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노인복지’ 일본…노인범죄의 늪에 빠지다!

입력 2016.06.11 (21:57) 수정 2016.06.1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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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일본 교도소들이 늘어나는 노인 재소자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늘고, 노인 범죄도 증가하는 가운데 무료로 먹이고, 재우고, 건강 관리에, 배움의 기회까지 주는 교도소에 '일부러' 들어가는 경우까지 있기 때문인데요,

일부러 감옥에 가는 노인들까지 생겨난 일본의 사정을 박재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쿄의 한 편의점, 가게 안을 어슬렁거리던 한 할아버지가 물건을 집어 들더니 그냥 주머니에 넣습니다.

이웃에 있는 다른 편의점, 이 남성은 몰래 물건을 훔친 뒤 직원들의 눈을 피해 유유히 정문을 빠져나갑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노인 범죄의 절반은 이 같은 생계형 절도였습니다.

절도죄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지난 2월에 출소한 한 70대 할머니,

좀도둑질이 계속되면서 이젠 상습범이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 상습 절도 할머니 : "내 지갑이 비면 또 도둑질하러 갑니다. 그래서, 좀도둑질을 계속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 감호를 받고 있는 한 70대 할머니, 생활고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빵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지만, 풀려난 뒤에 또 절도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일본 경찰청 집계 결과, 65세 이상 노인 범죄자는 지난 1995년 만 천여 명에서 2014년 4만 7천여 명으로 10년 새 무려 4.1배나 크게 늘었습니다.

심지어, 잠자리도 먹을 것도 모두 해결되기 때문에 교도소 생활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교도소 재소자 : "교도소에 들어오면 먹고 자는 것에 대해 걱정할 게 없습니다."

일본의 은퇴자는 한해 78만 엔 약 840만 원의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것 보다 교도소에 들어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25% 정도 더 풍족하게 살 수 살 수 있다는 통계까지 나와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70여 개 교도소 수감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10.4%인 2천2백여 명, 지난 1991년 1.3%에서 10배 가까이 크게 늘었습니다.

노인 재소자가 많은 시마네 현의 한 교도소를 찾았습니다.

요즘 이 교도소에서 가장 힘을 기울이는 것은 직업교육, 컴퓨터 교육부터 창업 교육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인터뷰> 교도관 : "이런 가게를 개업하고 싶은 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교도소를 출소한 뒤 마땅한 직업이 없어 또 물건을 훔치는 등 생계형 범죄가 계속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일본 교도소 출소자 가운데 2년 이내 재범률은 65세 이상 노인이 25%로 가장 높습니다.

<인터뷰> 무라키(日 후생노동성 사무차관) : "범죄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을 어떻게 해서 끊을 것인 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다른 교도소들도 노인 재소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재활교육과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이타교도소는 휴대용 게임기를 이용해 계산하거나 퀴즈를 풀면서 노인 재소자들의 치매 예방 활동을 하고 있고, 토치기 등 10여 개 교도소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60대 이상 재소자들의 건강관리운동을 돕고 있습니다.

1877년 처음 만들어진 히로시마 교도소, 재소자들의 평균 연령이 73세, 80%가 1년 안에 재범을 해서 또 입소한 사람들입니다.

노인 재소자들이 늘면서 아예 `노인전문 교도소`로 리모델링했습니다.

계단을 없애고 난간을 설치하는 등 모든 시설을 `노인친화형`으로 바꾸었습니다.

주거나 일자리가 없는 노인 재소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상당수 교도소들은 이제 `교화시설`이 아니라 `노인 복지시설`처럼 되버렸습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들이 사회 적응을 위해 머무는 한 `갱생보호시설을 찾았습니다.

이곳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목욕탕과 휴게시설 등을 갖추고 무료로 식사까지 제공하면서 갈 곳 없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야마다 칸이치 : "히로시마 갱생보호시설 이사장 "39명 중에 1/3이 65세 이상입니다. 보통 10명 전후이고 많을 때는 13~14명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76살 나가노 할머니, 20년 전 남편이 숨진 뒤부터 혼자 살면서 마트나 슈퍼를 돌며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식료품부터 시작된 좀도둑질이 버릇처럼 돼 버리면서 벌써 5번이나 교도소를 다녀왔습니다.

<인터뷰> 나가노씨(76살/절도 5범) : "자포자기한 기분에 빠져서 이유도 모르게 사치를 하거나 허영을 부리고 싶어져서 계속 절도를 하게 됐습니다."

히로시마시에서는 직업이 없는 독거 노인들에게 매달 1인당 약 100만 원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와 격리돼 혼자 사는 노인들은 경제관념이 부족해 금세 돈을 모두 써버리고 또 도둑질을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인터뷰> 야마다(갱생보호시설 이사장) : "죄를 짓는 사람의 상당수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데, 그중에서도 고령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갱생보호시설에서는 수입과 지출을 잘 조절하는 방법 등 별도의 경제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갱생보호시설 직원 : "출소한 뒤에 어떻게 생활한 것인지 불안할 텐데, 금전관리 방법을 여기서 도와주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에는 이 같은 갱생보호시설이 전국에 100곳이 넘습니다.

도쿄의 변호사들은 최근 특별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노인 범죄를 줄이고 계속된 생계형 범죄로 과중한 처벌을 받는 노인들을 줄여보자는 것입니다.

현재 일본 법원은 2천 원짜리 샌드위치를 훔친 범죄자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는데, 이 같은 좀도둑질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교도소로 보내집니다.

이 같은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인범죄 전담팀`을 만들어 변론에 나선 변호사들도 30여 명이 넘습니다.

<인터뷰> 시라키 레미(`노인범죄` 자문 변호사) : "교도소를 나온 뒤에 경제적인 면이나 사회적인 처우와 같은 그런 생활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노인복지` 국가로 알려진 일본, 그러나 노인범죄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관리할 예산과 시설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교도소에서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노인들, 이들을 위해 또 다른 복지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 고령 사회 일본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박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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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노인복지’ 일본…노인범죄의 늪에 빠지다!
    • 입력 2016-06-11 22:34:46
    • 수정2016-06-11 23: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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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일본 교도소들이 늘어나는 노인 재소자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늘고, 노인 범죄도 증가하는 가운데 무료로 먹이고, 재우고, 건강 관리에, 배움의 기회까지 주는 교도소에 '일부러' 들어가는 경우까지 있기 때문인데요,

일부러 감옥에 가는 노인들까지 생겨난 일본의 사정을 박재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쿄의 한 편의점, 가게 안을 어슬렁거리던 한 할아버지가 물건을 집어 들더니 그냥 주머니에 넣습니다.

이웃에 있는 다른 편의점, 이 남성은 몰래 물건을 훔친 뒤 직원들의 눈을 피해 유유히 정문을 빠져나갑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노인 범죄의 절반은 이 같은 생계형 절도였습니다.

절도죄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지난 2월에 출소한 한 70대 할머니,

좀도둑질이 계속되면서 이젠 상습범이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 상습 절도 할머니 : "내 지갑이 비면 또 도둑질하러 갑니다. 그래서, 좀도둑질을 계속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 감호를 받고 있는 한 70대 할머니, 생활고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빵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지만, 풀려난 뒤에 또 절도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일본 경찰청 집계 결과, 65세 이상 노인 범죄자는 지난 1995년 만 천여 명에서 2014년 4만 7천여 명으로 10년 새 무려 4.1배나 크게 늘었습니다.

심지어, 잠자리도 먹을 것도 모두 해결되기 때문에 교도소 생활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교도소 재소자 : "교도소에 들어오면 먹고 자는 것에 대해 걱정할 게 없습니다."

일본의 은퇴자는 한해 78만 엔 약 840만 원의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것 보다 교도소에 들어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25% 정도 더 풍족하게 살 수 살 수 있다는 통계까지 나와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70여 개 교도소 수감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10.4%인 2천2백여 명, 지난 1991년 1.3%에서 10배 가까이 크게 늘었습니다.

노인 재소자가 많은 시마네 현의 한 교도소를 찾았습니다.

요즘 이 교도소에서 가장 힘을 기울이는 것은 직업교육, 컴퓨터 교육부터 창업 교육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인터뷰> 교도관 : "이런 가게를 개업하고 싶은 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교도소를 출소한 뒤 마땅한 직업이 없어 또 물건을 훔치는 등 생계형 범죄가 계속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일본 교도소 출소자 가운데 2년 이내 재범률은 65세 이상 노인이 25%로 가장 높습니다.

<인터뷰> 무라키(日 후생노동성 사무차관) : "범죄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을 어떻게 해서 끊을 것인 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다른 교도소들도 노인 재소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재활교육과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이타교도소는 휴대용 게임기를 이용해 계산하거나 퀴즈를 풀면서 노인 재소자들의 치매 예방 활동을 하고 있고, 토치기 등 10여 개 교도소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60대 이상 재소자들의 건강관리운동을 돕고 있습니다.

1877년 처음 만들어진 히로시마 교도소, 재소자들의 평균 연령이 73세, 80%가 1년 안에 재범을 해서 또 입소한 사람들입니다.

노인 재소자들이 늘면서 아예 `노인전문 교도소`로 리모델링했습니다.

계단을 없애고 난간을 설치하는 등 모든 시설을 `노인친화형`으로 바꾸었습니다.

주거나 일자리가 없는 노인 재소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상당수 교도소들은 이제 `교화시설`이 아니라 `노인 복지시설`처럼 되버렸습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들이 사회 적응을 위해 머무는 한 `갱생보호시설을 찾았습니다.

이곳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목욕탕과 휴게시설 등을 갖추고 무료로 식사까지 제공하면서 갈 곳 없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야마다 칸이치 : "히로시마 갱생보호시설 이사장 "39명 중에 1/3이 65세 이상입니다. 보통 10명 전후이고 많을 때는 13~14명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76살 나가노 할머니, 20년 전 남편이 숨진 뒤부터 혼자 살면서 마트나 슈퍼를 돌며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식료품부터 시작된 좀도둑질이 버릇처럼 돼 버리면서 벌써 5번이나 교도소를 다녀왔습니다.

<인터뷰> 나가노씨(76살/절도 5범) : "자포자기한 기분에 빠져서 이유도 모르게 사치를 하거나 허영을 부리고 싶어져서 계속 절도를 하게 됐습니다."

히로시마시에서는 직업이 없는 독거 노인들에게 매달 1인당 약 100만 원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와 격리돼 혼자 사는 노인들은 경제관념이 부족해 금세 돈을 모두 써버리고 또 도둑질을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인터뷰> 야마다(갱생보호시설 이사장) : "죄를 짓는 사람의 상당수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데, 그중에서도 고령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갱생보호시설에서는 수입과 지출을 잘 조절하는 방법 등 별도의 경제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갱생보호시설 직원 : "출소한 뒤에 어떻게 생활한 것인지 불안할 텐데, 금전관리 방법을 여기서 도와주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에는 이 같은 갱생보호시설이 전국에 100곳이 넘습니다.

도쿄의 변호사들은 최근 특별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노인 범죄를 줄이고 계속된 생계형 범죄로 과중한 처벌을 받는 노인들을 줄여보자는 것입니다.

현재 일본 법원은 2천 원짜리 샌드위치를 훔친 범죄자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는데, 이 같은 좀도둑질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교도소로 보내집니다.

이 같은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인범죄 전담팀`을 만들어 변론에 나선 변호사들도 30여 명이 넘습니다.

<인터뷰> 시라키 레미(`노인범죄` 자문 변호사) : "교도소를 나온 뒤에 경제적인 면이나 사회적인 처우와 같은 그런 생활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노인복지` 국가로 알려진 일본, 그러나 노인범죄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관리할 예산과 시설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교도소에서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노인들, 이들을 위해 또 다른 복지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 고령 사회 일본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박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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