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 영화방] 신인 감독 나홍진의 재능과 불안…‘완벽한 도미 요리’

입력 2016.06.02 (11: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락 영화방 강승화입니다. 지난 11일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 개봉 20일 만에 50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면서 지금 극장가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뿐일까요? 세계 영화계서도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칸 영화제에서는요 ‘미치게 대단했다’, ‘한국영화의 정점을 찍었다!’ 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요즘 <곡성>의 인기에 힘입어 나홍진 감독의 과거 작품까지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신인 시절, 그의 보석 같은 감각을 처음으로 인정한 영화! 2005년 미장센 단편 영화제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완벽한 도미요리>를 소개합니다.

나홍진 감독의 첫 영화 <완벽한 도미 요리>


장사가 잘 안되는 걸까요? 요리사가 주방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습니다. 그때, 한 여자의 손이 주문 벨을 울립니다. 주문서에 적힌 메뉴는 ‘완벽한 도미요리’!
아니, 요리사가 주문을 받았으면 요리를 해야지 수능 치는 학생마냥 각 잡고 앉아서 뭘 하는 걸까요? 아, 도미의 분자 구조까지 분석하는 듯한 완벽한 레시피(recipe)를 쓰고 있었네요!

요리는 ‘감’이며 ‘손맛’이란 한국 어머니들의 철학은 이 요리사에겐 용납되지 않나 봅니다. 실험실에나 있을법한 과학 도구를 사용하면서 완벽한 요리 만들기에 몰두하는데요. 그릴 온도를 직접 손으로 측정해 보는 가혹함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얼마나 완벽한 도미요리가 나올지 궁금해지는데요, 순조롭게 요리가 진행되는가 싶더니! 여러분, 다 끓인 라면 냄비 엎어본 적 있으신가요? 지금 이 요리사는 그것에 백 배쯤 되는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감성, 이 <완벽한 도미요리>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데요. 괴기스러우면서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영화는 그저 단순한 요리사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열심히는 소용없다, 잘해야 장땡!’이라는 냉혹한 프로 세계를 블랙 코미디로 펼쳐낸 작품인데요, 기획 의도를 보면, 이 요리사! 창작물을 만드는 모든 사람의 상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나홍진 감독에게 요리사란 ‘자신’이고 도미는 자신의 꿈인 ‘영화’가 아니었을까요?

완벽함을 추구하는 창작자의 고통과 불안을 그로테스크한 감성으로 담아 내 

포기를 모르는 요리사의 악전고투는 계속됩니다. 다시 화학 공식처럼 완벽한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는데요. 손가락이 잘리고 자신의 눈을 뽑아서 요리를 완성하려는 노력에도 번번이 완벽한 도미요리를 만드는 데 실패합니다.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한 집착과 열정보다 중요한 건, 재능일까요? 요리사의 광기는 안쓰러움과 우스꽝스러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천재만이 가질 수 있는 99%보다 중요한 1%의 감각! 재능 없는 요리사는 성실함으로 그것을 메꿀 수 있을까요?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야 드디어 도미요리 완성한 요리사! 하지만 손님은 이미 죽어서 미라가 되어 있는데요. 지옥 같은 고난 끝에 완성된 요리는 세상에 선보일 기회마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송장 같은 몰골의 요리사는 도미 요리를 자신의 입에 넣어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 도미요리는,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마저 인정받지 못한 채 가장 잔혹한 결말을 맞습니다.

‘이보다 큰 공포는 없다!’ 당시 신인감독의 고민을 <완벽한 도미요리>로 형상한 나홍진 감독! 창작하면서 겪는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이젠 영화계의 거장이 된 나홍진 감독조차 피할 수 없었다는 걸 알려준 영화인데요, 결국 아무도 맛볼 수 없다면 완벽한 도미 요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지금 다락 영화방을 보고 계신 모든 분의 꿈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완벽한 도미 요리를 만들고 있는 모든 분의 꿈을 다락 영화방이 응원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다락 영화방] 신인 감독 나홍진의 재능과 불안…‘완벽한 도미 요리’
    • 입력 2016-06-02 11:01:01
    다락 영화방
다락 영화방 강승화입니다. 지난 11일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 개봉 20일 만에 50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면서 지금 극장가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뿐일까요? 세계 영화계서도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칸 영화제에서는요 ‘미치게 대단했다’, ‘한국영화의 정점을 찍었다!’ 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요즘 <곡성>의 인기에 힘입어 나홍진 감독의 과거 작품까지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신인 시절, 그의 보석 같은 감각을 처음으로 인정한 영화! 2005년 미장센 단편 영화제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완벽한 도미요리>를 소개합니다.

나홍진 감독의 첫 영화 <완벽한 도미 요리>


장사가 잘 안되는 걸까요? 요리사가 주방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습니다. 그때, 한 여자의 손이 주문 벨을 울립니다. 주문서에 적힌 메뉴는 ‘완벽한 도미요리’!
아니, 요리사가 주문을 받았으면 요리를 해야지 수능 치는 학생마냥 각 잡고 앉아서 뭘 하는 걸까요? 아, 도미의 분자 구조까지 분석하는 듯한 완벽한 레시피(recipe)를 쓰고 있었네요!

요리는 ‘감’이며 ‘손맛’이란 한국 어머니들의 철학은 이 요리사에겐 용납되지 않나 봅니다. 실험실에나 있을법한 과학 도구를 사용하면서 완벽한 요리 만들기에 몰두하는데요. 그릴 온도를 직접 손으로 측정해 보는 가혹함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얼마나 완벽한 도미요리가 나올지 궁금해지는데요, 순조롭게 요리가 진행되는가 싶더니! 여러분, 다 끓인 라면 냄비 엎어본 적 있으신가요? 지금 이 요리사는 그것에 백 배쯤 되는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감성, 이 <완벽한 도미요리>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데요. 괴기스러우면서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영화는 그저 단순한 요리사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열심히는 소용없다, 잘해야 장땡!’이라는 냉혹한 프로 세계를 블랙 코미디로 펼쳐낸 작품인데요, 기획 의도를 보면, 이 요리사! 창작물을 만드는 모든 사람의 상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나홍진 감독에게 요리사란 ‘자신’이고 도미는 자신의 꿈인 ‘영화’가 아니었을까요?

완벽함을 추구하는 창작자의 고통과 불안을 그로테스크한 감성으로 담아 내 

포기를 모르는 요리사의 악전고투는 계속됩니다. 다시 화학 공식처럼 완벽한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는데요. 손가락이 잘리고 자신의 눈을 뽑아서 요리를 완성하려는 노력에도 번번이 완벽한 도미요리를 만드는 데 실패합니다.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한 집착과 열정보다 중요한 건, 재능일까요? 요리사의 광기는 안쓰러움과 우스꽝스러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천재만이 가질 수 있는 99%보다 중요한 1%의 감각! 재능 없는 요리사는 성실함으로 그것을 메꿀 수 있을까요?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야 드디어 도미요리 완성한 요리사! 하지만 손님은 이미 죽어서 미라가 되어 있는데요. 지옥 같은 고난 끝에 완성된 요리는 세상에 선보일 기회마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송장 같은 몰골의 요리사는 도미 요리를 자신의 입에 넣어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 도미요리는,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마저 인정받지 못한 채 가장 잔혹한 결말을 맞습니다.

‘이보다 큰 공포는 없다!’ 당시 신인감독의 고민을 <완벽한 도미요리>로 형상한 나홍진 감독! 창작하면서 겪는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이젠 영화계의 거장이 된 나홍진 감독조차 피할 수 없었다는 걸 알려준 영화인데요, 결국 아무도 맛볼 수 없다면 완벽한 도미 요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지금 다락 영화방을 보고 계신 모든 분의 꿈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완벽한 도미 요리를 만들고 있는 모든 분의 꿈을 다락 영화방이 응원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