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부비2] 새롭지 않은 이야기, 그런데 울어버렸네…‘계춘할망’

입력 2016.05.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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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아나운서: 우리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련해지고 눈물이 맺히는 단어가 있죠. 아마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아닌가 싶은데요. 오늘은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하겠습니다. <계춘할망> 창감독 연출, 윤여정, 김고은 주연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영화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강승화: 영화 줄거리 좀 소개해 주시죠.

최광희: 계춘 할망(‘할머니’의 제주 방언)은 제주도의 해녀죠. 자신의 손녀가 한 명 있습니다. 혜지라고 하는 손녀인데 엄마 아빠가 돌아가셨고요. 그래서 손녀딸을 정말 애지중지 키우는데 재래시장에 가서 혜지 손을 놓치는 바람에 손녀를 잃어버려요.
12년 뒤에 손녀딸이라고 하는 혜지가 나타나죠. 그래서 제주도에 와서 혜지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데 적응이 잘 안 되는 바람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해프닝, 거기에다가 도시 생활에서 사귀었던 나쁜 친구들의 영향력이 다시 혜지한테 미치면서 또 다른 이별의 위기가 찾아오게 되는 그런 얘기입니다.
<계춘할망>을 보면서 어머니가 좀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왜냐면 영화 속에서 윤여정 씨가 나중에 치매에 걸리는데 저희 어머니도 치매에 걸리셔서 돌아가셨어요. 치매 걸렸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굉장히 많이 울었습니다.

강승화: 많이 우셨을 거 같아요. 마음이 여리시잖아요. 겉보기와 달리.

최광희: 아, 네. 또.

강승화: 최광희 평론가의 성향을 보면, 보통 이런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에 대해서 실컷 운 다음에 굉장히 그 혹평을 하시거든요. ‘이 눈물은 너무 기계적인 눈물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혹평하신단 말이죠. 이번 영화는 어땠나요?

눈물을 자아내는 가족 신파극

최광희: 한국 가족 휴먼드라마가 일종의 공식이라는 게 있잖아요. 공식에 그대로 따라가면 울 수밖에 없게 돼요. <계춘할망>도 마찬가지로 그런 가족 신파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에 울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 자극에 반응한 건지 아니면 내 스스로 감정이 순화되는 카타르시스의 결과물로서 눈물이 난 건지 이거를 곰곰이 따져봐야 되요. 근데 안타깝게도 이 영화 <계춘할망>은 후자에 속한다. 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이미 재래시장에서 어린 손녀딸 혜지를 잃어버린 순간부터 충분히 예측이 가능해요. 문제는 뭐냐면, 이별까진 좋아요. 근데 재회, 재이별, 재재회, 이 모티브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중간 중간 동기들을 부여한단 말이에요. 그 동기들이 너무 억지스러워요. 작위적이란 얘기죠.

강승화: 요즘에 시쳇말로 ‘갑툭튀’라고 하죠.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최광희: 얼렁뚱땅! 근데 이 영화는 마찬가지로 결과를 먼저 만들어놓고 원인을 짜맞춘다는 거죠. 각본 구조 자체가 너무 허술하다는 것, 이게 이 영화의 흠입니다.

강승화: 알겠습니다. 근데 저는 이 영화 보면서 굉장히 아름답다! 제주도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했거든요. 알고 봤더니 이 영화의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감독이더라고요?

최광희: 창감독이라고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솜씨가 영화 속에서 화면 연출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이를테면 제주도에서 계절이 변할 때 화면 연출은 굉장히 예뻐요.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지배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야기의 전개 면에서 창감독의 연출은 화면 연출의 실력에 비하면 아주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을 했죠.

김고은과 영화를 살려낸 윤여정의 연기

강승화: 배우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데 저희가 6개월 전에 한 분을 꼽았잖아요. 본인이 꼽으신 거 아시죠? 최악의 여배우로.

최광희: 김고은 씨.

강승화: 이번에 어떻게 거기서 좀 벗어났습니까?

최광희: 김고은 씨가 윤여정 씨를 만나니까 살더라고요. 그러니까 역시나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배우라는 게 방증이 되는 거죠. 정말 좋은 배우를 만나니까 오히려 김고은 씨가 살아요. 배우로서의 김고은 씨의 연기라고 하는 것은, 이 영화 속에 김고은 씨가 제일 돋보였다. 연기는 좋았어요. 윤여정 씨는 명불허전이죠. 정말 연기의 여신이에요.

강승화: 보는 내내 저는 놀랐거든요

최광희: 완전히 해녀 할망이 된 거예요. 그거는 이제 우리가 메소드 연기라고 하죠. 그 캐릭터가 되어버리는 거. 치매에 걸리면 사람이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마찬가지지만, 저도 알거든요. 치매에 걸리면요. 혀를 컨트롤을 못해요. 그 모습을 윤여정 씨가 하더라고요.

강승화: 저도 봤어요.

최광희: 거기서 제가 눈물이 막 쏟아진 거예요. 저희 어머니가 딱 떠오르더라고요.

강승화: 윤여정 씨의 연기가 정말... 저는 지금껏 봤던 그 어떤 연기보다 훌륭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그러면 <계춘할망>에 대한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엄지 평점부터 공개해주세요! 아이... 여보세요! 어머니 생각나신다면서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최광희: 어머니가 생각난 건 윤여정 씨가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지만, 영화는 별로였어요 솔직히.

강승화: 정말 냉정하시네요.

최광희: 공과 사는 분리해야죠.

강승화: 알겠습니다. 한 줄 평 들어볼게요.

최광희: 윤여정이 간신히 구원한 가족 신파.

강승화: 지금까지 <계춘할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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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4 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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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아나운서: 우리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련해지고 눈물이 맺히는 단어가 있죠. 아마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아닌가 싶은데요. 오늘은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하겠습니다. <계춘할망> 창감독 연출, 윤여정, 김고은 주연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영화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강승화: 영화 줄거리 좀 소개해 주시죠.

최광희: 계춘 할망(‘할머니’의 제주 방언)은 제주도의 해녀죠. 자신의 손녀가 한 명 있습니다. 혜지라고 하는 손녀인데 엄마 아빠가 돌아가셨고요. 그래서 손녀딸을 정말 애지중지 키우는데 재래시장에 가서 혜지 손을 놓치는 바람에 손녀를 잃어버려요.
12년 뒤에 손녀딸이라고 하는 혜지가 나타나죠. 그래서 제주도에 와서 혜지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데 적응이 잘 안 되는 바람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해프닝, 거기에다가 도시 생활에서 사귀었던 나쁜 친구들의 영향력이 다시 혜지한테 미치면서 또 다른 이별의 위기가 찾아오게 되는 그런 얘기입니다.
<계춘할망>을 보면서 어머니가 좀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왜냐면 영화 속에서 윤여정 씨가 나중에 치매에 걸리는데 저희 어머니도 치매에 걸리셔서 돌아가셨어요. 치매 걸렸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굉장히 많이 울었습니다.

강승화: 많이 우셨을 거 같아요. 마음이 여리시잖아요. 겉보기와 달리.

최광희: 아, 네. 또.

강승화: 최광희 평론가의 성향을 보면, 보통 이런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에 대해서 실컷 운 다음에 굉장히 그 혹평을 하시거든요. ‘이 눈물은 너무 기계적인 눈물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혹평하신단 말이죠. 이번 영화는 어땠나요?

눈물을 자아내는 가족 신파극

최광희: 한국 가족 휴먼드라마가 일종의 공식이라는 게 있잖아요. 공식에 그대로 따라가면 울 수밖에 없게 돼요. <계춘할망>도 마찬가지로 그런 가족 신파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에 울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 자극에 반응한 건지 아니면 내 스스로 감정이 순화되는 카타르시스의 결과물로서 눈물이 난 건지 이거를 곰곰이 따져봐야 되요. 근데 안타깝게도 이 영화 <계춘할망>은 후자에 속한다. 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이미 재래시장에서 어린 손녀딸 혜지를 잃어버린 순간부터 충분히 예측이 가능해요. 문제는 뭐냐면, 이별까진 좋아요. 근데 재회, 재이별, 재재회, 이 모티브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중간 중간 동기들을 부여한단 말이에요. 그 동기들이 너무 억지스러워요. 작위적이란 얘기죠.

강승화: 요즘에 시쳇말로 ‘갑툭튀’라고 하죠.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최광희: 얼렁뚱땅! 근데 이 영화는 마찬가지로 결과를 먼저 만들어놓고 원인을 짜맞춘다는 거죠. 각본 구조 자체가 너무 허술하다는 것, 이게 이 영화의 흠입니다.

강승화: 알겠습니다. 근데 저는 이 영화 보면서 굉장히 아름답다! 제주도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했거든요. 알고 봤더니 이 영화의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감독이더라고요?

최광희: 창감독이라고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솜씨가 영화 속에서 화면 연출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이를테면 제주도에서 계절이 변할 때 화면 연출은 굉장히 예뻐요.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지배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야기의 전개 면에서 창감독의 연출은 화면 연출의 실력에 비하면 아주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을 했죠.

김고은과 영화를 살려낸 윤여정의 연기

강승화: 배우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데 저희가 6개월 전에 한 분을 꼽았잖아요. 본인이 꼽으신 거 아시죠? 최악의 여배우로.

최광희: 김고은 씨.

강승화: 이번에 어떻게 거기서 좀 벗어났습니까?

최광희: 김고은 씨가 윤여정 씨를 만나니까 살더라고요. 그러니까 역시나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배우라는 게 방증이 되는 거죠. 정말 좋은 배우를 만나니까 오히려 김고은 씨가 살아요. 배우로서의 김고은 씨의 연기라고 하는 것은, 이 영화 속에 김고은 씨가 제일 돋보였다. 연기는 좋았어요. 윤여정 씨는 명불허전이죠. 정말 연기의 여신이에요.

강승화: 보는 내내 저는 놀랐거든요

최광희: 완전히 해녀 할망이 된 거예요. 그거는 이제 우리가 메소드 연기라고 하죠. 그 캐릭터가 되어버리는 거. 치매에 걸리면 사람이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마찬가지지만, 저도 알거든요. 치매에 걸리면요. 혀를 컨트롤을 못해요. 그 모습을 윤여정 씨가 하더라고요.

강승화: 저도 봤어요.

최광희: 거기서 제가 눈물이 막 쏟아진 거예요. 저희 어머니가 딱 떠오르더라고요.

강승화: 윤여정 씨의 연기가 정말... 저는 지금껏 봤던 그 어떤 연기보다 훌륭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그러면 <계춘할망>에 대한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엄지 평점부터 공개해주세요! 아이... 여보세요! 어머니 생각나신다면서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최광희: 어머니가 생각난 건 윤여정 씨가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지만, 영화는 별로였어요 솔직히.

강승화: 정말 냉정하시네요.

최광희: 공과 사는 분리해야죠.

강승화: 알겠습니다. 한 줄 평 들어볼게요.

최광희: 윤여정이 간신히 구원한 가족 신파.

강승화: 지금까지 <계춘할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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