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줍는 노인이 웁니다’…담합 제지업체에 과징금 철퇴

입력 2016.06.13 (16:55) 수정 2016.06.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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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말 kg 당 170원을 넘었던 폐골판지 가격이 2012년 말 68원으로 2년 만에 60% 이상 추락했다. 폐골판지 가격 급락은 신문지, 종이상자 등 폐지를 주워 팔아 생활하는 노인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이 같은 골판지 가격 추락의 배경에 골판지 구매업체들의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지업체들이 담합해 골판지 매입 가격을 떨어트린 것이다. 아울러 별도의 담합으로 본인들이 판매하는 가격은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이 주운 폐지는 담합으로 싸게 사고, 본인들이 만든 종이는 담합으로 비싸게 팔았다는 얘기다.

◆공정위 제지업체에 올해 과징금 2,100억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원료(폐지) 구매단계부터 최종제품 판매단계까지 전방위적인 담합에 가담한 45개 제지업체에 총 1,039억 4,500만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3월에도 폐골판지를 이용해 만든 골판지 원지를 담합해 비싸게 팔았다는 이유로 12개 제지업체에 1,1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지업체에 올 들어서만 총 2,14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지업체들은 폐골판지를 매입해 이를 원지로 만들고, 원지를 합쳐 원단으로 만들고, 원단을 판매해 상자로 만드는 등 골판지를 상자로 만드는 전 과정에 걸쳐 담합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각 담합 사건별로 담합에 가담한 제지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50~90%에 달했다”며 “이 같은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담합을 하면서 관련 시장에서 심각한 경쟁제한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제지업계 담합'… 폐골판지 가격 2년 새 반토막

지난 2010년 말 kg당 171원이던 폐골판지 가격은 2년 만인 2012년 말 68원으로 급락했다. 2년 만에 60% 이상 떨어진 것인데, 이 같은 폐골판지 가격의 추락은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의 소득에 직격탄이 됐다.



그런데 당시 폐골판지 가격 추락 배경에 폐골판지를 사들이는 제지업체들의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세아제지 등 18개사는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5월경까지 모임을 하고,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폐골판지) 구매단가를 kg당 10~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합의는 크게 수도권 모임과 영·호남권 모임으로 나눠졌는데 수도권 주요 업체가 지방 계열사에 수도권 모임 결과를 전달해 지방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전파됐다.

김성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와 관련해 "종이 가격이 국제적인 가격에 많이 연동되어 있고, 그래서 이것(담합)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가격 인하가 된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 것 같고, 하나의 요인으로서는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골판지 원지 등 제품가격은 부풀려'

폐골판지 가격을 인하하기로 담합했던 제지업체들은 골판지 원지 등 판매가격은 담합해 인상했다. 지난 3월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12개 골판지 원지 제조사들은 2007년부터 2012년 3월까지 담합을 통해 9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골판지 원지의 원재료인 폐골판지 가격이 오르면 그에 맞춰 원지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합의했다.

표면지, 골심지, 이면지 등 골판지 원지로 만드는 골판지 원단 가격 결정에도 담합이 있었다. 공정위는 태림포장 등 18개사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원단 가격 인상에 합의하면서 원단 가격이 10~25% 올랐다고 분석했다.

원단으로 만든 골판지 상자 가격 결정 과정에서도 담합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16개 골판지 상자 제조사의 인상률 및 인상시기 합의로 골판지 상자 납품 가격이 4~26% 올랐다고 보고 있다.

주요 제지사들은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공정단계별로 수직계열화 돼 있다. 제조 공정 전 과정에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주요 제지사들의 경우 전 담합 과정에 참여했던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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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지줍는 노인이 웁니다’…담합 제지업체에 과징금 철퇴
    • 입력 2016-06-13 16:55:50
    • 수정2016-06-13 17:05:03
    경제
지난 2010년 말 kg 당 170원을 넘었던 폐골판지 가격이 2012년 말 68원으로 2년 만에 60% 이상 추락했다. 폐골판지 가격 급락은 신문지, 종이상자 등 폐지를 주워 팔아 생활하는 노인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이 같은 골판지 가격 추락의 배경에 골판지 구매업체들의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지업체들이 담합해 골판지 매입 가격을 떨어트린 것이다. 아울러 별도의 담합으로 본인들이 판매하는 가격은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이 주운 폐지는 담합으로 싸게 사고, 본인들이 만든 종이는 담합으로 비싸게 팔았다는 얘기다. ◆공정위 제지업체에 올해 과징금 2,100억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원료(폐지) 구매단계부터 최종제품 판매단계까지 전방위적인 담합에 가담한 45개 제지업체에 총 1,039억 4,500만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3월에도 폐골판지를 이용해 만든 골판지 원지를 담합해 비싸게 팔았다는 이유로 12개 제지업체에 1,1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지업체에 올 들어서만 총 2,14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지업체들은 폐골판지를 매입해 이를 원지로 만들고, 원지를 합쳐 원단으로 만들고, 원단을 판매해 상자로 만드는 등 골판지를 상자로 만드는 전 과정에 걸쳐 담합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각 담합 사건별로 담합에 가담한 제지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50~90%에 달했다”며 “이 같은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담합을 하면서 관련 시장에서 심각한 경쟁제한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제지업계 담합'… 폐골판지 가격 2년 새 반토막 지난 2010년 말 kg당 171원이던 폐골판지 가격은 2년 만인 2012년 말 68원으로 급락했다. 2년 만에 60% 이상 떨어진 것인데, 이 같은 폐골판지 가격의 추락은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의 소득에 직격탄이 됐다. 그런데 당시 폐골판지 가격 추락 배경에 폐골판지를 사들이는 제지업체들의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세아제지 등 18개사는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5월경까지 모임을 하고,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폐골판지) 구매단가를 kg당 10~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합의는 크게 수도권 모임과 영·호남권 모임으로 나눠졌는데 수도권 주요 업체가 지방 계열사에 수도권 모임 결과를 전달해 지방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전파됐다. 김성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와 관련해 "종이 가격이 국제적인 가격에 많이 연동되어 있고, 그래서 이것(담합)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가격 인하가 된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 것 같고, 하나의 요인으로서는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골판지 원지 등 제품가격은 부풀려' 폐골판지 가격을 인하하기로 담합했던 제지업체들은 골판지 원지 등 판매가격은 담합해 인상했다. 지난 3월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12개 골판지 원지 제조사들은 2007년부터 2012년 3월까지 담합을 통해 9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골판지 원지의 원재료인 폐골판지 가격이 오르면 그에 맞춰 원지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합의했다. 표면지, 골심지, 이면지 등 골판지 원지로 만드는 골판지 원단 가격 결정에도 담합이 있었다. 공정위는 태림포장 등 18개사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원단 가격 인상에 합의하면서 원단 가격이 10~25% 올랐다고 분석했다. 원단으로 만든 골판지 상자 가격 결정 과정에서도 담합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16개 골판지 상자 제조사의 인상률 및 인상시기 합의로 골판지 상자 납품 가격이 4~26% 올랐다고 보고 있다. 주요 제지사들은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공정단계별로 수직계열화 돼 있다. 제조 공정 전 과정에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주요 제지사들의 경우 전 담합 과정에 참여했던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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