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하셨습니까?

입력 2016.06.01 (16:01) 수정 2016.07.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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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해운, 철강업계가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생사의 기로에 있다. 저가 수주경쟁에다 중국발 경기침체,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불황을 모르던 지역 경제도 덩달아 냉각되고 있다. 구조조정 밑그림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부터 협력업체 등으로 2차 피해가 옮겨질 경우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주택시장까지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의 근로자들은 어떤가? 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인지 불안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계의 경우 올해만 2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기업들은 인원 축소 외에도 임직원들의 급여를 깎고 무급휴가를 검토하는 등 다가올 위기에 비상대책을 마련하느라 허둥대고 있다.

[연관기사] ☞ 구조조정의 ‘핵’…‘뒤숭숭한’ 거제 대우조선

기업은 망해도 그들은 끄떡없다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사외이사뿐 아니다. 감사와 고문 등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자리에 왜 그리 가려는 이들이 많은 것인지.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낙하산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

회의 한 번 열 때마다 300만 원에서 최고 1,000만 원에 달하는 회의수당이 쥐어진다. KBS 취재결과 학계와 법조계에서 명망 있는 인물들로 구성된 각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각종 회의 등을 참석하고 연평균 5,2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끔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받는 비용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원들의 연봉과 맞먹는 셈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공적자금을 받은 뒤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지난 2000년 이후 대우조선 해양을 거쳐 간 사외이사 서른 명 가운데 60%가 정치인과 관료 출신, 이른바 낙하산 인사였다. 특별한 실적 없이 억대의 연봉과 고급차량을 지원받은 전직 산업은행과 수출입 은행 임원 출신들도 6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말 현재 부채는 18조 6,000억 원, 부채비율만 7,300%가 넘는다. 수년간 5조 원이 넘는 적자를 숨길 만큼 경영과 회계는 허술했다.

지난 2000년 이후 대우조선 해양을 거쳐 간 사외이사 서른 명 가운데 60%가 정치인과 관료 출신, 이른바 낙하산 인사였다. 통상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한번 참석해 받는 비용은 300만 원에서 1,00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1인당 연평균으로 따지면 5,200여만 원. 일부는 차량과 사무실까지 제공 받는다고 한다.

현실이 이러하니 기업경영이 설령 잘못된다 한들 전문 경영인 출신이나 현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무엇을 지적할 수 있었겠는가? 실제로 한 경제지 조사결과 지난 2014년 40여 개 기업집단 사외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한 표 가운데 99.7%가 찬성으로 나타났다.

[연관기사] ☞ 30대그룹 사외이사는 ‘거수기’…이사회서 99.6% 찬성표

기업의 부실은 채권은행의 부실을 초래한다



조선과 해운업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국내 은행들이 떠안게 될 부실채권은 무려 30조 원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 은행이 문제가 되고 있는 빚의 70%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4조 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내준 돈만 13조 원에 달한다.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한 자금, 대손 충당금도 쌓아두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빚을 관리해야 할 해당 은행들은 무엇을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은행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연봉을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가장 높은 시급은 약 10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평가보상위원장인 모 씨는 지난해 49시간 30분 동안 사외이사 활동을 하고 5,200만 원을 받았다. 시간당 105만 500원을 받은 셈이다.

[연관기사] ☞ 4대금융 사외이사들 3주 일하고 연봉 5천만원

사외이사들의 이러한 고액 연봉 잔치는 지난해 금융지주의 주계열사인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까지 단행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상법에 규정된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은 일반이사에 준한다. 판단 착오로 경영 실패를 초래했을 경우 그에 상응한 책임도 부과된다고 명시돼있다. 전문가의 지식도 없는 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경영을 어지럽히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이 또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당초 취지에서 너무 멀리 벗어난 사외이사제 규정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시급하다. 대우조선 해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실경영으로 위기에 놓인 공기업, 좌초위기에 놓인 기업들 모두 도려내야 할 환부다.

[연관기사]
☞ [뉴스해설] 부실채권 30조…책임 물어야
☞ [뉴스해설] ‘낙하산’ 적폐 더 이상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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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1 16:01:14
    • 수정2016-07-20 16: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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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해운, 철강업계가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생사의 기로에 있다. 저가 수주경쟁에다 중국발 경기침체,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불황을 모르던 지역 경제도 덩달아 냉각되고 있다. 구조조정 밑그림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부터 협력업체 등으로 2차 피해가 옮겨질 경우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주택시장까지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의 근로자들은 어떤가? 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인지 불안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계의 경우 올해만 2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기업들은 인원 축소 외에도 임직원들의 급여를 깎고 무급휴가를 검토하는 등 다가올 위기에 비상대책을 마련하느라 허둥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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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망해도 그들은 끄떡없다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사외이사뿐 아니다. 감사와 고문 등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자리에 왜 그리 가려는 이들이 많은 것인지.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낙하산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

회의 한 번 열 때마다 300만 원에서 최고 1,000만 원에 달하는 회의수당이 쥐어진다. KBS 취재결과 학계와 법조계에서 명망 있는 인물들로 구성된 각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각종 회의 등을 참석하고 연평균 5,2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끔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받는 비용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원들의 연봉과 맞먹는 셈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공적자금을 받은 뒤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지난 2000년 이후 대우조선 해양을 거쳐 간 사외이사 서른 명 가운데 60%가 정치인과 관료 출신, 이른바 낙하산 인사였다. 특별한 실적 없이 억대의 연봉과 고급차량을 지원받은 전직 산업은행과 수출입 은행 임원 출신들도 6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말 현재 부채는 18조 6,000억 원, 부채비율만 7,300%가 넘는다. 수년간 5조 원이 넘는 적자를 숨길 만큼 경영과 회계는 허술했다.

지난 2000년 이후 대우조선 해양을 거쳐 간 사외이사 서른 명 가운데 60%가 정치인과 관료 출신, 이른바 낙하산 인사였다. 통상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한번 참석해 받는 비용은 300만 원에서 1,00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1인당 연평균으로 따지면 5,200여만 원. 일부는 차량과 사무실까지 제공 받는다고 한다.

현실이 이러하니 기업경영이 설령 잘못된다 한들 전문 경영인 출신이나 현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무엇을 지적할 수 있었겠는가? 실제로 한 경제지 조사결과 지난 2014년 40여 개 기업집단 사외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한 표 가운데 99.7%가 찬성으로 나타났다.

[연관기사] ☞ 30대그룹 사외이사는 ‘거수기’…이사회서 99.6% 찬성표

기업의 부실은 채권은행의 부실을 초래한다



조선과 해운업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국내 은행들이 떠안게 될 부실채권은 무려 30조 원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 은행이 문제가 되고 있는 빚의 70%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4조 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내준 돈만 13조 원에 달한다.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한 자금, 대손 충당금도 쌓아두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빚을 관리해야 할 해당 은행들은 무엇을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은행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연봉을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가장 높은 시급은 약 10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평가보상위원장인 모 씨는 지난해 49시간 30분 동안 사외이사 활동을 하고 5,200만 원을 받았다. 시간당 105만 500원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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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들의 이러한 고액 연봉 잔치는 지난해 금융지주의 주계열사인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까지 단행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상법에 규정된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은 일반이사에 준한다. 판단 착오로 경영 실패를 초래했을 경우 그에 상응한 책임도 부과된다고 명시돼있다. 전문가의 지식도 없는 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경영을 어지럽히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이 또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당초 취지에서 너무 멀리 벗어난 사외이사제 규정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시급하다. 대우조선 해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실경영으로 위기에 놓인 공기업, 좌초위기에 놓인 기업들 모두 도려내야 할 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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