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만 110여 채…변호사 수임료 얼마길래

입력 2016.06.08 (17: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집 한 채도 사기 어려운 세상에 오피스텔을 110여 채나 사들인 남자가 있습니다.

2013년에서는 1년 동안 91억을 벌어 우리나라에서 15번째로 개인 소득이 높은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기업 회장 얘기냐고요? 아닙니다. 변호사 1명의 수입입니다.



이 '대단한' 남자는 바로 홍만표 변호사입니다. 그는 재직 시절 전 대통령들이 연루된 각종 사건에 거의 다 참여했을 만큼 인정받는 정통 특수부 검사였습니다. 그는 2011년 검사장 직책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났고, 변호사로 개업했습니다. 이른바 '전관 변호사'입니다.



잘 나가던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정운호 게이트'로 불리는 법조비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화장품 회사 '네이처 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수사 과정에서 홍 변호사가 검찰 관계자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3억 원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변호사 활동 5년 만에 후배 검사들에게 수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한 셈입니다. 홍만표 변호사는 "외압을 행사한 적 없다.정당한 활동 범위 안에서 변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 이후 수임료 수십억 원에 대한 세금 신고를 빠뜨려 10억여 원을 탈세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홍만표 변호사는 소득 신고 누락 의혹분을 빼고도 개업 3개월 만에 24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 이사는 "서초동에서 홍만표 변호사 같은 경우는 3억원짜리 이하 사건은 수임 안 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관'이 뭐길래

의뢰자들은 전관 출신 변호사가 그들이 몸담았던 조직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그래서 전관도 출신에 따라 의뢰 목적이 다릅니다.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는 주로 수사 무마나 축소를 기대할 때 주로 찾는다고 합니다. 익명의 변호사는 "형량이 큰 혐의와 사소한 혐의를 두고 협상도 이뤄진다. '작은 건 인정할 테니 큰 죄를 날려달라'고 협상이 들어오면 검사 입장에서 다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습니다.

판사 경력 10년의 방희선 변호사는 "검찰은 공판처럼 열리는 게 아니라 주임 검사가 처리하고 결정하면 끝난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사 출신 전관은 수사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에 이를 '흐지부지' 만들기에 유리하다는 거겠죠.



법조 비리 '종합 세트'인 '정운호 게이트'에서 사례를 찾아볼까요?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 정운호 씨는, 지난 2014년 300억 원대 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무혐의, 이때 사건을 맡은 이가 검사장 출신 전관 홍만표 변호사입니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 이사는 "정운호 대표의 경우, 도박 혐의가 있고, 회사 돈을 빼냈을 가능성이 많아 회사와 자택을 압수 수색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걸 모두 생략하고 기소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찾는다는 말과 딱 들어맞습니다.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는 보석과 구속 집행정지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감형과 집행 유예를 기대할 때 주로 찾는다고 합니다.

익명의 법조인은 "증인이 오랜 시간 증언을 해도 재판부가 '믿기 어렵다' 한마디로 배척할 수도 있고, 어떤 증언을 굉장히 신빙성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재판부의 해석에 따라 형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방희선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A판사, B판사, C판사가 같은 사건에 다른 형량을 주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형을 줄이고 싶을 때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에게는 사건을 의뢰하는 것입니다.

100억 대 도박 혐의로 구속된 정운호 대표, 이번엔 판사 출신 전관 최유정 변호사가 변론을 맡습니다. 최 변호사는 보석과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재판부와 교제나 청탁을 한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와 투자자문사 대표로부터 각각 50억 원씩의 수임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 때문에 사실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거액의 재산 관련 소송이나 해외 도박, 마약같이 피해자가 특별히 없는 사건 피의자들이 주로 전관 변호사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주로 뇌물 사건, 횡령 사건, 배임 사건이 전관을 많이 찾는다. 전관을 선임하면 형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임료,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정운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법조계에는 부장급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경우 형사 사건 건당 착수금은 5,000 만 원에서 1억 원. 성공 보수금은 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대법관과 검사장 출신은 수임 때 5,000만 원∼2억 원 정도, 성공보수로는 4∼5억 원을 챙기기도 합니다.

고위직이 아닌 판·검사 출신도 형사 사건 1건당 대략 3,000만 원의 수임료를 받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을 받는 일반 변호사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설문조사 결과 일반 변호사들의 경우 월 소득이 '400만에서 5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에 9%는 월 소득 300만 원도 넘지 못합니다.



강신업 변호사는 "상당히 영향력 있는 전관들은 일반 변호사보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높지 않은 전관이라도 일반 변호사보다는 최소한 3~4배는 더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개업 후 16개월 동안 월 평균 6억 8,000만 원을 번 홍만표 변호사와 변론 2건에 100억 원을 받은 최유정 변호사의 수임료는 '이 동네'를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들조차 깜짝 놀란 금액입니다.

방희선 변호사는 "우리가 알기에는 한 1억, 2억 받았다면 전관으로써 큰 건을 맡아 '세게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 사례는 천문학적인 숫자라서 법조인들도 입이 딱 벌어졌다"며 놀랐습니다.

정운호 대표 사건 외에도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부부 사건, 강덕수 전 STX 그룹 회장 사건,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김광진 회장 사건 등. 홍 변호사는 주로 기업 총수 일가나 저축은행 부패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여러 건 수임했고 일부는 선임계조차 내지 않고 거액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본인과 가족 명의로 오피스텔을 사들였습니다.



또 본인이 지분 투자를 한 부동산 관리 업체를 통해서도 오피스텔을 구입하고 위탁 관리를 맡겨 임대 소득도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사들인 오피스텔만 모두 110여 채, 검사 시절인 2010년 재산 신고액 13억 원에 그쳤던 그는 5년이 채 안되는 기간 수백억 원대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판을 짜는 사람' 법조 브로커

전관 변호사와 의뢰인의 거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바로 법조 브로커입니다.

정운호 대표 사건과 관련해서도 정 대표를 홍만표 변호사에게 소개해주고, A 판사와 만나 저녁 식사를 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한 브로커 이 모 씨가 있었습니다. 이 씨와 저녁을 먹은 것으로 알려진 A 부장 판사는 로비 의혹을 부인했지만 지난달 사표를 냈습니다.

과거에는 '사건 브로커'가 일반적으로 전관이나 유명 변호사 사무실에 적을 두고, 변호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사건을 유치해왔습니다. '우리 변호사님이 무슨 출신이고 판사, 검사하고 친하다. 우리 변호사님을 선임하면 쉽게 보석으로 나올 거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브로커들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직접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 의뢰인들을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이들은 보통 경찰이나 검찰, 법원 직원 출신으로 법조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평소 공을 들여 인맥을 쌓아놓습니다.

변호사 C 씨는 "브로커들이 옛 동료,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돈을 내주면서 친분을 쌓는다. 사적인 모임인 줄 알고 나간 현직 판·검사들이 여기서 처음 엮이고, 이후 따로 만남을 요청하는데 연락받는 사람 입장에선 로비 목적인지 개인적인 만남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실태를 전했습니다.

이런 거물 브로커들은 주로 큰 돈이 되는 사건을 연결해 주고 30%가량의 수수료를 챙깁니다. 자신이 수임료와 성공 수당 등을 책정하기도 한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방희선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의 경우 브로커 이 씨는 정운호 재판을 맡은 재판장을 따로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브로커들은 전관 변호사의 사건을 소개해준다. 그러면 변호사들이 오히려 그렇게 큰 유통량을 가진 사람과 공생하면서 맞춰나간다"고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전관 앞에 작아지는 '막변'

로스쿨을 졸업하고 2년 전에 개업한 한 새내기 변호사 박 모 씨. 사무실을 열면서부터, 평소 알지 못했던 변호사로부터 개업을 알리는 카드가 계속 날아왔습니다. 모두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개업을 알리는 카드. 박 씨는 "'그동안 베풀어주신 사랑에 깊이 감사드리며'라는 카드를 일면식도 없는 내게 왜 보내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말합니다.

그의 궁금증은 금방 풀렸습니다. 박 변호사는 "다른 선배 변호사들한테 물어봤더니 앞으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필요한 사건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취지라고 하더라. 이제는 그 카드의 정체를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런 사건은 전관 변호사가 개입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도 법리적 주장은 자신 있지만, 나에게 없는 힘이 있으니까" 라며 전관들의 영향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래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일반 변호사들을 상대로 일종의 '마케팅'을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판사나 검사 출신이 아닌 '연줄 없는' 변호사들을 법조계에서는 '막변'이라고 부릅니다. 법조계에서는 우리 변호사 시장이 잘 나가는 소수의 전관과 적은 돈을 받고 실무에 시달리는 소위 막변들로 점차 양극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전관에게 필요한 사건들을 넘기고 암암리에 모종의 사례비를 받기도 한다. 실무는 일선 변호사가 하고 전관은 중요한 재판에서 출정이나 전화를 돌리며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언제까지 '전관 폐해'?

전관의 폐해가 계속되면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퇴직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을 원천 차단하는 '평생 판·검사제'를 입법 청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면서 변호사 수임료 상한액을 설정하고 '보수표'를 정하자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국민이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도록 기소 과정에서도 배심제를 도입하고 국민 참여 재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미덥지 못한 것은 왜일까요. 아마 실패의 경험들 때문이겠죠. 계속 반복되는 전관 폐해와 되풀이되는 실효성 없는 대책. 이 악순환을 벗어나 전관 폐해 뉴스를 듣지 않을 날이 올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오피스텔만 110여 채…변호사 수임료 얼마길래
    • 입력 2016-06-08 17:10:39
    취재K
집 한 채도 사기 어려운 세상에 오피스텔을 110여 채나 사들인 남자가 있습니다.

2013년에서는 1년 동안 91억을 벌어 우리나라에서 15번째로 개인 소득이 높은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기업 회장 얘기냐고요? 아닙니다. 변호사 1명의 수입입니다.



이 '대단한' 남자는 바로 홍만표 변호사입니다. 그는 재직 시절 전 대통령들이 연루된 각종 사건에 거의 다 참여했을 만큼 인정받는 정통 특수부 검사였습니다. 그는 2011년 검사장 직책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났고, 변호사로 개업했습니다. 이른바 '전관 변호사'입니다.



잘 나가던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정운호 게이트'로 불리는 법조비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화장품 회사 '네이처 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수사 과정에서 홍 변호사가 검찰 관계자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3억 원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변호사 활동 5년 만에 후배 검사들에게 수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한 셈입니다. 홍만표 변호사는 "외압을 행사한 적 없다.정당한 활동 범위 안에서 변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 이후 수임료 수십억 원에 대한 세금 신고를 빠뜨려 10억여 원을 탈세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홍만표 변호사는 소득 신고 누락 의혹분을 빼고도 개업 3개월 만에 24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 이사는 "서초동에서 홍만표 변호사 같은 경우는 3억원짜리 이하 사건은 수임 안 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관'이 뭐길래

의뢰자들은 전관 출신 변호사가 그들이 몸담았던 조직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그래서 전관도 출신에 따라 의뢰 목적이 다릅니다.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는 주로 수사 무마나 축소를 기대할 때 주로 찾는다고 합니다. 익명의 변호사는 "형량이 큰 혐의와 사소한 혐의를 두고 협상도 이뤄진다. '작은 건 인정할 테니 큰 죄를 날려달라'고 협상이 들어오면 검사 입장에서 다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습니다.

판사 경력 10년의 방희선 변호사는 "검찰은 공판처럼 열리는 게 아니라 주임 검사가 처리하고 결정하면 끝난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사 출신 전관은 수사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에 이를 '흐지부지' 만들기에 유리하다는 거겠죠.



법조 비리 '종합 세트'인 '정운호 게이트'에서 사례를 찾아볼까요?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 정운호 씨는, 지난 2014년 300억 원대 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무혐의, 이때 사건을 맡은 이가 검사장 출신 전관 홍만표 변호사입니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 이사는 "정운호 대표의 경우, 도박 혐의가 있고, 회사 돈을 빼냈을 가능성이 많아 회사와 자택을 압수 수색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걸 모두 생략하고 기소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찾는다는 말과 딱 들어맞습니다.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는 보석과 구속 집행정지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감형과 집행 유예를 기대할 때 주로 찾는다고 합니다.

익명의 법조인은 "증인이 오랜 시간 증언을 해도 재판부가 '믿기 어렵다' 한마디로 배척할 수도 있고, 어떤 증언을 굉장히 신빙성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재판부의 해석에 따라 형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방희선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A판사, B판사, C판사가 같은 사건에 다른 형량을 주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형을 줄이고 싶을 때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에게는 사건을 의뢰하는 것입니다.

100억 대 도박 혐의로 구속된 정운호 대표, 이번엔 판사 출신 전관 최유정 변호사가 변론을 맡습니다. 최 변호사는 보석과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재판부와 교제나 청탁을 한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와 투자자문사 대표로부터 각각 50억 원씩의 수임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 때문에 사실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거액의 재산 관련 소송이나 해외 도박, 마약같이 피해자가 특별히 없는 사건 피의자들이 주로 전관 변호사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주로 뇌물 사건, 횡령 사건, 배임 사건이 전관을 많이 찾는다. 전관을 선임하면 형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임료,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정운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법조계에는 부장급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경우 형사 사건 건당 착수금은 5,000 만 원에서 1억 원. 성공 보수금은 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대법관과 검사장 출신은 수임 때 5,000만 원∼2억 원 정도, 성공보수로는 4∼5억 원을 챙기기도 합니다.

고위직이 아닌 판·검사 출신도 형사 사건 1건당 대략 3,000만 원의 수임료를 받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을 받는 일반 변호사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설문조사 결과 일반 변호사들의 경우 월 소득이 '400만에서 5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에 9%는 월 소득 300만 원도 넘지 못합니다.



강신업 변호사는 "상당히 영향력 있는 전관들은 일반 변호사보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높지 않은 전관이라도 일반 변호사보다는 최소한 3~4배는 더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개업 후 16개월 동안 월 평균 6억 8,000만 원을 번 홍만표 변호사와 변론 2건에 100억 원을 받은 최유정 변호사의 수임료는 '이 동네'를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들조차 깜짝 놀란 금액입니다.

방희선 변호사는 "우리가 알기에는 한 1억, 2억 받았다면 전관으로써 큰 건을 맡아 '세게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 사례는 천문학적인 숫자라서 법조인들도 입이 딱 벌어졌다"며 놀랐습니다.

정운호 대표 사건 외에도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부부 사건, 강덕수 전 STX 그룹 회장 사건,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김광진 회장 사건 등. 홍 변호사는 주로 기업 총수 일가나 저축은행 부패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여러 건 수임했고 일부는 선임계조차 내지 않고 거액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본인과 가족 명의로 오피스텔을 사들였습니다.



또 본인이 지분 투자를 한 부동산 관리 업체를 통해서도 오피스텔을 구입하고 위탁 관리를 맡겨 임대 소득도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사들인 오피스텔만 모두 110여 채, 검사 시절인 2010년 재산 신고액 13억 원에 그쳤던 그는 5년이 채 안되는 기간 수백억 원대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판을 짜는 사람' 법조 브로커

전관 변호사와 의뢰인의 거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바로 법조 브로커입니다.

정운호 대표 사건과 관련해서도 정 대표를 홍만표 변호사에게 소개해주고, A 판사와 만나 저녁 식사를 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한 브로커 이 모 씨가 있었습니다. 이 씨와 저녁을 먹은 것으로 알려진 A 부장 판사는 로비 의혹을 부인했지만 지난달 사표를 냈습니다.

과거에는 '사건 브로커'가 일반적으로 전관이나 유명 변호사 사무실에 적을 두고, 변호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사건을 유치해왔습니다. '우리 변호사님이 무슨 출신이고 판사, 검사하고 친하다. 우리 변호사님을 선임하면 쉽게 보석으로 나올 거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브로커들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직접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 의뢰인들을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이들은 보통 경찰이나 검찰, 법원 직원 출신으로 법조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평소 공을 들여 인맥을 쌓아놓습니다.

변호사 C 씨는 "브로커들이 옛 동료,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돈을 내주면서 친분을 쌓는다. 사적인 모임인 줄 알고 나간 현직 판·검사들이 여기서 처음 엮이고, 이후 따로 만남을 요청하는데 연락받는 사람 입장에선 로비 목적인지 개인적인 만남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실태를 전했습니다.

이런 거물 브로커들은 주로 큰 돈이 되는 사건을 연결해 주고 30%가량의 수수료를 챙깁니다. 자신이 수임료와 성공 수당 등을 책정하기도 한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방희선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의 경우 브로커 이 씨는 정운호 재판을 맡은 재판장을 따로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브로커들은 전관 변호사의 사건을 소개해준다. 그러면 변호사들이 오히려 그렇게 큰 유통량을 가진 사람과 공생하면서 맞춰나간다"고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전관 앞에 작아지는 '막변'

로스쿨을 졸업하고 2년 전에 개업한 한 새내기 변호사 박 모 씨. 사무실을 열면서부터, 평소 알지 못했던 변호사로부터 개업을 알리는 카드가 계속 날아왔습니다. 모두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개업을 알리는 카드. 박 씨는 "'그동안 베풀어주신 사랑에 깊이 감사드리며'라는 카드를 일면식도 없는 내게 왜 보내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말합니다.

그의 궁금증은 금방 풀렸습니다. 박 변호사는 "다른 선배 변호사들한테 물어봤더니 앞으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필요한 사건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취지라고 하더라. 이제는 그 카드의 정체를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런 사건은 전관 변호사가 개입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도 법리적 주장은 자신 있지만, 나에게 없는 힘이 있으니까" 라며 전관들의 영향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래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일반 변호사들을 상대로 일종의 '마케팅'을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판사나 검사 출신이 아닌 '연줄 없는' 변호사들을 법조계에서는 '막변'이라고 부릅니다. 법조계에서는 우리 변호사 시장이 잘 나가는 소수의 전관과 적은 돈을 받고 실무에 시달리는 소위 막변들로 점차 양극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전관에게 필요한 사건들을 넘기고 암암리에 모종의 사례비를 받기도 한다. 실무는 일선 변호사가 하고 전관은 중요한 재판에서 출정이나 전화를 돌리며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언제까지 '전관 폐해'?

전관의 폐해가 계속되면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퇴직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을 원천 차단하는 '평생 판·검사제'를 입법 청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면서 변호사 수임료 상한액을 설정하고 '보수표'를 정하자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국민이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도록 기소 과정에서도 배심제를 도입하고 국민 참여 재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미덥지 못한 것은 왜일까요. 아마 실패의 경험들 때문이겠죠. 계속 반복되는 전관 폐해와 되풀이되는 실효성 없는 대책. 이 악순환을 벗어나 전관 폐해 뉴스를 듣지 않을 날이 올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