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아포칼립스] 전작을 뛰어넘은 화려한 부활

입력 2016.05.31 (19:01) 수정 2016.06.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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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뛰어넘은 화려한 부활...'엑스맨: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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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아나운서: 초대형 초능력 블록버스터가 돌아왔습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X-Men: Apocalypse)>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평론가: <엑스맨: 아포칼립스> 너무나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얘기가 정리하기가 어려워요.

강승화: 이 영화 보고 나오면 다들 이런 얘기 하거든요. ‘나는 이런 능력 갖고 싶어!’ 최광희 평론가는 어떤 능력 갖고 싶으십니까?

최광희: 어...투사하는...

강승화: 투사해서 뭐 하려고?

최광희: 알면서~

강승화: 저는 그게 좋더라고요. 싸이클롭스!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아포칼립스와 맞선 사상 최대의 전쟁

최광희: 줄거리를 정리해 볼게요. 고대 이집트에 최초의 돌연변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고대 이집트 문명을 지배하던 아포칼립스(Apocalypse)입니다. 그런데 5천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1983년 이집트에서 깨어납니다. 아포칼립스가 깨어나서 딱 세상을 보니까, 이 세상이 너무 오염됐다고 판단한 거예요.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내가 건설할 것이다’ 선언을 하죠. 그러면서 숨어 있던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을 하나하나 규합해 나갑니다. 우리의 자비에(Xavier)교수, 프로페서 X(Professor X)라고도 하죠. 자비에 영재 학교에서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이 아포칼립스의 음모에 맞서서 싸우는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가 되겠습니다.

강승화: 굉장히 복잡한 듯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강의 적을 힘을 합쳐서 물리친다’ 그런 내용인 거죠.

최광희: 그렇죠. 그 적도 결국은 돌연변이인데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초능력자들의 파워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초월적인 파워를 가지고 있는데 이 아포칼립스라고 하는 원조 돌연변이인 거죠.

강승화: 사실 엑스맨 시리즈가 캐릭터도 참 많고, 나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리즈거든요.

최광희: 2000년에 시작이 됐죠.

강승화: 사실 제가 X맨 팬이고, 를 개인적으로는 SF영화 사상 거의 가장 최강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번 아포칼립스는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일까요?

최광희: 저는 이 영화도 역대 최강급이다, 라고 평가를 하고 싶어요. 사실 엑스맨의 감독은 원조 감독은 브라이언 싱어(Bryan Singer)잖아요.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을 하면 뭔가 달라요. 단순하게 볼거리 위주의 스펙터클한 화면 연출에만 신경 쓴 게 아니라 거기에 슬쩍슬쩍 장난기를 섞어요. 퀵실버(Quicksilver)가 영재학교의 친구들을 구해내는 그 장면에서는 또 80년대 유행했던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가 흘러나옵니다. 그 장면 자체가 너무너무 재밌어요.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음이 나요.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이고.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묵직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그 안에 돌연변이라고 하는 캐릭터에 대한 상징성을 좀더 부각하려고 하는 연출이 돋보였다고 생각을 해요. 돌연변이들은 주류 사회에서 미움을 받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묘사됩니다. 소수자, 결국은 소수자를 상징하는 것이거든요. 소수자들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 세상이 밝아진다.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의식이에요. 저는 그 주제의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새롭게 가세한 전사 캐릭터, 초당 3천 프레임의 화려한 영상

강승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관람 포인트 좀 짚어주시죠

최광희: 아포칼립스라고 하는 거대 악(惡)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저는 이 아포칼립스를 거대 악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던 게 ‘세상이 너무 오염됐구나!’ 하면서 이 사람이 뭔가 막 하는데, 전 세계 핵무기들이 전부 지구 밖으로 날아가요.

강승화: 착한 분이네요.

최광희 : 쫓아내는 거죠, 지구 밖으로. 그래서 저는 ‘아포칼립스도 괜찮은 캐릭터인데? 왜 저거를 악이라고 규정하고 자비에 영재 학교의 또 다른 캐릭터들이 싸울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단순한 선악의 대립 구도라고 보기에는 조금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거 같아요.
또 한 가지 관람 포인트는 전편까지는 울버린(Wolverine)이 거의 그 주역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울버린을 사이드로 밀어내고 매그니토(Magneto)와 자비에 교수, 프로페서 X의 비중을 좀 키웠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전사들, 새롭게 영화 속에서 나이트 크롤러(Nightcrawler)라든가 아크엔젤(Archangel)이라든가 스톰(Storm) 이런 캐릭터들이 새롭게 가세하면서 전체적으로 젊어졌어요.
그리고 아까 제가 말씀드린 퀵실버의 등장 장면은 3D 카메라로 촬영됐는데, 초당 3천 프레임으로 처리됐습니다. 초당 보통 우리가 24프레임, 30프레임 보는데 초당 3천 프레임.

강승화: 그게 초고속 촬영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최광희: 초초초초고속!

강승화: 물방울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다 볼 수 있는!

최광희: 그런 장면들의 쾌감을 100% 만끽하기 위해서는 기왕이면 아이맥스(IMAX) 3D로 관람하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강승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대한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들어보겠습니다. 엄지 평점 들어주시죠! 따봉 나왔습니다. 자. 한 줄 평 들어볼게요.

최광희: 한 줄 평은 이렇습니다. ‘묵직하되 발랄하다’.

강승화: 지금까지 <엑스맨: 아포칼립스>였습니다.

까칠한 시선까칠한 시선
가족 영화는 왜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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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영화평론가

많은 휴먼 드라마 영화들의 고전적인 소재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족’이죠. 가족의 이야기만큼 많은 관객의 피부에 와 닿는 그런 이야기도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요, 희한하게도 가족 소재의 영화 가운데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그 이유를 짚어 봅니다.

가족 영화의 흥행 요소: 가족의 죽음, 눈물, 코미디

제가 방금 ‘가족 영화들이 흥행이 잘 안 된다’ 이렇게 말씀드리니까 아마 많은 분이 <7번 방의 선물 (2012)>은 가족 영화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셨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가족 영화죠. 그런데 이 영화가 동원 관객 수 천만이 넘은 데는 제가 이미 여러 번 말씀 드렸던 두 가지 흥행 공식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 구성원의 죽음’과 ‘남겨진 자의 통곡’, 여기에 양념처럼 ‘적절한 코미디’를 얹어주면 금상첨화죠.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진 가족 영화는 대체로 흥행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런 요소들이 별로 없는 가족 영화들을 살펴볼까요? 김윤석이 주연했던 <남쪽으로 튀어(2012)>라는 작품입니다. 못마땅한 건 절대로 안 하고, 자기 할 말을 다하고 사는 최해갑이라는 인물이 가장입니다. 그리고 그의 가족이 행복을 찾아서 남쪽 섬을 찾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적응해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가족 구성원 누구도 죽지 않고요. 그래서 통곡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는 83만 명이라는 초라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습니다.

한국 가족 영화 가운데 단연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바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2006)>입니다. 형식적인 차별성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기존의 혈연 중심적인 가족주의에서 벗어나서 가족애의 본질을 묻고 있는, 주제 의식이 꽤 둔중한 여운을 안겼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가족의 탄생>은 평단의 극찬을 들은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차가웠죠. 개봉 당시 동원 관객 수 22만 명. 정말 처참한 흥행 실패였습니다. 이 영화의 실패 이유는 뭘까요? 네, 역시 자극 요소, 그러니까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만한 설정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전형을 벗어난 현실적인 가족 영화는 흥행 참패

흥행 면에서 찬밥 대우를 받은 건 비단 한국영화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에 개봉했던 미국 가족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August: Osage County, 2013)>도 국내 흥행 성적이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에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 이완 맥그리거(Ewan Gordon McGregor)와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까지 그야말로 연기파 스타군단이 총집합했음에도 광범위한 흥행을 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역시 실패 이유를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모이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데요. 약물 중독에 엄청나게 신경질적인 어머니가 애써 모인 딸들을 슬슬 약 올리면서 갈등이 폭발하게 되고, 결국 이 집안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벗겨진다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막 나가는 가족이죠. 이렇게 콩가루 가족이 등장하는 영화치고 흥행적으로 잘된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사실 그건 어쩌면 우리 사회의 가족이 처한 현실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별과 통곡 그리고 웃음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지 않거나, 콩가루 가족이 등장하는 가족 영화의 경우에는 흥행과 거리가 멀다는 걸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 관객들은 아무래도 화목하기보다는 지지고 볶는 가족의 그늘진 모습을 투영한 가족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겠죠.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막장 가족 드라마는 인기가 높습니다. 저도 그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강승화의 다락 영화방강승화의 다락 영화방
신인 감독 나홍진의 재능과 불안...'완벽한 도미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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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 영화방 강승화입니다. 지난 11일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 개봉 20일 만에 50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면서 지금 극장가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뿐일까요? 세계 영화계서도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칸 영화제에서는요 ‘미치게 대단했다’, ‘한국영화의 정점을 찍었다!’ 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요즘 <곡성>의 인기에 힘입어 나홍진 감독의 과거 작품까지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신인 시절, 그의 보석 같은 감각을 처음으로 인정한 영화! 2005년 미장센 단편 영화제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완벽한 도미요리>를 소개합니다.

나홍진 감독의 첫 영화 <완벽한 도미 요리>


장사가 잘 안되는 걸까요? 요리사가 주방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습니다. 그때, 한 여자의 손이 주문 벨을 울립니다. 주문서에 적힌 메뉴는 ‘완벽한 도미요리’!
아니, 요리사가 주문을 받았으면 요리를 해야지 수능 치는 학생마냥 각 잡고 앉아서 뭘 하는 걸까요? 아, 도미의 분자 구조까지 분석하는 듯한 완벽한 레시피(recipe)를 쓰고 있었네요!

요리는 ‘감’이며 ‘손맛’이란 한국 어머니들의 철학은 이 요리사에겐 용납되지 않나 봅니다. 실험실에나 있을법한 과학 도구를 사용하면서 완벽한 요리 만들기에 몰두하는데요. 그릴 온도를 직접 손으로 측정해 보는 가혹함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얼마나 완벽한 도미요리가 나올지 궁금해지는데요, 순조롭게 요리가 진행되는가 싶더니! 여러분, 다 끓인 라면 냄비 엎어본 적 있으신가요? 지금 이 요리사는 그것에 백 배쯤 되는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감성, 이 <완벽한 도미요리>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데요. 괴기스러우면서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영화는 그저 단순한 요리사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열심히는 소용없다, 잘해야 장땡!’이라는 냉혹한 프로 세계를 블랙 코미디로 펼쳐낸 작품인데요, 기획 의도를 보면, 이 요리사! 창작물을 만드는 모든 사람의 상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나홍진 감독에게 요리사란 ‘자신’이고 도미는 자신의 꿈인 ‘영화’가 아니었을까요?

완벽함을 추구하는 창작자의 고통과 불안을 그로테스크한 감성으로 담아 내 

포기를 모르는 요리사의 악전고투는 계속됩니다. 다시 화학 공식처럼 완벽한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는데요. 손가락이 잘리고 자신의 눈을 뽑아서 요리를 완성하려는 노력에도 번번이 완벽한 도미요리를 만드는 데 실패합니다.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한 집착과 열정보다 중요한 건, 재능일까요? 요리사의 광기는 안쓰러움과 우스꽝스러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천재만이 가질 수 있는 99%보다 중요한 1%의 감각! 재능 없는 요리사는 성실함으로 그것을 메꿀 수 있을까요?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야 드디어 도미요리 완성한 요리사! 하지만 손님은 이미 죽어서 미라가 되어 있는데요. 지옥 같은 고난 끝에 완성된 요리는 세상에 선보일 기회마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송장 같은 몰골의 요리사는 도미 요리를 자신의 입에 넣어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 도미요리는,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마저 인정받지 못한 채 가장 잔혹한 결말을 맞습니다.

‘이보다 큰 공포는 없다!’ 당시 신인감독의 고민을 <완벽한 도미요리>로 형상한 나홍진 감독! 창작하면서 겪는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이젠 영화계의 거장이 된 나홍진 감독조차 피할 수 없었다는 걸 알려준 영화인데요, 결국 아무도 맛볼 수 없다면 완벽한 도미 요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지금 다락 영화방을 보고 계신 모든 분의 꿈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완벽한 도미 요리를 만들고 있는 모든 분의 꿈을 다락 영화방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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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스맨: 아포칼립스] 전작을 뛰어넘은 화려한 부활
    • 입력 2016-05-31 19:01:38
    • 수정2016-06-02 11: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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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부비2 전작을 뛰어넘은 화려한 부활...'엑스맨: 아포칼립스'다시보기


강승화 아나운서: 초대형 초능력 블록버스터가 돌아왔습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X-Men: Apocalypse)>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평론가: <엑스맨: 아포칼립스> 너무나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얘기가 정리하기가 어려워요.

강승화: 이 영화 보고 나오면 다들 이런 얘기 하거든요. ‘나는 이런 능력 갖고 싶어!’ 최광희 평론가는 어떤 능력 갖고 싶으십니까?

최광희: 어...투사하는...

강승화: 투사해서 뭐 하려고?

최광희: 알면서~

강승화: 저는 그게 좋더라고요. 싸이클롭스!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아포칼립스와 맞선 사상 최대의 전쟁

최광희: 줄거리를 정리해 볼게요. 고대 이집트에 최초의 돌연변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고대 이집트 문명을 지배하던 아포칼립스(Apocalypse)입니다. 그런데 5천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1983년 이집트에서 깨어납니다. 아포칼립스가 깨어나서 딱 세상을 보니까, 이 세상이 너무 오염됐다고 판단한 거예요.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내가 건설할 것이다’ 선언을 하죠. 그러면서 숨어 있던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을 하나하나 규합해 나갑니다. 우리의 자비에(Xavier)교수, 프로페서 X(Professor X)라고도 하죠. 자비에 영재 학교에서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이 아포칼립스의 음모에 맞서서 싸우는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가 되겠습니다.

강승화: 굉장히 복잡한 듯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강의 적을 힘을 합쳐서 물리친다’ 그런 내용인 거죠.

최광희: 그렇죠. 그 적도 결국은 돌연변이인데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초능력자들의 파워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초월적인 파워를 가지고 있는데 이 아포칼립스라고 하는 원조 돌연변이인 거죠.

강승화: 사실 엑스맨 시리즈가 캐릭터도 참 많고, 나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리즈거든요.

최광희: 2000년에 시작이 됐죠.

강승화: 사실 제가 X맨 팬이고, 를 개인적으로는 SF영화 사상 거의 가장 최강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번 아포칼립스는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일까요?

최광희: 저는 이 영화도 역대 최강급이다, 라고 평가를 하고 싶어요. 사실 엑스맨의 감독은 원조 감독은 브라이언 싱어(Bryan Singer)잖아요.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을 하면 뭔가 달라요. 단순하게 볼거리 위주의 스펙터클한 화면 연출에만 신경 쓴 게 아니라 거기에 슬쩍슬쩍 장난기를 섞어요. 퀵실버(Quicksilver)가 영재학교의 친구들을 구해내는 그 장면에서는 또 80년대 유행했던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가 흘러나옵니다. 그 장면 자체가 너무너무 재밌어요.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음이 나요.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이고.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묵직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그 안에 돌연변이라고 하는 캐릭터에 대한 상징성을 좀더 부각하려고 하는 연출이 돋보였다고 생각을 해요. 돌연변이들은 주류 사회에서 미움을 받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묘사됩니다. 소수자, 결국은 소수자를 상징하는 것이거든요. 소수자들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 세상이 밝아진다.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의식이에요. 저는 그 주제의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새롭게 가세한 전사 캐릭터, 초당 3천 프레임의 화려한 영상

강승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관람 포인트 좀 짚어주시죠

최광희: 아포칼립스라고 하는 거대 악(惡)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저는 이 아포칼립스를 거대 악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던 게 ‘세상이 너무 오염됐구나!’ 하면서 이 사람이 뭔가 막 하는데, 전 세계 핵무기들이 전부 지구 밖으로 날아가요.

강승화: 착한 분이네요.

최광희 : 쫓아내는 거죠, 지구 밖으로. 그래서 저는 ‘아포칼립스도 괜찮은 캐릭터인데? 왜 저거를 악이라고 규정하고 자비에 영재 학교의 또 다른 캐릭터들이 싸울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단순한 선악의 대립 구도라고 보기에는 조금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거 같아요.
또 한 가지 관람 포인트는 전편까지는 울버린(Wolverine)이 거의 그 주역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울버린을 사이드로 밀어내고 매그니토(Magneto)와 자비에 교수, 프로페서 X의 비중을 좀 키웠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전사들, 새롭게 영화 속에서 나이트 크롤러(Nightcrawler)라든가 아크엔젤(Archangel)이라든가 스톰(Storm) 이런 캐릭터들이 새롭게 가세하면서 전체적으로 젊어졌어요.
그리고 아까 제가 말씀드린 퀵실버의 등장 장면은 3D 카메라로 촬영됐는데, 초당 3천 프레임으로 처리됐습니다. 초당 보통 우리가 24프레임, 30프레임 보는데 초당 3천 프레임.

강승화: 그게 초고속 촬영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최광희: 초초초초고속!

강승화: 물방울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다 볼 수 있는!

최광희: 그런 장면들의 쾌감을 100% 만끽하기 위해서는 기왕이면 아이맥스(IMAX) 3D로 관람하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강승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대한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들어보겠습니다. 엄지 평점 들어주시죠! 따봉 나왔습니다. 자. 한 줄 평 들어볼게요.

최광희: 한 줄 평은 이렇습니다. ‘묵직하되 발랄하다’.

강승화: 지금까지 <엑스맨: 아포칼립스>였습니다.

까칠한 시선 가족 영화는 왜 실패하는가 다시보기


최광희 영화평론가

많은 휴먼 드라마 영화들의 고전적인 소재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족’이죠. 가족의 이야기만큼 많은 관객의 피부에 와 닿는 그런 이야기도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요, 희한하게도 가족 소재의 영화 가운데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그 이유를 짚어 봅니다.

가족 영화의 흥행 요소: 가족의 죽음, 눈물, 코미디

제가 방금 ‘가족 영화들이 흥행이 잘 안 된다’ 이렇게 말씀드리니까 아마 많은 분이 <7번 방의 선물 (2012)>은 가족 영화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셨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가족 영화죠. 그런데 이 영화가 동원 관객 수 천만이 넘은 데는 제가 이미 여러 번 말씀 드렸던 두 가지 흥행 공식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 구성원의 죽음’과 ‘남겨진 자의 통곡’, 여기에 양념처럼 ‘적절한 코미디’를 얹어주면 금상첨화죠.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진 가족 영화는 대체로 흥행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런 요소들이 별로 없는 가족 영화들을 살펴볼까요? 김윤석이 주연했던 <남쪽으로 튀어(2012)>라는 작품입니다. 못마땅한 건 절대로 안 하고, 자기 할 말을 다하고 사는 최해갑이라는 인물이 가장입니다. 그리고 그의 가족이 행복을 찾아서 남쪽 섬을 찾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적응해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가족 구성원 누구도 죽지 않고요. 그래서 통곡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는 83만 명이라는 초라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습니다.

한국 가족 영화 가운데 단연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바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2006)>입니다. 형식적인 차별성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기존의 혈연 중심적인 가족주의에서 벗어나서 가족애의 본질을 묻고 있는, 주제 의식이 꽤 둔중한 여운을 안겼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가족의 탄생>은 평단의 극찬을 들은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차가웠죠. 개봉 당시 동원 관객 수 22만 명. 정말 처참한 흥행 실패였습니다. 이 영화의 실패 이유는 뭘까요? 네, 역시 자극 요소, 그러니까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만한 설정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전형을 벗어난 현실적인 가족 영화는 흥행 참패

흥행 면에서 찬밥 대우를 받은 건 비단 한국영화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에 개봉했던 미국 가족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August: Osage County, 2013)>도 국내 흥행 성적이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에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 이완 맥그리거(Ewan Gordon McGregor)와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까지 그야말로 연기파 스타군단이 총집합했음에도 광범위한 흥행을 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역시 실패 이유를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모이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데요. 약물 중독에 엄청나게 신경질적인 어머니가 애써 모인 딸들을 슬슬 약 올리면서 갈등이 폭발하게 되고, 결국 이 집안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벗겨진다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막 나가는 가족이죠. 이렇게 콩가루 가족이 등장하는 영화치고 흥행적으로 잘된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사실 그건 어쩌면 우리 사회의 가족이 처한 현실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별과 통곡 그리고 웃음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지 않거나, 콩가루 가족이 등장하는 가족 영화의 경우에는 흥행과 거리가 멀다는 걸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 관객들은 아무래도 화목하기보다는 지지고 볶는 가족의 그늘진 모습을 투영한 가족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겠죠.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막장 가족 드라마는 인기가 높습니다. 저도 그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강승화의 다락 영화방 신인 감독 나홍진의 재능과 불안...'완벽한 도미 요리' 다시 보기


다락 영화방 강승화입니다. 지난 11일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 개봉 20일 만에 50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면서 지금 극장가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뿐일까요? 세계 영화계서도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칸 영화제에서는요 ‘미치게 대단했다’, ‘한국영화의 정점을 찍었다!’ 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요즘 <곡성>의 인기에 힘입어 나홍진 감독의 과거 작품까지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신인 시절, 그의 보석 같은 감각을 처음으로 인정한 영화! 2005년 미장센 단편 영화제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완벽한 도미요리>를 소개합니다.

나홍진 감독의 첫 영화 <완벽한 도미 요리>


장사가 잘 안되는 걸까요? 요리사가 주방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습니다. 그때, 한 여자의 손이 주문 벨을 울립니다. 주문서에 적힌 메뉴는 ‘완벽한 도미요리’!
아니, 요리사가 주문을 받았으면 요리를 해야지 수능 치는 학생마냥 각 잡고 앉아서 뭘 하는 걸까요? 아, 도미의 분자 구조까지 분석하는 듯한 완벽한 레시피(recipe)를 쓰고 있었네요!

요리는 ‘감’이며 ‘손맛’이란 한국 어머니들의 철학은 이 요리사에겐 용납되지 않나 봅니다. 실험실에나 있을법한 과학 도구를 사용하면서 완벽한 요리 만들기에 몰두하는데요. 그릴 온도를 직접 손으로 측정해 보는 가혹함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얼마나 완벽한 도미요리가 나올지 궁금해지는데요, 순조롭게 요리가 진행되는가 싶더니! 여러분, 다 끓인 라면 냄비 엎어본 적 있으신가요? 지금 이 요리사는 그것에 백 배쯤 되는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감성, 이 <완벽한 도미요리>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데요. 괴기스러우면서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영화는 그저 단순한 요리사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열심히는 소용없다, 잘해야 장땡!’이라는 냉혹한 프로 세계를 블랙 코미디로 펼쳐낸 작품인데요, 기획 의도를 보면, 이 요리사! 창작물을 만드는 모든 사람의 상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나홍진 감독에게 요리사란 ‘자신’이고 도미는 자신의 꿈인 ‘영화’가 아니었을까요?

완벽함을 추구하는 창작자의 고통과 불안을 그로테스크한 감성으로 담아 내 

포기를 모르는 요리사의 악전고투는 계속됩니다. 다시 화학 공식처럼 완벽한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는데요. 손가락이 잘리고 자신의 눈을 뽑아서 요리를 완성하려는 노력에도 번번이 완벽한 도미요리를 만드는 데 실패합니다.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한 집착과 열정보다 중요한 건, 재능일까요? 요리사의 광기는 안쓰러움과 우스꽝스러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천재만이 가질 수 있는 99%보다 중요한 1%의 감각! 재능 없는 요리사는 성실함으로 그것을 메꿀 수 있을까요?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야 드디어 도미요리 완성한 요리사! 하지만 손님은 이미 죽어서 미라가 되어 있는데요. 지옥 같은 고난 끝에 완성된 요리는 세상에 선보일 기회마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송장 같은 몰골의 요리사는 도미 요리를 자신의 입에 넣어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 도미요리는,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마저 인정받지 못한 채 가장 잔혹한 결말을 맞습니다.

‘이보다 큰 공포는 없다!’ 당시 신인감독의 고민을 <완벽한 도미요리>로 형상한 나홍진 감독! 창작하면서 겪는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이젠 영화계의 거장이 된 나홍진 감독조차 피할 수 없었다는 걸 알려준 영화인데요, 결국 아무도 맛볼 수 없다면 완벽한 도미 요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지금 다락 영화방을 보고 계신 모든 분의 꿈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완벽한 도미 요리를 만들고 있는 모든 분의 꿈을 다락 영화방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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