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평양은 변신 중…북한식 재개발 한계는?

입력 2016.05.28 (08:08) 수정 2016.05.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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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

북한 김정은이 평양에 한해 하나씩 건설하고 있는 북한식 뉴타운들의 이름입니다.

겉보기엔 일단 화려해 보이지만, 별다른 치적이 없는 김정은이 정당성 확보를 위해 급조해 짓다보니 부작용과 한계도 적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의 발목을 잡아 체제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거란 평가까지 나오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평양판 뉴타운들을 중심으로 북한 재개발의 실태와 그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 시내 한복판. 거대한 부지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여기저기 내걸린 만리마속도’ 등의 구호판 아래 일꾼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각 지역 돌격대원들의 공사 성과를 비교한 커다란 ‘실적판’까지 등장했다.

<녹취> 김정훈(북한 군인) : "려명거리 건설을 힘있게 다그쳐서 공사장 쪽으로 제일 먼저 승리의 깃발을 꽂겠다는 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지난 3월, 김정은이 연내 완공을 지시한 ‘려명거리’ 건설 현장.

수십 동의 건물 해체를 시작으로 터파기, 골조 건설 등의 기초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녹취> 려명거리 착공식(지난달 3일) : "또 하나의 선경거리 려명거리가 혁명의 수도 평양에 일떠서게(건설되게) 됩니다."

북한의 중심이자 ‘거대한 전시장’으로도 불리는 평양.

<녹취> “와~ 와~ 만세~”

제 7차 노동당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군중대회가 열렸던 김일성 광장.

평양의 심장부인 이 곳, 김일성 광장에서 대동강변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거리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 완공된 ‘미래과학자거리’의 모습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10월) : "온 세상이 부러워할 최고의 문명을 최대의 속도로 창조해가는 백두산대국의 기상인 양 날로 변모되는 사회주의 조국의 수도 평양에 미래과학자거리가 보란 듯이 일떠섰습니다(건설됐습니다.)"

대동강변을 따라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에는 최신식 주거시설 뿐 아니라 공원과 백화점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다시 김일성광장을 지나 평양 중구역의 북동쪽에 위치한 만수대언덕.

김일성, 김정일의 거대한 동상이 세워진 만수대언덕 주변으로는 이른바 ‘평양의 강남’으로 불리는 ‘창전거리’가 있다.

지난 2012년 완공된 창전거리는 평양 10만 세대 건설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대규모 주택단지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6월) : “수천 세대의 현대적인 고층 살림집들과 각종 편의시설들이 훌륭히 꾸려져 주민들의 생활에 최대의 편의를 보장해줄 수 있게 돼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거리를 중심으로 한 새 단지를 해마다 하나씩 지어가고 있다.

2013년엔 평양 외곽 룡성구역에 은하과학자거리가 들어섰고, 다음해엔 평양의 위성도시 평성에 위성과학자주택지구가 새롭게 건설됐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평양에 고층 건물을 짓고, 그다음에 새로운 거리를 조성해서 단기간 내에 경제적 업적을 과시함으로써 결국은 김정은 시대가 화려하게 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로써 평양을 대대적으로 개발했다고 하겠습니다.”

권력기반이 약한 김정은은 경제적 치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평양 개발’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강도 대북제재로 경제 강국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자 대내외 과시용으로 전시성 대형 거리 조성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가 가해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독자적으로 경제 강국을 건설하기 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은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사업으로써 건설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건설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보여주고 외형적으로 경제적 치적 사업을 할 수 있는 핵심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건설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앞서 1950년대, 김일성은 6.25 전쟁 직후 이른바 ‘평양속도’를 동원 구호로 내걸고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1970년대 후계자 신분이던 김정일이 건설 사업을 주도하면서 평양 재개발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창광거리, 광복거리, 통일거리 등 대규모 거리 조성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녹취> 北 기록영화(‘위대한 전환의 1970년대’) : "천리마거리, 낙원거리들이 연이어 짧은 기간에 웅장 화려하게 일떠섰으니 일찍이 없었던 일대 융성 번영의 시대였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엔 평양 재개발 사업은 주거공간과 일체의 편의시설이 함께 구성된 대규모 주거 복합단지 건설로 탈바꿈했다.

<인터뷰> 이상준(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상징적으로 강화된 것은 여러 가지 서비스, 봉사시설이라고 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백화점이라든지 유희시설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더 복합적으로 개발을 하는 것이 김정일 시대와 조금 더 차별화되는 김정은 시대의 도시 개발 특징 중에 하나다."

북한 매체들은 새로 지은 고급 아파트를 인민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11월) : “이런 궁궐 같은 살림집에서 우리의 평범한 교육자·과학자들이 돈 한 푼 내지 않고 살게 됐다고,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평양의 고급 아파트에 살 수 있는 북한 주민은 선택받은 소수일 뿐이다.

북한의 주택은 1호부터 특호까지 5등급으로 나뉘는데 계급과 직위에 따라 국가가 배정한다.

일반 노동자와 사무원, 농촌 주민들에겐 가장 작은 1호 주택을 준다.

주로 2~3층 짜리 연립주택으로 화장실과 욕실을 함께 쓰는 형태다.

2호와 3호 주택은 소형 아파트로 중앙당 지도원이나 학교 교원 등이 산다.

100제곱미터 안팎에 신식 화장실과 부엌을 갖춘 고층 아파트는 4호 주택에 해당하는데, 중앙당 과장급, 대학교수나 과학자 등이 배정받는다.

특호 주택은 정원이 딸린 고급 단독주택으로 당과 정무원 부부장급, 군 소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의 차지이다.

김정은 시대 새로운 거리들에 주로 들어서는 4호 주택은 대부분이 김정은에 충성하는 특권층을 위한 선물로 하사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자기를 떠받들 수 있는 사람들 중앙당 간부들, 과학자 그다음에 교육자들 그 다음에 특권층 중앙당 간부 자식들 간부들 이런식으로 해서 평양 중심 지역에 짓는다는 건설을 보게 되면 100% 특권층들, 일반 주민들은 거기에 가서 마식령 건설을 하든 아파트를 짓든 뭘 하든지 간에 일반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조건은 하나도 없어요."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2일) : “황해북도에서 당의 웅대한 수도건설 구상에 따라 훌륭히 건설되고 있는 평양시 려명거리 건설을 힘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평양 개발’을 위해 지방의 물자와 재원, 인력까지 끌어다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정된 자원이 평양으로 쏠리다보니 다른 지역의 주거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평양과 다른 지역 간의 주거환경과 생활수준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이다.

평양 특권층의 주택 보급률은 100%에 가까운 반면, 일반 주민들의 주택보급률은 50~60%에 불과한 수준.

주택을 신청하고 주택사용권인 ‘입사증’을 받기까지 적어도 4~5년 이상 걸리다보니, 생판 모르는 사람과 ‘동거’를 하는 경우도 상당하고 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말하자면 평양에서 1년에 하나씩 건설한다면 여기는 10년 있어야 하나 건설해요. 진짜 못 건설해요. 저 역시도 집이 없어서 남의 집 곁방살이를 했어요. 동거살이죠. 집이 진짜 보게 되면 한 7평도 안됐어요. 그런 정도인데 사람 둘이 겨우 누워서 잘 수 있는 집이었어요.”

무엇보다 새로 지은 거리 대부분이 1년 이내의 짧은 기간에 무리한 속도전으로 지어지다보니 부실공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4년 5월) : "평양시 평천 구역의 건설장에서는 엄중한 사고가 발생해서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2년 전 평양시내 23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무너져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도 바로 이런 부실공사 때문이었다.

<인터뷰> 이상준(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70층짜리 아파트를 짓는데 우리나라에서 지으려면 최소한 한 2년 이상은 잡아야 됩니다. 기초적인 준비부터 시작해서 완공될 때까지 이것을 갖다가 지금 한 8개월, 9개월에 하겠다는 것이거든요. 북한에서는. 단기간내에 그만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북한이 이런 대규모 초고층 건물을 지었을 때 이것이 안전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들이 있겠습니다."

1989년 개최된 평양청년학생축전.

<녹취> 조선중앙TV(1989년 7월) : “외국의 벗들은 조선의 현실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88 서울 올림픽에 지지 않겠다며 엄청난 규모로 화려하게 펼쳐졌지만, 과시용으로 쏟아부은 막대한 비용이 문제였다.

이는 1990년대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던 한 원인으로 꼽힌다.

7차 당 대회 준비에 1조원 가까이 쏟아 붓고 대북제재까지 겪고 있는 북한이 무리한 거리 개발로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힐 것이란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가뜩이나 부족한 자원이 특정 건설 사업에만 집중될 경우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 경제가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일반 기업소에 투입해서 북한 주민 생활과 관련된 산업을 육성해나가야 되는데 건설 사업, 즉 김정은과 일부 계층을 위한 이런 어떤 건설 사업에 많은 자금들을 투입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경제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달 초 북한 당대회를 취재했던 외신 기자들은 평양의 스카이라인이 멀리서 보면 그럴싸해도 가까이서 보면 벽은 파손되고 전력 공급도 원활치 않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지금처럼 일반 주민들의 생활 개선이 아닌 특권층을 위한 전시성 건설에만 몰두한다면, 김정은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평양 개발은 결국엔, 정권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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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8 08:27:39
    • 수정2016-05-28 09: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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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

북한 김정은이 평양에 한해 하나씩 건설하고 있는 북한식 뉴타운들의 이름입니다.

겉보기엔 일단 화려해 보이지만, 별다른 치적이 없는 김정은이 정당성 확보를 위해 급조해 짓다보니 부작용과 한계도 적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의 발목을 잡아 체제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거란 평가까지 나오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평양판 뉴타운들을 중심으로 북한 재개발의 실태와 그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 시내 한복판. 거대한 부지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여기저기 내걸린 만리마속도’ 등의 구호판 아래 일꾼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각 지역 돌격대원들의 공사 성과를 비교한 커다란 ‘실적판’까지 등장했다.

<녹취> 김정훈(북한 군인) : "려명거리 건설을 힘있게 다그쳐서 공사장 쪽으로 제일 먼저 승리의 깃발을 꽂겠다는 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지난 3월, 김정은이 연내 완공을 지시한 ‘려명거리’ 건설 현장.

수십 동의 건물 해체를 시작으로 터파기, 골조 건설 등의 기초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녹취> 려명거리 착공식(지난달 3일) : "또 하나의 선경거리 려명거리가 혁명의 수도 평양에 일떠서게(건설되게) 됩니다."

북한의 중심이자 ‘거대한 전시장’으로도 불리는 평양.

<녹취> “와~ 와~ 만세~”

제 7차 노동당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군중대회가 열렸던 김일성 광장.

평양의 심장부인 이 곳, 김일성 광장에서 대동강변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거리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 완공된 ‘미래과학자거리’의 모습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10월) : "온 세상이 부러워할 최고의 문명을 최대의 속도로 창조해가는 백두산대국의 기상인 양 날로 변모되는 사회주의 조국의 수도 평양에 미래과학자거리가 보란 듯이 일떠섰습니다(건설됐습니다.)"

대동강변을 따라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에는 최신식 주거시설 뿐 아니라 공원과 백화점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다시 김일성광장을 지나 평양 중구역의 북동쪽에 위치한 만수대언덕.

김일성, 김정일의 거대한 동상이 세워진 만수대언덕 주변으로는 이른바 ‘평양의 강남’으로 불리는 ‘창전거리’가 있다.

지난 2012년 완공된 창전거리는 평양 10만 세대 건설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대규모 주택단지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6월) : “수천 세대의 현대적인 고층 살림집들과 각종 편의시설들이 훌륭히 꾸려져 주민들의 생활에 최대의 편의를 보장해줄 수 있게 돼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거리를 중심으로 한 새 단지를 해마다 하나씩 지어가고 있다.

2013년엔 평양 외곽 룡성구역에 은하과학자거리가 들어섰고, 다음해엔 평양의 위성도시 평성에 위성과학자주택지구가 새롭게 건설됐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평양에 고층 건물을 짓고, 그다음에 새로운 거리를 조성해서 단기간 내에 경제적 업적을 과시함으로써 결국은 김정은 시대가 화려하게 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로써 평양을 대대적으로 개발했다고 하겠습니다.”

권력기반이 약한 김정은은 경제적 치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평양 개발’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강도 대북제재로 경제 강국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자 대내외 과시용으로 전시성 대형 거리 조성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가 가해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독자적으로 경제 강국을 건설하기 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은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사업으로써 건설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건설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보여주고 외형적으로 경제적 치적 사업을 할 수 있는 핵심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건설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앞서 1950년대, 김일성은 6.25 전쟁 직후 이른바 ‘평양속도’를 동원 구호로 내걸고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1970년대 후계자 신분이던 김정일이 건설 사업을 주도하면서 평양 재개발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창광거리, 광복거리, 통일거리 등 대규모 거리 조성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녹취> 北 기록영화(‘위대한 전환의 1970년대’) : "천리마거리, 낙원거리들이 연이어 짧은 기간에 웅장 화려하게 일떠섰으니 일찍이 없었던 일대 융성 번영의 시대였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엔 평양 재개발 사업은 주거공간과 일체의 편의시설이 함께 구성된 대규모 주거 복합단지 건설로 탈바꿈했다.

<인터뷰> 이상준(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상징적으로 강화된 것은 여러 가지 서비스, 봉사시설이라고 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백화점이라든지 유희시설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더 복합적으로 개발을 하는 것이 김정일 시대와 조금 더 차별화되는 김정은 시대의 도시 개발 특징 중에 하나다."

북한 매체들은 새로 지은 고급 아파트를 인민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11월) : “이런 궁궐 같은 살림집에서 우리의 평범한 교육자·과학자들이 돈 한 푼 내지 않고 살게 됐다고,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평양의 고급 아파트에 살 수 있는 북한 주민은 선택받은 소수일 뿐이다.

북한의 주택은 1호부터 특호까지 5등급으로 나뉘는데 계급과 직위에 따라 국가가 배정한다.

일반 노동자와 사무원, 농촌 주민들에겐 가장 작은 1호 주택을 준다.

주로 2~3층 짜리 연립주택으로 화장실과 욕실을 함께 쓰는 형태다.

2호와 3호 주택은 소형 아파트로 중앙당 지도원이나 학교 교원 등이 산다.

100제곱미터 안팎에 신식 화장실과 부엌을 갖춘 고층 아파트는 4호 주택에 해당하는데, 중앙당 과장급, 대학교수나 과학자 등이 배정받는다.

특호 주택은 정원이 딸린 고급 단독주택으로 당과 정무원 부부장급, 군 소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의 차지이다.

김정은 시대 새로운 거리들에 주로 들어서는 4호 주택은 대부분이 김정은에 충성하는 특권층을 위한 선물로 하사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자기를 떠받들 수 있는 사람들 중앙당 간부들, 과학자 그다음에 교육자들 그 다음에 특권층 중앙당 간부 자식들 간부들 이런식으로 해서 평양 중심 지역에 짓는다는 건설을 보게 되면 100% 특권층들, 일반 주민들은 거기에 가서 마식령 건설을 하든 아파트를 짓든 뭘 하든지 간에 일반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조건은 하나도 없어요."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2일) : “황해북도에서 당의 웅대한 수도건설 구상에 따라 훌륭히 건설되고 있는 평양시 려명거리 건설을 힘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평양 개발’을 위해 지방의 물자와 재원, 인력까지 끌어다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정된 자원이 평양으로 쏠리다보니 다른 지역의 주거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평양과 다른 지역 간의 주거환경과 생활수준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이다.

평양 특권층의 주택 보급률은 100%에 가까운 반면, 일반 주민들의 주택보급률은 50~60%에 불과한 수준.

주택을 신청하고 주택사용권인 ‘입사증’을 받기까지 적어도 4~5년 이상 걸리다보니, 생판 모르는 사람과 ‘동거’를 하는 경우도 상당하고 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말하자면 평양에서 1년에 하나씩 건설한다면 여기는 10년 있어야 하나 건설해요. 진짜 못 건설해요. 저 역시도 집이 없어서 남의 집 곁방살이를 했어요. 동거살이죠. 집이 진짜 보게 되면 한 7평도 안됐어요. 그런 정도인데 사람 둘이 겨우 누워서 잘 수 있는 집이었어요.”

무엇보다 새로 지은 거리 대부분이 1년 이내의 짧은 기간에 무리한 속도전으로 지어지다보니 부실공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4년 5월) : "평양시 평천 구역의 건설장에서는 엄중한 사고가 발생해서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2년 전 평양시내 23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무너져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도 바로 이런 부실공사 때문이었다.

<인터뷰> 이상준(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 "70층짜리 아파트를 짓는데 우리나라에서 지으려면 최소한 한 2년 이상은 잡아야 됩니다. 기초적인 준비부터 시작해서 완공될 때까지 이것을 갖다가 지금 한 8개월, 9개월에 하겠다는 것이거든요. 북한에서는. 단기간내에 그만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북한이 이런 대규모 초고층 건물을 지었을 때 이것이 안전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들이 있겠습니다."

1989년 개최된 평양청년학생축전.

<녹취> 조선중앙TV(1989년 7월) : “외국의 벗들은 조선의 현실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88 서울 올림픽에 지지 않겠다며 엄청난 규모로 화려하게 펼쳐졌지만, 과시용으로 쏟아부은 막대한 비용이 문제였다.

이는 1990년대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던 한 원인으로 꼽힌다.

7차 당 대회 준비에 1조원 가까이 쏟아 붓고 대북제재까지 겪고 있는 북한이 무리한 거리 개발로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힐 것이란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가뜩이나 부족한 자원이 특정 건설 사업에만 집중될 경우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 경제가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일반 기업소에 투입해서 북한 주민 생활과 관련된 산업을 육성해나가야 되는데 건설 사업, 즉 김정은과 일부 계층을 위한 이런 어떤 건설 사업에 많은 자금들을 투입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경제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달 초 북한 당대회를 취재했던 외신 기자들은 평양의 스카이라인이 멀리서 보면 그럴싸해도 가까이서 보면 벽은 파손되고 전력 공급도 원활치 않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지금처럼 일반 주민들의 생활 개선이 아닌 특권층을 위한 전시성 건설에만 몰두한다면, 김정은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평양 개발은 결국엔, 정권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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