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아웃’ 시늉만 내는 대형마트
입력 2016.05.27 (18:15)
수정 2016.05.2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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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말로만 ‘불매’…대형마트 ‘옥시’ 계속 판매
오늘 오전 대전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들이닥쳤다. '옥시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전 지역 33개 시민단체 회원들이었다.
"옥시 불매 운동에 참여하겠다던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대형마트들이 옥시 제품을 판매하지 않을 것처럼 얘기해놓고, 여전히 판매대에 옥시 제품들이 진열돼있다며 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 모두 가습기 살균제 PB(자체브랜드) 제품을 판매해 인명피해를 일으킨 곳들이다. 때문에, 기자회견문에는 "옥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돈벌이를 한 악덕기업(옥시)을 편드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담겼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공동 책임이 있는 대형마트들이 옥시제품 판매를 통해 이익까지 남기겠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서도, 대형마트들은 여전히 옥시 제품을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대형마트 52곳을 조사했는데, 100% '옥시 아웃'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협의회 측은 밝혔다.
시민단체들이 대형마트들에 '옥시 불매' 운동 동참을 압박하는 것은, 대형마트들이 최대의 유통 채널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옥시 불매' 운동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도 아예 모른 척하고 있지는 않다. 일단, 옥시 제품에 대한 신규 발주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잠깐 시도했다 뭇매를 맞았던 할인 행사를 없앴다. 그리고 옥시 제품 판매대 규모를 줄였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고 판매다. 주요 대형마트 3사 모두, 전국적으로 각각 수십억 원대의 옥시 제품 재고 물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형마트들의 영업이익률이 3~5%대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수십억 원은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올려야 얻을 수 있는 돈이다. 직매입, 다시 말해, 대형마트가 옥시 레킷 벤키저에게서 돈 주고 사서 자기 자산이 된 물건을 폐기하는 것에 대해.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뭘 잘못해서 그 상품을 폐기해야 한다고 그러면 당연히 손실처리 해야죠. 그런데 우리가 만든 제품이 아니잖아요. 잘못은 옥시가 하고 손실은 우리가 봐야 하는 상황이 돼야 하는 거고..."라고 말했다.
'직매입'이라 반품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에 빠졌다는 항변이다.
또, 옥시 제품을 일제히 매장에서 뺏을 경우, 나중에 옥시로부터 소송을 당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판매대의 위치나 상품 노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옥시와 납품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에도, 시민사회는 대형마트들이 옥시 뒤에 숨어 이윤 추구에 매달리고 있다며 비판의 공세를 높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오늘 낸 논평에서 "옥시 불매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대형마트들이 면피용 사과를 통해 여론의 동정을 구해 놓고, 옥시 제품 판매 행위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불매운동대상으로 지목한 옥시 제품은 모두 125개.
'옥시'라는 상표가 숨어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옥시 아웃' 시늉만 내는 대형마트 매장에 들어선 소비자들, 자신도 모르게, 의도와 달리, 지금, 옥시 제품을 카트에 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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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 아웃’ 시늉만 내는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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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5-27 18:15:40
- 수정2016-05-27 21:59:44

[연관기사] ☞ [뉴스9] 말로만 ‘불매’…대형마트 ‘옥시’ 계속 판매
오늘 오전 대전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들이닥쳤다. '옥시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전 지역 33개 시민단체 회원들이었다.
"옥시 불매 운동에 참여하겠다던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대형마트들이 옥시 제품을 판매하지 않을 것처럼 얘기해놓고, 여전히 판매대에 옥시 제품들이 진열돼있다며 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 모두 가습기 살균제 PB(자체브랜드) 제품을 판매해 인명피해를 일으킨 곳들이다. 때문에, 기자회견문에는 "옥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돈벌이를 한 악덕기업(옥시)을 편드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담겼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공동 책임이 있는 대형마트들이 옥시제품 판매를 통해 이익까지 남기겠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서도, 대형마트들은 여전히 옥시 제품을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대형마트 52곳을 조사했는데, 100% '옥시 아웃'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협의회 측은 밝혔다.
시민단체들이 대형마트들에 '옥시 불매' 운동 동참을 압박하는 것은, 대형마트들이 최대의 유통 채널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옥시 불매' 운동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도 아예 모른 척하고 있지는 않다. 일단, 옥시 제품에 대한 신규 발주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잠깐 시도했다 뭇매를 맞았던 할인 행사를 없앴다. 그리고 옥시 제품 판매대 규모를 줄였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고 판매다. 주요 대형마트 3사 모두, 전국적으로 각각 수십억 원대의 옥시 제품 재고 물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형마트들의 영업이익률이 3~5%대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수십억 원은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올려야 얻을 수 있는 돈이다. 직매입, 다시 말해, 대형마트가 옥시 레킷 벤키저에게서 돈 주고 사서 자기 자산이 된 물건을 폐기하는 것에 대해.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뭘 잘못해서 그 상품을 폐기해야 한다고 그러면 당연히 손실처리 해야죠. 그런데 우리가 만든 제품이 아니잖아요. 잘못은 옥시가 하고 손실은 우리가 봐야 하는 상황이 돼야 하는 거고..."라고 말했다.
'직매입'이라 반품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에 빠졌다는 항변이다.
또, 옥시 제품을 일제히 매장에서 뺏을 경우, 나중에 옥시로부터 소송을 당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판매대의 위치나 상품 노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옥시와 납품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에도, 시민사회는 대형마트들이 옥시 뒤에 숨어 이윤 추구에 매달리고 있다며 비판의 공세를 높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오늘 낸 논평에서 "옥시 불매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대형마트들이 면피용 사과를 통해 여론의 동정을 구해 놓고, 옥시 제품 판매 행위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불매운동대상으로 지목한 옥시 제품은 모두 125개.
'옥시'라는 상표가 숨어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옥시 아웃' 시늉만 내는 대형마트 매장에 들어선 소비자들, 자신도 모르게, 의도와 달리, 지금, 옥시 제품을 카트에 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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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기자 heem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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