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돈벌이 내몰린 무에타이…아이들이 위험하다

입력 2016.05.28 (22:02) 수정 2016.05.2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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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태국에는 천 년 전통의 격투기인 무에타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격투기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이른바 '키즈 무에타이' 때문입니다.

열 살 전후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도박'을 위한 돈벌이에 내몰리면서 인권 유린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구본국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파타야에 마련된 한 야외 무에타이 경기장.

링 위에선 경기가 한창이고..

링 뒤에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수들 상당수는 10살 전후의 어린이들입니다.

얼굴만 한 글러브를 꼈습니다.

오늘 대회의 첫 경기 7살 여자 어린이들이 경기를 펼칩니다.

손과 발을 이용해 쉬지 않고 상대방을 공격합니다.

치열한 경기 끝에 승부가 결정 나고..

패한 어린이는 울먹이며 링 밖으로 나옵니다.

반면 승리한 어린이에게는 출전료와 함께 적지 않은 돈이 상금으로 돌아갑니다.

<인터뷰> 경기 진행자 : "승리한 선수에게 축하금으로 천 바트(3만 3천 원)를 주겠습니다."

이어지는 경기는 13살 소년들의 경깁니다.

어른 못지 않은 격렬한 경기에 관객들의 환호도 이어집니다.

마치 자신이 경기하듯 온몸으로 승리를 외칩니다.

이유는 경기에 돈을 걸었기 때문.

경기 시작 전은 물론 중간중간에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에게 돈을 겁니다.

<녹취> 지우(관객) : "주로 출전 선수들의 코치를 보고 돈을 겁니다. 5천에서 만바트 정도 겁니다."

일진일퇴의 치열한 경기 끝에 한 선수가 판정승을 이끌어 냅니다.

경기에 돈을 건 사람들도 승자와 패자로 나뉩니다.

경기장 곳곳에서 돈을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녹취> "첫 번째 경기 2천바트..5백바트..3백바트.."

하루 동안 벌어진 경기는 모두 17경기.

절반 이상이 15살 이하의 어린 소년·소녀들의 경깁니다.

대부분 무에타이 체육관별로 소속 선수들을 데려와 경기를 벌이는 방식입니다.

무에타이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이곳의 현재 온도는 35도를 넘고 있습니다.

무더위 속에 어린 소년 소녀들은 맨몸으로 경기하고 어른들은 돈을 걸며 경기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13살 꽁쿤한 군이 고향 마을을 달립니다

무에타이를 배운지 4년이 지났습니다.

매일 4시간씩 이어지는 고된 훈련도 미래에 꿈을 생각하면 힘들지 않습니다.

<인터뷰> 콩쿤한(13살) : "챔피언이 돼서 오랫동안 지키는 게 꿈입니다."

하지만 꿈보다 더 중요한 현실이 앞에 놓여있습니다.

무에타이로 돈을 버는 겁니다.

부모님을 포함해 꽁쿤한의 식구는 모두 6명입니다.

아버지의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다 보니 가능하면 많은 경기에 참가해야 합니다.

<인터뷰> 분 미(엄마) : "저희가 혼자 벌어서는 아이 4명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돈을 버는 꽁쿤한이 우리 가족 중에 최곱니다."

하지만 꽁쿤한이 버는 돈의 30%는 체육관의 몫입니다.

<인터뷰> 쏭 삭(코치) : "체육관 유지비와 훈련 비용 그리고 음식과 음료수 값으로 제하는 거죠. 체육관마다 다른데 큰 곳은 키즈 경기에서 50%를 가지고 가기도 합니다."

14살 소녀 지자노이.

5살 때 무에타이를 시작해 경력만 10년입니다.

무에타이가 좋아 운동을 시작했지만 경기에 참여하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겨울 시즌에는 한 달 내내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면서 경기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경기 대부분은 승리로 이어지고 수입도 나쁘지 않습니다.

<인터뷰> 지자노이(14살) : "천5백 바트를 격려금으로 더 받았습니다. 돈은 저금했다가 학비로 사용할 겁니다."

지자노이의 꿈은 경찰이 되는 겁니다.

안정적인 직업인 데다 무에타이 경찰팀이 있어 운동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만큼 승률은 9할에 가깝습니다.

지는 경우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지역 경깁니다,

시합을 개최하는 측이 경기의 재미를 위해 체급을 무시하고 더 큰 상대를 정해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지자노이(14살) : "일반적인 경기는 몸무게로 체급을 나눠 이뤄집니다. 하지만 일부 경기에서는 캠프 관계자들이 체급과 상관없이 합의하면 우리는 그냥 싸워야 합니다."

태국내에 등록된 어린이와 청소년 무에타이 선수는 3만 명 정돕니다.

여기에다 미등록된 선수까지 합치면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경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러브 하나만 낀 채 보호 장비는 하나도 없는 무에 타이 경기.

손과 발뿐 아니라 팔꿈치와 무릎을 이용한 공격은 가히 치명적입니다.

그런 만큼 성인 선수들도 경기 도중 곳곳이 찢어지고 부러지는 등 부상이 자주 발생하는 운동입니다.

<인터뷰> 차오탈레이(부상 선수) : "다리뼈가 부서졌어요. 상대도 차고 저도 차고 그래서 부서졌어요."

성인들에게도 큰 충격인 만큼 성장기의 어린 소년 소녀들에게는 더 위험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아 겁에 질린 어린 소년.

결국, 구토까지 하고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경기 도중 찢어지거나 부러지는 경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뇌를 다치는 경웁니다.

한 라운드 경기에서 선수의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은 22번에서 40번 정도.

성장기의 어린이들이 이 같은 충격을 받을 경우 기억력이 나빠지고 지능지수는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호전성은 높아지고 신체 반응 속도는 빨라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지라폰(태국 어린이 보호센터 박사) : "아동 무에타이 선수 가운데 80%는 정식 선수가 못되고 사회로 돌아옵니다. 자제력과 지적 능력은 떨어진 상태에서 뛰어난 싸움기술만 남는 겁니다.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만큼 태국내에서는 15세 이하 어린이의 경기 참여를 막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지라폰(태국 어린이 보호센터 박사) : "매우 어려울 겁니다. 왜냐하면 키즈 무에타이는 엄청난 게임산업이니까요."

천 년 전통의 태국 격투기 무에타이 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많은 소년 소녀들이 무에타이 챔피언을 꿈꾸고 있습니다.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마약과 폭력 등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좋은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부아 카우(무에타이 챔피언) : "아이들이 무예 타이를 배우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자신들의 정체성과 미래의 직업 그리고 능력과 경험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거죠"

하지만 꿈 대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무리한 경기에 내몰리고….

어른들은 그 경기를 보며 도박을 즐기는 게 현실이 돼 버렸습니다.

건강한 운동으로….

전통 격투기로서 무에타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태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태국 방콕에서 구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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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돈벌이 내몰린 무에타이…아이들이 위험하다
    • 입력 2016-05-28 22:08:58
    • 수정2016-05-28 22:39:26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태국에는 천 년 전통의 격투기인 무에타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격투기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이른바 '키즈 무에타이' 때문입니다.

열 살 전후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도박'을 위한 돈벌이에 내몰리면서 인권 유린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구본국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파타야에 마련된 한 야외 무에타이 경기장.

링 위에선 경기가 한창이고..

링 뒤에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수들 상당수는 10살 전후의 어린이들입니다.

얼굴만 한 글러브를 꼈습니다.

오늘 대회의 첫 경기 7살 여자 어린이들이 경기를 펼칩니다.

손과 발을 이용해 쉬지 않고 상대방을 공격합니다.

치열한 경기 끝에 승부가 결정 나고..

패한 어린이는 울먹이며 링 밖으로 나옵니다.

반면 승리한 어린이에게는 출전료와 함께 적지 않은 돈이 상금으로 돌아갑니다.

<인터뷰> 경기 진행자 : "승리한 선수에게 축하금으로 천 바트(3만 3천 원)를 주겠습니다."

이어지는 경기는 13살 소년들의 경깁니다.

어른 못지 않은 격렬한 경기에 관객들의 환호도 이어집니다.

마치 자신이 경기하듯 온몸으로 승리를 외칩니다.

이유는 경기에 돈을 걸었기 때문.

경기 시작 전은 물론 중간중간에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에게 돈을 겁니다.

<녹취> 지우(관객) : "주로 출전 선수들의 코치를 보고 돈을 겁니다. 5천에서 만바트 정도 겁니다."

일진일퇴의 치열한 경기 끝에 한 선수가 판정승을 이끌어 냅니다.

경기에 돈을 건 사람들도 승자와 패자로 나뉩니다.

경기장 곳곳에서 돈을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녹취> "첫 번째 경기 2천바트..5백바트..3백바트.."

하루 동안 벌어진 경기는 모두 17경기.

절반 이상이 15살 이하의 어린 소년·소녀들의 경깁니다.

대부분 무에타이 체육관별로 소속 선수들을 데려와 경기를 벌이는 방식입니다.

무에타이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이곳의 현재 온도는 35도를 넘고 있습니다.

무더위 속에 어린 소년 소녀들은 맨몸으로 경기하고 어른들은 돈을 걸며 경기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13살 꽁쿤한 군이 고향 마을을 달립니다

무에타이를 배운지 4년이 지났습니다.

매일 4시간씩 이어지는 고된 훈련도 미래에 꿈을 생각하면 힘들지 않습니다.

<인터뷰> 콩쿤한(13살) : "챔피언이 돼서 오랫동안 지키는 게 꿈입니다."

하지만 꿈보다 더 중요한 현실이 앞에 놓여있습니다.

무에타이로 돈을 버는 겁니다.

부모님을 포함해 꽁쿤한의 식구는 모두 6명입니다.

아버지의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다 보니 가능하면 많은 경기에 참가해야 합니다.

<인터뷰> 분 미(엄마) : "저희가 혼자 벌어서는 아이 4명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돈을 버는 꽁쿤한이 우리 가족 중에 최곱니다."

하지만 꽁쿤한이 버는 돈의 30%는 체육관의 몫입니다.

<인터뷰> 쏭 삭(코치) : "체육관 유지비와 훈련 비용 그리고 음식과 음료수 값으로 제하는 거죠. 체육관마다 다른데 큰 곳은 키즈 경기에서 50%를 가지고 가기도 합니다."

14살 소녀 지자노이.

5살 때 무에타이를 시작해 경력만 10년입니다.

무에타이가 좋아 운동을 시작했지만 경기에 참여하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겨울 시즌에는 한 달 내내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면서 경기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경기 대부분은 승리로 이어지고 수입도 나쁘지 않습니다.

<인터뷰> 지자노이(14살) : "천5백 바트를 격려금으로 더 받았습니다. 돈은 저금했다가 학비로 사용할 겁니다."

지자노이의 꿈은 경찰이 되는 겁니다.

안정적인 직업인 데다 무에타이 경찰팀이 있어 운동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만큼 승률은 9할에 가깝습니다.

지는 경우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지역 경깁니다,

시합을 개최하는 측이 경기의 재미를 위해 체급을 무시하고 더 큰 상대를 정해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지자노이(14살) : "일반적인 경기는 몸무게로 체급을 나눠 이뤄집니다. 하지만 일부 경기에서는 캠프 관계자들이 체급과 상관없이 합의하면 우리는 그냥 싸워야 합니다."

태국내에 등록된 어린이와 청소년 무에타이 선수는 3만 명 정돕니다.

여기에다 미등록된 선수까지 합치면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경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러브 하나만 낀 채 보호 장비는 하나도 없는 무에 타이 경기.

손과 발뿐 아니라 팔꿈치와 무릎을 이용한 공격은 가히 치명적입니다.

그런 만큼 성인 선수들도 경기 도중 곳곳이 찢어지고 부러지는 등 부상이 자주 발생하는 운동입니다.

<인터뷰> 차오탈레이(부상 선수) : "다리뼈가 부서졌어요. 상대도 차고 저도 차고 그래서 부서졌어요."

성인들에게도 큰 충격인 만큼 성장기의 어린 소년 소녀들에게는 더 위험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아 겁에 질린 어린 소년.

결국, 구토까지 하고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경기 도중 찢어지거나 부러지는 경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뇌를 다치는 경웁니다.

한 라운드 경기에서 선수의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은 22번에서 40번 정도.

성장기의 어린이들이 이 같은 충격을 받을 경우 기억력이 나빠지고 지능지수는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호전성은 높아지고 신체 반응 속도는 빨라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지라폰(태국 어린이 보호센터 박사) : "아동 무에타이 선수 가운데 80%는 정식 선수가 못되고 사회로 돌아옵니다. 자제력과 지적 능력은 떨어진 상태에서 뛰어난 싸움기술만 남는 겁니다.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만큼 태국내에서는 15세 이하 어린이의 경기 참여를 막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지라폰(태국 어린이 보호센터 박사) : "매우 어려울 겁니다. 왜냐하면 키즈 무에타이는 엄청난 게임산업이니까요."

천 년 전통의 태국 격투기 무에타이 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많은 소년 소녀들이 무에타이 챔피언을 꿈꾸고 있습니다.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마약과 폭력 등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좋은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부아 카우(무에타이 챔피언) : "아이들이 무예 타이를 배우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자신들의 정체성과 미래의 직업 그리고 능력과 경험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거죠"

하지만 꿈 대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무리한 경기에 내몰리고….

어른들은 그 경기를 보며 도박을 즐기는 게 현실이 돼 버렸습니다.

건강한 운동으로….

전통 격투기로서 무에타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태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태국 방콕에서 구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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