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발달 장애’의 멍에…삭발하는 엄마들

입력 2016.06.12 (21:22) 수정 2016.06.1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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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간단한 의사소통도 쉽지 않은 발달 장애인들은 성인이 되어도 갈 곳이 없어 가족들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이런 발달 장애를 가진 부모들이 모여 한 달 넘게 삭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 이유를 은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일어나, 학교 가자.”

자폐성 장애 1급인 19살 이윤호 군은 엄마 없이는 하루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밥과 반찬은 숟가락에 함께 얹어줘야 먹고, 씻는 일 역시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인터뷰> 이윤호 군 어머니 : "혼자서 씻는 건 거의 어렵고요. 찬물, 따뜻한 물도 조절을 못 하기 때문에…. 씻으라고 하면 찬물로 대충 얼굴만.."

어느새 엄마의 키를 훌쩍 넘긴 자랑스러운 아들이지만, 여전히 평범한 대화조차 어렵습니다.

<녹취> “윤호 어디가? (학교) 어. 학교 가는 거야.”

손바닥 곳곳에 박힌 굳은살, 습관적으로 물어뜯기를 반복하다 생긴 상처입니다.

이런 장애를 가족들이 받아들이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이윤호 군 어머니 : "장애아 엄마로서 첫 조건은 이 아이의 장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게 엄마의 가장 큰 자격인 거 같아요."

앞으로 2년간은 학교를 더 다닐 수 있지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대학 진학도 취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지적 장애 2급인 김세환 씨.

마흔이 넘도록 하루하루를 가족이 함께했습니다.

<인터뷰> 김세환(지적장애 2급) : "(계속 같이 있었어요?) 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까지요. 아버지가 매일 데리러 오시고.."

평생 곁에서 아들을 돌본 팔순의 아버지는 세월이 흐를수록 아들의 앞날이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성찬(84세/김세환 씨 아버지) :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돌봐주느냐. 형제들이 있지만 형제가 부모만큼 도와주지는 못할 거고.."

올해부터는 평생교육센터에 다니며 하루 6시간을 보내지만, 김 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김 씨 같은 성인 발달 장애인은 14만 6천여 명,

이 가운데 20%가 채 안 되는 2만 3천여 명만이 복지시설을 이용합니다

<인터뷰> 한용구(노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장) :"주간 보호 시설을 이용하고 싶어 해도 일단 거기는 인력이 안 되니까 발달장애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있고요. 보호할 수 있는, 또는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되다 보니까 중도에 탈락 되는 경우도 많지요."

결국, 발달 장애인 대부분은 성인이 되면 집에 머물게 되고, 그 부담을 오롯이 가족들이 감당하게 되는 겁니다.

일부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 상당수가 지원 제도가 나은 선진국으로의 이민까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이정숙(성인 발달장애인 보호자) : "이해되지요. 100% 이해되고, 그게 남의 일 같지 않고, 몇 번이나 있었어요. 작년 재작년에. 몇 년 전 사건들도 있고.."

하루 두 명씩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이발기에 머리카락을 내맡기는 어머니들, 장애인 가족이란 멍에를 조금이라도 함께 짊어져 달라는 간절한 외침입니다.

발달장애인 지원법은 지난해부터 시행됐지만 자치단체들의 세부 지원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은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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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발달 장애’의 멍에…삭발하는 엄마들
    • 입력 2016-06-12 21:24:48
    • 수정2016-06-12 21:32:49
    뉴스 9
<앵커 멘트>

간단한 의사소통도 쉽지 않은 발달 장애인들은 성인이 되어도 갈 곳이 없어 가족들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이런 발달 장애를 가진 부모들이 모여 한 달 넘게 삭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 이유를 은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일어나, 학교 가자.”

자폐성 장애 1급인 19살 이윤호 군은 엄마 없이는 하루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밥과 반찬은 숟가락에 함께 얹어줘야 먹고, 씻는 일 역시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인터뷰> 이윤호 군 어머니 : "혼자서 씻는 건 거의 어렵고요. 찬물, 따뜻한 물도 조절을 못 하기 때문에…. 씻으라고 하면 찬물로 대충 얼굴만.."

어느새 엄마의 키를 훌쩍 넘긴 자랑스러운 아들이지만, 여전히 평범한 대화조차 어렵습니다.

<녹취> “윤호 어디가? (학교) 어. 학교 가는 거야.”

손바닥 곳곳에 박힌 굳은살, 습관적으로 물어뜯기를 반복하다 생긴 상처입니다.

이런 장애를 가족들이 받아들이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이윤호 군 어머니 : "장애아 엄마로서 첫 조건은 이 아이의 장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게 엄마의 가장 큰 자격인 거 같아요."

앞으로 2년간은 학교를 더 다닐 수 있지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대학 진학도 취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지적 장애 2급인 김세환 씨.

마흔이 넘도록 하루하루를 가족이 함께했습니다.

<인터뷰> 김세환(지적장애 2급) : "(계속 같이 있었어요?) 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까지요. 아버지가 매일 데리러 오시고.."

평생 곁에서 아들을 돌본 팔순의 아버지는 세월이 흐를수록 아들의 앞날이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성찬(84세/김세환 씨 아버지) :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돌봐주느냐. 형제들이 있지만 형제가 부모만큼 도와주지는 못할 거고.."

올해부터는 평생교육센터에 다니며 하루 6시간을 보내지만, 김 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김 씨 같은 성인 발달 장애인은 14만 6천여 명,

이 가운데 20%가 채 안 되는 2만 3천여 명만이 복지시설을 이용합니다

<인터뷰> 한용구(노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장) :"주간 보호 시설을 이용하고 싶어 해도 일단 거기는 인력이 안 되니까 발달장애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있고요. 보호할 수 있는, 또는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되다 보니까 중도에 탈락 되는 경우도 많지요."

결국, 발달 장애인 대부분은 성인이 되면 집에 머물게 되고, 그 부담을 오롯이 가족들이 감당하게 되는 겁니다.

일부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 상당수가 지원 제도가 나은 선진국으로의 이민까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이정숙(성인 발달장애인 보호자) : "이해되지요. 100% 이해되고, 그게 남의 일 같지 않고, 몇 번이나 있었어요. 작년 재작년에. 몇 년 전 사건들도 있고.."

하루 두 명씩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이발기에 머리카락을 내맡기는 어머니들, 장애인 가족이란 멍에를 조금이라도 함께 짊어져 달라는 간절한 외침입니다.

발달장애인 지원법은 지난해부터 시행됐지만 자치단체들의 세부 지원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은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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