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비상사태’ 나이지리아, 스페인에 분노

입력 2016.05.26 (13:51) 수정 2016.05.27 (08: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해마다 8월 마지막주 수요일이면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방에서 토마토 축제가 열립니다. '라 토마티나(La Tomatina)'.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전쟁으로 잘 알려진 축제입니다. 축제가 열리는 날 오후 12시가 되면 축포 소리와 함께 약 10만kg에 이르는 토마토가 광장에 쏟아집니다. 이어 사람들은 토마토를 사정없이 던지기 시작하는데, 축제에 참가하는 인원만 2만 명이 넘다보니 마을은 금세 붉은 빛으로 물들게 됩니다.

그런데 '라 토마티나' 축제가 최근 나이지리아인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 쏟아진 토마토를 보며 나이지리아인들은 울부짖습니다. "우리의 신은 어디 있는 건가요" 라며 말입니다. 무엇이 나이지리아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나이지리아 전체 토마토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두나주에서는 최근 '토마토 잎 나방(Tomato Leaf Miner)'으로 불리는 병충해가 발생해 토마토 작황이 80%나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병충해로 인한 손실액은 최소 10억 나이라, 우리 돈 60억 원 정도에 이릅니다. 그러자 나이지리아 정부는 '토마토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생산이 급감하자 토마토의 가격도 천문학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토마토 한 광주리의 가격이 미화 1달러 20센트(천 430원)에서 불과 3개월 만에 40달러(4만 7,680원)로 올랐습니다. 무려 30배 정도 오른 가격입니다. 아프리카 최대 갑부 알리코 당고테가 북부 카노주에서 운영하는 토마토소스 제조회사는 토마토 원료 부족으로 이달 초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토마토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식단에 필수 식품입니다. 특히 정찬 요리에서 토마토는 기본 소스로 들어갑니다. SNS에서는 병충해 발생으로 토마토 소스 볶음밥 '욜로프 라이스'를 만들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67% 뛰는 등 치솟는 물가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이지리아인들은 토마토 비상사태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나게 됐습니다. 가뜩이나 힘겹게 살아가는 나이지리아인들에게 스페인 '토마토 축제'는 자신들에게 절실한 양식을 훼손하는 몹쓸 축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은 나이지리아와 스페인에 한정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유엔식량기구는 선진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만성 기근에 시달리는 전세계 인구 8억여명을 먹여살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토마토 비상사태’ 나이지리아, 스페인에 분노
    • 입력 2016-05-26 13:51:16
    • 수정2016-05-27 08:45:22
    취재K
해마다 8월 마지막주 수요일이면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방에서 토마토 축제가 열립니다. '라 토마티나(La Tomatina)'.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전쟁으로 잘 알려진 축제입니다. 축제가 열리는 날 오후 12시가 되면 축포 소리와 함께 약 10만kg에 이르는 토마토가 광장에 쏟아집니다. 이어 사람들은 토마토를 사정없이 던지기 시작하는데, 축제에 참가하는 인원만 2만 명이 넘다보니 마을은 금세 붉은 빛으로 물들게 됩니다.

그런데 '라 토마티나' 축제가 최근 나이지리아인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 쏟아진 토마토를 보며 나이지리아인들은 울부짖습니다. "우리의 신은 어디 있는 건가요" 라며 말입니다. 무엇이 나이지리아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나이지리아 전체 토마토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두나주에서는 최근 '토마토 잎 나방(Tomato Leaf Miner)'으로 불리는 병충해가 발생해 토마토 작황이 80%나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병충해로 인한 손실액은 최소 10억 나이라, 우리 돈 60억 원 정도에 이릅니다. 그러자 나이지리아 정부는 '토마토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생산이 급감하자 토마토의 가격도 천문학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토마토 한 광주리의 가격이 미화 1달러 20센트(천 430원)에서 불과 3개월 만에 40달러(4만 7,680원)로 올랐습니다. 무려 30배 정도 오른 가격입니다. 아프리카 최대 갑부 알리코 당고테가 북부 카노주에서 운영하는 토마토소스 제조회사는 토마토 원료 부족으로 이달 초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토마토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식단에 필수 식품입니다. 특히 정찬 요리에서 토마토는 기본 소스로 들어갑니다. SNS에서는 병충해 발생으로 토마토 소스 볶음밥 '욜로프 라이스'를 만들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67% 뛰는 등 치솟는 물가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이지리아인들은 토마토 비상사태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나게 됐습니다. 가뜩이나 힘겹게 살아가는 나이지리아인들에게 스페인 '토마토 축제'는 자신들에게 절실한 양식을 훼손하는 몹쓸 축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은 나이지리아와 스페인에 한정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유엔식량기구는 선진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만성 기근에 시달리는 전세계 인구 8억여명을 먹여살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