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하다 뚱뚱해진다?

입력 2016.06.0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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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쇼핑 하고, 혼자 술 먹기... 요즘 혼자 노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상상도 못했고, 대학 시절에는 시간표를 잘못 짠 덕분에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 끼니를 거르기도 했는데 말이다.

요즘은 다르다. 혼자 밥을 먹었다고 당당하게 SNS에 인증샷을 남기고 혼자 밥먹기 좋은 식당 리스트와 후기들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인터넷에 등장한 ‘혼밥’ 레벨 테스트인터넷에 등장한 ‘혼밥’ 레벨 테스트


심지어 혼자 먹는 밥(혼밥) 레벨 테스트까지 등장했다. 1단계 편의점에서 시작해서 단계가 높아질수록 일반 음식점에서 패밀리 레스토랑, 술집과 고깃집으로 올라간다. 편의점에서는 간단한 컵라면이나 김밥 등을 간이 테이블에서 눈치 보지 않고 비교적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일반 식당이나 고깃집에서도 혼밥이 가능할까?

옛날 같으면 혼자 4인 테이블 차지한다고 쫓겨났을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1인 가구가 500만 명을 넘어선 데다가 바쁜 일상 때문에 혼자 밥을 먹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수도권 대학생과 직장인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하루 한 끼 정도 혼자 먹는 비율이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했다. 가정주부나 은퇴 후 노인 인구까지 더하면 혼밥족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신촌에 위치한 혼밥 전문 식당서울 신촌에 위치한 혼밥 전문 식당


오늘 열린(3일) '대한지역사회 영양학회' 하계 심포지엄에서는 '혼자 식사의 건강 위험 요인'에 대한 세션이 열렸다. 오유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사연구평가팀장은 혼자 식사할 때와 가족과 식사할 때의 식행태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혼자 먹을 때는 식사를 대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턴트 식품을 먹게 된다는 대답이 전체의 55% 이상을 차지했다. 주로 먹는 음식은 라면과 빵, 김밥, 샌드위치 순이었는데 대부분 단품 위주로 다양성이 떨어졌다. 고열량 음식이 대부분인데다가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가족식의 경우 밥과 고기, 찌개, 해산물, 중식 순이었다.

혼자 먹을 때 식사시간은 함께 먹을 때보다 짧았고 대부분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혼자 먹을 때 식사시간은 함께 먹을 때보다 짧았고 대부분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먹을 때 식사 시간은 5-15분이라는 대답이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먹을 때는 식사 시간이 더 길어져 15-30분 정도 걸린다는 대답이 절반이나 됐다. 혼자 먹을 때는 대화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본다(58.9%), 인터넷 등 스마트폰을 한다(26.1%)는 대답이 높게 나타났다.

식사시간이 짧아질수록 소화가 안 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건강상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빨리 먹을수록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성인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에 정신을 빼앗긴 채 먹다보면 뇌가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먹는 양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비만도가 증가하게 된다.

혼자 먹을 때 남은 음식을 배불러도 먹는다는 대답이 비만일수록 높게 나타났다혼자 먹을 때 남은 음식을 배불러도 먹는다는 대답이 비만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특히 원래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그룹(BMI 지수 23 이상)에서는 혼밥이 오히려 살이 더 찌게 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상 체중이거나 저체중 그룹에 비해 과체중/비만 그룹에서는 혼자 밥을 먹을 때 식사를 더 빨리하게 되고, 더 많이 먹는다는 대답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배가 불러도 음식이 남으면 더 먹게 된다는 대답은 '저체중군(20.5%)〈 정상 체중(26.2%)〈과체중군(37.5%)〈비만군(43.5%)' 순으로 증가했다.

함께하는 식사에서는 늘 일정한 양을 먹게 된다는 대답이 과반수인 것과 비교해 혼자 먹게 되면 '타인의 시선'이라는 강력한 식욕 억제 기제가 무너지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과체중과 비만 그룹에서는 혼밥으로 인한 비만 악화를 특히 경계해야 함을 보여준다.



1인 가구 증가와 도시화로 인한 혼밥을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혼밥족 증가로 편의점 매출이 급증했다고 하는데, 인스턴트 식품 위주가 아닌, 영양가가 풍부한 다품종 소량 식품 판매가 확대되야 한다. 또 혼자 먹게 되더라도 자신만의 영양 기준을 세워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급하게 후다닥 남을 의식하면서 또는 스마트폰을 쥔 채 먹지 말고 15분 이상 천천히 맛을 음미하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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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밥’ 하다 뚱뚱해진다?
    • 입력 2016-06-03 15:33:04
    취재K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쇼핑 하고, 혼자 술 먹기... 요즘 혼자 노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상상도 못했고, 대학 시절에는 시간표를 잘못 짠 덕분에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 끼니를 거르기도 했는데 말이다.

요즘은 다르다. 혼자 밥을 먹었다고 당당하게 SNS에 인증샷을 남기고 혼자 밥먹기 좋은 식당 리스트와 후기들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인터넷에 등장한 ‘혼밥’ 레벨 테스트

심지어 혼자 먹는 밥(혼밥) 레벨 테스트까지 등장했다. 1단계 편의점에서 시작해서 단계가 높아질수록 일반 음식점에서 패밀리 레스토랑, 술집과 고깃집으로 올라간다. 편의점에서는 간단한 컵라면이나 김밥 등을 간이 테이블에서 눈치 보지 않고 비교적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일반 식당이나 고깃집에서도 혼밥이 가능할까?

옛날 같으면 혼자 4인 테이블 차지한다고 쫓겨났을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1인 가구가 500만 명을 넘어선 데다가 바쁜 일상 때문에 혼자 밥을 먹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수도권 대학생과 직장인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하루 한 끼 정도 혼자 먹는 비율이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했다. 가정주부나 은퇴 후 노인 인구까지 더하면 혼밥족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신촌에 위치한 혼밥 전문 식당

오늘 열린(3일) '대한지역사회 영양학회' 하계 심포지엄에서는 '혼자 식사의 건강 위험 요인'에 대한 세션이 열렸다. 오유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사연구평가팀장은 혼자 식사할 때와 가족과 식사할 때의 식행태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혼자 먹을 때는 식사를 대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턴트 식품을 먹게 된다는 대답이 전체의 55% 이상을 차지했다. 주로 먹는 음식은 라면과 빵, 김밥, 샌드위치 순이었는데 대부분 단품 위주로 다양성이 떨어졌다. 고열량 음식이 대부분인데다가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가족식의 경우 밥과 고기, 찌개, 해산물, 중식 순이었다.

혼자 먹을 때 식사시간은 함께 먹을 때보다 짧았고 대부분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먹을 때 식사 시간은 5-15분이라는 대답이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먹을 때는 식사 시간이 더 길어져 15-30분 정도 걸린다는 대답이 절반이나 됐다. 혼자 먹을 때는 대화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본다(58.9%), 인터넷 등 스마트폰을 한다(26.1%)는 대답이 높게 나타났다.

식사시간이 짧아질수록 소화가 안 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건강상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빨리 먹을수록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성인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에 정신을 빼앗긴 채 먹다보면 뇌가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먹는 양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비만도가 증가하게 된다.

혼자 먹을 때 남은 음식을 배불러도 먹는다는 대답이 비만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특히 원래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그룹(BMI 지수 23 이상)에서는 혼밥이 오히려 살이 더 찌게 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상 체중이거나 저체중 그룹에 비해 과체중/비만 그룹에서는 혼자 밥을 먹을 때 식사를 더 빨리하게 되고, 더 많이 먹는다는 대답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배가 불러도 음식이 남으면 더 먹게 된다는 대답은 '저체중군(20.5%)〈 정상 체중(26.2%)〈과체중군(37.5%)〈비만군(43.5%)' 순으로 증가했다.

함께하는 식사에서는 늘 일정한 양을 먹게 된다는 대답이 과반수인 것과 비교해 혼자 먹게 되면 '타인의 시선'이라는 강력한 식욕 억제 기제가 무너지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과체중과 비만 그룹에서는 혼밥으로 인한 비만 악화를 특히 경계해야 함을 보여준다.



1인 가구 증가와 도시화로 인한 혼밥을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혼밥족 증가로 편의점 매출이 급증했다고 하는데, 인스턴트 식품 위주가 아닌, 영양가가 풍부한 다품종 소량 식품 판매가 확대되야 한다. 또 혼자 먹게 되더라도 자신만의 영양 기준을 세워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급하게 후다닥 남을 의식하면서 또는 스마트폰을 쥔 채 먹지 말고 15분 이상 천천히 맛을 음미하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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