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상봉의 꿈’ 돕습니다…이산가족 실태 조사

입력 2016.05.28 (08:20) 수정 2016.05.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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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 1983년 KBS의 ‘이산가족 상봉’ 생방송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남을 만큼 이산가족 상봉은 이제 세계인의 관심과 기억의 대상이지요?

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대다수가 아직 소망을 이루지 못했고,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이산가족들의 만남과 관련 정책을 준비하기 위해서 5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실태조사가 지금 한창 진행중이라고요?

네 한분 한분 애절한 사연을 품은 고령의 이산가족들과 실태조사 현장을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립니다.

올해 여든 셋인 박율석 할아버지가 수십 년 동안 습관처럼 해 온 일인데요.

<인터뷰> 박율석(83살/이산가족) : "뭔가 느끼고 할 때마다 쓴 거지. 평생 썼어 나는... 이게 뭐 하루 이틀이 아니고..."

17살 때 6.25 전쟁이 터지고, 피난길에 부모 형제와 헤어진 뒤 평생 이산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할아버지.

<인터뷰> 박율석(83살/이산가족) : "같이 피난을, 세 동생을 끌고 부모님들이 나올 수가 없었던 거야. 나는 컸으니까 ‘너 혼자 피난 나갔다가 돌아와라.’ 하고 헤어진 거야. 헤어질 때는 피눈물 나는 마지막 인사였죠."

북에 있는 가족과 고향을 그리며, 수십 년 동안 회고록을 써온 겁니다.

<인터뷰> 박율석(83살/이산가족) : "혹시 통일이 되면 (자손들이) 이 책을 보고서 고향 할아버지 땅, 고향은 어디고 어떻게 살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죠."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흘러간 60여 년 세월.

이런 할아버지의 사연을 듣기 위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이산가족 실태조사로 방문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의 각종 정보를 갱신하고 가족과 헤어질 당시 상황 등을 확인하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데요.

<녹취> "((상봉 희망 대상이) 동생으로 나와 있어요.) 얘도 지금은 70살이거든요. 그러니까 얘밖에 없어. (상봉을) 기대하는 건 얘를 기대하는 거야..."

헤어진 가족들을 향한 마음을 자작시에 담아 절절하게 표현하는 할아버지.

듣는 사람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인터뷰> 박율석(83살/이산가족) : "꿈속에 그려보는 두고 온 고향 산천... 그 언제 내 고향 찾아가게 될까. 두고 온 고향 산천과 부모 형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손잡고 옛 이야기 하고 싶구나..."

헤어진 가족을 살아생전 단 한번이라도 만나보길 소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산가족들.

최근 13만 여 명의 상봉 신청자 가운데 사망자 수가 생존자 수를 넘어서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산가족들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방문 조사원과 함께 또 다른 이산가족을 만났습니다.

12살 때 전쟁 통에 아버지와 헤어진 뒤 생사조차 알 길이 없다는 서영선 할머니.

북에 있는 조카들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인터뷰> 서영선(78살/이산가족) :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어디서 살다 돌아가셨는지, 돌아가셨으면 어디에 묻혀 계시는지 그걸 알아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 조카들을 만나기 위해서 내가 조카들을 (이산가족 상봉 신청서에) 다 집어넣은 거예요."

헤어지기 1년 전 마지막으로 찍은 가족사진과 부모님의사진이 담긴 앨범을 애지중지 간직해 온 할머니.

특히 아버지가 만들어 준 이 책상은 할머니에겐 마치 아버지의 분신과도 같습니다.

<인터뷰> 서영선(78살/이산가족) : "여기에 우리 아버지 정성과 사랑이 점철되어서 이 나뭇결에 하나씩 다 들어가 있어요. 내가 이 책상이라도 보관하면서 우리 아버지 얼굴 본 듯이 이렇게... 우리 아버지는 어디 가서 돌아가셨을지도 모르지만..."

사무치는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아 쓴 할머니의 시가 마음을 울립니다.

<인터뷰> 서영선(78살/이산가족) : "아버지, 그리움에 지쳐 눈물샘이 마릅니다. 천년만년 그 자리를 지키며 언젠가 들려줄 소식 기다리며, 그리움의 주소를 써내려 갑니다."

지금까지 4천 가족 정도가 이렇게 북측의 가족과 상봉했지만 아직 만나야할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또 신청자의 80% 이상이 일흔 살을 넘긴 것도 이산가족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기도 한데요.

<인터뷰> 서영선(78살/이산가족) : "저 사람들은 저렇게 만날 수 있구나.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에 혈육을 만날 수 있구나 하고 너무 부러웠어요. 나는 언제나 그런 기회가 돌아올까..."

이산가족 실태조사 결과는 향후 이산가족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는데요.

조사면접원이 전화나 방문 조사를 하기도 하고, 이산가족들이 직접 콜센터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 어르신들이 하나 둘 들어섭니다.

이번 실태조사 기간을 이용해 새로 상봉을 신청하거나 기존 정보를 직접 수정하려는 분들인데요.

<녹취> "(어떻게 오셨어요?) (헤어진) 동생 만나보고 싶어서 신청하러 왔습니다."

<인터뷰> 정재은 과장(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 "1세대가 이제 신청을 하셨는데, (돌아가시거나 하면) 그 자제분이라든지 이런 분들도 ‘아, 나도 신청하겠다.’ 이런 분들이 조사를 하면 또 많이 생겨요. 그런 부분을 저희가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실태조사는 생존자 6만 여명 전원을 1차로 전화 조사한 뒤 필요할 경우 조사원이 방문하는 방식으로 7월 말까지 계속됩니다.

특히 올해 조사에서는 이미 사망한 상봉 신청자의 유족 현황과 그들의 상봉 의사 등도 파악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이주영 (통일부 이산가족과) : "이번에 수집된 자료는 이제 향후 남북 간, 이산가족간의 전면적 생사확인이나 고향방문,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에 남북 간 이산가족 교류 시에 이용될 계획이고요. 정부의 이산가족 정책 수립에도 적극 활용될 계획입니다."

뜻하지 않았던 길고 긴 이별을 평생 겪어 온 고령의 이산가족들.

5년 만에 돌아온 이번 이산가족 실태조사가 그들의 평생 소망을 이루는 또 하나의 소중한 걸음이 되길 함께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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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상봉의 꿈’ 돕습니다…이산가족 실태 조사
    • 입력 2016-05-28 08:29:27
    • 수정2016-05-28 09:16:36
    남북의 창
<앵커멘트>

지난 1983년 KBS의 ‘이산가족 상봉’ 생방송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남을 만큼 이산가족 상봉은 이제 세계인의 관심과 기억의 대상이지요?

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대다수가 아직 소망을 이루지 못했고,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이산가족들의 만남과 관련 정책을 준비하기 위해서 5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실태조사가 지금 한창 진행중이라고요?

네 한분 한분 애절한 사연을 품은 고령의 이산가족들과 실태조사 현장을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립니다.

올해 여든 셋인 박율석 할아버지가 수십 년 동안 습관처럼 해 온 일인데요.

<인터뷰> 박율석(83살/이산가족) : "뭔가 느끼고 할 때마다 쓴 거지. 평생 썼어 나는... 이게 뭐 하루 이틀이 아니고..."

17살 때 6.25 전쟁이 터지고, 피난길에 부모 형제와 헤어진 뒤 평생 이산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할아버지.

<인터뷰> 박율석(83살/이산가족) : "같이 피난을, 세 동생을 끌고 부모님들이 나올 수가 없었던 거야. 나는 컸으니까 ‘너 혼자 피난 나갔다가 돌아와라.’ 하고 헤어진 거야. 헤어질 때는 피눈물 나는 마지막 인사였죠."

북에 있는 가족과 고향을 그리며, 수십 년 동안 회고록을 써온 겁니다.

<인터뷰> 박율석(83살/이산가족) : "혹시 통일이 되면 (자손들이) 이 책을 보고서 고향 할아버지 땅, 고향은 어디고 어떻게 살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죠."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흘러간 60여 년 세월.

이런 할아버지의 사연을 듣기 위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이산가족 실태조사로 방문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의 각종 정보를 갱신하고 가족과 헤어질 당시 상황 등을 확인하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데요.

<녹취> "((상봉 희망 대상이) 동생으로 나와 있어요.) 얘도 지금은 70살이거든요. 그러니까 얘밖에 없어. (상봉을) 기대하는 건 얘를 기대하는 거야..."

헤어진 가족들을 향한 마음을 자작시에 담아 절절하게 표현하는 할아버지.

듣는 사람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인터뷰> 박율석(83살/이산가족) : "꿈속에 그려보는 두고 온 고향 산천... 그 언제 내 고향 찾아가게 될까. 두고 온 고향 산천과 부모 형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손잡고 옛 이야기 하고 싶구나..."

헤어진 가족을 살아생전 단 한번이라도 만나보길 소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산가족들.

최근 13만 여 명의 상봉 신청자 가운데 사망자 수가 생존자 수를 넘어서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산가족들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방문 조사원과 함께 또 다른 이산가족을 만났습니다.

12살 때 전쟁 통에 아버지와 헤어진 뒤 생사조차 알 길이 없다는 서영선 할머니.

북에 있는 조카들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인터뷰> 서영선(78살/이산가족) :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어디서 살다 돌아가셨는지, 돌아가셨으면 어디에 묻혀 계시는지 그걸 알아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 조카들을 만나기 위해서 내가 조카들을 (이산가족 상봉 신청서에) 다 집어넣은 거예요."

헤어지기 1년 전 마지막으로 찍은 가족사진과 부모님의사진이 담긴 앨범을 애지중지 간직해 온 할머니.

특히 아버지가 만들어 준 이 책상은 할머니에겐 마치 아버지의 분신과도 같습니다.

<인터뷰> 서영선(78살/이산가족) : "여기에 우리 아버지 정성과 사랑이 점철되어서 이 나뭇결에 하나씩 다 들어가 있어요. 내가 이 책상이라도 보관하면서 우리 아버지 얼굴 본 듯이 이렇게... 우리 아버지는 어디 가서 돌아가셨을지도 모르지만..."

사무치는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아 쓴 할머니의 시가 마음을 울립니다.

<인터뷰> 서영선(78살/이산가족) : "아버지, 그리움에 지쳐 눈물샘이 마릅니다. 천년만년 그 자리를 지키며 언젠가 들려줄 소식 기다리며, 그리움의 주소를 써내려 갑니다."

지금까지 4천 가족 정도가 이렇게 북측의 가족과 상봉했지만 아직 만나야할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또 신청자의 80% 이상이 일흔 살을 넘긴 것도 이산가족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기도 한데요.

<인터뷰> 서영선(78살/이산가족) : "저 사람들은 저렇게 만날 수 있구나.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에 혈육을 만날 수 있구나 하고 너무 부러웠어요. 나는 언제나 그런 기회가 돌아올까..."

이산가족 실태조사 결과는 향후 이산가족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는데요.

조사면접원이 전화나 방문 조사를 하기도 하고, 이산가족들이 직접 콜센터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 어르신들이 하나 둘 들어섭니다.

이번 실태조사 기간을 이용해 새로 상봉을 신청하거나 기존 정보를 직접 수정하려는 분들인데요.

<녹취> "(어떻게 오셨어요?) (헤어진) 동생 만나보고 싶어서 신청하러 왔습니다."

<인터뷰> 정재은 과장(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 "1세대가 이제 신청을 하셨는데, (돌아가시거나 하면) 그 자제분이라든지 이런 분들도 ‘아, 나도 신청하겠다.’ 이런 분들이 조사를 하면 또 많이 생겨요. 그런 부분을 저희가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실태조사는 생존자 6만 여명 전원을 1차로 전화 조사한 뒤 필요할 경우 조사원이 방문하는 방식으로 7월 말까지 계속됩니다.

특히 올해 조사에서는 이미 사망한 상봉 신청자의 유족 현황과 그들의 상봉 의사 등도 파악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이주영 (통일부 이산가족과) : "이번에 수집된 자료는 이제 향후 남북 간, 이산가족간의 전면적 생사확인이나 고향방문,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에 남북 간 이산가족 교류 시에 이용될 계획이고요. 정부의 이산가족 정책 수립에도 적극 활용될 계획입니다."

뜻하지 않았던 길고 긴 이별을 평생 겪어 온 고령의 이산가족들.

5년 만에 돌아온 이번 이산가족 실태조사가 그들의 평생 소망을 이루는 또 하나의 소중한 걸음이 되길 함께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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