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변호사’와 ‘전관 변호사’가 던진 파문

입력 2016.06.01 (11:00) 수정 2016.06.01 (11: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법은 공평한가?
진실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진실이라는 법조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괴짜 변호사,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전관 변호사'들이 펼치는 법조계의 막장드라마는 이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 마지막회 시청률 17.3%

KBS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마지막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우고 어제 밤 종영됐다. 월화드라마로서는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시청률만큼이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청률이 바닥 수준을 오가던 전작의 핸디캡 속에서 출발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4회만에 월화극 1위에 올라섰다. 그 이후 계속 상승 가도를 달려 마지막 회에는 시청률 17.3%(Agb닐슨 기준,전국)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 시청률은 21.7%까지 치솟았다. 월화극으로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성적을 거두었다.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범죄자들이 활개치는 세상이 싫어 갑들의 횡포와 방해 속에서도 일관된 길을 걷는 변호사 조들호의 뚝심이 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인 사건들을 홍길동이나 슈퍼맨과 같은 다소 초인간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내는 상황에 박수를 치는 이유는 '홍길동'을 기다리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

KBS2TV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KBS2TV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그동안 딱딱한 법정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이 별다른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이같은 공식을 깬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인기 비결은 바로 '우리 동네'에 있다.

우리 주변에는 없을 것 같은 변호사. 법조 타운 주변에나 가야 간판을 볼 수 있고 재벌이나 정치인들이나 상대하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변호사'가 우리 동네에서 우리 일, 나의 일을 챙겨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알았던 검사장과 재벌 총수, 대형 로펌의 뒷거래와 공생 관계가 어디에선가 본 듯한, 누군가의 실제 얘기를 다룬 듯한 내용이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재건축 현장의 피해, 에너지 음료 문제, 재벌가의 두 얼굴 등 여러 에피소드들이 최근에 일어났거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어서 더욱 더 소구력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관 변호사'가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키웠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공교롭게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와 연관된 두 전관 변호사가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인기 몰이에 한 몫 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 변호사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모두 기업인 변론 등으로 짧은 기간에 백억 원 대 이상의 수임료를 받아 법조 비리의 중심 인물로 등장했다.

변호사 2만 명 시대. 대부분의 평범한 변호사들의 월급이 수백만 원 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천문학적인 수임료를 챙겼다. 보통 변호사 수백 명의 일거리를 전관 출신 스타 변호사 한두 사람이 가져 간 셈이다.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과 처분 과정에서도 어마어마한 결과를 손쉽게 얻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인물들이다.

검찰에 출두한 홍만표 변호사검찰에 출두한 홍만표 변호사


오늘 영장 실질 심사가 예정됐으나 홍만표 변호사는 출석을 하지 않겠다는 사유서를 법원에 냈다.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구속 여부는 오늘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관 예우를 빌미로 많은 사건을 수임하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백 채가 넘는 오피스텔을 가족과 부동산 대리업체 등을 내세워 구입한 홍변호사는 자신을 변호할 변호인으로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석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검찰 특수부가 담당하는 특수부 출신 피의자 사건을 특수부 출신 변호사가 맡게 된 것이다. 이른바 '선수'들끼리 치열한 기싸움과 법리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유례 없는 '전관' 사건이 됐다. 전관 예우가 어디까지 이루어질지 아니면 역효과를 일으킬지도 두고 볼 일이다.

'전관 예우' 검찰 연루 의혹도 구체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계 로비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연루 의혹도 더 구체화되고 있다. 검찰이 홍만표 변호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검찰 관계자에게 청탁한다는 명목 및 정 대표 사업 관련 로비 명목으로 각각 3억 원, 2억 원을 받은 혐의를 적었다.

앞서 구속 기소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정운호 대표에 대한 보석 로비도 검찰에서 통했다는 의혹도 만만찮다. 최 변호사가 강력부와 공판부의 부장검사를 만나 보석을 요청했고 1심의 실형 1년 선고가 가볍다며 항소한 검찰이 최 변호사의 보석 신청 후 재판부에 보석을 허가해도 좋다는 뜻의 '적의 처리’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항소심 구형을 1심보다 줄인 점도 상식선에서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관예우 책임 '전관'보다 '현직'이 더 무거워

이처럼 얽히고 설킨 법조비리는 '전관 예우'라는 해묵은 관행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 전관 예우에 대한 책임은 '전관'보다 '현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직의 도움이나 개입이 없다면 전관 예우는 성립하지 않는다. 관행이든 비리든 '예우'를 실행하는 것은 현직이다.

따라서 '전관'만 적당히 처벌하고 '현직'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간다면 검찰의 명예 회복은 물론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부당한 거래든 암묵적 예우든 법조계의 민낯을 드러내고 환부를 철저히 도려내는 것이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

[연관 기사] ☞[뉴스해설] 법조비리 환부 도려내야

한편 이번 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됐을 뿐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변호사회에서도 법조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변호사 사무실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변호사 사무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전관 예우 근절을 위해 판사와 검사들의 변호사 개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내용의 입법 청원을 이달 중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모든 판사와 검사의 정년을 각각 70세와 65세로 연장하고 정년까지 의무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전관'을 없애 전관 예우 근절?

변호사회는 판사와 검사 출신들의 직업 선택 자유가 제한되겠지만 전관 예우 폐해를 막을 공익적 필요가 더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관'을 없애면 전관예우도 없어진다는 논리인데 이들의 목소리가 공감대를 얻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변호사가 '동네변호사'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영상 바로가기] ☞ ‘동네 변호사 조들호’ 핫클립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동네 변호사’와 ‘전관 변호사’가 던진 파문
    • 입력 2016-06-01 11:00:01
    • 수정2016-06-01 11:04:44
    취재K
법은 공평한가?
진실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진실이라는 법조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괴짜 변호사,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전관 변호사'들이 펼치는 법조계의 막장드라마는 이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 마지막회 시청률 17.3%

KBS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마지막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우고 어제 밤 종영됐다. 월화드라마로서는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시청률만큼이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청률이 바닥 수준을 오가던 전작의 핸디캡 속에서 출발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4회만에 월화극 1위에 올라섰다. 그 이후 계속 상승 가도를 달려 마지막 회에는 시청률 17.3%(Agb닐슨 기준,전국)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 시청률은 21.7%까지 치솟았다. 월화극으로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성적을 거두었다.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범죄자들이 활개치는 세상이 싫어 갑들의 횡포와 방해 속에서도 일관된 길을 걷는 변호사 조들호의 뚝심이 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인 사건들을 홍길동이나 슈퍼맨과 같은 다소 초인간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내는 상황에 박수를 치는 이유는 '홍길동'을 기다리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

KBS2TV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그동안 딱딱한 법정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이 별다른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이같은 공식을 깬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인기 비결은 바로 '우리 동네'에 있다.

우리 주변에는 없을 것 같은 변호사. 법조 타운 주변에나 가야 간판을 볼 수 있고 재벌이나 정치인들이나 상대하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변호사'가 우리 동네에서 우리 일, 나의 일을 챙겨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알았던 검사장과 재벌 총수, 대형 로펌의 뒷거래와 공생 관계가 어디에선가 본 듯한, 누군가의 실제 얘기를 다룬 듯한 내용이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재건축 현장의 피해, 에너지 음료 문제, 재벌가의 두 얼굴 등 여러 에피소드들이 최근에 일어났거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어서 더욱 더 소구력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관 변호사'가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키웠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공교롭게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와 연관된 두 전관 변호사가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인기 몰이에 한 몫 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 변호사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모두 기업인 변론 등으로 짧은 기간에 백억 원 대 이상의 수임료를 받아 법조 비리의 중심 인물로 등장했다.

변호사 2만 명 시대. 대부분의 평범한 변호사들의 월급이 수백만 원 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천문학적인 수임료를 챙겼다. 보통 변호사 수백 명의 일거리를 전관 출신 스타 변호사 한두 사람이 가져 간 셈이다.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과 처분 과정에서도 어마어마한 결과를 손쉽게 얻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인물들이다.

검찰에 출두한 홍만표 변호사

오늘 영장 실질 심사가 예정됐으나 홍만표 변호사는 출석을 하지 않겠다는 사유서를 법원에 냈다.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구속 여부는 오늘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관 예우를 빌미로 많은 사건을 수임하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백 채가 넘는 오피스텔을 가족과 부동산 대리업체 등을 내세워 구입한 홍변호사는 자신을 변호할 변호인으로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석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검찰 특수부가 담당하는 특수부 출신 피의자 사건을 특수부 출신 변호사가 맡게 된 것이다. 이른바 '선수'들끼리 치열한 기싸움과 법리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유례 없는 '전관' 사건이 됐다. 전관 예우가 어디까지 이루어질지 아니면 역효과를 일으킬지도 두고 볼 일이다.

'전관 예우' 검찰 연루 의혹도 구체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계 로비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연루 의혹도 더 구체화되고 있다. 검찰이 홍만표 변호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검찰 관계자에게 청탁한다는 명목 및 정 대표 사업 관련 로비 명목으로 각각 3억 원, 2억 원을 받은 혐의를 적었다.

앞서 구속 기소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정운호 대표에 대한 보석 로비도 검찰에서 통했다는 의혹도 만만찮다. 최 변호사가 강력부와 공판부의 부장검사를 만나 보석을 요청했고 1심의 실형 1년 선고가 가볍다며 항소한 검찰이 최 변호사의 보석 신청 후 재판부에 보석을 허가해도 좋다는 뜻의 '적의 처리’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항소심 구형을 1심보다 줄인 점도 상식선에서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관예우 책임 '전관'보다 '현직'이 더 무거워

이처럼 얽히고 설킨 법조비리는 '전관 예우'라는 해묵은 관행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 전관 예우에 대한 책임은 '전관'보다 '현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직의 도움이나 개입이 없다면 전관 예우는 성립하지 않는다. 관행이든 비리든 '예우'를 실행하는 것은 현직이다.

따라서 '전관'만 적당히 처벌하고 '현직'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간다면 검찰의 명예 회복은 물론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부당한 거래든 암묵적 예우든 법조계의 민낯을 드러내고 환부를 철저히 도려내는 것이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

[연관 기사] ☞[뉴스해설] 법조비리 환부 도려내야

한편 이번 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됐을 뿐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변호사회에서도 법조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변호사 사무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전관 예우 근절을 위해 판사와 검사들의 변호사 개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내용의 입법 청원을 이달 중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모든 판사와 검사의 정년을 각각 70세와 65세로 연장하고 정년까지 의무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전관'을 없애 전관 예우 근절?

변호사회는 판사와 검사 출신들의 직업 선택 자유가 제한되겠지만 전관 예우 폐해를 막을 공익적 필요가 더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관'을 없애면 전관예우도 없어진다는 논리인데 이들의 목소리가 공감대를 얻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변호사가 '동네변호사'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영상 바로가기] ☞ ‘동네 변호사 조들호’ 핫클립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