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진짜 이래도 됩니까?”…‘총알배송’의 눈물

입력 2016.05.24 (09:01) 수정 2016.05.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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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기업, 나쁜 기업

소셜커머스 '쿠팡'은 착한 기업입니다. 지난해에만 직원을 두 배로 늘려 채용했습니다. 고용창출 국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국내 최초로 배송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습니다. 쿠팡은 정부가 선정한 '고용창출 우수기업'입니다.

'쿠팡'은 나쁜 기업이기도 합니다. 전국 14개, 물류센터에 고용된 용역 직원들에게는 그렇습니다.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화장실 갈 때는 상사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이유를 물으면 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 진짜 이래도 됩니까?…쿠팡 물류센터 ‘인권 보고서’

지난달, 쿠팡 인천 물류센터 새벽조 근무자들이 강당에 소집됐습니다. 용역 업체 간부는 이 자리에서 '불시 소지품 검사'를 통보했습니다. 도난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직원들은 이때만 해도 '설마'했다고 했습니다. "때가 어느 때인데"라고도 생각했답니다.

소지품 검사를 하는 모습소지품 검사를 하는 모습


지난 4월 11일. 근무가 끝나가는 새벽 5시 30분. 조원 20명 정도가 물류센터 입구로 불려 나왔습니다. 주머니와 가방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개인 사물함 검사도 시작됐습니다. 사물함 속, 가방 속, 주머니 속까지 탈탈 털어 보여줘야 했습니다. 그때 검사를 받아야 하는 직원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설마 하겠어? 그랬죠. 갑자기 가방 뒤지고, 아래 옷 같은 거 확인하고….
어휴! 그냥 없는 게 죄다 그 생각밖에 안 나더라고요."
- A 쿠팡 물류센터 직원 인터뷰 中



소지품 검사는 일주일에 2차례, 많게는 3차례 진행됐습니다. 가방을 가져가 직접 뒤져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검사를 하는 조장은 대부분 젊은 용역 직원들. 검사를 받는 조원들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아저씨, 아주머니입니다. 상한 마음 때문에 때때로 이들 사이에 큰소리가 났습니다.

조장이 직접 가방을 가져가 뒤지는 모습조장이 직접 가방을 가져가 뒤지는 모습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거잖아요. 제가 관리자에게 물어봤어요.
이거 안 하면 어떻게 되냐고. 어떤 답변도 못 들었어요."
- B 쿠팡 물류센터 직원 인터뷰 中


쿠팡 물류센터에서 이뤄지는 기막힌 일.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곳 직원들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조장님! 화장실 좀…." 화장실도 허락을 받아야 갈 수 있습니다.

한 여성 직원은 남성 조장에게 가 부끄러운 듯 입 모양으로 '화장실'이라고 말하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나이 지긋한 어떤 남성 직원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면박을 당했습니다. 다른 직원이 갔으니 한 명씩 가라는 거였습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직장. 여러분이라면 어떠시겠습니까? 진짜 이래도 됩니까?

"허락을 안 받고 소지품 검사를 했다면 형사처벌 될 가능성이 있죠.
화장실을 물어보고 간다는 게 제정신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 고용노동부 관계자 인터뷰 中


■ 불법인 거 아시나요?

소지품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법'입니다.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수시로 이뤄지는 소지품 검사수시로 이뤄지는 소지품 검사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직원들의 사전 동의가 없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지품 검사는 그래서 '불법'일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 측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이제 왜, 어떻게 이런 일이 이뤄지고 있는지 물어야 할 차례입니다.

해명하는 쿠팡 관계자해명하는 쿠팡 관계자


쿠팡 본사 측과 용역업체 관계자들과 만났습니다. 해명은 이렇습니다. 소지품 검사는 '도난 예방'의 목적, 화장실 보고는 '인력 관리'를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노무사 자문까지 거쳐 시행했다고 했습니다. 사전 동의도 받아 불법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이 해명, 단 30분 만에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쿠팡 측에 동의서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동의서는 없었습니다. 동의서라며 보여 준 것은 '불시 소지품 검사' 시행 내무 공문과 '도난 예방 교육' 일지였습니다. 그때야 문제를 인정했습니다.

"인권침해 소지가 없이 이렇게 해야 할 텐데,
의사소통 과정에서 조금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쿠팡 본사 측 관계자 인터뷰 中


화장실 보고에 대해서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근무시간에 휴대전화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러 가는 직원들이 많아 작업에 차질이 생깁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 문제 아닙니까?"
휴대전화나 담배는 참으면 됩니다.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생리 현상은 참을 수 있는, 혹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가요?



취재가 시작되자 쿠팡 측은 직원들을 상대로 부랴부랴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동의서가 해결책일까요? 방송이 나간 뒤 전국 14곳의 다른 물류센터 용역 직원들의 제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화장실에 보고하고,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받는 사람들. 그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엄마이고, 아빠이고, 자식입니다. 착한 기업, 쿠팡. 진짜 이래도 됩니까?

[연관 기사] ☞ [심층 리포트] 쿠팡의 ‘횡포’…소지품 검사·화장실 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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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진짜 이래도 됩니까?”…‘총알배송’의 눈물
    • 입력 2016-05-24 09:01:30
    • 수정2016-05-24 15:30:06
    취재후·사건후
■ 착한 기업, 나쁜 기업

소셜커머스 '쿠팡'은 착한 기업입니다. 지난해에만 직원을 두 배로 늘려 채용했습니다. 고용창출 국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국내 최초로 배송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습니다. 쿠팡은 정부가 선정한 '고용창출 우수기업'입니다.

'쿠팡'은 나쁜 기업이기도 합니다. 전국 14개, 물류센터에 고용된 용역 직원들에게는 그렇습니다.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화장실 갈 때는 상사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이유를 물으면 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 진짜 이래도 됩니까?…쿠팡 물류센터 ‘인권 보고서’

지난달, 쿠팡 인천 물류센터 새벽조 근무자들이 강당에 소집됐습니다. 용역 업체 간부는 이 자리에서 '불시 소지품 검사'를 통보했습니다. 도난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직원들은 이때만 해도 '설마'했다고 했습니다. "때가 어느 때인데"라고도 생각했답니다.

소지품 검사를 하는 모습

지난 4월 11일. 근무가 끝나가는 새벽 5시 30분. 조원 20명 정도가 물류센터 입구로 불려 나왔습니다. 주머니와 가방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개인 사물함 검사도 시작됐습니다. 사물함 속, 가방 속, 주머니 속까지 탈탈 털어 보여줘야 했습니다. 그때 검사를 받아야 하는 직원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설마 하겠어? 그랬죠. 갑자기 가방 뒤지고, 아래 옷 같은 거 확인하고….
어휴! 그냥 없는 게 죄다 그 생각밖에 안 나더라고요."
- A 쿠팡 물류센터 직원 인터뷰 中



소지품 검사는 일주일에 2차례, 많게는 3차례 진행됐습니다. 가방을 가져가 직접 뒤져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검사를 하는 조장은 대부분 젊은 용역 직원들. 검사를 받는 조원들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아저씨, 아주머니입니다. 상한 마음 때문에 때때로 이들 사이에 큰소리가 났습니다.

조장이 직접 가방을 가져가 뒤지는 모습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거잖아요. 제가 관리자에게 물어봤어요.
이거 안 하면 어떻게 되냐고. 어떤 답변도 못 들었어요."
- B 쿠팡 물류센터 직원 인터뷰 中


쿠팡 물류센터에서 이뤄지는 기막힌 일.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곳 직원들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조장님! 화장실 좀…." 화장실도 허락을 받아야 갈 수 있습니다.

한 여성 직원은 남성 조장에게 가 부끄러운 듯 입 모양으로 '화장실'이라고 말하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나이 지긋한 어떤 남성 직원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면박을 당했습니다. 다른 직원이 갔으니 한 명씩 가라는 거였습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직장. 여러분이라면 어떠시겠습니까? 진짜 이래도 됩니까?

"허락을 안 받고 소지품 검사를 했다면 형사처벌 될 가능성이 있죠.
화장실을 물어보고 간다는 게 제정신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 고용노동부 관계자 인터뷰 中


■ 불법인 거 아시나요?

소지품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법'입니다.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수시로 이뤄지는 소지품 검사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직원들의 사전 동의가 없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지품 검사는 그래서 '불법'일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 측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이제 왜, 어떻게 이런 일이 이뤄지고 있는지 물어야 할 차례입니다.

해명하는 쿠팡 관계자

쿠팡 본사 측과 용역업체 관계자들과 만났습니다. 해명은 이렇습니다. 소지품 검사는 '도난 예방'의 목적, 화장실 보고는 '인력 관리'를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노무사 자문까지 거쳐 시행했다고 했습니다. 사전 동의도 받아 불법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이 해명, 단 30분 만에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쿠팡 측에 동의서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동의서는 없었습니다. 동의서라며 보여 준 것은 '불시 소지품 검사' 시행 내무 공문과 '도난 예방 교육' 일지였습니다. 그때야 문제를 인정했습니다.

"인권침해 소지가 없이 이렇게 해야 할 텐데,
의사소통 과정에서 조금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쿠팡 본사 측 관계자 인터뷰 中


화장실 보고에 대해서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근무시간에 휴대전화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러 가는 직원들이 많아 작업에 차질이 생깁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 문제 아닙니까?"
휴대전화나 담배는 참으면 됩니다.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생리 현상은 참을 수 있는, 혹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가요?



취재가 시작되자 쿠팡 측은 직원들을 상대로 부랴부랴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동의서가 해결책일까요? 방송이 나간 뒤 전국 14곳의 다른 물류센터 용역 직원들의 제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화장실에 보고하고,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받는 사람들. 그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엄마이고, 아빠이고, 자식입니다. 착한 기업, 쿠팡. 진짜 이래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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