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특집] 잊지 못할 마지막 장면 Best 5

입력 2016.06.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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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아나운서: 만물이 소생하는 5월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아쉬운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요. 무비부비가 6월 오늘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평론가. 어떡합니까. 저희!

최광희 평론가: 어쩔 수 없죠. 유시유종(有始有終),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강승화: 영욕의 세월을 견디셨잖아요. 눈물을 흘린다든지 이런 거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최광희: 2년 했어요. 제가 하는 동안 벌써 PD가 세 명이 왔다갔고요. 작가 두 분이 왔다갔고 MC도 두 분이 왔다갔어요. 꿋꿋이 그 세월 동안 제가 이 자리를 지켰는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거고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시작이 있는 거니까. 그런 뭐 그다지 개의치 않습니다. 아쉬움은 물론 있죠.

강승화: 오늘 마지막 방송의 주제는 뭔가요?

최광희: 오늘 마지막이니만큼 영화사에 빛나는 ‘베스트 엔딩 신’을 골라봤습니다. 워낙 엔딩 신이 훌륭한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뽑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너무 멀리 있는 작품들은 일단 제외하고, 9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고 영화적으로도 상당히 평가할 만한 엔딩 신 다섯 편을 골라봤습니다.

강승화: 자, 그럼 최광희 평론가가 꼽은 베스트 엔딩 신! 첫 번째는요?

| 유주얼 서스펙트 : 범죄영화의 고전이 된 충격적 반전

최광희: 첫 번째로 제가 꼽은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1996)>되겠습니다. 영화의 발단은 한 부둣가에서 벌어진, 굉장히 많은 사람이 죽은 사건입니다. 거기서 유일하게 생존한 버벌(Verbal)이라는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데요. 이 사람이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왔는가에 대해서 회고를 하는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6개월 전에 총기 탈환 사건이 발생해요. 총기 탈환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5명을 불러서 취조를 하는데, 딱히 누가 범인이라고 하는 것을 찾아내지 못해요. 그러면서 계속 이들이 또 다른 범죄를 실행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카이저 소제(Keyser Soze)라고 하는 베일에 싸인 인물의 조종에 의해서 이들이 부둣가 총격 난사 사건에 동원되는 과정이 보여집니다. 과연 ‘카이저 소제는 누구인가,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라고 하는 의문 부호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쭉 미스터리로 가다가 결국 맨 마지막에 오늘의 엔딩 신이라고 하는 충격적인 반전 신이 있는 거죠.

강승화: 저는 이거는 무조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

최광희: 옛날 생각나는데 <유주얼 서스펙트>가 극장에서 상영했을 당시에 개봉관에서 이 영화를 보려고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는데, 이렇게 먼저 보고 나온 사람이 ‘범인은 누구다!’소리 지르고 도망갔던 그런 일화가 있는 아주 유명한 작품이죠.
버벌이 절뚝거리며 걷다가 정상적으로 걷게 되면서 그동안 버벌이 했던 얘기가 거짓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단 한 장면으로 이 감독은 경찰도 속였지만, 관객들까지 완벽하게 속입니다.

강승화: 아마 ‘반전‘하면 뭐 누구든지 이 영화를 일 순위로 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최광희: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영화는 이후에 한국 범죄영화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이 <유주얼 서스펙트>가 상당히 모범적으로 보여줬고, 실제로 우리에게 정말 멋진 반전을 선사하는 작품들은 드문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영화가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가를 우리가 확인할 수가 있는 거죠.
첫 번째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였고요. 최광희 평론가가 꼽은 베스트 엔딩 신 두 번째 영화는요?

| 시네마 천국 : 꿈을 키워준 친구의 마지막 선물

최광희: 네 많은 분이 90년대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지으셨을 겁니다. 바로 알프레도(Alfredo) 아저씨와 토토(Toto)의 우정 이야기!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 되겠습니다.

강승화: <시네마 천국> 제가 이 영화 덕분에 결혼했잖아요!

최광희: 어떤 사연이 있나요?

강승화: 저희 아내랑 첫 데이트를 이 영화 보면서 시작을 했어요.

최광희: 알프레도 아저씨와 토토 간의 우정! 알프레도 아저씨가 동네 작은 극장의 영사기사죠. 토토가 놀만 한 곳은 결국 알프레도 아저씨의 작은 영사실밖에 없어요. 늘 방과 후에는 영사기를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영화들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잖아요.
어떻게 보면 토토가 결국은 영화감독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분이 알프레도 아저씨죠. 근데 이 알프레도 아저씨가 돌아가시죠. 돌아가셔서 토토가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어서 알프레도 아저씨의 극장에 뒤늦게 찾아옵니다. 그랬더니 거기서 알프레도 아저씨가 토토가 돌아오면 보여주라고 했던, 마지막 선물이 있었어요. 그 선물이 뭐냐면 바로 잘린 키스 신을 전부 다 모아놓은 그런 몽타주 필름이었습니다.

강승화: 그 장면 지금 보시죠!

최광희: 어린 나이에는 사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었던, 검열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진한 키스 신들을 전부 다 모아놓아서 네가 어른이 되면 보라고 했던 알프레도 아저씨의 숨겨진 진정성이랄까요. 애정 이런 것들이 그 화면을 통해서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에 토토는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고 더불어 토토에게 감정 이입된 관객들도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명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강승화: 저는 이 엔딩 장면을 지금의 제 아내와 보면서 연애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 장면을 함께 본 남녀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최광희: 심장 속으로 삭~ 스며드는 그런 감동을 함께 나눈 사이라면 그것을 기화로 일종의 남녀 간의 화학작용이 일어나게 되죠.

| 폭풍 속으로 : 자연과의 대결과 초월 의지

강승화: 그러면 최광희 평론가가 꼽은 세 번째 베스트 엔딩 신은 어떤 영화인가요?

최광희: 캐스린 비글로우 (Kathryn Bigelow)가 90년대에 만든 범죄 수사물입니다. <폭풍 속으로(Point Break, 1991)>.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하고 고인이 된 패트릭 스웨이지(Patrick Swayze)가 나오죠. 키아누 리브스는 FBI 출신의 형사인 존(Johnny Utah) 그리고 패트릭 스웨이지는 보디(Bodhi)라고 하는 갱단의 두목입니다. 근데 이제 존이 수사하는 와중에 이들 갱단이 서핑을 즐긴다는 걸 알게 되고 일부러 서핑단에 가입을 하게 돼요.
사실 그렇게 들어가서 보니까 패트릭 스웨이지가 연기한 보디라는 인물이 굉장히 카리스마 넘치고 같은 남자가 봐도 너무 멋있는 거예요. 그래서 키아누 리브스는 저 사람이 범인이기 때문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와중에 이미 우정이 싹튼 거죠. 우정은 바로 서핑이라고 하는 것을 매개로 하고 있는 겁니다. 오늘 보여 드릴 엔딩 신은 격투 끝에 패트릭 스웨이지를 검거하기 직전에, 패트릭 스웨이지가 키아누 리브스한테 그 엄청난 해일을 보면서 딱 던지는 말이 있습니다.

강승화: 보시죠!

최광희: 이미 함께 서핑을 했던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서퍼의 욕망이 무엇인지 이해한다는 거예요. 나라도 저런 정말 집채만 한 파도는 한번 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어떤 인간의 도전정신 이런 것들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결국은 놔주게 되고 폭풍 속으로 서핑 보드를 타고 이제 사라져버립니다. 근데 그 정도 크기의 폭풍이라면 사람이 죽어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엔딩 신이 자신의 열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극적으로 보여준 그런 한 장면이었다고 평가를 합니다.

| 인셉션 : 영웅 서사를 뛰어넘은 열린 결말

강승화: 최광희 평론가가 뽑은 베스트 엔딩 신, 네 번째 영화는요?

최광희: 네 번째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놀라운 SF영화 <인셉션(Inception, 2010)>입니다. <인셉션>이란 영화는 디캐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사람의 꿈 속에 들어가서 그 사람의 무의식을 조작하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 의뢰를 받고 기업가의 꿈 속에 들어가죠. 꿈 속에 들어갔는데 그 꿈 속에서 뭔가 해결이 되지 않으니까 다시 꿈 속의 꿈으로 들어가고 해서 삼중 꿈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그런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자신의 트라우마도 맞닥뜨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엔딩 신이 얼마나 의미심장하냐면요, 여기서부터 영화 수업 들어갑니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기본적으로 신화성에 기반을 두고 있거든요. 영웅이 보통 세상에서 특별한 세상으로 넘어가서 온갖 시련을 겪은 뒤에 귀환하는 과정이 바로 그 신화적 스토리텔링이거든요. 영화 <인셉션>도 마찬가지로 그런 신화성을 띠고 있어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라는 영웅이 모험을 떠나죠. 바로 기업가의 꿈 속으로 들어가는 거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시련을 겪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귀환하게 되는 게 신화적인 틀에 충실한 건데, 귀환을 했느냐 안 했느냐 이거를 바로 이 팽이가 알려준다는 거죠. 팽이가 서면 귀환을 한 거죠. 현실 세계인 거죠. 팽이가 계속 돌면 아직 꿈속에 있는 겁니다.

강승화: <인셉션>. 전 아직도 이 엔딩 장면이 그 너무 궁금해요. 논란이 분분하잖아요. 팽이가 쓰러졌느냐, 아직도 돌고 있느냐!

최광희: 과연 현실로 돌아왔느냐 돌아오지 않았느냐를 모호하게 처리해버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화적 틀을 살짝 뒤트는 결말이 관객들로 하여금 오히려 모골이 송연하게 되는 ‘굉장히 신선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면서 영화의 여운을 극장 밖으로 길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역동성을 준다는 얘기죠.

| 밀양 : 희망을 상징하는 한 조각 햇빛의 여운

강승화: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무비부비 마지막 방송, 최광희 평론가가 뽑은 베스트 엔딩 신 마지막 영화는 뭔가요?

최광희: 우리 영화도 한 편!

강승화: 네, 우리 영화는 안 나와서...

최광희: 한국 영화에도 멋진 엔딩 신이 많은데요. 저는 이 영화의 엔딩 신을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습니다. 바로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입니다. 전도연 씨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바로 그 작품! 이 영화는 기둥 줄거리가 밀양이라고 하는 작은 도시로 남편을 잃고 어린 아들과 함께 와서 새로운 삶을 꿈꾸려고 하는 한 여자 이야기잖아요. 근데 여기에서 카센터 사장을 하는 송강호 씨가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러는 와중에 아이가 유괴되어서 살해당하잖아요.

전도연 씨가 그것 때문에 온갖 고통에 싸여서 결국은 종교에도 귀의해서 거기서 안식을 찾아보려고 노력을 하는데, 결국 그러지 못하고 절망의 나락 속에 빠지게 되면서 이제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전도연 씨가 어떤 삶의 희망을 완전히 찾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는 상태에서 약간 어정쩡한 국면에서 끝이 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이 영화의 엔딩신입니다. 엔딩신은 바로 송강호 씨가 이 전도연 씨 집의 앞마당에서 머리를 잘라주는 신입니다.
이 장면 하나만 가지고 ‘뭐가 이게 멋진 엔딩신이냐’ 말씀하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잘 보세요. 카메라가 틸트다운(tiltdown, 카메라를 수직으로 밑을 향하여 움직이면서 촬영하는 기법) 하면서 어디를 비춥니까. 바로 앞마당을 비춥니다. 그럼 ‘저길 왜 비추지?’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제목이 뭡니까?

강승화: <밀양>

최광희: 밀양(密陽)이 무슨 뜻입니까. ‘숨겨진 햇빛’, 앞마당을 바라봤을 때 우리는 그 앞마당이 지저분하다고 보지만, 그 정원을 비추고 있는 햇빛은 보지 못한다는 거죠. 햇빛이 있기 때문에 그게 보이는 거죠. 역설적으로 보면 인간이 가진 고통도 결국은 햇빛이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그 빛을 봐라 라는 얘기죠. 그건 어떻게 보면 이창동 감독이 슬쩍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죠. 이 여주인공인 전도연이 희망 어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모종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거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철학적이고 심오한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그 한 장면에 틸트다운해서 마당을 비추는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강승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베스트 엔딩신 다섯 작품 꼽아주셨는데 무비부비 오늘 마지막 촬영이잖아요.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최광희: 공중파를 비롯한 케이블 TV까지 여러 방송에 영화 프로그램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비평을 들려주는 방송은 없는 게 유감스럽습니다. 그런 마당에 KBS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시청자들을 만났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평론가로서 발언의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을 합니다.

강승화: 앞으로도 평론가로서 솔직하고 정확한 그리고 또 심도 있는 평론 부탁하겠고요. 무비부비도 시즌2로 끝이 나지만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시즌3로 화려하게 귀환을 할 수도 있겠죠?

최광희: 그러길 기대합니다.

강승화: 저도 기대하고요. 지금까지 저희 무비부비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 드리면서 저희 방송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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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영 특집] 잊지 못할 마지막 장면 Best 5
    • 입력 2016-06-07 20:10:10
    무비부비2
강승화 아나운서: 만물이 소생하는 5월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아쉬운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요. 무비부비가 6월 오늘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평론가. 어떡합니까. 저희!

최광희 평론가: 어쩔 수 없죠. 유시유종(有始有終),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강승화: 영욕의 세월을 견디셨잖아요. 눈물을 흘린다든지 이런 거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최광희: 2년 했어요. 제가 하는 동안 벌써 PD가 세 명이 왔다갔고요. 작가 두 분이 왔다갔고 MC도 두 분이 왔다갔어요. 꿋꿋이 그 세월 동안 제가 이 자리를 지켰는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거고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시작이 있는 거니까. 그런 뭐 그다지 개의치 않습니다. 아쉬움은 물론 있죠.

강승화: 오늘 마지막 방송의 주제는 뭔가요?

최광희: 오늘 마지막이니만큼 영화사에 빛나는 ‘베스트 엔딩 신’을 골라봤습니다. 워낙 엔딩 신이 훌륭한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뽑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너무 멀리 있는 작품들은 일단 제외하고, 9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고 영화적으로도 상당히 평가할 만한 엔딩 신 다섯 편을 골라봤습니다.

강승화: 자, 그럼 최광희 평론가가 꼽은 베스트 엔딩 신! 첫 번째는요?

| 유주얼 서스펙트 : 범죄영화의 고전이 된 충격적 반전

최광희: 첫 번째로 제가 꼽은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1996)>되겠습니다. 영화의 발단은 한 부둣가에서 벌어진, 굉장히 많은 사람이 죽은 사건입니다. 거기서 유일하게 생존한 버벌(Verbal)이라는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데요. 이 사람이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왔는가에 대해서 회고를 하는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6개월 전에 총기 탈환 사건이 발생해요. 총기 탈환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5명을 불러서 취조를 하는데, 딱히 누가 범인이라고 하는 것을 찾아내지 못해요. 그러면서 계속 이들이 또 다른 범죄를 실행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카이저 소제(Keyser Soze)라고 하는 베일에 싸인 인물의 조종에 의해서 이들이 부둣가 총격 난사 사건에 동원되는 과정이 보여집니다. 과연 ‘카이저 소제는 누구인가,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라고 하는 의문 부호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쭉 미스터리로 가다가 결국 맨 마지막에 오늘의 엔딩 신이라고 하는 충격적인 반전 신이 있는 거죠.

강승화: 저는 이거는 무조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

최광희: 옛날 생각나는데 <유주얼 서스펙트>가 극장에서 상영했을 당시에 개봉관에서 이 영화를 보려고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는데, 이렇게 먼저 보고 나온 사람이 ‘범인은 누구다!’소리 지르고 도망갔던 그런 일화가 있는 아주 유명한 작품이죠.
버벌이 절뚝거리며 걷다가 정상적으로 걷게 되면서 그동안 버벌이 했던 얘기가 거짓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단 한 장면으로 이 감독은 경찰도 속였지만, 관객들까지 완벽하게 속입니다.

강승화: 아마 ‘반전‘하면 뭐 누구든지 이 영화를 일 순위로 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최광희: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영화는 이후에 한국 범죄영화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이 <유주얼 서스펙트>가 상당히 모범적으로 보여줬고, 실제로 우리에게 정말 멋진 반전을 선사하는 작품들은 드문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영화가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가를 우리가 확인할 수가 있는 거죠.
첫 번째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였고요. 최광희 평론가가 꼽은 베스트 엔딩 신 두 번째 영화는요?

| 시네마 천국 : 꿈을 키워준 친구의 마지막 선물

최광희: 네 많은 분이 90년대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지으셨을 겁니다. 바로 알프레도(Alfredo) 아저씨와 토토(Toto)의 우정 이야기!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 되겠습니다.

강승화: <시네마 천국> 제가 이 영화 덕분에 결혼했잖아요!

최광희: 어떤 사연이 있나요?

강승화: 저희 아내랑 첫 데이트를 이 영화 보면서 시작을 했어요.

최광희: 알프레도 아저씨와 토토 간의 우정! 알프레도 아저씨가 동네 작은 극장의 영사기사죠. 토토가 놀만 한 곳은 결국 알프레도 아저씨의 작은 영사실밖에 없어요. 늘 방과 후에는 영사기를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영화들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잖아요.
어떻게 보면 토토가 결국은 영화감독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분이 알프레도 아저씨죠. 근데 이 알프레도 아저씨가 돌아가시죠. 돌아가셔서 토토가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어서 알프레도 아저씨의 극장에 뒤늦게 찾아옵니다. 그랬더니 거기서 알프레도 아저씨가 토토가 돌아오면 보여주라고 했던, 마지막 선물이 있었어요. 그 선물이 뭐냐면 바로 잘린 키스 신을 전부 다 모아놓은 그런 몽타주 필름이었습니다.

강승화: 그 장면 지금 보시죠!

최광희: 어린 나이에는 사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었던, 검열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진한 키스 신들을 전부 다 모아놓아서 네가 어른이 되면 보라고 했던 알프레도 아저씨의 숨겨진 진정성이랄까요. 애정 이런 것들이 그 화면을 통해서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에 토토는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고 더불어 토토에게 감정 이입된 관객들도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명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강승화: 저는 이 엔딩 장면을 지금의 제 아내와 보면서 연애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 장면을 함께 본 남녀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최광희: 심장 속으로 삭~ 스며드는 그런 감동을 함께 나눈 사이라면 그것을 기화로 일종의 남녀 간의 화학작용이 일어나게 되죠.

| 폭풍 속으로 : 자연과의 대결과 초월 의지

강승화: 그러면 최광희 평론가가 꼽은 세 번째 베스트 엔딩 신은 어떤 영화인가요?

최광희: 캐스린 비글로우 (Kathryn Bigelow)가 90년대에 만든 범죄 수사물입니다. <폭풍 속으로(Point Break, 1991)>.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하고 고인이 된 패트릭 스웨이지(Patrick Swayze)가 나오죠. 키아누 리브스는 FBI 출신의 형사인 존(Johnny Utah) 그리고 패트릭 스웨이지는 보디(Bodhi)라고 하는 갱단의 두목입니다. 근데 이제 존이 수사하는 와중에 이들 갱단이 서핑을 즐긴다는 걸 알게 되고 일부러 서핑단에 가입을 하게 돼요.
사실 그렇게 들어가서 보니까 패트릭 스웨이지가 연기한 보디라는 인물이 굉장히 카리스마 넘치고 같은 남자가 봐도 너무 멋있는 거예요. 그래서 키아누 리브스는 저 사람이 범인이기 때문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와중에 이미 우정이 싹튼 거죠. 우정은 바로 서핑이라고 하는 것을 매개로 하고 있는 겁니다. 오늘 보여 드릴 엔딩 신은 격투 끝에 패트릭 스웨이지를 검거하기 직전에, 패트릭 스웨이지가 키아누 리브스한테 그 엄청난 해일을 보면서 딱 던지는 말이 있습니다.

강승화: 보시죠!

최광희: 이미 함께 서핑을 했던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서퍼의 욕망이 무엇인지 이해한다는 거예요. 나라도 저런 정말 집채만 한 파도는 한번 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어떤 인간의 도전정신 이런 것들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결국은 놔주게 되고 폭풍 속으로 서핑 보드를 타고 이제 사라져버립니다. 근데 그 정도 크기의 폭풍이라면 사람이 죽어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엔딩 신이 자신의 열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극적으로 보여준 그런 한 장면이었다고 평가를 합니다.

| 인셉션 : 영웅 서사를 뛰어넘은 열린 결말

강승화: 최광희 평론가가 뽑은 베스트 엔딩 신, 네 번째 영화는요?

최광희: 네 번째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놀라운 SF영화 <인셉션(Inception, 2010)>입니다. <인셉션>이란 영화는 디캐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사람의 꿈 속에 들어가서 그 사람의 무의식을 조작하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 의뢰를 받고 기업가의 꿈 속에 들어가죠. 꿈 속에 들어갔는데 그 꿈 속에서 뭔가 해결이 되지 않으니까 다시 꿈 속의 꿈으로 들어가고 해서 삼중 꿈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그런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자신의 트라우마도 맞닥뜨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엔딩 신이 얼마나 의미심장하냐면요, 여기서부터 영화 수업 들어갑니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기본적으로 신화성에 기반을 두고 있거든요. 영웅이 보통 세상에서 특별한 세상으로 넘어가서 온갖 시련을 겪은 뒤에 귀환하는 과정이 바로 그 신화적 스토리텔링이거든요. 영화 <인셉션>도 마찬가지로 그런 신화성을 띠고 있어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라는 영웅이 모험을 떠나죠. 바로 기업가의 꿈 속으로 들어가는 거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시련을 겪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귀환하게 되는 게 신화적인 틀에 충실한 건데, 귀환을 했느냐 안 했느냐 이거를 바로 이 팽이가 알려준다는 거죠. 팽이가 서면 귀환을 한 거죠. 현실 세계인 거죠. 팽이가 계속 돌면 아직 꿈속에 있는 겁니다.

강승화: <인셉션>. 전 아직도 이 엔딩 장면이 그 너무 궁금해요. 논란이 분분하잖아요. 팽이가 쓰러졌느냐, 아직도 돌고 있느냐!

최광희: 과연 현실로 돌아왔느냐 돌아오지 않았느냐를 모호하게 처리해버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화적 틀을 살짝 뒤트는 결말이 관객들로 하여금 오히려 모골이 송연하게 되는 ‘굉장히 신선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면서 영화의 여운을 극장 밖으로 길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역동성을 준다는 얘기죠.

| 밀양 : 희망을 상징하는 한 조각 햇빛의 여운

강승화: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무비부비 마지막 방송, 최광희 평론가가 뽑은 베스트 엔딩 신 마지막 영화는 뭔가요?

최광희: 우리 영화도 한 편!

강승화: 네, 우리 영화는 안 나와서...

최광희: 한국 영화에도 멋진 엔딩 신이 많은데요. 저는 이 영화의 엔딩 신을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습니다. 바로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입니다. 전도연 씨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바로 그 작품! 이 영화는 기둥 줄거리가 밀양이라고 하는 작은 도시로 남편을 잃고 어린 아들과 함께 와서 새로운 삶을 꿈꾸려고 하는 한 여자 이야기잖아요. 근데 여기에서 카센터 사장을 하는 송강호 씨가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러는 와중에 아이가 유괴되어서 살해당하잖아요.

전도연 씨가 그것 때문에 온갖 고통에 싸여서 결국은 종교에도 귀의해서 거기서 안식을 찾아보려고 노력을 하는데, 결국 그러지 못하고 절망의 나락 속에 빠지게 되면서 이제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전도연 씨가 어떤 삶의 희망을 완전히 찾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는 상태에서 약간 어정쩡한 국면에서 끝이 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이 영화의 엔딩신입니다. 엔딩신은 바로 송강호 씨가 이 전도연 씨 집의 앞마당에서 머리를 잘라주는 신입니다.
이 장면 하나만 가지고 ‘뭐가 이게 멋진 엔딩신이냐’ 말씀하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잘 보세요. 카메라가 틸트다운(tiltdown, 카메라를 수직으로 밑을 향하여 움직이면서 촬영하는 기법) 하면서 어디를 비춥니까. 바로 앞마당을 비춥니다. 그럼 ‘저길 왜 비추지?’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제목이 뭡니까?

강승화: <밀양>

최광희: 밀양(密陽)이 무슨 뜻입니까. ‘숨겨진 햇빛’, 앞마당을 바라봤을 때 우리는 그 앞마당이 지저분하다고 보지만, 그 정원을 비추고 있는 햇빛은 보지 못한다는 거죠. 햇빛이 있기 때문에 그게 보이는 거죠. 역설적으로 보면 인간이 가진 고통도 결국은 햇빛이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그 빛을 봐라 라는 얘기죠. 그건 어떻게 보면 이창동 감독이 슬쩍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죠. 이 여주인공인 전도연이 희망 어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모종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거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철학적이고 심오한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그 한 장면에 틸트다운해서 마당을 비추는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강승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베스트 엔딩신 다섯 작품 꼽아주셨는데 무비부비 오늘 마지막 촬영이잖아요.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최광희: 공중파를 비롯한 케이블 TV까지 여러 방송에 영화 프로그램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비평을 들려주는 방송은 없는 게 유감스럽습니다. 그런 마당에 KBS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시청자들을 만났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평론가로서 발언의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을 합니다.

강승화: 앞으로도 평론가로서 솔직하고 정확한 그리고 또 심도 있는 평론 부탁하겠고요. 무비부비도 시즌2로 끝이 나지만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시즌3로 화려하게 귀환을 할 수도 있겠죠?

최광희: 그러길 기대합니다.

강승화: 저도 기대하고요. 지금까지 저희 무비부비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 드리면서 저희 방송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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