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톡] ① ‘육아휴직’ 각서?…도요타발 재택근무가 부러운 이유

입력 2016.06.18 (09:07) 수정 2016.07.15 (16: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한 한국 워킹맘의 아픈 사연을 전하고 있다.

재벌기업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첫 아이를 가진 후 회사를 그만둬야 했고, 둘째를 가진 후에 다시 회사를 떠나야 해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피하다 임신 사실이 알려졌는데, 동료들로부터 축하보다는 원성을 사게 됐고, 이런 고충을 상담했던 인사부서에서마저 임신을 질책받았다고 한다.

일과 육아 병행이 어려운 한국 사회

그런 부끄러운 상황이 그 워킹맘에게, 그 회사에서만 있는 일일까? 여성 직장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직장문화 전반에 퍼져있는 나쁜 관행임을 알 수 있다.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여성 직장인 10명 8명은 출산이나 육아와 관련해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고,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데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모두 눈치가 보이고, 회사 복귀가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고정된 업무시간, 잦은 회식과 야근 문화,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 등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게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을 계속 늦추고, 결혼하더라도 다시 출산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아이를 낳으려면 남다른 용기(?)가 필요하고, 승진과 연봉 등에서 온갖 불이익을 견뎌내거나 반강제적으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대다수 여성 직장인들은 호소한다.

오죽하면 가장 잘 나가는 대기업인 삼성물산에서조차 변호사인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내는데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강요하고 있으니….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렇게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205만 명에 이른다.

일본은 재택근무 혁명 확산 중

지난주 들려온 도요타의 재택근무 도입은 우리 직장 가에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삼성, 현대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직장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근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물론 전 직원이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본사 전체 직원의 35%인 2만 5천 명이 오는 8월부터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 나가 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도 이미 여성 사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범 도입했고, 건설 대기업인 시미즈 건설, 음료기업인 산토리홀딩스 등도 근무 형태를 바꿔주고 있다.

이들 일본 기업이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형태를 도입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배경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응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개인 특성을 고려한 근무 형태로 회사를 떠나려는 인재를 지키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지속해서 수혈하겠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는 잠옷 입고 하는 일?

물론 재택근무는 아직은 낯설고 불안한 제도이다. 특히 권위주의적 기업문화가 강한 일본이나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직장 상사들은 부하 직원이 보이지 않으니 제대로 일을 하는 지 불안할 수 있고, 컴퓨터나 화상회의로 업무 지시를 하는 게 불편할 수 있다. 상사에게 눈도장을 찍지 않은 직원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미 여러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재택근무는 '잠옷을 입고 하는 일'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출처 : www.flexjobs.com출처 : www.flexjobs.com


부정적 시선의 대표주자는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였다. 2012년 다니던 구글에서 야후로 자리를 옮긴 메이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적당주의, 이른바 '야후병(病)'의 원인 중 하나가 재택근무라며 재택근무 제도를 폐지하고, 수시 인력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펼쳐왔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구글에 다니다 37살에 야후 CEO에 오른 마리사 메이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가운데 한 명으로 기업 경영에서 지나친 원칙주의자로 통한다.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구글에 다니다 37살에 야후 CEO에 오른 마리사 메이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가운데 한 명으로 기업 경영에서 지나친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당시 메이어의 재택근무 폐지 조처는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으로 이어졌고, 특히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유연성을 주려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재택근무 금지를 비판했다.

메이어의 야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핵심 자산인 인터넷 서비스 매각을 추진하는 등 지금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재택근무는 종업원과 기업에 '윈-윈'

이런 논란을 거치며 미국에서는 재택근무의 장단점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실험이 이뤄져 왔다. 그중에서도 스탠퍼드대 니콜라스 블룸 교수가 CTrip이란 중국계 여행회사를 대상으로 벌인 연구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전체 직원 500명 중 절반은 재택근무를, 나머지 절반은 회사에서 근무하도록 한 다음 9개월이 지난 후 기업과 근로자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이다.

먼저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생산성, 재택근무자가 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자는 당연히 출퇴근 시간이 줄었고, 병가까지 줄어 평균 근무시간도 9.5% 늘어났다. 일에 대한 만족감도 늘어나 이직률이 회사 근무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회사는 또 재택근무자 한 명당 1,900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 사무실 공간과 집기 등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자는 다만 승진기회가 회사근무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바로 가기] ☞ 뉴욕타임스 ‘재택근무자가 생산성이 높다’

올해 초 포브스지에 실린 리더십회사의 대규모 설문조사도 비슷한 결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재택근무자들은 회사 근무자들보다 두 배 가까이 직업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커지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바로 가기] ☞ 포브스 ‘집에서 일한다면 일을 사랑할 가능성이 87% 높아진다’

미국 기업 경영진과 관리자 5백여 명을 대상으로 최근 이뤄진 설문조사도 흥미롭다.

53%의 기업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사무실(직원들이 한 주에 4일 이상 출근하는)을 갖고 있지만 37%는 재택근무하는 일부 직원들과 연결하는 사무실만 있고, 10%는 아예 사무 공간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전통적인 근무형태를 도입한 이유로 24%는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응답했고, 21%는 생산성이 향상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지리적 위치와 관계없이 최적의 사원들을 붙잡기 위해서라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19%).



재택근무를 원한다면 이런 회사를…

세계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SAP의 북미지사에서는 종업원의 30%가 풀타임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판매전략개발 담당 부사장을 재택근무 형태로 공모했다. 관련 부서의 주 사무실은 뉴욕에 있지만, 담당 사장은 메릴랜드에 있다. 역시 재택근무자이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회사인 애트나도 종업원의 47%가 풀타임이나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직원들의 건강을 담당할 의사를 재택근무자로 공모했다.

글로벌 임상시험 전문업체 파렉셀도 북미 지사의 종업원 40%가 재택근무 중이다. 보스턴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는 중서부 지역에서 재택근무할 프로젝트 매니저를 공모 중이다.

미국 CNN이 지난 1월 재택 일자리를 전문적으로 연결해주는 플렉스잡스(FlexJobs)를 인용해 전한 소식들이다. 4만 개 기업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이 기관은 재택근무자를 찾는 회사와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구직자의 연결통로가 되고 있다.

이 회사는 해마다 대표적인 풀타임 재택근무 기업 명단을 발표한다. 대표적인 기업명단을 보면 미국에서 재택근무가 얼마나 확산해있는 지 실감할 수 있다.



플렉스잡스는 재택근무자를 많이 채용하는 산업은 대략 6개 부문이라고 설명한다. 의료건강 분야가 가장 많고, 소비자서비스분야, 관리부문, 컴퓨터와 IT 부문, 영업과 교육훈련분야 순이다.

우리에게 도요타는 불가능할까?

우리 사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여성 1명당 1.2명)으로 경제성장과 사회유지가 어려울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몰려 있다. 특히 노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3년 기준 49.9%로 남성의 72%에 훨씬 못 미친다.

가부장적인 가족문화, 실효성 없는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일과 육아의 병행을 어렵게 만드는 직장문화도 주요 원인이다.

유연한 근무 시스템으로 남성의 육아 참여를 촉진하고 여성들이 일하기 쉬운 기업 환경을 만들겠다는 도요타발 '재택근무 혁명'은 그런 점에서 부럽고, 신선하다. 그런 점에서 '육아휴직 불이익 감수' 각서를 강요당했다는 삼성물산 여성 직원의 호소가 안타깝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나 책임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 워킹맘의 사연을 전한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사회가 노동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인력 활용에 실패할 경우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OECD의 경고를 무섭게 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 ‘직장인 톡’ 시리즈 바로 가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직장인 톡] ① ‘육아휴직’ 각서?…도요타발 재택근무가 부러운 이유
    • 입력 2016-06-18 09:07:11
    • 수정2016-07-15 16:04:36
    김종명의 직장인 톡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한 한국 워킹맘의 아픈 사연을 전하고 있다.

재벌기업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첫 아이를 가진 후 회사를 그만둬야 했고, 둘째를 가진 후에 다시 회사를 떠나야 해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피하다 임신 사실이 알려졌는데, 동료들로부터 축하보다는 원성을 사게 됐고, 이런 고충을 상담했던 인사부서에서마저 임신을 질책받았다고 한다.

일과 육아 병행이 어려운 한국 사회

그런 부끄러운 상황이 그 워킹맘에게, 그 회사에서만 있는 일일까? 여성 직장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직장문화 전반에 퍼져있는 나쁜 관행임을 알 수 있다.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여성 직장인 10명 8명은 출산이나 육아와 관련해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고,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데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모두 눈치가 보이고, 회사 복귀가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고정된 업무시간, 잦은 회식과 야근 문화,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 등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게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을 계속 늦추고, 결혼하더라도 다시 출산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아이를 낳으려면 남다른 용기(?)가 필요하고, 승진과 연봉 등에서 온갖 불이익을 견뎌내거나 반강제적으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대다수 여성 직장인들은 호소한다.

오죽하면 가장 잘 나가는 대기업인 삼성물산에서조차 변호사인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내는데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강요하고 있으니….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렇게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205만 명에 이른다.

일본은 재택근무 혁명 확산 중

지난주 들려온 도요타의 재택근무 도입은 우리 직장 가에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삼성, 현대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직장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근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물론 전 직원이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본사 전체 직원의 35%인 2만 5천 명이 오는 8월부터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 나가 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도 이미 여성 사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범 도입했고, 건설 대기업인 시미즈 건설, 음료기업인 산토리홀딩스 등도 근무 형태를 바꿔주고 있다.

이들 일본 기업이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형태를 도입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배경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응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개인 특성을 고려한 근무 형태로 회사를 떠나려는 인재를 지키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지속해서 수혈하겠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는 잠옷 입고 하는 일?

물론 재택근무는 아직은 낯설고 불안한 제도이다. 특히 권위주의적 기업문화가 강한 일본이나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직장 상사들은 부하 직원이 보이지 않으니 제대로 일을 하는 지 불안할 수 있고, 컴퓨터나 화상회의로 업무 지시를 하는 게 불편할 수 있다. 상사에게 눈도장을 찍지 않은 직원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미 여러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재택근무는 '잠옷을 입고 하는 일'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출처 : www.flexjobs.com

부정적 시선의 대표주자는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였다. 2012년 다니던 구글에서 야후로 자리를 옮긴 메이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적당주의, 이른바 '야후병(病)'의 원인 중 하나가 재택근무라며 재택근무 제도를 폐지하고, 수시 인력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펼쳐왔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구글에 다니다 37살에 야후 CEO에 오른 마리사 메이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가운데 한 명으로 기업 경영에서 지나친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당시 메이어의 재택근무 폐지 조처는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으로 이어졌고, 특히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유연성을 주려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재택근무 금지를 비판했다.

메이어의 야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핵심 자산인 인터넷 서비스 매각을 추진하는 등 지금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재택근무는 종업원과 기업에 '윈-윈'

이런 논란을 거치며 미국에서는 재택근무의 장단점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실험이 이뤄져 왔다. 그중에서도 스탠퍼드대 니콜라스 블룸 교수가 CTrip이란 중국계 여행회사를 대상으로 벌인 연구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전체 직원 500명 중 절반은 재택근무를, 나머지 절반은 회사에서 근무하도록 한 다음 9개월이 지난 후 기업과 근로자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이다.

먼저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생산성, 재택근무자가 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자는 당연히 출퇴근 시간이 줄었고, 병가까지 줄어 평균 근무시간도 9.5% 늘어났다. 일에 대한 만족감도 늘어나 이직률이 회사 근무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회사는 또 재택근무자 한 명당 1,900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 사무실 공간과 집기 등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자는 다만 승진기회가 회사근무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바로 가기] ☞ 뉴욕타임스 ‘재택근무자가 생산성이 높다’

올해 초 포브스지에 실린 리더십회사의 대규모 설문조사도 비슷한 결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재택근무자들은 회사 근무자들보다 두 배 가까이 직업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커지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바로 가기] ☞ 포브스 ‘집에서 일한다면 일을 사랑할 가능성이 87% 높아진다’

미국 기업 경영진과 관리자 5백여 명을 대상으로 최근 이뤄진 설문조사도 흥미롭다.

53%의 기업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사무실(직원들이 한 주에 4일 이상 출근하는)을 갖고 있지만 37%는 재택근무하는 일부 직원들과 연결하는 사무실만 있고, 10%는 아예 사무 공간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전통적인 근무형태를 도입한 이유로 24%는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응답했고, 21%는 생산성이 향상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지리적 위치와 관계없이 최적의 사원들을 붙잡기 위해서라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19%).



재택근무를 원한다면 이런 회사를…

세계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SAP의 북미지사에서는 종업원의 30%가 풀타임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판매전략개발 담당 부사장을 재택근무 형태로 공모했다. 관련 부서의 주 사무실은 뉴욕에 있지만, 담당 사장은 메릴랜드에 있다. 역시 재택근무자이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회사인 애트나도 종업원의 47%가 풀타임이나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직원들의 건강을 담당할 의사를 재택근무자로 공모했다.

글로벌 임상시험 전문업체 파렉셀도 북미 지사의 종업원 40%가 재택근무 중이다. 보스턴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는 중서부 지역에서 재택근무할 프로젝트 매니저를 공모 중이다.

미국 CNN이 지난 1월 재택 일자리를 전문적으로 연결해주는 플렉스잡스(FlexJobs)를 인용해 전한 소식들이다. 4만 개 기업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이 기관은 재택근무자를 찾는 회사와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구직자의 연결통로가 되고 있다.

이 회사는 해마다 대표적인 풀타임 재택근무 기업 명단을 발표한다. 대표적인 기업명단을 보면 미국에서 재택근무가 얼마나 확산해있는 지 실감할 수 있다.



플렉스잡스는 재택근무자를 많이 채용하는 산업은 대략 6개 부문이라고 설명한다. 의료건강 분야가 가장 많고, 소비자서비스분야, 관리부문, 컴퓨터와 IT 부문, 영업과 교육훈련분야 순이다.

우리에게 도요타는 불가능할까?

우리 사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여성 1명당 1.2명)으로 경제성장과 사회유지가 어려울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몰려 있다. 특히 노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3년 기준 49.9%로 남성의 72%에 훨씬 못 미친다.

가부장적인 가족문화, 실효성 없는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일과 육아의 병행을 어렵게 만드는 직장문화도 주요 원인이다.

유연한 근무 시스템으로 남성의 육아 참여를 촉진하고 여성들이 일하기 쉬운 기업 환경을 만들겠다는 도요타발 '재택근무 혁명'은 그런 점에서 부럽고, 신선하다. 그런 점에서 '육아휴직 불이익 감수' 각서를 강요당했다는 삼성물산 여성 직원의 호소가 안타깝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나 책임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 워킹맘의 사연을 전한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사회가 노동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인력 활용에 실패할 경우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OECD의 경고를 무섭게 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 ‘직장인 톡’ 시리즈 바로 가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