를 손상시켜 염증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폐섬유화를 불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HMG는 곰팡이와 효모, 황색 포도상구균 등 각종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살균력을 지닌 살균제다. 구조를 자세히 보면 폴리머(고분자) 형태이면서 '양이온'이기 때문에 음극을 띠고 있는 박테리아의 세포벽에 강하게 들러붙는다. 이 과정에서 세포벽을 손상시켜 결국 박테리아의 사멸을 불러오는데, 살균력의 비밀은 바로 엄청난 흡착력에 있는 셈이다.



심각한 점은 가습기 살균제를 통해 폐로 흡입된 PHMG가 비슷한 방식으로 폐 세포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2013년 순천향대 의대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면 PHMG가 세포보다 더 미세한 스케일인 유전자에까지 독성을 퍼뜨린다는 것이 드러났다. 2만 5,000개에 이르는 사람의 유전자를 5㎍/㎖ 농도의 PHMG에 24시간 처리한 뒤 각각의 유전자에서 발현 정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관찰했는데, 5,000여 개의 유전자에서 대조군에 비해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세포의 자기 사멸, 즉 자살을 유도하는 유전자군(FAS, BAX)의 발현이 아무 처리를 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2배에서 6.8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외부 독성에 노출된 유전자가 깨진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손상된 세포들을 신속하게 처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염증을 일으키고 장기를 딱딱하게 굳게 하는 섬유화 관련 유전자(IL-6)의 발현도 24배 증가했다. 유전자의 이 같은 급격한 변화는 최악의 경우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몸속 해로운 물질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관련 유전자(GPX2)의 발현은 대조군보다 10배나 감소했다. 인체의 자정 기능마저 PHMG의 독성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고 쓰러진 셈이다.



폐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 손상과 암 발생 등 다양한 질환을 촉발할 가능성이 큰데다가 이번에 유전자 변형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밝혀진 만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속하고 광범위한 역학조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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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30% 가습기 살균제 노출”…유전자 변형도 우려
    • 입력 2016-05-18 18:05:43
    • 수정2016-05-18 19:45:19
    취재K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특정 연령의 어린이 비율이 30% 정도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오늘(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환경 독성포럼'에서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환경 보건센터 교수는 지난해 전국의 만 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실태를 조사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만 7세 어린이 1,500여 명 가운데 75.8%인 1,192명이 가습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어린이 수는 411명으로 전체의 31.3%를 차지했다. 홍 교수는 보호자와 가족까지 포함한다면 전 국민의 30%가량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셈이라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피해자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고기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해 PHMG와 PGH의 독성을 시험한 결과 70분 내에 모든 개체가 사망했다 (사진제공 홍수종 교수)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의 인체 영향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확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알려진 폐 손상 외에도 간이나 심장, 면역계, 생식계 등에 광범위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물고기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해 PHMG와 PGH의 독성을 시험한 결과 70분 내에 모든 개체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극심한 염증과 섬유화(장기의 일부가 딱딱하게 굳는 현상)가 관찰됐는데, 지방간을 일으키는 현상도 나타나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가 폐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미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간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세포 독성과 노화, 동맥경화의 징후가 관측됐다. 특히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한 PHMG이 특정 유전자군의 변형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됐다. PHMG는 기관지에서 폐포로 들어가는 입구의 상피세포를 손상시켜 염증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폐섬유화를 불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HMG는 곰팡이와 효모, 황색 포도상구균 등 각종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살균력을 지닌 살균제다. 구조를 자세히 보면 폴리머(고분자) 형태이면서 '양이온'이기 때문에 음극을 띠고 있는 박테리아의 세포벽에 강하게 들러붙는다. 이 과정에서 세포벽을 손상시켜 결국 박테리아의 사멸을 불러오는데, 살균력의 비밀은 바로 엄청난 흡착력에 있는 셈이다. 심각한 점은 가습기 살균제를 통해 폐로 흡입된 PHMG가 비슷한 방식으로 폐 세포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2013년 순천향대 의대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면 PHMG가 세포보다 더 미세한 스케일인 유전자에까지 독성을 퍼뜨린다는 것이 드러났다. 2만 5,000개에 이르는 사람의 유전자를 5㎍/㎖ 농도의 PHMG에 24시간 처리한 뒤 각각의 유전자에서 발현 정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관찰했는데, 5,000여 개의 유전자에서 대조군에 비해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세포의 자기 사멸, 즉 자살을 유도하는 유전자군(FAS, BAX)의 발현이 아무 처리를 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2배에서 6.8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외부 독성에 노출된 유전자가 깨진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손상된 세포들을 신속하게 처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염증을 일으키고 장기를 딱딱하게 굳게 하는 섬유화 관련 유전자(IL-6)의 발현도 24배 증가했다. 유전자의 이 같은 급격한 변화는 최악의 경우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몸속 해로운 물질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관련 유전자(GPX2)의 발현은 대조군보다 10배나 감소했다. 인체의 자정 기능마저 PHMG의 독성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고 쓰러진 셈이다. 폐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 손상과 암 발생 등 다양한 질환을 촉발할 가능성이 큰데다가 이번에 유전자 변형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밝혀진 만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속하고 광범위한 역학조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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