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영화방] 삶을 사는 이유…‘체리 향기’

입력 2016.05.26 (17: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락 영화방 강승화입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향긋한 꽃향기가 풍겨오는 5월인데요, 싱그러운 향기만으로 잠시 행복해지는 마음이 들곤 합니다. 비록 코끝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지만, 그런 순간순간이 모여서 우리의 삶을 살아갈 만하게 하죠. 오늘 다락 영화방이 소개해 드릴 영화는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그 경이로운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한 남자의 마지막 하루, <체리향기(Ta'm E Guilass, 1997)>입니다.

한 남자가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바디(Badii).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은 일행이 없는 그리고 돈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입니다. 왜 이런 사람을 찾는 걸까요? 물색 끝에 바디의 눈에 띈 사람은 어린 군인입니다. 바디가 차를 세운 곳은 황량한 사막 가운데, 그는 군인에게 충격적인 말을 던집니다. 바디의 오랜 설득에도 군인은 소신을 굽히지 않습니다. 급기야 달아나버리는데요. 바디가 물색한 두 번째 사람은 신학도입니다. 신의 뜻에 따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신학도에게 바디는 자신의 자살 이유를 설득합니다.

바디는 아이러니하게도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삶을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이게 바디의 진짜 마음이 아닐까요. 죽음의 경계로 걸어가는 자신을 잡아줄 사람. 삶을 마감하고 싶을 정도로 지친 마음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바디는 찾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바디는 마침내 조력자를 찾았습니다. 그는 박물관에서 새 박제 일을 하는 노인이었는데요. 노인은 바디의 계획에 동참하면서도 삶의 기쁨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노인을 일터에 데려다 준 후 돌아가는 길. 바디는 급히 하고 싶은 말이 생긴 듯 노인을 다시 찾아갑니다.
해가 지고 구덩이 안에 몸을 뉘인 바디. 바디의 미래엔 죽음과 삶 중 과연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체리 향기>는 이란 정부의 금지 조치 때문에 1997년 칸 영화제 폐막 3일 전에야 출품이 됐지만,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큰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파놓은 구덩이에서 눈을 감은 바디. 과연 노인의 손을 잡고 나와서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요? 저는 바디가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바디가 누운 무덤 자리에 진짜 상징, 어쩌면 삶에 고통스러워했던 과거를 묻는 곳이자 새로운 삶의 시작점이 아닐까요? 다락 영화방 강승화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다락영화방] 삶을 사는 이유…‘체리 향기’
    • 입력 2016-05-26 17:20:02
    다락 영화방
다락 영화방 강승화입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향긋한 꽃향기가 풍겨오는 5월인데요, 싱그러운 향기만으로 잠시 행복해지는 마음이 들곤 합니다. 비록 코끝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지만, 그런 순간순간이 모여서 우리의 삶을 살아갈 만하게 하죠. 오늘 다락 영화방이 소개해 드릴 영화는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그 경이로운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한 남자의 마지막 하루, <체리향기(Ta'm E Guilass, 1997)>입니다.

한 남자가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바디(Badii).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은 일행이 없는 그리고 돈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입니다. 왜 이런 사람을 찾는 걸까요? 물색 끝에 바디의 눈에 띈 사람은 어린 군인입니다. 바디가 차를 세운 곳은 황량한 사막 가운데, 그는 군인에게 충격적인 말을 던집니다. 바디의 오랜 설득에도 군인은 소신을 굽히지 않습니다. 급기야 달아나버리는데요. 바디가 물색한 두 번째 사람은 신학도입니다. 신의 뜻에 따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신학도에게 바디는 자신의 자살 이유를 설득합니다.

바디는 아이러니하게도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삶을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이게 바디의 진짜 마음이 아닐까요. 죽음의 경계로 걸어가는 자신을 잡아줄 사람. 삶을 마감하고 싶을 정도로 지친 마음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바디는 찾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바디는 마침내 조력자를 찾았습니다. 그는 박물관에서 새 박제 일을 하는 노인이었는데요. 노인은 바디의 계획에 동참하면서도 삶의 기쁨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노인을 일터에 데려다 준 후 돌아가는 길. 바디는 급히 하고 싶은 말이 생긴 듯 노인을 다시 찾아갑니다.
해가 지고 구덩이 안에 몸을 뉘인 바디. 바디의 미래엔 죽음과 삶 중 과연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체리 향기>는 이란 정부의 금지 조치 때문에 1997년 칸 영화제 폐막 3일 전에야 출품이 됐지만,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큰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파놓은 구덩이에서 눈을 감은 바디. 과연 노인의 손을 잡고 나와서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요? 저는 바디가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바디가 누운 무덤 자리에 진짜 상징, 어쩌면 삶에 고통스러워했던 과거를 묻는 곳이자 새로운 삶의 시작점이 아닐까요? 다락 영화방 강승화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