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어로 전투’…목숨 잃는 北 어민들

입력 2016.05.31 (22:00) 수정 2016.06.0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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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관기사] ☞북 어선 ‘생존 전투’ 죽음의 바다로

나무로 만든 작은 어선이 거친 파도에 위태로워 보입니다.

뱃머리에 빼곡히 늘어선 20여 명의 어민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합니다.

원산이나 청진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망망대해, 작은 목선에 의지해 조업하는 이들은 북한 어민들입니다.

<녹취>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목숨 걸고 하죠. 북한에 목숨 안 걸고 하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 전투, 어로 전투라고 하는 거예요."

두만강 하구, 북한 건너편 러시아 쪽 백사장.

표류하다 난파됐거나 러시아에 나포된 북한 어선 수백 척이 널려있습니다.

<인터뷰> 베드로프 알렉산드르(북-리 접경 지역 주민) : "(2백 척의) 북한 배들이 있어요. (2백 척이라고요?) 강 주변으로 어선 무덤이 있습니다."

일본 서부 연안에도 지난해만 40척 가까운 북한 어선이 떠밀려왔습니다.

수습된 시신도 32구입니다.

<인터뷰> 이토 마시히코(사카이시 공원묘지 소장) : "(유골 송환과 관련된) 문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보러 온 사람이 없습니다."

북한 어민들의 희생이 잇따르는 건 무리한 어획량 증산 시책 때문입니다.

<녹취> 김정은(7차 북한 노동당 대회 사업 총화 보고/지난 6일) :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대풍을 안아와야 합니다."

실제 북한 수산물 생산량은 최근 5년 사이 27% 넘게 늘었습니다.

인민을 풍족하게 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수산물 대부분은 중국에 수출됩니다.

외화를 벌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물고기가 되게 비싸잖아요. (팔아서) 돈이 될 수 있는 상품들은 그런 물고기들은 직접 잡는 선주도 못 먹어요."

덕분에 북한 접경 중국 도시들에선 북한산 수산물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녹취> 훈춘 수산물 수입업체 관계자 : "(북한에서 몇 시에 출발했나요?) 오전 7시 반에 출발해서 왔어요."

신의주와 마주한 단둥.

압록강 하구인 이곳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이 해상을 통해 북한산 수산물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수산물 뿐 아니라 북한은 가공공장 직원들까지 중국에 보내고 있습니다.

<녹취> 수산물 가공 공장 북한 근로자 : "10kg입니다. (조선 낙지(북한 오징어인가요?) 네. 좀 지나갑시다."

북한 어민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중국 어선들입니다.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연안 조업권을 중국에 팔았고 불법 조업 어선들까지 가세하면서 수산물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녹취>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해상에 중국 배들이 나와 있습니다. 바다에서 (돈을 받고) 펄떡펄떡 뛰는 것을 (중국어선에) 넘겨줍니다."

중국 어선에 떠밀린 북한 어민들은 오늘도 작고 낡은 목선을 타고 더 멀리, 더 위험한 바다에 나가 사선을 넘나드는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면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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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리한 ‘어로 전투’…목숨 잃는 北 어민들
    • 입력 2016-05-31 22:00:47
    • 수정2016-06-01 01:20:25
    사회
 [연관기사] ☞북 어선 ‘생존 전투’ 죽음의 바다로

나무로 만든 작은 어선이 거친 파도에 위태로워 보입니다.

뱃머리에 빼곡히 늘어선 20여 명의 어민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합니다.

원산이나 청진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망망대해, 작은 목선에 의지해 조업하는 이들은 북한 어민들입니다.

<녹취>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목숨 걸고 하죠. 북한에 목숨 안 걸고 하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 전투, 어로 전투라고 하는 거예요."

두만강 하구, 북한 건너편 러시아 쪽 백사장.

표류하다 난파됐거나 러시아에 나포된 북한 어선 수백 척이 널려있습니다.

<인터뷰> 베드로프 알렉산드르(북-리 접경 지역 주민) : "(2백 척의) 북한 배들이 있어요. (2백 척이라고요?) 강 주변으로 어선 무덤이 있습니다."

일본 서부 연안에도 지난해만 40척 가까운 북한 어선이 떠밀려왔습니다.

수습된 시신도 32구입니다.

<인터뷰> 이토 마시히코(사카이시 공원묘지 소장) : "(유골 송환과 관련된) 문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보러 온 사람이 없습니다."

북한 어민들의 희생이 잇따르는 건 무리한 어획량 증산 시책 때문입니다.

<녹취> 김정은(7차 북한 노동당 대회 사업 총화 보고/지난 6일) :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대풍을 안아와야 합니다."

실제 북한 수산물 생산량은 최근 5년 사이 27% 넘게 늘었습니다.

인민을 풍족하게 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수산물 대부분은 중국에 수출됩니다.

외화를 벌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물고기가 되게 비싸잖아요. (팔아서) 돈이 될 수 있는 상품들은 그런 물고기들은 직접 잡는 선주도 못 먹어요."

덕분에 북한 접경 중국 도시들에선 북한산 수산물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녹취> 훈춘 수산물 수입업체 관계자 : "(북한에서 몇 시에 출발했나요?) 오전 7시 반에 출발해서 왔어요."

신의주와 마주한 단둥.

압록강 하구인 이곳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이 해상을 통해 북한산 수산물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수산물 뿐 아니라 북한은 가공공장 직원들까지 중국에 보내고 있습니다.

<녹취> 수산물 가공 공장 북한 근로자 : "10kg입니다. (조선 낙지(북한 오징어인가요?) 네. 좀 지나갑시다."

북한 어민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중국 어선들입니다.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연안 조업권을 중국에 팔았고 불법 조업 어선들까지 가세하면서 수산물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녹취>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해상에 중국 배들이 나와 있습니다. 바다에서 (돈을 받고) 펄떡펄떡 뛰는 것을 (중국어선에) 넘겨줍니다."

중국 어선에 떠밀린 북한 어민들은 오늘도 작고 낡은 목선을 타고 더 멀리, 더 위험한 바다에 나가 사선을 넘나드는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면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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