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뉴델리 최하층 ‘언터처블’을 만나다

입력 2016.05.25 (09:03) 수정 2016.05.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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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 빈민 주거지역 폴리캠인도 뉴델리 빈민 주거지역 폴리캠


인도 북부 폭염을 취재하는 과정에 하층 카스트로 불리는 '불가촉천민' 주거지역에 들어가게 됐다. 현지 고용인들과 상의한 결과 도심에서 더위를 가장 극심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빈민촌 주민들일 것이란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불가촉천민은 영어로는 '언터처블'이라고도 하는데, 수도인 뉴델리에 얼마나 사는지 그들의 한 달 수입은 얼마인지 등 상세한 통계는 없다. 그냥 도로 근처에서 보이는 곳이 빈민촌이었다. 뉴델리 시내 뿌리야 근처 빈민촌은 폴리캠이란 곳이다.

물론 그 이름도 현지인에게 물어서 겨우 알게 된 것이다. 1차 취재 시도는 현지에서 5년 정도 거주한 현지 통역사와 함께 갔다. 큰 촬영장비에 거부감을 나타낸다고 해서 작은 스마트폰으로 촬영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식수를 구하려 모여든 주민들식수를 구하려 모여든 주민들


폭염과 가뭄으로 식수부족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처음에는 경계를 하는 듯했다. 일부 주민은 양손을 내저으면서 촬영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등장이 신기했는지 결국 점차 마음을 열고 터놓기 시작했다.

폭염으로 마실 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과 가뭄이 도심 거주 빈민에게 힘든 점들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50대 여성은 간단한 인터뷰 뒤에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이런 간단한 취재, 인터뷰 뒤에도 돈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인터뷰에 응하는 현지 주민인터뷰에 응하는 현지 주민


빈민촌 사전답사에서 소중한 영상과 인터뷰를 했지만, 다시 제대로 취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날 현지 촬영 스태프와 촬영장비를 가지고 빈민촌을 또 찾아갔다.

쁘리야 폴리캠이란 마을을 취재한다고 했더니 현지 스태프는 좀 당황했지만 금방 적응했다. 촬영 스태프인 쿠마르는 주민들이 반발하는 듯하면 "한국의 방송국이 당신들을 취재해서 내보내면 당신들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인도에 5년 이상 거주한 현지 통역사는 폴리캠이란 곳은 저녁 늦게 들어가거나 허락받지 않고 촬영하면 칼을 맞을 수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번 취재 덕분에 자신도 처음 들어가 보게 됐다는 반응이었다. 빈말이 아닌 것이 이 마을을 가로지르면 인도 유적지가 나타나는데 이곳으로 빨리 가기 위해 좀 지나가자고 해도 길을 막아서는 사람들이니 꽤 폐쇄적인 마을이었다.

지붕이 낮은 빈민들의 집지붕이 낮은 빈민들의 집


취재진은 이날 2차례나 '언터처블'의 집에 들어갔다. 물론 좁은 입구와 어두컴컴한 방이 찜찜하기도 했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 아니겠어'란 생각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오토릭샤 운전사인 무하메드는 30살이었다. 그의 집안에선 아이 4명이 엎드려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 어두운 방 안에서 한국 같으면 '눈 나빠진다 얘야. 그만 좀 봐라.'하겠지만, 부모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망고장사를 준비하는 무하메드망고장사를 준비하는 무하메드
 

무하메드는 하루 200루피 안팎(4천 원 미만)의 수입에 만족하지 못해 망고 장사(중간 도매상)를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이웃들과 자신의 집주변에 망고 상자를 쌓아두고 있었다. 이 집은 어른이 허리를 숙여야 할 정도로 지붕이 낮아 한낮의 더위가 그대로 느껴졌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취재를 마치고 나왔는데, 현지 촬영 스태프는 빈민촌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이렇게 방송이 취재해도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라고 투덜댔다.

하지만 빈민촌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매우 값진 교훈으로 다가왔다. 뉴델리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이들의 삶을 멀리서 관찰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개선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는 오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연관 기사] ☞ [뉴스9] 인도 살인 폭염 기승…섭씨 51도까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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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뉴델리 최하층 ‘언터처블’을 만나다
    • 입력 2016-05-25 09:03:29
    • 수정2016-05-25 09:05:48
    취재후·사건후
인도 뉴델리 빈민 주거지역 폴리캠 인도 북부 폭염을 취재하는 과정에 하층 카스트로 불리는 '불가촉천민' 주거지역에 들어가게 됐다. 현지 고용인들과 상의한 결과 도심에서 더위를 가장 극심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빈민촌 주민들일 것이란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불가촉천민은 영어로는 '언터처블'이라고도 하는데, 수도인 뉴델리에 얼마나 사는지 그들의 한 달 수입은 얼마인지 등 상세한 통계는 없다. 그냥 도로 근처에서 보이는 곳이 빈민촌이었다. 뉴델리 시내 뿌리야 근처 빈민촌은 폴리캠이란 곳이다. 물론 그 이름도 현지인에게 물어서 겨우 알게 된 것이다. 1차 취재 시도는 현지에서 5년 정도 거주한 현지 통역사와 함께 갔다. 큰 촬영장비에 거부감을 나타낸다고 해서 작은 스마트폰으로 촬영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식수를 구하려 모여든 주민들 폭염과 가뭄으로 식수부족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처음에는 경계를 하는 듯했다. 일부 주민은 양손을 내저으면서 촬영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등장이 신기했는지 결국 점차 마음을 열고 터놓기 시작했다. 폭염으로 마실 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과 가뭄이 도심 거주 빈민에게 힘든 점들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50대 여성은 간단한 인터뷰 뒤에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이런 간단한 취재, 인터뷰 뒤에도 돈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인터뷰에 응하는 현지 주민 빈민촌 사전답사에서 소중한 영상과 인터뷰를 했지만, 다시 제대로 취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날 현지 촬영 스태프와 촬영장비를 가지고 빈민촌을 또 찾아갔다. 쁘리야 폴리캠이란 마을을 취재한다고 했더니 현지 스태프는 좀 당황했지만 금방 적응했다. 촬영 스태프인 쿠마르는 주민들이 반발하는 듯하면 "한국의 방송국이 당신들을 취재해서 내보내면 당신들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인도에 5년 이상 거주한 현지 통역사는 폴리캠이란 곳은 저녁 늦게 들어가거나 허락받지 않고 촬영하면 칼을 맞을 수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번 취재 덕분에 자신도 처음 들어가 보게 됐다는 반응이었다. 빈말이 아닌 것이 이 마을을 가로지르면 인도 유적지가 나타나는데 이곳으로 빨리 가기 위해 좀 지나가자고 해도 길을 막아서는 사람들이니 꽤 폐쇄적인 마을이었다. 지붕이 낮은 빈민들의 집 취재진은 이날 2차례나 '언터처블'의 집에 들어갔다. 물론 좁은 입구와 어두컴컴한 방이 찜찜하기도 했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 아니겠어'란 생각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오토릭샤 운전사인 무하메드는 30살이었다. 그의 집안에선 아이 4명이 엎드려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 어두운 방 안에서 한국 같으면 '눈 나빠진다 얘야. 그만 좀 봐라.'하겠지만, 부모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망고장사를 준비하는 무하메드  무하메드는 하루 200루피 안팎(4천 원 미만)의 수입에 만족하지 못해 망고 장사(중간 도매상)를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이웃들과 자신의 집주변에 망고 상자를 쌓아두고 있었다. 이 집은 어른이 허리를 숙여야 할 정도로 지붕이 낮아 한낮의 더위가 그대로 느껴졌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취재를 마치고 나왔는데, 현지 촬영 스태프는 빈민촌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이렇게 방송이 취재해도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라고 투덜댔다. 하지만 빈민촌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매우 값진 교훈으로 다가왔다. 뉴델리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이들의 삶을 멀리서 관찰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개선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는 오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연관 기사] ☞ [뉴스9] 인도 살인 폭염 기승…섭씨 51도까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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