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혼밥, 혼술…나홀로 문화 유행 왜?

입력 2016.06.08 (21:26) 수정 2016.06.08 (22: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금 화면에 나오는 등급이 혹시 뭔지 아시나요?

바로 '혼자 밥 먹기 등급'입니다.

가장 낮은 1등급이 '편의점'에서 도시락 먹기, 가장 난이도가 높은 8등급은 사람 많은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혼자 밥을 먹는 '혼밥', 혼자 술을 먹는 '혼술'이라는 표현까지 생겼고, 최근에는 혼자 노래 부르는 '혼곡', 또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하던 행동을 혼자서 나 홀로 즐기는 일은 점차 새로운 사회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김빛이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혼자 놀고 밥 먹고…“즐거워요”▼

<리포트>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영화관.

요즘에는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팝콘과 콜라까지 갖춰, 혼자만의 여유를 즐깁니다.

영화표 '한 장'만을 예매한 '나 홀로 관객'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체 고객의 10%를 넘었습니다.

아예 상영관을 개조해 1인 관객만을 위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극장들도 생겨났습니다.

<인터뷰> 장소정(인천시 남동구) : “혼자서 힐링하는 기분, 내 자유시간 같은 기분? 처음엔 걱정했었는데 혼자 하는 버릇이 들다 보니까, 아무도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노래방에도 '여럿이 함께' 보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나 홀로 고객이 늘고 있습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1인 노래방'도 속속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형진(경기도 고양시) : "부르고 싶은 노래도 자유롭게 부를 수 있고 , 짧은 시간 안에 즐길 수 있으니까 부담 없이 와서 혼자 부르면 좋은 것 같아요."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풍경은 이제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혼자 밥을 먹으러 와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1인용 칸막이가 마련된 식당들도 늘고 있습니다.

혼자 노는 '솔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이들까지 늘면서, '혼자 놀이'는 여가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라입니다.

▼1인용품 불티…혼자 살기 500만 시대▼

<기자 멘트>

4분의 1쪽짜리 수박, 잘게 썰린 두부와 채소, 한 사람이 먹을 된장찌개에 딱 맞게 포장된 건데요.

이렇게 한 사람이 먹을 요리를 위한 소포장 식품의 매출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돈'이 되는 시장입니다.

가전 시장에도 혼자만을 위한 상품들이 이렇게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500만 명.

15년 만에 배 정도로 늘면서 '혼자'는 더이상 어색한 단어가 아닙니다.

'혼자'와 '직장인' 등의 단어로 SNS 데이터 만 9천여 건을 분석해봤더니, '좋아하다', '행복', '편하다' 같은 긍정적인 결과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게 아직 쑥스럽고 어색하다는 사람도 꽤 있지만, 그래도 무언가 '혼자'한다는 것을 이상하게 보던 시각이 빠르게 변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왜 이렇게 혼자에 대한 인식이 바뀐 걸까요?

그 이유가 뭔지, 또, 앞으로 우리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황정호 기자가 분석해 봤습니다.

▼‘나홀로’ 선택 아닌 현실…왜 ‘혼자’▼

<리포트>

이 회사원은 5년 전 취업과 동시에 독립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을 직접 해 먹는 건 물론 마음껏 기타도 치고, TV 보기에 자전거 타기까지, 지루할 시간이 없습니다.

<인터뷰> 정상환(직장인) : "(만족하세요?) 저만의 방이 있고 저만의 공간이 있어 마음대로 꾸밀 수도 있고 자유로움.. 이런 게 큰 강점입니다."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변하고 형제자매가 줄면서 태어날 때부터 혼자 생활하는 데 익숙한 청년층에게 개인주의는 자연스럽습니다.

<인터뷰>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서구적 합리성, 합리성을 개인이 채화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과 시간, 이런 것들을 즐기는 그런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굳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생활과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도 많아졌습니다.

<인터뷰> 김봉석(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다양성, 이질성, 차이 이런 게 더 심화되고 확산되는 상황이거든요. 낯선 사람과 새로이 대인관계를 맺어가야 하는 부분에서 받는 스트레스 굉장히 크지 않나"

'혼자'라는 단어가 '외로움'과 직결되지 않는 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추셉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혼자 지내는 사람도 늘고 있어, 사회안전망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정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혼밥, 혼술…나홀로 문화 유행 왜?
    • 입력 2016-06-08 21:27:26
    • 수정2016-06-08 22:34:29
    뉴스 9
<앵커 멘트>

지금 화면에 나오는 등급이 혹시 뭔지 아시나요?

바로 '혼자 밥 먹기 등급'입니다.

가장 낮은 1등급이 '편의점'에서 도시락 먹기, 가장 난이도가 높은 8등급은 사람 많은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혼자 밥을 먹는 '혼밥', 혼자 술을 먹는 '혼술'이라는 표현까지 생겼고, 최근에는 혼자 노래 부르는 '혼곡', 또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하던 행동을 혼자서 나 홀로 즐기는 일은 점차 새로운 사회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김빛이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혼자 놀고 밥 먹고…“즐거워요”▼

<리포트>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영화관.

요즘에는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팝콘과 콜라까지 갖춰, 혼자만의 여유를 즐깁니다.

영화표 '한 장'만을 예매한 '나 홀로 관객'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체 고객의 10%를 넘었습니다.

아예 상영관을 개조해 1인 관객만을 위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극장들도 생겨났습니다.

<인터뷰> 장소정(인천시 남동구) : “혼자서 힐링하는 기분, 내 자유시간 같은 기분? 처음엔 걱정했었는데 혼자 하는 버릇이 들다 보니까, 아무도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노래방에도 '여럿이 함께' 보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나 홀로 고객이 늘고 있습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1인 노래방'도 속속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형진(경기도 고양시) : "부르고 싶은 노래도 자유롭게 부를 수 있고 , 짧은 시간 안에 즐길 수 있으니까 부담 없이 와서 혼자 부르면 좋은 것 같아요."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풍경은 이제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혼자 밥을 먹으러 와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1인용 칸막이가 마련된 식당들도 늘고 있습니다.

혼자 노는 '솔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이들까지 늘면서, '혼자 놀이'는 여가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라입니다.

▼1인용품 불티…혼자 살기 500만 시대▼

<기자 멘트>

4분의 1쪽짜리 수박, 잘게 썰린 두부와 채소, 한 사람이 먹을 된장찌개에 딱 맞게 포장된 건데요.

이렇게 한 사람이 먹을 요리를 위한 소포장 식품의 매출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돈'이 되는 시장입니다.

가전 시장에도 혼자만을 위한 상품들이 이렇게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500만 명.

15년 만에 배 정도로 늘면서 '혼자'는 더이상 어색한 단어가 아닙니다.

'혼자'와 '직장인' 등의 단어로 SNS 데이터 만 9천여 건을 분석해봤더니, '좋아하다', '행복', '편하다' 같은 긍정적인 결과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게 아직 쑥스럽고 어색하다는 사람도 꽤 있지만, 그래도 무언가 '혼자'한다는 것을 이상하게 보던 시각이 빠르게 변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왜 이렇게 혼자에 대한 인식이 바뀐 걸까요?

그 이유가 뭔지, 또, 앞으로 우리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황정호 기자가 분석해 봤습니다.

▼‘나홀로’ 선택 아닌 현실…왜 ‘혼자’▼

<리포트>

이 회사원은 5년 전 취업과 동시에 독립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을 직접 해 먹는 건 물론 마음껏 기타도 치고, TV 보기에 자전거 타기까지, 지루할 시간이 없습니다.

<인터뷰> 정상환(직장인) : "(만족하세요?) 저만의 방이 있고 저만의 공간이 있어 마음대로 꾸밀 수도 있고 자유로움.. 이런 게 큰 강점입니다."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변하고 형제자매가 줄면서 태어날 때부터 혼자 생활하는 데 익숙한 청년층에게 개인주의는 자연스럽습니다.

<인터뷰>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서구적 합리성, 합리성을 개인이 채화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과 시간, 이런 것들을 즐기는 그런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굳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생활과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도 많아졌습니다.

<인터뷰> 김봉석(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다양성, 이질성, 차이 이런 게 더 심화되고 확산되는 상황이거든요. 낯선 사람과 새로이 대인관계를 맺어가야 하는 부분에서 받는 스트레스 굉장히 크지 않나"

'혼자'라는 단어가 '외로움'과 직결되지 않는 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추셉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혼자 지내는 사람도 늘고 있어, 사회안전망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정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