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위험 커지는 지하주차장, 소방설비 기준은 제자리

입력 2016.06.0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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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들의 가연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지하주차장에서의 화재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나, 스프링클러 등 관련 소방시설에 대한 규제는 변화하지 않고 있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의 최명영·박서원 연구원은 '지하주차장의 화재안전기준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고찰'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의 주된 가연물인 자동차의 화재 하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연료가 제외된 차량의 화재 시 발열량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1980년대 이전 차량의 단위질량(1㎏)당 발열량은 3메가줄(MJ) 내외 수준이었지만, 1980년대 차량은 3.5~4MJ 수준으로 증가했다. 1990년대 차량의 경우 4.5MJ 이상까지 발열량이 올라갔다.

연구진은 "1980년대 이전 차량의 경우 범퍼와 대시보드 등 마감재를 철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경량화를 추구하고 디자인 요소가 많아져 합성수지 등 플라스틱 복합 재료를 많이 사용해 가연물량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면적이 좁아 주차장이 지하에 많이 설치돼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은 더 커진다.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지하주차장과 같이 차량이 밀집된 상황에서 열방출율을 측정하면 2.5배 이상 높은 수준의 열이 발생하게 된다. 아울러 지하층은 외부 공기의 공급이 부족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인 공간보다 유독가스 등이 많이 발생하고, 그만큼 피해도 커지게 된다.

최근 5년간 화재발생현황을 보면 연평균 4만2천925건의 화재가 발생하는데, 그 가운데 지하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4%인 1천721건이다. 그러나 지하층의 인명피해는 평균 153명으로 전체(2천108명)의 7%로 올라간다. 사망사고의 비율 역시 일반화재가 건당 0.66%이지만, 지하층에서는 1.03%로 커진다.

문제는 이렇게 지하주차장에서의 화재위험이 커지는 것과 달리, 스프링클러 설비의 설치 기준은 1982년 '소방시설의 설치유지 및 위험물 제조소 등의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제정된 이래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지하층에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된 특수건물 가운데 7천146곳을 분석한 결과, 92%인 6천542곳에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습식·건식 스프링클러보다 구조가 복잡해 화재 진압의 효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경우 약 88%의 건물에 습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연구진은 "지하주차장의 주된 가연물인 차량의 화재하중은 증가하고 있으나 주된 방호설비인 스프링클러 관련 기준은 큰 변화가 없다"며 "국내 지하주차장에 주로 적용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보다 신속히 동작이 되는 효과적 설비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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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재위험 커지는 지하주차장, 소방설비 기준은 제자리
    • 입력 2016-06-07 08:29:13
    경제
자동차들의 가연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지하주차장에서의 화재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나, 스프링클러 등 관련 소방시설에 대한 규제는 변화하지 않고 있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의 최명영·박서원 연구원은 '지하주차장의 화재안전기준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고찰'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의 주된 가연물인 자동차의 화재 하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연료가 제외된 차량의 화재 시 발열량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1980년대 이전 차량의 단위질량(1㎏)당 발열량은 3메가줄(MJ) 내외 수준이었지만, 1980년대 차량은 3.5~4MJ 수준으로 증가했다. 1990년대 차량의 경우 4.5MJ 이상까지 발열량이 올라갔다.

연구진은 "1980년대 이전 차량의 경우 범퍼와 대시보드 등 마감재를 철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경량화를 추구하고 디자인 요소가 많아져 합성수지 등 플라스틱 복합 재료를 많이 사용해 가연물량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면적이 좁아 주차장이 지하에 많이 설치돼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은 더 커진다.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지하주차장과 같이 차량이 밀집된 상황에서 열방출율을 측정하면 2.5배 이상 높은 수준의 열이 발생하게 된다. 아울러 지하층은 외부 공기의 공급이 부족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인 공간보다 유독가스 등이 많이 발생하고, 그만큼 피해도 커지게 된다.

최근 5년간 화재발생현황을 보면 연평균 4만2천925건의 화재가 발생하는데, 그 가운데 지하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4%인 1천721건이다. 그러나 지하층의 인명피해는 평균 153명으로 전체(2천108명)의 7%로 올라간다. 사망사고의 비율 역시 일반화재가 건당 0.66%이지만, 지하층에서는 1.03%로 커진다.

문제는 이렇게 지하주차장에서의 화재위험이 커지는 것과 달리, 스프링클러 설비의 설치 기준은 1982년 '소방시설의 설치유지 및 위험물 제조소 등의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제정된 이래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지하층에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된 특수건물 가운데 7천146곳을 분석한 결과, 92%인 6천542곳에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습식·건식 스프링클러보다 구조가 복잡해 화재 진압의 효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경우 약 88%의 건물에 습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연구진은 "지하주차장의 주된 가연물인 차량의 화재하중은 증가하고 있으나 주된 방호설비인 스프링클러 관련 기준은 큰 변화가 없다"며 "국내 지하주차장에 주로 적용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보다 신속히 동작이 되는 효과적 설비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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